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머리올리기 교습을 맡은 김헌씨의..후기입니다.
이것으로...시리즈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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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만에 머리 올리기를 마치고..]
■ 10일만에 머리 올리기 프로그램을 골프스카이와 제작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골프를 10일 연습하고 머리를 올릴 수가 있느냐?
골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은 아니냐?
설혹 머리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너무 골프답지 않은 모습일 것이 뻔하다.
여러 가지 주장과 조언을 주변으로부터 들었습니다.
허나 저 자신은 그다지 걱정이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제작은 하지 않았지만 왕 초보를 데리고
10일이 아니라 7주일 만에도 머리를 올린 경험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 자신도 또 주변에 7주일도 안 되는 연습량으로
머리를 올린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단지 이번 프로그램은 골프장에 서는 것만으로도 긴장될 초보자를
카메라가 쫓아 다니면서 촬영을 한다는 점과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납들 할 만한 수준의 골프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있다는 것뿐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불리한 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퍼팅이나 숏게임을 더 많이 연습하고 필드에 설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골프스카이의 프로그램 제작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진행과정에서의 장면은 여러분들이 다 보셨을 것이고
머리 올리는 당일 날의 풍경과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의 심경을
정리해 봅니다.
■ 싱글아카데미 3기를 끝마친 시점에 이윤진 씨가 중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안개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바람도 스산한데
윤진 씨의 몸이 머리 올리기를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4일차인가 5일 차에 때 26살의 젊음 몸이고 그날 따라 진도를 좀더 나가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서 스트레칭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클럽을 휘두르다 보니
왼쪽아래 갈비뼈에 실금이 간 것 같았거든요.
전적으로 제 불찰이었습니다.
몸의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여서 제가 먼저 중국으로 들어오고 혼자 남아서
열심히 기초체조를 하기는 했다는데 상체는 거의 움직이지를 못하고
하체운동만 열심히 했다고 하는 윤진 씨.
우선 숏게임은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군용담요퍼팅게임은 나름 열심히 했는지 포켓 볼을 많이 해 봤다는 경험 때문인지
퍼팅은 쉽게 배웠습니다.
초보자들이 머리 올리러 나가서 카운팅이 안 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퍼팅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사실 퍼팅은 2시간 정도만 연습하면
왠만큼은 할 수 있습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연습이어야 하기에
다음에는 칩핑을 했습니다.
기본 자세는 실내연습에서 어느 정도 잡아놓았기에
바로 거리감 훈련을 했는데 잘 따라 하더라구요.
나중에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촬영을 하는 조이사님은 카메라에 습기 들어갈 까봐 신경이 곤두서 있고
윤진 씨의 몸은 굳어오고 숏게임을 연습하기에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숏게임 연습은 엄두도 못 내고 머리를 올려야 하는데
내심 기대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바램도 있었는데
그 좋은 시설에서 그만큼밖에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서 조금 쉬었다가 드라이빙레인지로 이동을 했습니다.
50야드 전후의 높이 던지기를 연습시켜야 하는데
골프스카이의 스텝과 저 그리고 윤진 씨
풀 스윙은 아니지만 50야드를 넘어가면 벌써 몸을 상당히 써야 하기에
연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로 눈치를 봅니다.
이때 용기 있는 윤진 씨가 결단을 내립니다. 한번 해보겠다고.
이것은 연습장에서도 해보지 않은 샷이었기에 먼저 설명을 하고
30야드에서부터 50야드 70야드까지 실습을 해봤습니다.
통증을 견디면서 윤진 씨도 잘 따라 해 주었고 결과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내일의 머리 올리기를 위해서 풀 스윙도 해 보고 싶었는데
혹시 연습을 하다가 그나마 추슬러온 몸 상태를 망칠까봐 아쉬움을 접고
첫날의 연습을 마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드디어 결전의 날
걱정스런 마음에 아침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클럽하우스에 일찍 도착해서
골프스카이의 스텝과 윤진 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1시 티오프 타임을 잡아놓았는데
9시에는 도착을 해서 2시간 정도는 몸을 풀고 숏게임도 다시 연습을 하고
공이 날아가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풀 스윙도 익혀야 하는데
10시나 되어서 집합이 됩니다.
워밍업으로 1시간은 어제의 공부를 복습하고
드디어 드라이빙레인지에서의 연습이 시작됩니다.
티타임은 오후 마지막 시간으로 미뤄 놓았습니다.
샷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모두가 마음을 졸입니다.
“통증이 커져서 촬영을 할 수 없다면 그것도 그대로 독자들에게 알리자
진실이 중요하다”는 골스 747기장님의 확실한 원칙이 살아있었기에
운명에 맡기고 풀 스윙을 조금 더 진도를 나가봅니다.
아이언은 그런대로 쓸만한 샷이 나오는데
드라이버를 휘두를 때는 헤드의 무게가 커지게 되고,
그러면 몸의 보호기제가 작동을 해서 팔을 뻗어주지를 못합니다.
티 타임을 더 뒤고 밀고 휴식을 취하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드라이버를 가다듬어 보지만
좀처럼 만족스런 상태가 만들어지지를 않습니다.
연습중단.
드라이버가 안되면 아이언 티 샷이라도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접고
마지막으로 벙커샷을 연습시킵니다.
안 그래도 벙커가 많은 골프장이어서 벙커를 연습하지 않고서는
카운트 자체가 안될 것이어서...
시간이 극히 촉박함에도 불구, 10분간 벙커샷을 연습시킵니다.
멀리 중국까지 와서 머리를 올리는데
좋은 연습환경이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머리 속으로 그리던 연습상황은 전혀 연출이 안되고
티 타임을 다가오고 있고...
