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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 1
씬 1. 만세고, 체육관
만세고등학교 체육관. 선수들의 땀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오래된 도장.
희미한 오후 햇살이 체육관 마룻바닥 위에 나른하게 번져있다.
햇살을 받아 부유하는 먼지들 틈으로 보이는 만세고등학교 태권도부의 역사를 상징하는 트로피와 우승 상패들.
40여 년간 우승을 휩쓸던 만세고 태권도부의 위상이 드러난다.
92년 우승. 93년 준우승. 94년 4위의 상패를 끝으로, 텅 비어 있는 진열장…….
찬란했던 태권도부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주욱 이어지다가 뚝 멈춰선 것도 1994년이다.
왠지 을씨년스러운 체육관의 텅 빈 실내.
우울하게 떠오르는 자막 2004년 현재,
그와 동시에, 적막을 깨고 드러나는 타이틀.
돌려차기!!
씬 2. 학교 복도. 낮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음을 배경으로, <고장>이라는 글귀가 크게 보이는가 싶더니 불쑥 손이 들어와서 종이를 훽 찢어낸다.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쫙 찢어지는 청테잎,
자판기 동전 반환구 안쪽에 청테잎을 붙이는 손.
CUT TO
자판기 앞에 서 있는 학생,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지만 묵묵부답인 자판기.
동전 반환기 버튼을 꾹꾹 신경질적으로 누르는 손. 여전히 과묵한 자판기.
‘아, 뭐야.’신경질 내며 자판기를 치고 가는 학생.
동전 반환기 버튼을 부서져라 눌러대는 학생2. 자판기를 발로 까는 학생2.
이와 같은 상황 빠르게 반복.
CUT TO
자판기 동전 투입구에 돈을 넣는 손. 작은 키에 바싹 마른 외모의 정대다.
힐끔 주위를 살피다 아무도 없자, 배시시 웃으며 쪼그리고 앉는 정대.
동전 반환구에 손을 집어넣는 찰라, 뒤통수를 후려치는 매서운 손.
정대: 아 씨바, 누구야!
머리를 감싸 쥐고, 휙 사납게 돌아보는 정대.
바로 뒤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용객. 통~ 하며 떨어지는 동전 소리…….
용객: (손끝으로 동전을 튕기며) 고만 좀 해라. 이게 뭐냐?
정대: 서로 얼굴 붉히면서 삥 뜯을 필요 없다 이거야. 얼마나 좋아?
하며, 개의치 않고 반환구 안쪽에 붙인 테이프를 뜯으려 낑낑거리는 정대.
용객, 못 말린다는 듯 정대의 머리를 툭 치고는 일어선다.
테이프가 잘 뜯어지지 않아 애를 먹는 정대.
그때 정대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정대: (잽싸게 플립을 열고) 어, 미애?
테이프를 뜯다 말고, 속닥거리며 구석으로 피하는 정대.
정대: 벌써 나왔어? 난 아직 학굔데.
어울리지 않게 애교스런 통화를 하는 정대를 보며 피식 웃는 용객.
그때, 땡그랑~ 동전 떨어지는 소리. 쳐다보는 용객.
또르르 굴러가는 동전을 자기도 모르게 발로 쿡 밟는다. 씨익 웃는 용객.
용객의 미소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툭 툭~ 더 떨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하는 동전들.
용객: (당황해서) 어……. 어……. 야, 신정대!!
정대: (OFF) 아이, 어떡해, 그럼……. 대충 시간 때우고 이따 풀바에서 봐. 응?
잭팟이 터진 듯이 반환구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동전들.
용객, 할 수 없이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동전들을 끌어 모은다.
그때, 휴게실 저편에 걸어오는 예쁜 얼굴의 여학생, 수빈.
바닥에 구르는 동전을 끌어 모으는 용객이 보인다.
용객도 엉거주춤 동전을 끌어 모은 채로 수빈과 눈이 마주친다.
뭔가 변명하고 싶어 입을 벙긋거리려는데, 싸늘하게 용객을 외면하고 가는 수빈.
맥 빠진 얼굴로, 끌어 모은 동전을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서며 발로 툭 찬다.
떼구르르르르 굴러가는 동전더미들. ‘아씨, 왜 그래!’소리치는 정대의 외침.
그 위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우렁찬 기합소리.
씬 3. 체육관 / 오후
도복차림의 태권도부원들 나란히 줄지어 서 있다.
작은 키의 살찐 녀석(성완) 양 손에 타깃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맨 앞줄의 녀석 달려와 성완의 타깃을 발로 차며 전진한다.
능숙한 솜씨로 정확하게 녀석의 발차기를 타깃으로 받아주는 성완.
이어 다음 녀석이 발차기를 하고 차례차례로 돌아가며 성완의 타깃을 찬다.
