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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일만리에 달하는 국경선에 長城을 쌓자는 생각은 그들 때문에 나왔다. 채찍을 휘두르며 유목을 하거나 칼을 휘두르는 그들을 오랑캐라 불렀다. 서북쪽은 항상 강성하여 중국의 근심이 되어 왔다. 진(秦)-한(漢) 이래로는 흉노가 두드러졌다. 수(隋)-당(唐) 때에는 돌궐의 세력이 컸다. 오대 때에는 이름이 중국에 알려진 것이 열일곱 여덟인데 거란이 가장 번성했다-오대사사이부족- 흉노, 돌궐, 거란 그 이전엔 동호, 물길, 유연이 달리던 길, 흑해 북쪽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萬里長城 북쪽까지 5000킬로미터, 이 길을 통해 우리나라에 靑銅劍이 들어왔다. 양날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검, 초원에 청동의 바람이 불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것은 만리장성 밖, 오랑캐라고 불렸던 그들의 형제 이야기다. (노래하는 동영상),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 봄이 다시 우리 고향에 왔네 광활한 초원은 연두빛 새옷을 걸쳤네 너여러니예 너오여 너여러 니요여, 키타이, 키탄 혹은 거란 (후룬베이얼시/중국 네이멍구자치구),
나순 바이얼/다우르족: 만약 어느날 갑자기 목돈이 생긴다면 저는 유목생활을 다시 할 겁니다. 유목생활은 자유로우니까요. 하지만 도시생활은 너무 힘들죠. (바이얼씨 영업용 택시 동영상),
바이얼: 만약에 누가 당신은 누구의 후예인가요? 라고 물으면 저는 서슴없이 거란족이라고 말할 겁니다. 거란족은 용감무쌍한 민족이고 중국을 점령한 적이 있으며 국가를 세운 적도 있어요.
내레이션: 거란으로 키탄, 또 다른 이름은 키타이, 랴오호강 일대에서 일어난 유목민족 그 어느 이민족보다 중국을 괴롭혔다. 중국의 기록만 봐도 짐작이 간다. 거란은 다른 이적과 비교하여 가장 완고하고 오만하다-오대사사이부록거란- 그 무례함과 둔하고 어리석음은 여러 오랑캐들 중에서 가장 심하다-신당서북적열전거란-
내레이션: 나중에 거대 제국, 요나라를 세웠다. 북방 유목민족이 중국 땅을 차지한 최초의 사건,
바이얼/택시기사: 어디 가세요?
승객1: 시 정부요
승객2: 당쇼우 가주세요
내레이션: 바이얼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다우르족이다. 다우르족은 거란족의 후예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얼: 말을 타고 양을 방목했던 일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어요. 그런 것들은 이제 머릿속에서만 남아 있어요. 말은 오직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죠.
내레이션: (후룬베이얼시/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유목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 땅이다. 디우르족의 인구는 약13만 명, 소수 민족 56개 중에 34번 째로 많다.
바이얼: 다우르족은 다른 소수민족보다 인구가 적어요. 저는 자부심이 있죠. 만약 제가 한족이라면, 한족 인구는 10억이나 되기 때문에 제가 특별해지지 않잖아요. (바이러 가족식사 동영상), 돈은 아무리 벌어도 부족한 것 같아요. 아무리 벌어도 모자라요. 요즘은 제가 어릴 때와는 다른 것 같아요. 어릴 땐 맛 있는 걸 먹고 입을 옷이 있으면 좋은 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입는 거랑 먹을 게 많아도 안돼죠. 자연이나 경제 등 여러가지 상황과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소와 양을 안 키우게 돼서 그나마 괜찮지만, 수량이 적으면 버는 것도 없어요. 마치 제가 소들을 위해서 사는 것 같아서 소를 안 키우게 되었죠. 그 후엔 나가서 차를 운전했어요. (컴퓨터 그래픽 동영상), 이 그림들을 그렸을 때는 제가 유목생활을 그만 뒀을 때죠. 지금은 도시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예전 모습을 그리곤 하죠. 예전에 유목생활을 할 때도 이런 것을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떠난 후에야 유목생활을 그리게 되네요.
