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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맑은샘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전정일
<학교와 지역의 미래, 영국의 전환마을과 학교에서 배우다>⑧크리슈나무르티의 부록우드파크스쿨과 레미제라블
2017. 1. 16 .월요일. 날씨: 비가 내린다. 해가 나온다는 예보가 틀렸다.
브록우드파크스쿨-내셔널갤러리-레미제라블
<영국 연수 9일째, 런던에서 두 시간 반 걸려 햄프셔 시골에 닿아1969년 설립된 크리슈나무르티의 부록우드파크스쿨 방문. 다시 4시 30분 런던으로 와서 국립미술관에서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명한 영국 화가들 작품 보기. 차이나타운에서 밥 먹고 레미제라블 보기. 연수 끄트머리에 레미제라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부록우드파크스쿨]
아침을 일찍 먹고 8시에 17명이 크리슈나무르티의 부록우드파크스쿨로 떠난다. 다른 분들은 자유여행이다. 부록우드파크스쿨은 런던에서 두 시간 반 걸리는 햄프셔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국제기숙학교이다. 20여 개 나라에서 온 14세 이상 19세 이하 학생 70여명이 살고 평균 7명으로 반을 구성한 작은학교이다. 방문하기 쉽지 않은 곳인데 안성균 교장의 제자가 다닌 학교여서 연결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의 다 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라 학교 방문은 늘 설렘이 있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들어서는데 아주 큰 나무들과 푸른 잔디가 눈길을 잡는다. 갑자기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대안중고등학교인 산돌학교가 생각났다. 수 백 살은 먹음직한 나무를 보면 자연 앞에 작은 존재인 사람에게 겸손하라는 걸 가르치는 것 같다. 절로 자연의 기운을 받아 명상 속에서 내면을 찾는 여행을 하고 싶어질 것 같은 게다. 하긴 어릴 적 내가 다니던 시골학교에도 있었고, 동네마다 큰 당산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선물하고 아이들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비가 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교장선생님이 안내로 식당과 거실로 쓰는 공간에 들어서니 정말 아늑하고 따듯한 느낌이 가득하다. 창밖으로 역시 큰 나무와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고, 모두가 둘러않을 수 있는 큰 공간, 거실에 놓인 큰 소파, 피아노, 벽난로, 체스판, 기타, 카페트가 학교라기보다 아주 큰 집 같은데 많은 의자와 식탁이 있어 기숙학교 같다. 아직 방학 중이라 학생들은 없고 우리 점심을 준비하는 분들만 식당에 있다.
http://www.brockwood.org.uk/
좀 쉬다 브록우드파크스쿨 안토니오 교장에게 학교 이야기를 들었다.
“브록우드파크스쿨은 크리슈나무르티 재단이 1969년에 설립해 2명으로 시작한 학교다. 전인교육을 추구한다. 지식 교육만이 아니라 몸, 정신의 조화로운 발달, 손 머리 가슴의 조화로운 발달, 자연, 세계와 관계 형성을 꾀한다. 작은 학교를 추구한다. 성숙한 학생제도가 있는데 젊은 청년이 숙식을 제공받고 일주일 20시간 일을 돕는다. 이 학생이 그 제도로 우리 학교에 와 있다. 학교 구성을 보면, 학생들, 성숙한 학생들, 거주하는 직원, 유지하는 교수, 행정, 강사들이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은 전 세계에서 오고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성숙한 학생 제도로 사람들이 오는 까닭은 객원 멤버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거나 강의나 교육활동에 흥미 있는 사람들이 온다.