그러나 쇠락한 태권도부의 현실을 말해주듯 하나같이 어설프고 힘이 없는 동작들.
하지만 맨 마지막 한 녀석의 움직임만은 힘차고 다부져 보인다.
단단한 체구에 귀티 나게 생긴 한 녀석……. 태권도부 주장 민규다.
민규의 매서운 나래차기에 성완의 타깃이 점점 뒤로 밀린다.
급기야 쥐고 있던 타깃을 놓치고 마는 성완.
이에 스탭이 엉켜 주춤하며 발차기를 멈추는 민규, 짜증스런 표정.
만세관 입구에는 언제부턴가 수빈이 서서 민규를 보고 있다.
튕겨져 나간 타깃을 허겁지겁 주워들고 어쩔 줄 모르는 성완, 돌아보면…….
차가운 눈빛으로 훈련을 지켜보고 서 있는 태권도부 고감독.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호각을 부는 고감독.
이에 와르르 달려와 대열을 맞추어 서는 태권도 부원들.
그 중 성완이 제자리를 못 찾고 우왕좌왕 허둥댄다.
고 감독: (성완을 보며) 장성완이 너 임마, 이리 나와!
성완이 겁에 질린 듯 쭈삣거리며 앞으로 나가면, 다짜고짜 성완의 가슴을 발로 차는 고감독. 바닥에 나뒹구는 성완.
고 감독: 줄도 하나 제대로 못 서, 새끼야? (노려보며) 들어가!!
버둥거리며 일어나 제자리로 들어가는 성완.
매서운 눈초리로 대열을 훑어보는 고감독, 바짝 얼어붙는 부원들.
고 감독: 이 따위로 하려거든 다 때려치워. 니들 같이 정신상태가 썩어빠진 것들이 도대체 뭘 한다는 거야, 엉!! (경멸에 찬 눈빛) 여기서 이 민규 빼고는 죄다 쓰레기야.
이 민규: (답답한 듯 시선을 떨군다) …….
부원들: (떨떠름한 표정) …….
고 감독: 왜? 기분 나빠? 도대체 니들 믿는 게 뭐야? 대학은 안가? 니들 머리로 공부해서 대학이나 갈 수 있을 것 같아? 니들이 인간대접 받으려면, 이제 이것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할 것 아냐!! 이번 전국 단체대항전, 무조건 이겨서 4강에 들어가. 너희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이게 마지막이다, 이상.
민규의 구령에 맞추어 경례를 하는 부원들.
고감독이 체육관을 나가면 빡빡머리의 부원(일태) 검은 띠를 확 풀어제끼며…….
일태: (민규에게 들으라는 듯) 아, 젠장, 인생 엿 같네. (애들을 보며) 야, 우리 미천한 쓰레기들끼리 단합대회라도 한번 하다. 엉?
일태, 씩씩대며 나가고……. 나머지 부원들도 민규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나간다.
민규와 성완만 그 자리에 남아있고, 부원들은 나가버린다.
수빈: (성완에게 다가오며) 괜찮아?
성완: 으……. 응, 난 괜찮은데……. (민규를 보며) 미안하다, 주장. 번번이 나 때문에…….
민규: (쳐다보지 않고) 너, 미트질 하루 이틀 해?
성완: 미……. 안해,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민규: (말 자르며) 제발, 똑. 바. 로 좀 하자.
성완: (민망한 듯 고개를 떨어뜨린다) …….
싸늘하게 돌아서 가는 민규.
어쩔 줄 몰라 하는 성완의 옆에서 수빈, 걱정스럽게 민규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씬 4. 학교인근 술집 . 밤
허름한 치킨집 안.
몇몇 불량해 보이는 학생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고, 한켠엔 작은 체구에 야무져 보이는 여학생(미애) 앉아있다.
무료한 듯 시계를 보는 미애.
이때 거칠게 문이 열리며 우르르 들어오는 만세고 태권도 부원들.
순간 학생들의 시선이 부원들에게 모인다.
빡빡머리의 일태가 인상을 팍 쓰자 찔끔하는 학생들.
서로 눈치를 보다 슬금슬금 도망치는 분위기인데…….
부원들을 흘깃 쳐다보곤 다시 시계를 보는 미애. 태연한 표정이다.
CUT TO
술이 오자 마시면서 투덜대는 일태.
일태: 대학 까짓 거 안가면 그만이라고, 씨바. 내가 왜 그 딴 새끼랑 비교당하면서 인격모독을 당해야 하냐고, 내말은!!!
경한: 명백히 명예훼손이지. 확 고소장 들이밀어 뿔라!
부원들: (다 같이 수긍하는 듯 웅성거린다)
일태: 그나저나 쓰레기들이 무슨 수로 4강엘 들어가냐고요…….