내레이션: 택시운전 2년차, 이런 계절에도 일을 한다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됐다. 유목을 할 때는 거의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놀았다.
바이얼: 유목생활은 이렇잖아요. 아침 점심 저녁에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남는 시간에는 제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어요. 사무실에서처럼 종일 똑 같은 일만 하는 게 아니랍니다. 지금의 자유는 이전과는 다르죠. 힘들게 일을 하고 나서 편히 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바로 그 힘이 필요해요.
내레이션: 바이얼, 다오르 말로 기쁘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이름처럼 기쁘다.
바이얼: 저는 이걸 보면 정말 기뻐요. 이 오토바이요. 정말 흥분돼요. 오토바이를 보면 너무 신나요. 오토바이가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타고 싶어요.
피디: 왜 그렇게 오토바이를 좋아하세요?
바이얼: 자유요 자유가 좋아요. 저도 모르겠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좋아요.
내레이션: 초원에는 말이 있고 도시에는 택시가 있다. 말과 비슷한데 택시는 자유를 구속한다.
바이얼: 운전이 힘들지 않을 수가 있나요? 힘들지만 익숙해 졌어요. 그나마 서 있는 게 아니고 앉아 있지요. 하루에 차 안에서 대략 12~13시간 앉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앉아 있잖아요. 막일 보다는 낫지요. 이 일을 한 후 점점 게을러졌어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동쪽 요 나라는 본래 몹시 추운 고장 하물며 엄동에 북쪽 변방으로 들어섰음에랴. 이 일대는 아직 얼지 않았는데 몇 날 아침을 날이 개어 서리만 내렸다-소송詩중경에서 겪은일-
바이얼: 예전에는 눈이 많이 왔어요. 초원에 눈이 내린 후 바람이 불면 눈이 바로 딱딱하게 얼어붙었죠. 이렇게 깊고 딱딱한 눈이에요. 지나가도 문제 없었죠.
내레이션: 송 나라 시인의 눈에 비친 거란인의 삶은 겨울이 되면 천막 속에 들어가 불을 쬐고 여름이면 나무 그늘에서 쉬는 삶, 물자는 풍부했고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양 젖에 누린내 고기를 진귀한 음식이라 자랑하고 담비 갖옷 양털 옷은 좋은 물품이라 독차지했다. 부족이 더욱 번성하니 사람들은 자족하여 이 외진 곳에서도 하늘이 편히 살게 하셨구나-소송詩거란장-
바이얼: 언제쯤 큰 돈이 생길까 돈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요. 돈이 있으면 어떻게 그 돈을 쓸까를 생각하죠.
피디: 돈을 많이 벌어서 뭘 하고 싶으세요?
바이얼: 저요? 저는 하루쯤 편하게 소파에 누워서 영화 몇 편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죠. 또 조건이 된다면 다른 지역의 초원을 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티베트나 외몽골이요. 다른 지역의 초원을 보고 싶습니다.
내레이션: 불 빛 도시의 상징, 이 불이 켜지면서 초원이 사라졌다. 거란은 동쪽 오랑캐, 동오에서 갈라져 나왔다. 그 동오가 초원을 호령했을 때 청동검은 이곳을 통과해 우리나라까지 왔다. 그리고 이 만큼 달라졌다. 지금 초원 민족은 도시와 초원의 경계를 서성이고 있다. 도시는 초원을 삼키며 미래로 가는 중이다. (중국 춘절가족식사 동영상), 중국의 정월 대보름 춘절,
바이얼 가족: 바이얼은 젊은 사람들 중에서 다우르 어를 제일 잘 해요. 현대적인 생각으로 다우르 족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죠.
내레이션: 거란족은 멸망 이후 몽골족으로 동화된다. 몽골과 중국은 이 종족의 역사적 귀속여부를 놓고 다투는 중이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폭죽 동영상), 잃은 것이 무엇인지 초원을 나오고서야 알았다.
