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초교 졸업 50주년 모임을 다녀와서
황희연 (신기, 대덕초등학교 37회)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010-8845-2494
졸업 50년 후 만남
1963년 말 졸업을 두 달 앞두고 서울로 간 나는 긴 시간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고향 대덕과 모교 대덕초등학교, 나의 초년시절을 영글게 해주었던 선생님들이 늘 마음 한자리를 점하고 있었지만, 현실 앞에서 단순히 그리운 대상으로 머물러 있었다. 고향과 모교를 위해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선생님 한 번 찾아뵙지 않은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두 달여 전에 재길, 웅기, 영숙이 등으로부터 초등학교 졸업 50주년을 맞아 11월 1일 모교방문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행사일이 기다려졌고 모든 다른 일에 우선하여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 것은 이 때문인가 싶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를 지도해주셨던 선생님 몇 분을 모신다는 계획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고 행사 일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드디어 11월 1일이 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가 나 때문에 일부 돌아 청원IC를 들려준다고 하여,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마음으로 버스 도착을 기다렸다. 교통체증으로 버스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환대를 받으면서 버스에 올랐다. 금방 알아보기 어려운 얼굴도 있었지만 모두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학교 동창만이 느낄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체험한 순간이기도 하다.
버스 안에서 있었던 신고식은 초등하교 시절 짝사랑(?) 고백(당사가 차안에 있어 다소 쑥스러웠지만)으로부터 시작하여, 순자를 포함한 여성 동무 9인회가 흥겹게 놀고 있던 뒷자리로 불려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약간의 당황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활달한 여인들의 모습에서 긴 세월의 흐름이 배어났다.
이렇게 50년 만의 친구들 만남은 이루어졌다.
어느새 우리를 태운 버스는 광주에 도착했다. 이낙섭 선생님, 주태성 선생님, 강동기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 선생님과 강 선생님과는 50년 11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세분 선생님 모두 건강하고, 다시 인사라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거기에서 원봉, 인숙이를 만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버스는 계속 달려 대덕초등학교 앞에 다다랐다. 성인이를 비롯하여 고향을 지키고 있는 동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뜻 얼굴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냥 반갑게 서로를 맞이했다. 멀리 포항에서 온 현철, 윤종이와의 반가운 만남도 함께 하였다.
初老의 재롱
이번 모임에 참여하면서 꼭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형같이 느껴졌던 태순이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 50년 만에 본 얼굴이 밝고 맑게 느껴져 기뻤고 아들들이 모두 교육을 잘 받아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마음 뿌듯했다. 저녁 식사 후에 간 노래방에서 사제 간 하나가 되어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5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은 부서졌고 모두가 가수가 된 분위기였다. 그중에서도 주태성 선생님의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가 압권이었다. 사랑하기에 딱 좋은 나이가 80세라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여흥은 숙소로 돌아와서도 이어졌다. 생음악에 생 박수 생 춤... 첫 번째 노래를 요청 받은 정희의 반복된 푸념 ‘이러면 까깝하지!’가 다음날까지 유행어가 되었는데 정작 자신은 기억조차 못한다고 하니... 이사람 저사람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세월의 긴 간격을 넘어 모두가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 동학이라는 점이 준 특권이 아닐까.
장흥에서 대덕팀, 포항팀과의, 광주에서 세분 선생님, 광주팀과도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수복이의 노랫가락을 곁들인 재롱(?) 등에 취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내려야 할 청원IC에 도착하였다. 또 한 번의 작별인사를 나눈 후 뿌듯함과 허전한 마음의 교차 속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만남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수반한다고 하지만 워낙 오랜만의 만남이어서인지 해어짐의 여운이 유난히 오래갔다. 꽉꽉 쥐라고 모두에게 준 인숙이의 선물도 한 몫을 한 것 같고.
다 같이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는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서 살아갈 나이이다. 앞으로 종종 얼굴이라도 보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동무들이 다음 모임을 주선하겠다고 한다. 주선은 누가하든 모두가 분담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모교 대덕초등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곁들이면 더욱 좋겠고...
이번 모임을 제안한 상구,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은 웅기, 재민, 영숙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현철, 정희, 준식, 문옥이를 비롯한 여러 동무들의 애정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글을 쓰게 한 수복이의 천관지에 대한 사랑의 마음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初老에 유년 시절 동학들이 모여 은사님을 모시고 하루 저녁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환경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 남은 인생을 힘차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