경한: (한 쪽을 보며) 뭘 봐? 이 씨…….
부원들 일제히 경한의 시선을 따라가면 미애가 피식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경한: (미애에게) 아가, 너 지금 웃었냐?
미애: 시비 걸지 말고, 조용히 술 마시다 가.
일태: (픽 웃더니만) 하, 이 년, 싸가지가 바가지구만.
미애: 어쭈, 말 귀엽게 하는데?
일태: (벙쪄서) 안 그래도 기분 좆같구먼, 성질 건드리지 마라.
미애: 오바하지마, 그냥 마시던 술이나 마셔, 응?
하! 기가 막혀서 서로를 보던 부원들, 일어나려는데 일태가 제지하며
일태: 야이 씨발 년아, 너 죽을래?! 확 찢어버릴까보다.
미애: (픽 웃는다) 꼴에 너두 달렸다 이거니?
일태: 어, 그래 칼 좀 씹고 다니나 본데 너 오늘 사람 잘 못 건드렸어.
일태, 호프 잔을 들어 미애 머리 쪽 벽으로 던지면 산산조각이 난다.
아악! 하고 전화기를 들고 안쪽으로 도망가는 주인여자.
미애: (태연하게) 안주도 던져야지?
일태: 이런 썅…….
일태, 거칠게 미애에게 다가서는데 미애, 벌떡 일어난다.
일태, 움찔해서 서는데 미애, 생글거리며 일태를 보며
미애: 어떡하지? 내가 지금 약속이 있거든. 나중에 또 놀아줄게. 괜찮지?
미애, 휭 나가면, 일태, 황당한 얼굴로 보며
일태: 야! 야이 시발 년아 거기 안 서!
미애는 나가버리고……. 일태는 씩씩거리며 서있고, 나머지 부원들은 재밌다 는 듯 보며 시시덕거린다.
씬 5. 버스 안 . 밤
하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버스 안, 아이들 저마다 재잘거리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 서면 술이 제법 취한 용객, 정대, 미애가 올라온다.
그 뒤로 날카로운 인상에 우람한 체구의 아이가 올라오는데, 혁수다. 그리고 용객과 일행인 듯한 나머지 양아치들 네 명이 더 올라온다.
버스 안의 아이들은 바짝 긴장해서 용객과 양아치들 눈치 보기에 바쁘다.
정대, 아이들 사이를 지나 뒤로 가면서
정대: 에이- 씨- 왜 이리 복잡해 (앉아 있는 녀석 정대에게 자리를 양보하려하자) 됐다, 쨔샤, 앉아
정대, 가방을 뒤지더니 청테이프를 꺼내어 쭉 펼치고서 버스 하차문 쯤 바닥에다 줄을 긋듯 단단히 붙인다.
정대: (버스 안 아이들을 보고) 야! 야! 이 선 넘어오는 새끼들은 죽을 줄 알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쪽에 있던 아이들 모두 앞쪽으로 확 밀려간다.
용객, 정대 등 양아치들은 뒷자리에 널널하게 자리를 잡는데……. 그러는 사이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선다.
승차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올라오는데……. 술 취한 만세고 태권도부들이다.
미애 일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용객과 정대에게 생글거리며 뭐라 얘기해준다.
일태, 뒤로 오다가 용객을 보고는 멈칫하더니 바닥을 보면, 그어진 줄이 보인다.
일태, 용객에게 씩- 웃어주고는 줄을 넘으려는데……. 용객이 나직하게 말한다.
용객: 넘어오지 말지?
일태: (멈칫하다가) 에이- 홍용객, 왜 그래?
일태, 용객에게 어색하게 웃어주고는 다시 줄을 넘으려는데
용객: 넘어오지 말라고 했다
일태: (쪽 팔린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이- 씨-
하는데, 뒤에 있던 경한이 몽롱한 눈으로 미애를 발견하고
경한: 어? 아씨 저거 그 씨발년, 맞지?
하며 경한이 앞으로 나오다가 일태를 툭 밀친다.
순간, 일태의 발이 허무하게 줄밖으로 툭 나간다.
일태, 어이없는 표정으로 경한을 보고……. 용객에게 시선 돌리는데, 바로 눈앞에 와있는 용객의 발! 퍽! 맞고 나가떨어지는 일태.
용객의 발차기와 어느 여학생의 비명소리와 함께 일대 난투극이 시작된다.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 운전석 주위로 확 몰려들면서 두려움에 떤다.
나머지 공간에서는 용객일당 양아치들과 태권도부들이 엉겨 붙어서 싸우고 있다.
태권도 팀, 발차기를 구사하며 붕붕 나는 놈도 있고 역시 배운 놈다운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그것도 잠시, 일단 양아치들에게 잡히자 막 싸움으로 치고 찍고 하는 통에 전세는 변하기 시작한다.