오르스바이 식슨뎀/카자흐족: 우리 카자흐족 사람들은 늑대에서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늑대가 카자흐 아기를 키웠다고 하죠. 실제로 옛날에 제니베크 라는 아주 용감한 전사가 있었어요. 그 전사가 잠을 잘 때 꿈에서 늑대 두 마리가 나타나 함께 놀았다고 해요. 그런 그 사람을 늑대 두 마리가 지켜준다는 뜻이죠. 그리곤 이 전사가 어디를 가서 싸움을 하든 항상 이겼다고 해요. (돌궐, 천상의 투구 동영상),
내레이션: 몽골계 튀르케계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는 곳, 카자흐족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궐의 후예라고 여긴다. 지금은 초원에서 살기 가장 힘든 계절, 사계절 동안 비와 눈이 전혀 오지 않아 하천이 메마르고 메뚜기 떼가 갑자기 늘어났으며 풀과 나무가 타들어가거나 없어져 기근과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과 가축이 거의 절반이나 되었다-북사열전돌궐- (바잉울기/몽골),
비야켄 오슈/카자흐족: 사냥할 때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아야 한단다. 가장 먼저 신경써야 될 것은 자신의 안정이야. 총을 들고 있을 때도 동물이 보이기 전엔 총 안에 총알을 넣으면 안돼. 동물이 보이기 전에 총알을 넣고 다니면 자기가 다칠 수도 있거든. 명심하렴, 아들아
내레이션: 카자흐족 남자라면 걸음마 뗄 때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사냥꾼: 뭘 봤길래 이러는 거야? 뭘 봤어?
사냥꾼: 저기 여우가 있어 저쪽에 여우가 있어(검은 독수리를 날려보냄),
내레이션: 카자흐족은 검독수리를 이용해 토끼나 여우 늑대를 사냥한다. 검독수리는 사냥에 필요한 존재, 카자흐 남자들의 상징이다. 무력을 숭상했고 전쟁터에서 죽은 것을 영광으로 여긴 용맹한 민족, 설화에 의하면 돌궐은 늑대의 후손이다.
오르스바이 사야/카자흐족: 늑대는 모든 가축을 건드리지 않아요. 그게 그들의 특징이다. 왜 그러냐면 말이죠. 늑대는 숙청을 하는 특징이 있어요. 자연을 숙청해요, 알지요? 그게 무슨 말이냐면 가축 중에 아무거나 잡아 먹는 게 아니라 아프고 약한 아이만 잡아 먹어요. 늑대가 사라지거나 수가 적어지면 그것이 또 우리에게 해가 될 수도 있어요. 자연에 나쁜 영향을 크게 주는 것이죠.
내레이션: 돌궐족은 원래 알타이 근방에서 유목하며 살았던 민족이다. 이 산은 생김새와 투구가 비슷했는데 그들의 말로 투구를 돌궐이라 불렀다. 가장 강했을 때 흑해 일대에서 내몽골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다. 한 시간을 걸려도 이웃이 나올까 말까한 마을, (가족 동영상), 이들은 여기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산다. 그 습속은 가축을 기르는 것을 일로 삼고 물과 풀을 따라 다니며 늘 사는 곳이 없었다. 말을 타고 활 쏘는 것을 잘 하고 성정이 잔인했다-북사열전돌궐-
하울람 빗/카자흐족: 총이 가끔 작동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총의 잠금장치가 걸리는 경우가 있죠. 그것 때문에 지난 가을에 한 사람이 죽었어요.
내레이션: 겨울철이면 한 달에 두 세 번은 늑대 사냥을 간다. 늑대는 이들에게 토템이자 애증의 대상, 그들이 가축을 노리기 때문이다. 가축은 유목민에겐 가족과 같다.