학교 수익은 모두 학교에 투자한다. 학교에 사는 직원들은 모두 같은 급여를 받는다. 학교에 살지 않는 비거주자 직원들은 더 놓은 급여를 받는다. 우리는 교장이 두 사람인데 한 사람은 학문을 맡고, 한 사람은 학교 관리를 맡는다. 크리슈나무르티재단은 네 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미국, 인도, 영국이다. 전 세계 4개 재단(미국 캘리포니아, 영국, 인도, 남미)이 이 년에 1회 만나서 교류를 하며 함께 일을 한다. 4세 - 19세는 큰 학교, 5세-11세 작은 학교에서 사는데, 인도에 6-7개, 미국 1개, 유럽에 1개 학교가 있다.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는 Study Center가 있다. 서고와 자료실이 있다. 교사는 재단이 학교를 소유한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같이 책임감을 느끼며 소속되어 있다. 집에 있는 듯한 안정감, 작은 학교, 다 함께 청소하고 빨래하기가 특징이겠다. 집 같은 학교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학교에서 모두가 채식을 한다. 학교 부지는 40에이커로 넓다. 한 주에 두 번 보이는 다목적 공간에서 발표를 하기도 한다.“
간단한 소개를 듣고 안토니오 교장의 안내로 학교 곳곳을 둘러보았다. 컴퓨터실, 도서실, 기숙사, 미술실, 수도원으로 쓰인 곳도 보았다. 작은 학교를 위한 공간으로 더없이 넓고 충분했다. 덴마크에 갔을 때 그곳 학교들도 그랬지만 이곳도 공간이 크고 넓다. 기숙사는 단 층으로 넉넉하고 멋스러움이 드러나는 곳으로 편안함이 묻어났다. 공간과 건축이 교육에 영향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강화도 산마을고등학교 풍경이 떠오르는 건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일 게다. 기숙사 들머리에 바구니를 짜가다 만 게 눈에 들어왔다.
학교를 둘러보고 돌아와 점심을 먹는데 다 맛있다. 김치 맛이 나는 장아찌도 있고 밥이 있다. 채식하는 학교에서 모두 배불리 먹고 차를 마시고 거실에서 쉬며 창 밖 풍경을 보니 좋다. 배도 부르고 바깥 풍경도 좋고 여행자들 피로를 풀어주는 듯 졸리기도 하다.
다시 모여 신발을 벗는 넓고 아늑한 공간으로 옮겨가서 안토니오 교장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는 스페인에 있다가 크리슈나무르티에 관심이 있어 이곳에 왔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삶에 대한 근본 질문을 했다. 삶의 근본 질문은 자연스레 자연을 돌아보고 건강한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학교 하루 흐름은 7시 50분 다 함께 모이는 아침 모임, 8시-8시 30분 아침 식사, 8시 30분 아침 일하기, 9시 5분 아침 조회에서 클래식 음악 감상도 하고 학생들이 발표를 하기도 한다.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 1시-2시 점심 식사, 2시 30분 오후 수업, 4시 30분 차 마시기, 5시-7시 클럽활동(요가나 천문학...), 7시 저녁 식사, 저녁 먹고 Study hall에서 영상을 보거나 영상 강의 듣기, 10시 기숙사 방 입실이다.
공통교육과정은 없고 학생마다 학기초에 상담해서 구성한다. 학년 구성을 하지 않는다. 14-15세 GCSE(중등과정 졸업시험)시험 안 본다. 16세 교육 과정은 열려있다. A level(대학 입학시험) 하고 싶으면 교과목 수업을 진행한다. 14-16세 짜여진 건 없지만 필수 과목으로 수학, 영어, 인간발달이 있다. 사람의 움직임이란 주제를 할 때는 자연스레 과학 수업이 되기도 한다. 6-8주 한 주제가 순환된다. 2주마다 1회 도움 교사를 학생마다 배치하고 학생 발표를 돕는다. 인간 발달 과목은 성 정체성, 마약, 건강, 웰빙, 고정관념 깨기들을 다룬다.
교사와 학생 선발은 서신으로 지원서를 받고 지원 동기를 본다. 일주일 살아보기와 같은 겪어보기가 있다. 지원자 피드백 미팅이 있다. 멀리 살고 돈이 없는 경우 장학제도를 추천한다. 물론 크리슈나무르티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학비는 년 21,000파운드인데 영국 기준으로 보면 중저가 비용이다. 적은 학비가 가능한 까닭은 교직원들의 적은 보수 때문이다. 정부 지원은 없으니 교육과정 자율성이 있다.“
“크리슈나무르디의 정신이 어떻게 교육과정에 드러나는가를 물었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 좋은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운영 구조는 평면적이다. 덤으로 운영한다고 보면 된다. 주제를 학생과 교사가 함께 탐구해간다. 군림하는 교사가 아닌 권위가 어떻게 영행을 주는지 질문하며 책임을 지는 교사를 추구한다. 창의력을 끌어내려면 질문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학생이 답을 찾아갈 수 잇도록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찾아간다. 질문은 세계와 사회에 관심있는 것 중요하다. 세상과 고립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 침묵도 중요하다. 일상에서 그런 시간이 많다. 생태적 관점에서 자연과 연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교 특징을 단 하나의 문장으로 말하라면 <자신을 알라>다. 두려움, 아름다움 모든 것이 인간의 의식 토론으로 이어진다.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한 자기 이해과정에 대한 의견, 생각은 내 생각과 같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탐구하는 것은 스승을 찾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 사이, 자연 사이 생기는 믿음과 생각을 이해한다면 제약된 조건을 초월하고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하며 영원성을 획득할 수 있다. 감정, 슬픔, 두려움을 넘어서며 스스로를 알아갈 수 있다.”
