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옥>
서울 사람 아니어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집이다. 싸고 맛있는 집, 서울서는 찾기 힘든 이런 집이 서초동에 그것도 예술의전당 코앞에 있다. 공연이나 전시 보러 가는 사람 아니어도 자주 들를 만하게 음식의 맛과 질이 신뢰할 만하다.
1. 식당 얼개
상호 : 백년옥
전화 : 02)523-2860
주소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50-6
주요음식 : 두부요리, 팥칼국수, 파전, 굴전 등등
2. 먹은 음식 : 자연식순두부 10,000원, 뚝배기순두부 10,000원
먹은 날 : 2020.5.7.점심
3. 맛보기
식당 음식 맛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나, 다른 정보가 없어서 뭘 시켜야 할지 잘 모르겠거나 할 때는 메뉴 1번을 시키는 것이 좋다. 대부분1번 음식은 제일 자신있는 음식이나 주요 음식을 배치하기 때문이다.여러 번 와봤지만 오늘은 처음인 사람처럼 겸허하게 두부맛을 다시 보기 위해 양념하지 않은, 1번 자연식순두부를 주문한다.
콩 냄새가 약간 비릿하면서 고소하다. 콩 하나는 자신있는 식재료를 써야 해서 강원도 양구 언저리 고냉지의 생산물만 고집한다는 것이 이집 두부의 맛비결이다. 고소하고 신선한 느낌이 코와 입안에 가득 엉긴다.
전주비빔밥도 한다는 집에서는 임실 쥐눈이콩을 주로 쓴다고 한다. 임실 콩이 전북 일대에서도 콩 맛이 좋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임실콩을 전주 좋은 물로 키운 콩나물이어야 제맛이 나서 비빔밥도 콩나물국밥도 제맛을 낸다는 거다. 지역 음식은 그 지역 산물의 특성과 얽혀 있다.
서울은 어차피 채소 생산지는 아니라 소비지다. 좋은 지역의 산물을 찾아내 쓰는 것이 실력이고 비결이다. 좋은 콩이 첫째 좋은 두부의 생산 비결이다. 나쁜 콩으로는 좋은 두부 만들기가 힘들다. 두부 맛의 또하나의 관건은 생산 시간이다. 금방 만든 것이 맛있다.
쌀도 생산년도는 같아도 도정 시기에 따라 맛이 천양지차다. 이천 유명 쌀밥맛집에서 맛있는 쌀밥의 비결을 물었다. 이천쌀을 쓰는 건 당연한 거고, 도정 시간을 최대한 밥 짓는 시기와 맞춘다고. 두부도 마찬가지다. 이 집은 좋은 콩으로 날마다 두부를 만들어 그 날 만든 두부로 요리를 한다. 맛없기가 힘들다.
곰보 낯짝에 분칠하기라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재료에 공들여봐야 좋은 맛내기는 힘들다. 이 정도 순두부 맛이 나면 가미한 다른 두부도 쉽게 맛을 낼 수 있을 듯하다.
뚝배기 순두부는 여러 재료로 국물맛을 더하고 고추기름으로 맛과 향을 더했다. 고소한 맛은 그대로 담겼다. 진하고 간이 더해져 자연식순두부보다 밥반찬으로 더 좋은 조건을 갖췄다.
곁반찬으로는 겉절이김치, 콩나물, 무생채, 미역무침이 나온다. 콩나물과 김치는 상차림 반찬이지만 나머지 둘은 식탁에 준비된 항아리에서 덜어 먹는다. 김치나 콩나물도 부족하면 더 갖다 준다.
김치, 콩나물은 특히 자연순두부와 먹기 좋다. 순두부를 김치로 싸서 먹어보았다. 잘 어울린다. 두부보쌈같이 밍밍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맛을 산뜻하게 해준다. 생김치라 더 좋다.
김치 양념은 진하지 않다. 젓갈맛도 별로 안 나고 양념이 심플하지만 때깔도 화려하게 난다. 모양도 깔끔하고 맛도 깔끔하며 두부에 곁들이기에 좋다.
미역은 두부의 서로 영양을 보완해주는 식품이어서 맛뿐 아니라 식탁의 완결성을 위해 준비하는 찬이다. 콩의 사포닌은 요오드를 배출시키는데 미역이 요오드가 풍부하여 이를 보완해준다. 미역의 알긴산은 파와 먹을 때 흡수력이 떨어지므로 미역무침에는 파를 넣지 않는 것이 좋다. 고맙게도 이 미역무침에는 파가 들어있지 않다.
두부는 찬 성질, 미역은 따뜻한 성질이 있어 서로 잘 어울린다. 서로 궁합이 잘 맞는다. 간단한 상차림에서도 이와 같은 영양과 맛의 궁합을 배려하였다. 상차림의 음식을 잘 조화시키는 것은 요리사의 실력이다. 식당 영업에서는 필수이기도 하다.