비야켄 오슈: 우리의 삶은 가축을 키우는 게 전부죠. 이 산 위에 집 하나 가지고 있을 뿐 가축을 위해 살아가고 있어요. 가축이 없으면 다른 마을이나 도시로 떠나야 하는데 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내가 올해 56살인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내레이션: 삼형제 중 막내, 방학 중에는 아버지에게 배우고 학기 중엔 좀 큰 마을 학교에서 배운다. 유목을 할지 대학을 갈지 고민하는 시기, 아들의 진로는 평생 유목을 한 아버지의 은근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영하 38도, 부자는 가축의 머리 수를 세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들: 토끼가 얼어 죽었어요.
아버지: 어디에서 찾았니?
아들: 산에서요.
아버지: 산에서? 추워서 동물이 죽어간다고 하던데 진짜 죽었구나.
내레이션: 울부짖는 눈바람, 한 여름엔 섭씨 40도가 넘고 한 겨울엔 영하 40도 아래까지 떨어진다. 초원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아버지: 올해 이 지역은 풀이 많이 자라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풀을 사 와 먹이를 주고 있어요. 조금 큰 동네나 도시 쪽에서 먹이를 사 와서 먹이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은 없죠. 먹이를 줄 풀도 없다면 가축들을 팔아야 하죠.
내레이션: 말 열한 마리, 원래 열두 마리인데 한 마리는 열흘 전에 늑대가 잡아 먹었다. 80만 투구리, 한화로 한 40만원 손해 봤다. 직장인 한 달 월급이 하루 밤에 날아갔다.
카자흐족: 예전엔 이런 차 같은 게 없어서 전쟁하거나 멀리 떠나는 사람들이 말을 탔었단다. 양이나 염소를 탈 순 없잖아. 내가 없을 때는 지금 말하는 대로 말에게 두 번 먹이를 주면 돼. 날씨가 더 추워지면 저쪽으로 가서 먹이를 줘도 되고 따뜻해지면 이쪽 평원에서 있어도 된단다. 그런데 늑대를 조심해야 돼, 저 말들을 잘 지켜주렴.
내레이션: 돌궐은 드물게 글자가 있는 민족이었지만 유목민은 이렇게 글 보다는 말로 지식을 전한다.
막베드김 오슈/카자흐족: 저희 집은 가축 키우는 일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지금 공부를 하고 있죠. 이제 곧 고등학교 졸업도 해요. 졸업한 후에 도시에서 살 수도 있긴 하지만 독수리 사냥하는 경험은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오토바이 타고 목축하는 카자흐족),
내레이션: 아버지의 초원은 아들에게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목민 한 사람이 사라지면 초원도 줄어든다. 오늘날 초원민족 대부분이 국가의 형태로 남아 있지않다. 초원을 가다 보면 그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기념비, 신전, 궁전 심지어 기록도 남기자 않는 유목민, 그들이 무덤과 함께 지상에 유일하게 남긴 것 (바위에 새겨진 동물들 형상),
카자흐족: (바위에 새겨진 동물들) 이것들은 사슴같구나. 이건 큰 사슴이고 이건 새끼인가 봐 이건야생 양이고 여기는 뿔, 이 그림은 늑대 같아 동물이 도망가고 있는 것 같구나.
내레이션: 사슴 야생 양 초원이 아니라면 이들은 살아갈 수 없다. 초원민족이 서둘러 도시를 건설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카자흐족 아버지: 옛날에 이곳에 돌궐 사람들이 살았다고 해, 그때의 자연을 이렇게 돌 위에 그렸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 그때 있었던 일들을 다 그린 것 같아, 4천 년 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선조들이 우리에게 이걸 남기셨구나.
내레이션: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아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 (아코디온 연주 동영상), 이야기가 있으면 유랑을 하며 살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늑대의 후손, 초원일대를 말 달리며 살았고 사슴과 양을 인간처럼 똑같이 중요한 존재로 여겼다는 이야기, 이들은 지금도 그 이야기대로 살아가고 이다. 눈이 많이 온 뒤엔 멀리서도 늑대의 발자국이 보인다.
비야켄 오슈/카자흐족: 이 장소는 늑대를 잡기에 아주 좋은 장소예요. 왜냐하면 이곳은 평원이라서 모든 것을 살펴 보기에 아주 좋죠. 늑대가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돼요. 만약에 저 산에 들어가게 되면 늑대는 놓친 거나 마찬가지죠.
