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국수회관>
유명식당답게 줄을 한 10분 섰다가 자리에 앉았지만, 매우 상업화된 느낌에 주로 외지인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수도 고기도 그냥 먹을 만한 정도, 무난한 느낌이다. 국수발도 굵고, 고기는 너무 크게 썰어와 한입에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먹을 만한 맛에 토속적인 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은 큰 공적이다. 근처에 제법 국수집이 여럿 들어서 있다. 대강 둘러봐도 10여군데가 발견된다. 국수문화거리에 중심이 되는 집, 제주 국수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공적을 우선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 식당얼개
상호 : 삼대국수회관
주소 : 제주도 제주시 삼성로 41(일도 2동)
전화 : 064) 759-66645
주요음식 : 국수
2. 먹은날 : 2021.10.10.점심
먹은음식 : 셋트 27,000원(2인 셋트)
3. 맛보기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국수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 돔베고기를 시키고 고기국수를 시켜버렸다. 둘 다 토속음식이어서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 결과적으로 같은 돼지 수육이 나와 주문이 그리 잘 되지 않았음을 시인하게 되었다. 공부를 더 하고 와서 먹어야 했던 것을. 그렇게 자기 점검을 하다가 안내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쪽에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고기 홍수를 만났으니 그 차이를 감별해보는 의미를 찾아보기로 한다.
돔베고기. 도마에서 썰어 그대로 돼지고기 수육이다. 주로 흑돼지로 만드는 제주도 향토음식이다. 제주도는 돔베고기를 새우젓이 아닌 소금, 젓갈, 간장 등을 양념으로 해서 먹는다.
고기는 쫄깃거리고 잡내도 없어 좋으나, 너무 거칠게 썰어 내와 한 입에 먹기 부담스럽다. 제주음식은 대체로 빨리하는 간단음식이다. 바쁜 제주여자가 일과 음식을 같이 하게 되어 조리를 빨리 하게 된 것이 원인이다. 돔베, 즉 도마에서 썰어 그대로 상에 내는 음식이므로 그 자체가 간단요리적 성격을 가진 것이다. 그러니 곱게 썰어오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고기국수. 이 집의 얼굴이자 제주 향토음식이다. 뽀얀 사골국물에 나온다. 양념은 파총과 당근볶음, 비교적 간단하다. 고소한 국물에 다데기를 풀면 좀 개운해진다. 고기가 좀 퍼걱거리는 것이 흠이다. 아무래도 유명세만큼의 맛은 아닌 거 같다. 줄 서서 먹는 동안의 기대심리가 맛을 더 높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국수용으로 나오는 밑반찬이다.
고명은 간단하다. 고기와 오이와 콩나물. 비빔국수에 콩나물이 나온다. 콩나물 중시는 전라도 영향이 아닌가 싶다. 보통은 쫄면에는 넣어도 비빔국수에 콩나물은 흔히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다.
양념이 맵지 않고 살짝 달근한 맛이어서 입맛을 동하게 한다. 국수발은 굵은 편이다. 쫄깃거리지는 않지만 퍼지지도 않아 먹기에는 부담이 없다. 콩나물 맛이 좋다. 고기를 얇게 썰거나 작게 썰어주면 좋겠다. 별도 메뉴 수육과 달리 고명용 수육은 좀 퍼걱거린다.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이 국수 곁에 나오는 국물. 유부와 파총을 띄운 국물 맛이 알차다. 개운하고 깊은 맛, 오늘 음식 중 제일 눈에 띈다. 가장 비상업적인 음식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긴요한 밑반찬만 등장한다. 부족하면 직접 더 갖다 먹게 되어 있다. 김양념통도 옆에 있어 추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김치는 특별하지 않다. 고추가 귀했던 제주에서는 이런 김치가 옛날에는 흔하지 않았을 법하다.
깍두기는 먹을 만하다. 그러나 특별히 기억날 정도는 아니다.
마늘장아찌가 좋다. 제주는 마늘의 산지다. 마늘이나 마늘대 장아찌가 꼭 오른다. 국수에는 마늘이 더 어울릴 거 같다. 마늘 이용한 음식이 고사리, 멸치, 무청만큼 많다. 상큼하고 싱싱한 맛이 좋다.
4. 먹은 후
1) 고기국수 내력과 국수문화거리
근처게 대강 5,6개 국수집이 보인다. 담양 진우국수 근처에 길게 국수집이 늘어서 아예 국수거리를 이루고 있는데 이와 비슷하다. 그보다는 더 드문드문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가구거리처럼, 국수거리가 조성되어 서로 맛 경쟁을 하고 관광객에게도 선택의 여지를 넓혀주면서 국수를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30여년 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국수거리는 이제 도청에서 지정한 정식 국수문화의 거리가 되어 전통음식 거리로 자리잡았다. 국수만 먹고 나면 왠지 허해지는 기분, 실제 영양소 편중까지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고명, 돼지수육이 얹어지며 고기국수가 만들어졌다.
고기국수의 시초는 잔치음식인 몸국을 끓이는 모자반을 전량 일제에게 약탈당해 버려 고육책으로 새 음식을 만들어낸 데서 유래했다 한다. 그러다 70년대 군사정권 하에서 혼사에 돼지 도축을 금지해서 맥이 끊어졌다가 1990년대 향수 어린 음식을 소환해서 먹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사골육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고기국수의 탄생과 재흥에 기여한 맛집들이 생겨났다. '삼대' 호칭 문제로 이 식당과 다투었던 '삼대전통고기국수'가 그 원조로 알려져 있다.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고기국수, 이제는 제주의 명물이 되었고, 제주 문화상품이 되었다. 국수거리에 있는 이 삼대국수회관도 한 몫하고 있다.
(고기국수의 역사는 한겨레신문 2018.9.18.양용진 글 참조)
알려진 다른 국수 맛집은 다음과 같다.
1. 삼대전통고기국수(제주시 신대로5길 17, 064-748-7558)
2. 골막식당(제주시 천수로 12, 064-753-6949)
3. 올래국수(제주시 귀아랑길 24, 064-742-7355)
4. 국수마당(제주시 삼성로 65, 064-757-5559)
2) 일본 오끼나와 소바와 제주 고기국수
두 요리가 비슷한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2018년에는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하는 '- 섬 이야기' 행사에서 두 요리의 요리 시연이 벌어졌을 정도다. 제주 음식은 전반적으로 일본 음식과의 교류가 많았으리라고 추정된다. 두 요리는 구체적인 유사성의 사례이다.
오키나와소바는 메밀국수가 아니라 밀가루 국수이며 간장 맛이 든 돼지고기를 얹어 낸다. 재미있는 것은 오끼나와와 제주도는 똑같이 장수마을로 유명한데, 둘 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며 삶아서 먹는다는 것이다. 삶으면 포화지방이 줄어 건강식이 된다.
일본도 제주도 간단요리를 선호한다. 재료의 맛을 최대한 보존하고 조리공정을 간단히 한다. 이유야 다를 수 있겠지만 조리 결과는 같다. 이래 저래 비슷한 제주일본 요리 유사성도 연구 과제이다.
#제주시맛집 #제주국수 #고기국수 #삼대국수 #국수문화거리 #삼성혈맛집 #제주고기국수 #삼대국수회관 #돔베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