골스 기장님은 진실이 중요하다고 있는 그대로 가자고 버티고 계시고
하루만 더 연습을 하면 정말 멋진 첫 라운드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귀국 비행기시간을 오후나 다음날로 미루는 것도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하고
점심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떠 밀리듯 첫 티 박스로 갑니다.
윤진 씨는 처음 보는 골프장에 마음을 빼앗겨서 여고생처럼 들떠있고
지금 이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눈치채고 있질 못합니다.
오히려 제가 처음머리를 올리는 사람처럼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촬영을 하는 조이사님과 스카이 사장님 그리고 저
모두가 긴장된 상황에서 747 기장님이 첫 샷을 날립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 불과 70미터를 날아가다 말고 공이 숲으로 사라집니다.
어깨의 통증으로 몇 개월 만에 골프클럽을 잡아본다는 기장님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저로서는 오늘의 주인공인 윤진 씨가 마음 편히 샷을 할 수 있는 오늘의 길조로
여겨졌습니다.
■ 드디어...윤진 씨의 티 샷
50미터!
한번도 헛스윙을 하지 않고
어찌되었건 공을 맞춰서 앞으로 나갔다는 사실에 모두가 고무됩니다.
그 때부터 50미터씩을 잘라가는 샷이 계속되고
결국 5타 만에 그린근처까지 갑니다.
타수는 세면서 왔지만 어떻게 그린 근처까지 왔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안도의 한숨.
그린 주변에서의 샷은 어느 정도 연습이 되었기에 여기서 올리면 6온
3퍼팅을 하더라도 9타로 마감된다는 안도감으로 방심하는 순간
칩핑이 생크가 나고 결국 공은 한길이 넘는 벙커로 굴러들어가고 맙니다.
싱글 플레이어나 프로가 들어가더라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벙커
그 벙커에 윤진 씨와 제가 섰습니다.
보통의 머리 올리기 같았으면
첫 홀에서 그런 상황을 닥치면 당연 빼놓고 치라고 했겠지요
그런데... 있는 그대로 가자..는 원칙을 첫 홀부터 파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벙커샷을 연습하기는 했기에..편한 마음으로 한번 해보라고 했지요.
첫 샷 쪼로록 모래에 클럽이 무겁게 박히면서 50센티 앞으로 나아갑니다
더 심각한 상황.
두 번 째 샷
떠서 가기는 했지만 언덕을 넘기에는 헤드 스피드가 턱없이 부족
“아 오늘 여기서 촬영이 끝나나 보다.”
뒤를 보니 우리 뒤에는 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멀리서 티 샷을 하는 1팀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도 우릴 쫓기 시작합니다.
조금 시간을 두고 윤진 씨에게 뭔가 설명을 하고
(사실 뭐라 설명을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편한 마음으로 소리를 크게 내라 뭐 이런 내용이었겠지요
그런데 말을 하면서도 이게 도대체 편하게 마음이 먹어지는 상황이냐?
내 자신에게도 한심스런 말을 하고 있었겠지요)
벙커에서의 세번째 샷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세번째 샷이 그 높은 벙커의 상단 바람만 심하게 불어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모습으로 러프에 걸린 겁니다.
얼른 올라가서 다음 샷을 준비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스텐스
잘못 건드리면 다시 굴러서 벙커로 굴러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
윤진 씨가 잘 걷어서 그린으로 올리고
경황이 없는 중에 3퍼팅.
결국 첫 홀을 13타 만에 끝냅니다.
그 나머지 홀들은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을 했고 스코어 카드를 꼼꼼히 기록했으니 보시면 됩니다.
몇 가지 상황만 정리해서 말씀 드리자면..
공을 맞추지도 못하는 상황은 거의 없었다는 점
어떤 샷을 하더라도 유효한 샷이 되어서 적어도 50미터 이상씩은 갔다는 점
그리고 가끔 굿샷이 나오면 3타 만에도 그린 주변으로 가고
숏 홀에서는 1온이 돼서 파 찬스를 맞이하기도 했다는 점
워터헤저드가 많이 있었는데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점
한 홀 한 홀을 지날수록 윤진 씨도 저도 안정감을 찾아서
정말 그림 같은 샷도 볼 수 있었다는 점.
■ 결국 ..134타로 마감을 했습니다.
일반적인 머리 올리기와 달랐던 점은
거의 2인 플레이를 했다는 것과
해가 떨어지고 있었던 관계로 마지막 몇 홀은 혼자서 플레이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말 아쉬웠던 점은 윤진 씨의 몸의 컨디션이었습니다.
풀 스윙 쪽을 훨씬 더 가다듬어서 첫 필드에 설 수도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연습상황보다도 훨씬 좋은 조건이었는데 ㅜㅜ
풀 스윙이 안정이 안돼서 경사면 샷을 전혀 연습 시킬 수 없었던 점도 안타까웠습니다.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
한국의 골퍼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스윙의 완성도에 너무 집착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또 미스 샷이 나서 비록 50미터 70미터를 가더라도
바른 전략으로 홀을 공략해가면 얼마든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처음 골프장을 가더라도 퍼팅과 칩핑 등 숏게임을 더 많이 연습하고 가야
일단 스코어가 카운트가 된다는 점,
골프가 운동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고 몰입의 경지가 더 어려운 것이라는 점
윤진 씨가 운동적으로 뛰어난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의 레슨이 특별하고 훌륭해서도 아니고
그저 바르게 이해하고 접근하면 골프는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것,
이런 것들이 함께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골프의 참여장벽이 낮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