내레이션: 원래 늑대가 다니는 길이다.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하나 만나기도 힘든 길, 이런 길에서 늑대라도 만나면 반가울 판이다. 산이나 마을 쪽으로 늑대가 가지 않도록 모우는 몰이꾼들, 늑대는 약한 가축을 잡고 사냥꾼은 늑대의 수를 조절한다. 둘은 그렇게 이 초원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카자흐족: 늑대가 보였을 때 말로 몰아서 매복한 쪽으로 도망가게 하면 돼죠. 알았죠? (사냥꾼들이 늑대를 쫓는 동영상),
오르스바이 식스뎀: 늑대 말이에요. 자기 먹이를 잡으면 그걸 놓치지 않고 끝까지 입으로 물고 있어요. 늑대는 먹을 때까지 끝까지 다 먹어요. 그냥 그렇다고요. 먹이를 잡으면 그걸 놓치지 않죠. 그래서 먹이도 도망갈 수 없어요. 늑대가 있으면 낭패가 오지 않는다고 믿어요. 늑대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이리나 베률료바/나나이족: 아주 오래 전 하늘에 태양이 하나 있고 온 세상이 따뜻했어요 숲에는 건강한 관목 나무 열매들이 자랐죠. 동물들도 많았고요. 사냥꾼이 눈을 감고 어떤 방향으로 쏘든 사냥을 할 수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언제나 이 모든 것의 주인이자 혼에 절하는 것을 잊지 않았어요. 우리는 숲, 산, 물, 불 모든 것에 주인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말갈, 깊은 숲의 노인),
바쿠로프 안드레이/나나이족: 아주 긴 이야기여서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제 아내는 좌리 라는 마을에서 왔어요. 결혼해서 함께 산 지 오래되진 않았죠. 첫 번째 결혼 때는 아들, 딸 두 명의 자식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스스로 살아가고 있죠. 지금이 두 번째 결혼인데 또 아들, 딸이 있습니다. 저는 하는 일이 다양해요. 한 곳에서 일하지 않죠. 첫 번째 일, 두 번째 일, 세 번째 일, 네 번째 일이 있죠. 모두 창조적인 일이에요. 시민들과 함께 하는 일을 주로 해요. 지금은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어요.
내레이션: 나나이족 안드레이는 말갈의 후예다. 어떤 말갈은 중원 문화에 동화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나나이족은 옛 풍습 그대로 말갈이다. (나이힌/러시아), 그들은 굳세고 흉폭하여 동쪽 오랑캐 중에서 제일 강하며 언어도 그들만이 다르다, 두막루 등의 나라를 항상 깔보며 여러나라도 이들을 두렵게 여긴다-북사열전물길-
안드레이/택시기사: 저는 운전하는 일을 하는 걸 후회하지 않아요. 먹고 살잖아요. 다들 말하기를 낙숫물로 돌을 뚫는다고 해요. 하지만 그 자리에 있으면 돈도 벌 수 없죠.
피디: 오늘 몇 킬로미터 달리셨어요?
안드레이: 이미 40킬로미터를 달렸네요.
내레이션: 6~7세기경 만주 북동부에 살았던 민족, 그 전에는 숙닌, 혹은 음록, 물길이라고 불렸다. (하바롭스크/러시아), 그들은 깊은 산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말갈로 이름을 바꾼 뒤에 숲에서 평원으로 나온다.
안드레이: 사람들은 원래부터 모여 살았죠. 하지만 사람한테도 늦든 이르든 욕망이라는 게 일어나게 돼요. 부와 금 등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바라죠. 그렇게 되면 어떤 국가든 멸망하게 되어 있어요. 많은 젊은 이가 하바롭스크, 콤스몰스크, 러시아 서부, 모스크바 등으로 떠나요. 왜냐하면 여기서 사는 게 쉽지 않거든요. 물가도 아주 비싸서 물건을 사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하죠. 돈이 없어요. 일자리도 없고요. 모든 것이 부족하죠.