4. 먹은 후
1)
들어올 때, 두어 자리가 비어 있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오고 나서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자리가 차고, 기다리는 줄이 생겼다. 아마 기다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사이 세 개나 생긴 별관으로 안내될 것이다. 별관이 모두 몇 발짝 안에 있으므로 옮겨가서 먹어도 큰일이 아닐 것이지만 사람들은 항상 본관을, 원조를 좋아한다. 음식만이 아니라 문화도 같이 먹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
이 집은 1991년에 개점했으니 생긴 지 30년이 되었다. 그 즈음 예술의 전당이 문을 열었으니 예술의 전당과 함께 한 역사다. 오래다면 오래고, 오랜 맛집에 비하면 아직은 중진?급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싸고 맛있고 깔끔하고, 목좋고, 식당 성공이 가져야 할 4요소가 다 되어, 경영진이 보면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순식간에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다. 올 때마다 만원이고, 올때마다 음식맛 일정하고, 올때마다 차림새가 깔끔하고, 성공의 모든 요소를 다 구비했으니, 성공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니 이 음식점 성공을 시기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오히려 겸허한 자세로 정면선생 삼아 배워야 할 집인 거 같다. 게다가 오랫동안 이웃 노인정 노인들에게 틈틈이 밥을 대접하는 봉사활동마저 했다니, 거기다 음식값은 원가가 많이 들어 사실상 그리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니, 배우기가 만만찮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확실한 건 열과 성을 다해야 성공한다는 성공상식을 입증하였다는 거다. 성공에는 변칙이나 사잇길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는 상식을 확인하였다는 것다.
2019년 2020년 미쉐린 빕구르망 맛집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거기 선정된 것은 이 집의 영광이 아니라 미쉐린의 영광이다. 이 집 선정으로 미쉐린 선정이 엉터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한식 변별력도 가질 수 있다는 신뢰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미쉐린 선정 식당을 한식에서는 더욱 믿을 수 없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곳에서 믿을 수 없는 여러 사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 음식의 우리의 평가에 중심을 두어야 하는 것은 주장할 필요없는 전제 아니겠는가. 이 집에 몰려드는 수많은 손님들이 이미 평가의 주체가 되고 있다.
2) 두부 생산
처음 대기업 두부가 수퍼에 진출하였을 때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논란이 사라지고 동네 두부가 뒷방 신세가 되어, 수많은 영업 방식으로도 대기업 제품에 압도된 동네 두부는 설자리를 거의 잃었다.
그러나 동네 두부를 살려야 우리 밥상이 살아난다. 쌀도 도정을 금방한 쌀이 맛있듯이 금방 만든 두부가 맛있다. 대기업 두부는 그런 면에서 동네두부만 못하다. 거기다 맷돌로 갈아서 만드는 두부에는 손맛과 동네 물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두부 결마다 느껴지는 향취가 대기업 두부에서는 단백질 덩어리 포장으로 변해버린다. 거기다 수많은 포장재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된다.
저녁마다 오는 두부장수, 콩나물장수가 사라지면서 맛이 획일화되었다. 지역상품이 사라졌다. 지역상품 상실은 맛만 획일화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 생산 가능성도 봉쇄한다. 우리는 동일한 두부로 조리 방식만 달리하여 두부 요리의 다양성의 폭이 적어진다. (두부 논의는 경기도 식당 <이명옥시골손두부> 항목 참조 요)
중국 두부요리의 다양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조리법도 다양하지만 우선 두부가 다양하다. 마른 두부, 튀긴두부, 썩은두부 등등 두부가 다양하니 요리도 다양하지 않을 수 없다. 마른 두부는 생산과정에서 만든다. 두부를끓이다 위에 막처럼 끼는 상층부를 걷어내 말려 만든다. 이것은 동남아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보관이 용이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튀긴두부, 썩은두부는 완성된 두부를 사용하여 만든다. 동네 두부공장은 두부 생산 실험에 좋아 생산품목의 다양화도 용이하다.
두부는 채식주의자들에게도 환영받는 식품이다. 닭고기는 모든 육식주의자가 먹듯이 두부는 채식, 육식주의자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환영받는 가장 보편적인 식품이다. 그런 식품치고 우리 두부는 너무 단조롭다.
두부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는 식당으로는 청양군 대치면의 <바닷물손두부>가 인상적이었다.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고, 서리태콩을 써서 만들고 오가피를 더해 만들어 두부의 맛과 색상을 다양화하였다. 향기와 진한 맛이 감지되었다.
백년옥의 두부는 강릉의 초당두부를 배워 만들고 있다 한다. 전통적 두부 제조 방식도 지켜나가야 하지만, 기왕에 두부음식점 프랜차이즈를 낼 정도로 성공했으니 이제는 두부 요리 다양화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 많은 두부와 요리를 개발해나가기를 바란다.
소비자들은 기회가 있다면 대기업 두부 대신 시장 두부, 동네 두부 구매를 더 늘려 신선 식품을 섭취하고, 두부 생산의 다양화 기회를 주고,지역 두부 특성 보존에 힘을 실어줘보자. 지역음식이 살아나야 한식이 풍부해져 대외경쟁력을 갖게 된다.
#서울맛집 #두부맛집 #서초동맛집 #예술의전당맛집 #서울가성비맛집 #미슐랭맛집 #미쉐린한식 #남부터미널역맛집 #국악원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