“<자신이 자기 스승이다>란 생각을 키워주는 건 프로그램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뭘 할지 주는 게 아니다. 일상, 삶이다. 요점은 자기 삶을 이해하고 사는지, 권위를 따르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기를 노출해 보는 것, 자신이 제시한 질문에 몰두해 보는 것, 볼 수 있는 것을 말 할 수 있는 것, 질문을 하는 것이 학교 정신이다.”
“수학에서 크리슈나무르티 정신이 녹아나느냐는 질문은 쉽지 않지만 중요한 질문이다. 수학 공부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문제를 푸는 것만이 아니다. 수업 때 그 때의 학생과 교사 감정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조용한 시간에 집중하도록 한다. 수학 시간에 자유에 대핸 토론을 하기도 한다. 학생 스스로 발견하는 게 가르치는 방식이다.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과정을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 해결과정에 참여하면 적극적 학습자가 되고 달라진다. 교재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 교사가 수업 상황에 맞게 수업을 구성한다.”
“학생회는 자발적 그룹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한다. 여기는 천국이 아니다. 10대 학생들이 겪는 문제가 있다. 갈등과 이슈가 있다. 음주 금지 규칙을 위반하면 상담을 하고 3-4명의 직원이 관계를 맺는다. 상담, 반성, 집에 귀가, 서신 교환, 학교 규칙 준수 약속 과정을 거치며 교육적으로 학습 기회를 끌어내려 한다.”
“여러분 질문들이 모두 도전과제이다. 해법은 없다. 의식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상황이 마 다르다. 그러니 탐구해야 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안토니오 교장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간이 훌쩍 갔다. 작은 학교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명상센터 같은 Krishnamurti Center는 J Krishnamurti의 가르침에 관심이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으로 1 월을 빼고는 일 년 줄곧 개인 또는 단체 피정을 위해 열려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철학학교라 불릴만한 작은 학교를 만났다. 크리슈나무르티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라 크리슈나무르티가 쓴 책 저자 소개를 다시 읽어본다.
<J. 크리슈나무르티-달라이 라마가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철인(Thinker)이라고 칭송한 20세기 사상가이자 명상가. 그는 어떠한 계급, 국적, 종교 그리고 전통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며, 학습된 정신이 가져온 파괴적 한계로부터 인류를 완벽히 자유롭게 해방시키고자 했다. 죽을 때까지 6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강연을 했다. 1895년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에 있는 작은 도시 만다나팔레에서 태어나, 13살 나이에 신지학협회의 선택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가 장차 “세계의 스승(World Teacher)”가 출현할 길을 닦을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예상대로 그는 곧 강력하고 타협하지 않으며 어떤 종교나 학파에도 속하지 않는 교사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의 말과 저술은 어느 특정한 종교와도 연결되지 않았으며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전 세계를 위한 것이었다. 1929년 그의 나이 서른두 살이 되던 해, 그는 네덜란드(Holland)에서 열린 거대한 유럽 신지론자 연중모임에서 ‘세계의 스승’으로서 어떠한 공식적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신지학 수장으로서 사임한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모든 종교적 관념과 종교적(spiritual) 단체와의 관계도 끊어버린다. 그의 핵심 가르침은 “진리는 길이 없는 곳(Truth Is A Pathless Land)”이라는 그의 연설문에 잘 나와 있다. “여러분은 어떤 기관이나 신념, 교리, 성직자, 제례를 통해서, 철학적 지식이나 심리학적 기술을 통해서 진리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계의 거울 속에서,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가 아닌 오직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권위자로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assumptions)을 의심하며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관찰자로서 여생을 보냈다. 크리슈나무르티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로 우리 사회가 고도의 현대화 ·자본주의화·개인주의화로 진입하던 지난 80년대에 소개돼 우리나라에서만도 수십 만 부가 팔려나갔던 이력이 있다. 그의 말과 저술들이 어느 종교나 학파와도 타협하지 않은 전 세계를 위한 것이었던 까닭이다. 그 어떤 지위나 권력도 바라지 않았던 그는 6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독자적인 강연과 집필을 계속했다. 그가 영구적으로 머물렀던 주거지는 없었지만, 주로 캘리포니아의 오하이(Ojai), 잉글랜드의 브록우드 파크(brockwood park) 그리고 인도의 첸나이(Chennai)에 머물렀다. 