내레이션: 초원은 도시에 밀려나고 도시는 대도시에 삼켜진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현재 나나이족은 1만여 명, 원래는 아무르 강가에서 고기를 잡던 민족이다. 러시아 근현대사의 부침을 그들도 겪었다.
안드레이: 소련 때요. 왜 소련 때 얘길 하냐면요. 그때는 사람들이 집단농장을 운영하며 모두 함께 일했어요. 누군가는 물고기를 잡고, 누군가는 사냥하고 동물을 키우고 모두의 의무가 있었어요. 말굽을 만드는 대장장이도 있었고 말의 여물만 먹이는 사람도 있었죠. 저는 대장장이 일을 도왔어요. 철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좋았죠. 항상 불을 가지고 놀았어요. (여인이 만두 만드는 동영상),
내레이션: 아내도 나나이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도시에서 만나 결혼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안드레이: 우리 조상들은 단지 사냥과 고기 잡이만 한 게 아니라 항상 말을 타고 다녔어요. 극동지역 전체를 말과 함께 돌아다니며 지냈죠. 또 그들은 철 등을 가공할 줄 알았어요. 오랫동안 있었던 일이죠. 다들 말도 아주 잘 탔어요.
내레이션: 고음을 토템으로 가졌으며 말과 글이 있었다. 지금은 말갈처럼 나나이족도 흐릿해지고 있다.
안드레이: 우리는 그동안 우리 민족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어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고 알고 있었죠. 그건 모두 거짓말이었고 진실이 아니었어요.
내레이션: 우리가 아는 초원은 거의 남이 쓴 기록이다. 초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환상 혹은 멸시 예전에 이 길로 청동검이 지나갔다. 우리에게 온 청동검엔 초원의 문화가 스며 있었다. 우리가 불의 검을 쫓아 초원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 밤에 내린 눈을 털어내니 수천 년 전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드러난다. 초원의 진짜 얼굴이다.
부족 여인: (바위 문양을 가리키면서) 이건 얼굴이에요. 눈썹이고요. 코 눈입니다. 이쪽은 입이고요. 총 약300여 개의 암각화에는 샤먼과 사람의 얼굴 모양이 있고 말, 사슴, 뱀의 모양도 있습니다.
내레이션: 도시를 건설하면서 파괴한 세상이 여기에 있다. 곰이 인간과 결혼하고 늑대의 아이를 낳았던 세상, 지금은 신화와 전설이 되어버린 초원의 진실,
부족 여인: 숲에 남매가 살았어요. 어느날 오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 앞에 호랑이가 앉아 있는 걸 발견했죠.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 호랑이는 떠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울지도 물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호랑이가 없어졌어요.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어느날 여동생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두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호랑이와 함께 숲을 떠났죠. 끝. (EBS 다큐프라임 1507회 불의 검, 3부 전사의 고백에서 정리).
① 일만리에 달하는 국경선에 長城을 쌓자는 생각은 그들 때문에 나왔다. 채찍을 휘두르며 유목을 하거나 칼을 휘두르는 그들을 오랑캐라 불렀다. 서북쪽은 항상 강성하여 중국의 근심이 되어 왔다. 진(秦)-한(漢) 이래로는 흉노가 두드러졌다. 수(隋)-당(唐) 때에는 돌궐의 세력이 컸다. 오대 때에는 이름이 중국에 알려진 것이 열일곱 여덟인데 거란이 가장 번성했다. 흉노, 돌궐, 거란 그 이전엔 동호, 물길, 유연이 달리던 길, 흑해 북쪽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萬里長城 북쪽까지 5000킬로미터, 이 길을 통해 우리나라에 靑銅劍이 들어왔다. 양날이 살아있는 날카로운 검, 초원에 청동의 바람이 불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것은 만리장성 밖, 오랑캐라고 불렸던 그들의 형제 이야기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 봄이 다시 우리 고향에 왔네 광활한 초원은 연두빛 새옷을 걸쳤네 너여러니예 너오여 너여러 니요여, 키타이, 키탄 혹은 거란.
