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쟁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 들던 전쟁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던 전쟁 영화들 대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주제에 중요성이 있어서 언급할 만한 것 같은 것은 내가 병사로서 2003년에 이라크로, 2001년에 코소보로 배치되었다는 것이다. 전쟁이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겪은 사람이 존재하긴 하는데, 나는 전쟁과 관련된 경험을 충분히 겪어서 전쟁 영화를 비판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전쟁 영화에서 그려진 무기 또는 전술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이 틀릴 때가 많으니까 수많은 군인과 퇴역 군인이 그런 내용을 비판하는데, 나는 관심이 하나도 없어서 여기서 그런 내용을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용보다 전쟁 영화가 인간 사회에서 충족시키는 작용에 관심이 더 많다. 무슨 작용이냐고 한다면, 내 생각에 전쟁 영화는 어떤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전쟁을 위해 심리적으로 준비시키는 데 어느 설명하기가 여려운 역할을 맡게 되는 것 같다. 또, 내 생각에 전쟁에 참여할 타당한 이유가 발생하기 꽤 오래 전에 어떤 사회는 전쟁에 참여할지 안 할지에 결정하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은 벌써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 다음에 전쟁에 참여할 핑계거리를 찾아볼 때가 많은 것 같다. 내 생각에 어느 한 종류의 전쟁 영화가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 그런 영화를 즐겁게 시청하는 사회는 국제적인 사건 한 건으로만 어떤 새 전쟁과 갈려져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이런 견해를 드러낼 때 미국 사람의 시점에서만 이야기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 이 현상이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긴 한다.
그런데 나는 199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시절에 전쟁 영화는 미국에서 인기를 많이 끌고 있던 것 같다. 그때 나에게 인상을 깊이 주던 어느 한 영화는 1997년에 개봉된 ‘스타십 트루퍼스’라는 것이었다. 영화를 본 몇년 후 그 영화의 원자료가 되어주던 장편소설을 읽어봤지만, 뭔가 군사주의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었으니까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한편에 영화에는 장편소설에 담겨져 있는 군사주의에 겨누어져 있는 풍자가 많이 담겨져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인간 병사가 외계 행성에서 커다란 곤충과 싸우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인간들은 소행성으로 파괴된 대도시를 들어 외계 곤충의 탓이라고 말하지만, 물론,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줄 잘 모르는 곤충이 소행성을 무기로 이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런데도 지구의 정부는 쓸모가 없는 방탄복을 입으며 거의 효력이 없는 소총을 가지는 병사를 곤총들의 행성에 배치하고, 병사들은 대량으로 곤충들에게 죽여진다.
그러나 나에게 특히 인상을 준 장면은 전쟁터에서 벌여지는 장면이 아니라, 영화 속의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여지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는 학생들이 외계에서 온 커다란 풍댕이를 해부하고 있고 교사가 풍댕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는데, 교사는 풍댕이에 대해서 “이 곤충은 우리 눈에 원시적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수많은 측면에서 우리보다 우수하다. 자아도 없고, 사망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집단의 복지만 생각한다. 이러듯이 이 곤충은 완벽한 시민이다.”라고 말한다. 교실에서 벌여지는 어느 다른 장면에서는 교사는 폭행이 역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맡게 되던 중요한 역할을 설명하는데, 이 장면들을 고려할 때,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회가 무슨 사고방식에 잡혀 있는지 의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 교실에서의 장면들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병사로서 외계 행성으로 배치되어서 커다란 곤충에 죽여지는 똑같은 자들이다.
어쨌든, 1990년대 후반에 인기를 끌던 전쟁 영화들 중에서는 1998년에 개봉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을 그리던 영화가 많은 편이다. 특히 그 전쟁을 그리는 영화들의 중요성은 미국인들 대부분이 그 전쟁에서 미국이 맡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품는 것 같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 미국인이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 시작할 때 전쟁에 대한 생각에 대체적으로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언급할 만한 것 같은 또다른 것은 내가 2000년에 기초군사훈련을 첮 번째로 겪었을 때, 나를 비롯해 우리 소대에 들어있는 훈련병들이 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시청하게 되기도 했다. 훈련 교관들은 그 영화를 훈련병을 위해 자주 상영해준다고 설명했다. 몇년 지났어야만 나는 그 훈련 교관들이 특히 그 영화를 상영해주던 가능한 이유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또, 1997년에 ‘스타십 트루퍼스’라는 영화를 처음으로 시청한 당시에 나는 영화감독이 드러내려고 하던 진짜의 교훈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신나는 에스에프 영화뿐으로 봤다. 그러듯이 나도 비유적인 ‘곤충’들 중의 하나이었는가 본다.
첫댓글 전쟁영화가 전쟁에 익숙해지는 표현일 수 있겠네요.
아니 전쟁같은 생활의 표현인 거 네요.
스타쉽 트루퍼스를 재미있게 봤었네요. 처음에는 단순한 외계곤충과 인간과의 전쟁으로만 생각하다가 거기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감정곡선을 따라가는데 만족했엇는데 이면지님이 영화감독의 의도까지 잡아 내다니 매우 놀랍습니다. 다시 생각하보니 그러한 감독의 편집의도를 조금이나 알수 있게 됬네요. 나 또한 한마리 '곤충'에 불과 한가 보네요^^
이라크와 코소보!!!라니, 이면지 님은 현대사의 최고의 격전지들에 계셨네요.
나중에 그런 경험을 글로 쓰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쟁을 가까이서라도 본 적이 없는 나는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를 보게 되면 각성이 되는 것 같아요.
저런 일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데, 안일하게 아무렇게나 살지 말고 참 진실하게 잘 살아야겠다라는 각성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