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통기타 연습실을 깜짝 방문한 허수보님과 함께
어제 오후6시쯤이었을까. 경수형님과 함께 연습실 마이크케이블 정리하고 있는데 허수보님으로 전화가 왔다.
목포에서 일하다 올라온지 하루되었단다. 피로도 풀리지 않았을 터인데..
통화한지 두 시간만에 연습실 앞이다. 정체된 저녁 퇴근길을 헤집고 쏜살같이 달려온 것이다.
거친 세상살이에 모난 구석없이 둥그러진, 지친 삶 속의 넉살과 여유, 거침없는 말투의 자신감 뒤에 살짝살짝 비치는 어떤 나약감이 주는 인간미. 허수보님이 그랬다.
밤10시쯤 연습실을 나와 자정무렵까지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하며 통기타로 얘기꽃을 피웠다.
한명은 국내 1인 버스킹 절대적 존재감 기타고수와 그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또다른 한명의 기타하수.
이즈음 너도나도 살기가 각박하다고들 한다. 각자가 제 살기 바쁘다며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는 잊고들 지낸다.
그런 덧없음이 싫어 통기타를 벗하니, 통기타 벗이 생겼다. 허수보님이 그랬다.
벗으로 달려온 것이다.
20여일전이었다. 목포로 일하러 내려갈거란다. 추운 겨울엔 야외 버스킹이 불가하기에 야간업장에서 일하여야 한다고.
역마살 팔자적 삶의 애환이라면 애환이라 하겠다.
말띠 갑장이라고, 비슷한 팔자 또한 동병상련이고,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많이 편하였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 _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잘은 몰라도, 어젯밤의 허수보님이 그랬다.
전국 각지를 바람처럼 휘돌며 살아가는 통기타벗의 얘기 속엔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애환도 서려 있다.
늦은 시간이라 얘기를 다음으로 미루었다. 먼길 달려온 그에게 대접이 시원찮아 못내 아쉽다.
- 달빛 머금는 나루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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