앞쪽에 몰려있는 보통아이들은 운전석 주위에 엉겨 붙거나 앞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용객, 단연 발군의 발차기로 거의 날듯이 태권도 팀들을 쳐부수고 정대는 쓰러진 태권도 팀을 지근지근 밟고 있다.
혁수, 태권도 팀 한 놈을 잡고 차창에다 밀어붙이는데…….
이 와중에 미애만이 조용히 뒷좌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시가지를 달리는 버스, 버스 안에서는 일대 활극이 벌어지고 있고…….
거리를 가는 행인들은 너무나 평온한데…….
버스 유리창, 뻑! 부서지면서 태권도 팀과 혁수의 상체가 밖으로 튀어나온다.
지나가던 여자,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하며 비명 지르고…….
이윽고 다리 위를 비틀거리며 질주하는 버스.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유리창을 통해 선연하게 보인다.
일방적으로 박살이 나고 있는 태권도부들의 모습.
밤하늘 달빛 아래로 다리 위를 달리는 버스의 모습 부감으로 보여지고 그 위로 태권도부원들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진다.
씬 6. 경찰서 앞마당. 밤
버스가 털털거리며 들어오고, 경찰서에서 전경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버스 주위를 에워싼다.
버스 문이 열리면서……. 학생들이 황급히 내리고, 완전히 맛이 간 버스기사도 내린다.
씬 7. 버스 안 . 밤
버스 안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깨지고, 부서지고, 그리고……. 바닥에는 태권도 부원들이 전원 처참하게 널브러져서 신음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뒷좌석에는 용객, 정대 등 양아치들과 미애가 무덤덤한 얼굴로 앉아있다.
정대: (미애를 보고) 빨리 내려, 같이 얽힐 일 있어?
미애: (정대를 물끄러미 보더니) 음…….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미애가 일어나서, 용객 등 양아치들과 눈인사를 하고는 널브러진 태권도 부원들을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간다.
밟힐 때마다 끄윽-끄윽- 신음이 흘러나오고…….
버스 창 밖에서 싱긋 웃으며 손 흔드는 미애.
어이없는 듯 바라보는 용객, 정대 일행.
씬 8. 병원 응급실. 밤
갖가지 신음소리 들리면서……. 만세고 태권도 부원들, 제각각의 모습으로 응급실에 누워있다. 깨지고, 부러지고, 터지고……. 처참한 모습들…….
고감독과 민규가 급하게 들어와서는 이 모습을 보고, 기가 막힌 표정이 된다.
고 감독: 병신새끼들…….
나름대로 의식이 있는 부원들은 고개를 돌린다.
고 감독: (민규를 보며) 넌 뭐하는 놈이야?! 주장이란 새끼가…….
민규: (난감한 표정) …….
씬 9. 경찰서. 피의자 대기실. 밤
양아치들, 죽치고 앉아있는데, 여기저기 다친 놈도 있지만 경미하다
구석에 박혀있는 용객과 정대, 혁수가 보인다.
정대: 태권도고 지랄이고 쌈엔 막쌈이 최고라니까!
혁수: (기지개를 켜며) 니기미 차라리 잘됐다. 이 참에 폼 나게 학교 때려치우고 바로 직행하는 거야. 엉? 죽이 되던 밥이 되든 우린 끝까지 함께 가야지, 안 그래?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용객.
씬 10. 교장실 . 낮
석교장과 고감독,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다.
고 감독: 예선이 보름 남았는데, 퇴원까지만 한 달입니다.
석교장: 일단 어떻게 대충 예선만 통과하고 그 다음에 애들이 퇴원을 하면…….
고 감독: 제대로 싸울 수 있는 놈은 민규 하나뿐입니다.
석교장: 아니 그럼 어쩌자는 건가……. ?
고 감독: 아무래도 만세고와 제 인연은 여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석교장: (놀란 얼굴로 보며) 고감독, 그게 무슨 소린가?
고 감독: 이번 대회는 제게도 중요한 대회입니다. 제 인생을 만세고에 걸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석교장: (달래듯이) 아 물론 고감독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대학으로 옮기려는 건 나도 잘 알아요, 하지만…….
고 감독: 제 뜻은 충분히 전할 줄 압니다. 그럼 (일어나 간다)
석교장: 아니 이봐요! 고감독! (일어나 따라가며) 고감독!!
쿵…….하고 닫히는 문을 망연히 바라보는 석교장.
한숨을 푹 내쉬며 뒤돌아서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우뚝 멈춰 선다.
떠오른 묘안이 마음에 드는 지 씩 웃다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뜬금없이
석교장: (중얼) 이가 없으면 잇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