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딸부자집>
먼저 주요리보다 지리산 산채가 더 눈에 띈다. 이렇게 강한 토속향이 날 수가 있는가. 재배를 해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식사가 끝난 뒤에도 뒤끝으로 남아 끈질기게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아, 지리산 자락에 왔다. 어탕국수가 지방색을 강하게 보인다.
1.식당대강
상호 ; 딸부자집
주소 : 경남 함양군 서상면 서상로 279-1
전화 : 055-963-0290
주요음식 : 어탕, 흑돼지
2. 먹은날 : 2023.10.15.점심
먹은음식 ; 어탕국수 9,000원, 흑돼지볶음 30,000원
3. 맛보기
주인 아저씨가 적극 권유하여 어탕국수를 먹었다. 흑돼지에 집반찬이면 충분할 거 같았는데, 어탕국수가 자기집 유명음식이라며 권유하는 품새가 신뢰가 가보여 주무했는데, 안 먹었으면 큰일났을 뻔. 돼지고기볶음은 그만그만한데, 어탕국수는 완전 전문가 솜씨다. 거기다 투박한 시골음식, 손맛 반찬들을 곁들이니 부러울 것이 없다.
이만한 식당에 왜 손님들이 없지? 그것은 외식에 익숙하지 않은 경상도 풍습 덕분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전라도 음식에 밀리는 이유가 음식 자체에도 있지만, 이런 사회적인 측면도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음식을 즐기는 음식에 관한 태도가 맛있는 음식이면 적극적으로 먹으러 다니는 사회문화를 만들어내어 상업음식의 발달로 이어졌는데,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은 데다가 유교적 색채가 강한 경상도는 음식의 절식을 우선시하여, 음식 즐기는 것을 삼가는 문화가 상업음식을 키워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음식은 대강 때우는 것, 음식 타령은 품위없는 것으로 여기다 보니, 밥은 집에서 대충 먹고, 밖에서는 고담준론에만 집중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속에서는 상업음식은 물론이고 집음식도 발달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이곳은 시골이다. 경제적 순환이 활발한 곳이 아니니, 마을 주민이 식당에 가서 밥 먹을 일이 더 많지 않다. 외지인이 자주 찾아야 하는데 코로나 끝에 외지인 이동이 아직 원상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지리산 등반하는 사람들이 들르는 길목인데, 이직 회복되지 않아 주변의 식당들도 많이 문을 닫았다.
이런 음식이면 조금 더 널리 알려지고 그런 음식을 만드는 분들이 더 대접받으며 편안하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쓴다.
어탕국수. 나무랄 데 없는 맛이다. 국물맛도 깊고 개운하다. 국수도 적당하게 삶아져 쫄깃하면서도 국물 맛을 잘 머금고 있다. 제피맛이 살짝 느껴져 어탕의 비린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어탕은 지역마다 다르다. 걸죽하게 국물에 죽을 끓여주기도 하고, 수제비를 넣어주도 하고, 탕만 나오고 밥은 따로 내오기도 한다. 여기서는 국수를 말아내오고, 밥을 더 시켜서 국수 먹고 안 뒤에 국물에 말아먹을 것을 권한다.
지역의 특성인지, 식당의 특성인지 알기 어렵다. 아마도 후자인 듯하다. 하여튼 맛있는 어탕국수다.
가격에 비해서는 양이 좀 섭섭하지만 맛은 좋다. 너무 달지도 않고 고기도 잘깃하여 식감도 좋다. 어탕을 하는 솜씨면 다른 음식도 신뢰가 된다.
이건 가죽잎장아찌인가. 이 또한 향이 좋다. 모두 재배 채소가 아닌 자연 채취 재료를 쓴다는 것을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시골에 와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짜지 않아서 장아찌에서도 고유 식재료 맛이 잘 살아난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나물이란다. 향이 매우 강하다. 재배 소채에서는 접할 수 없는 향기이다. 지리산 근처 사는 분들의 특권이다. 나물 이름은 사장님도 모르신단다. 숙제로 남는다.
향이 압도해서 코도 혀도 감동으로 마비될 지경이다. 나물장아찌, 한입에 음식 품평을 잊는다. 사실 이처럼 산나물을 많이 먹는 나라도 없다. 울릉도에 가면 나물 천국이다. 온갖 나물을 무쳐먹고 저려 장아찌로 먹는다.
이처럼 산나물을 먹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거 같다. 네팔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나물을 먹는다고 하나 우리처럼 이렇게 광범위하게 먹지는 않는 거 같다. 베트남에서는 고사리를 먹는다 한다.
한국 음식이 좋은 이유는 아주 많지만 그중 객관적인 이유는 지형과 계절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형 면에서는 산, 들, 바다, 강, 갯벌 등, 사막 외에는 다 나타나고 있어 생물의 종이 다양한데, 그것은 식재료의 다양성으로 이어져서
양파장아찌. 비트를 넣어 화려한 색상을 만들었다. 맛도 어지간하다. 약간 달고 새콤하다. 아삭거러 양파장아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잘 살리고 있다.
반찬이 주로 장아찌류이다. 서울에서는 탕을 시키면 이런 다양한 찬이 제공되지 않는데, 다양한 찬을 토속적인 분위기를 즐기며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벽이 여러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딸부자집, 네 따님의 사진도 있다. 초상권이 살짝 걱정도 되는데, 아마 가족 모두가 식당 영업에 집중하기로 한 거 같다.
식당 이름에서는 보통 할머니를 내세워 솜씨와 전통과 토속성을 자랑하는데, 이곳은 젊고 예쁜 딸들을 내세우고 있다. 발랄한 따님들을 내세워 노리는 효과가 무엇인가. 아마도 맛에 민감한 여성성을 내세우는 게 아닐까. 여러 딸들을 키우며 음식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런 관심을 딸들과 공유하다보니 음식에 특화된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인가. 딸 여럿 키우는 부모의 음식 능력인가? 하여튼 아들부잣집보다 신뢰가 가는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부자집의 표준어는 부잣집이다.
아래는 식당근처 서상읍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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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맛집 소개 감사합니다
어탕이 유명한 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 식당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된 곳 같지는 않았습니다. 산채를 직접 채취하여 만들어주는 찬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