② 만약 어느날 갑자기 목돈이 생긴다면 저는 유목생활을 다시 한다. 유목생활은 자유로우니까. 하지만 도시생활은 너무 힘들다. 만약에 누가 당신은 누구의 후예인가요? 라고 물으면 서슴없이 거란족이라고 말할 것이다. 거란족은 용감무쌍한 민족이고 중국을 점령한 적이 있으며 국가를 세운 적도 있다. 거란으로 키탄, 또 다른 이름은 키타이, 랴오호강 일대에서 일어난 유목민족 그 어느 이민족보다 중국을 괴롭혔다. 중국의 기록만 봐도 짐작이 간다. 거란은 다른 이적과 비교하여 가장 완고하고 오만하다. 그 무례함과 둔하고 어리석음은 여러 오랑캐들 중에서 가장 심하다. 나중에 거대 제국, 요나라를 세웠다. 북방 유목민족이 중국 땅을 차지한 최초의 사건, 바이얼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다우르족이다. 다우르족은 거란족의 후예로 추정되고 있다. 말을 타고 양을 방목했던 일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다. 그런 것들은 이제 머릿속에서만 남아 있다. 말은 오직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③ 다우르족은 유목민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한 땅에서 살고 있다. 인구는 약13만 명, 소수 민족 56개 중에 34번 째로 많다. 다우르족은 다른 소수민족보다 인구가 적다. 그러나 자부심이 있다. 한족 인구는 10억이다. 돈은 아무리 벌어도 부족한 것 같다. 아무리 벌어도 모자란다. 요즘은 어릴 때와는 다르다. 어릴 땐 맛 있는 걸 먹고 입을 옷이 있으면 좋은 생활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입는 거랑 먹을 게 많아도 아니다. 자연이나 경제 등 여러가지 상황과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소와 양을 안 키우게 돼서 그나마 괜찮지만, 가축수가 적으면 버는 것이 없다. 그러면 마치 소들을 위해서 사는 것 같아서 소를 안 키우게 되었다. 그 후엔 차를 운전했다. 이 그림들을 그렸을 때는 유목생활을 그만 뒀을 때다. 지금은 도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 유목생활을 그리곤 한다. 예전 유목생활 할 때 이런 것을 그렸는지 모르겠다. 떠난 후에야 유목생활을 그리워하게 된다.
④ 택시운전 2년차, 이런 폭설에도 일을 한다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됐다. 유목을 할 때는 거의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놀았다. 유목생활은 아침 점심 저녁에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남는 시간에는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처럼 종일 똑 같은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지금의 자유는 이전과는 다르다. 힘들게 일을 하고 나서 편히 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그 힘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 기쁘다. 오토바이는 정말 흥분된다 오토바이를 보면 너무 신난다. 오토바이가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타고 싶다. 자유다 자유가 좋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좋다. 초원에는 말이 있고 도시에는 택시가 있다. 말과 비슷한데 택시는 자유를 구속한다. 운전이 힘들지 않을 수가 있나. 힘들지만 익숙해 졌다. 그나마 서 있는 게 아니고 앉아 있다. 하루에 차 안에서 대략 12~13시간 앉아 있다. 막일 보다는 낫다. 이 일을 한 후 점점 게을러졌다.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동쪽 요나라는 본래 몹시 추운 고장 하물며 엄동에 북쪽 변방으로 들어섰다. 이 일대는 아직 얼지 않았는데 몇 날 아침을 날이 개어 서리만 내렸다. 예전에는 눈이 많이 왔다. 초원에 눈이 내린 후 바람이 불면 눈이 바로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이렇게 깊고 딱딱한 눈이다. 지나가도 문제 없었다.