그는 일상에서 자신이 바라보고 느끼는 예민한 인식을 통해 스스로 변화해야 하며, 이는 관계의 거울을 통해 관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어느 한 시대에만 머물다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스스로 삶의 의미들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삶의 참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발생하고 이어지는 여러 문제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매번 충돌한다. 크리슈나무르티는 인간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이해 속에서 삶의 질이, 인간됨이 오로지 ‘참’으로, ‘넘어설 수 있는 그 무엇’을 향해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6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였다. 그동안 그가 사용한 단어는 약 억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죽은 해인 1986년 크리슈나무르티 재단은 그의 강연 내용을 전 세계에 내놓았다. 그의 연설과 대화 내용은 60여 권이 넘는 책으로 출간되었고, 세계 다른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 『미래는 바로 지금』, 『관심의 불꽃』, 『자기로부터의 혁명』, 『삶의 진실을 찾아서』,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구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생활의 기술』,『완전한 자유』, 『갈등에 대하여』, 『진리에 대하여』, 『신에 대하여』,『자유에 대하여』,『교육에 대하여』,『마음과 생각』, 『올바른 생계수단에 대하여』, 『희망 탐색』, 『오늘을 살기 위하여』,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테마 에세이(총 13권)』, 『앞으로의 삶』, 『세속에서의 명상』등이 있다.>
-<크리슈나무르티, 교육을 말하다> 저자 소개
<교육에서 실질적인 문제는 교사입니다. 교사가 권위를 자기를 과시하는 방편으로 삼거나 가르침을 자아 확장의 계기로 여긴다면, 학생들은 교사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가 되어 버립니다. 권위의 심각한 악영향에 관해서 단지 머리나 말로만 동의하는 것은 어리석고 무익한 일입니다. 권위를 행사하여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깊이 통찰해야 합니다. 지혜는 결코 강제로 일깨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 깨달음 자체가 우리의 두려움을 태워 버릴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현재의 사회 질서와 완전히 다르고 그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크리슈나무르티, 교육을 말하다>53쪽
2시 30분 크리슈나무르티 브록우드파크스쿨을 떠나 런던에 닿으니 4시 30분이다. 저마다 자유 시간이라 런던을 둘러본다. 송순옥 선생은 호스텔로 들어간다고 해서 같이 보기로 한레미제라블 뮤지컬을 하는 퀸즈극장 가까운 트라팔가광장에서 6시 50분에 만나기로 했다. 그때까지 시간이 있어 성미산 꽃다지랑 같이 내셔널갤러리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그림을 실컷 보았다. 미술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림을 천천히 뚫어져라 쳐다보게 한다.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명한 영국 화가들 작품을 둘러보았다. 성미산 꽃다지가 알려주는 덕분에 유명한 작품도 한 번 더 보게 된다. 내일 호스텔에서 가까운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을 둘러보는 것도 뜻이 있겠다.
7시 30분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표를 같이 끊은 사람들과 7시에 1907년에 문을 열었다는 퀸즈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한지라 극장 앞 차아나타운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중국 뷔페식당인데 값도 비싸지 않고 맛도 괜찮다. 우리 입맛에 맞는 짭짤한 맛을 실컷 즐겼다. 피카달리서커스 광장에서 송순옥 선생을 만나 퀸즈극장에 닿아 표를 받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레비제라블은 기행단 일원인 이선희 선생이 고맙게도 대신 예매를 해준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보게 되었다. 기행단 일행 가운데 열다섯 사람이 보는 뮤지컬이다. 뮤지컬을 볼 일이 그다지 없는 처지에서 본 레미제라블은 대단한 감동을 선물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잔상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영어 대사들이 그대로 들리는 듯 했다. 프랑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웨스트앤드 레미제라블은 전 세계 33개국에서 22개 언어로 공연되었고, 30년이 넘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란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린다. 프랑스에서 수입해 대중성과 예술성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레미제라블, 4억 5천만부 이상 판매됐다는 해리포터의 나라 영국에서 문학과 예술의 힘을 떠올린다. 작은 무대에서 바리케이트 같은 구조물과 장면 전환을 위해 쓰인 회전하는 무대,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노래는 런던사람이건 한국사람이건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감동의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볼만 하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멋진 작품이다.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웨스트앤드에서 레미제라블을 본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겠다.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자꾸 흥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