⑤ 송나라 시인의 눈에 비친 거란인의 삶은 겨울이 되면 천막 속에 들어가 불을 쬐고 여름이면 나무 그늘에서 쉬는 삶, 물자는 풍부했고 사람들은 평화로웠다. 양 젖에 누린내 고기를 진귀한 음식이라 자랑하고 담비 갖옷 양털 옷은 좋은 물품이라 독차지했다. 부족이 더욱 번성하니 사람들은 자족하여 이 외진 곳에서도 하늘이 편히 살게 하셨다. 언제쯤 큰 돈이 생길까 돈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한다. 돈이 있으면 어떻게 그 돈을 쓸까를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면 하루쯤 편하게 소파에 누워서 영화 몇 편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또 조건이 된다면 다른 지역의 초원을 보고 싶다. 예를 들어 티베트나 외몽골이다. 불 빛 도시의 상징, 이 불이 켜지면서 초원이 사라졌다. 거란은 동쪽 오랑캐, 동오에서 갈라져 나왔다. 그 동오가 초원을 호령했을 때 靑銅劍은 이곳을 통과해 우리나라까지 왔다. 지금 초원 민족은 도시와 초원의 경계를 서성이고 있다. 도시는 초원을 삼키며 미래로 가는 중이다. 중국의 정월 대보름 춘절,
⑥ 바이얼은 젊은 사람들 중에서 다우르어를 제일 잘 한다. 현대적인 생각으로 다우르족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거란족은 멸망 이후 몽골족으로 동화되었다. 몽골과 중국은 이 종족의 역사적 귀속여부를 놓고 다투는 중이다. 돈을 아무리 벌어도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잃은 것이 무엇인지 초원을 나오고서야 알았다. 카자흐족 사람들은 늑대에서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늑대가 카자흐 아기를 키웠다. 실제로 옛날에 제니베크라는 아주 용감한 전사가 있었다. 그 전사가 잠을 잘 때 꿈에서 늑대 두 마리가 나타나 함께 놀았다. 그런 그 사람을 늑대 두 마리가 지켜준다는 뜻이다. 그리곤 이 전사가 어디를 가서 싸움을 하든 항상 이겼다. 카자흐족은 몽골계 튀르케계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는 곳, 카자흐족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궐의 후예라고 여긴다. 지금은 초원에서 살기 가장 힘든 계절, 사계절 동안 비와 눈이 전혀 오지 않아 하천이 메마르고 메뚜기 떼가 갑자기 늘어났으며 풀과 나무가 타들어가거나 없어져 기근과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과 가축이 거의 절반이나 되었다.
⑦ 카자흐족 남자라면 걸음마 뗄 때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카자흐족은 검독수리를 이용해 토끼나 여우 늑대를 사냥한다. 검독수리는 사냥에 필요한 존재, 카자흐 남자들의 상징이다. 무력을 숭상했고 전쟁터에서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 용맹한 민족, 설화에 의하면 돌궐은 늑대의 후손이다. 늑대는 모든 가축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게 그들의 특징이다. 왜 그러냐면 늑대는 숙청을 하는 특징이 있다. 자연을 숙청한다, 가축 중에 아무거나 잡아 먹는 게 아니라 아프고 약한 놈만 잡아 먹는다. 늑대가 사라지거나 수가 적어지면 균형이 깨져 그게 우리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자연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다. 돌궐족은 원래 알타이 근방에서 유목하며 살았던 민족이다. 이 산은 생김새와 투구가 비슷했는데 그들의 말로 투구를 돌궐이라 불렀다. 가장 강했을 때 흑해 일대에서 내몽골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다. 한 시간을 걸려도 이웃이 나올까 말까한 마을, 이들은 여기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산다. 그 습속은 가축을 기르는 것을 일로 삼고 물과 풀을 따라 이동하며 사느라 정착해 사는 곳이 없었다. 말 타고 활 쏘는 걸 잘 하고 성정이 잔인했다.
⑧ 겨울철이면 한 달에 두 세 번 늑대 사냥을 간다. 늑대는 이들에게 토템이자 애증의 대상, 그들이 가축을 노리기 때문이다. 가축은 유목민에겐 가족과 같다. 우리의 삶은 가축을 키우는 게 전부다. 이 산 위에 집 하나 가지고 있을 뿐 가축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가축이 없으면 다른 마을이나 도시로 떠나야 하는데 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내가 올해 56살인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아들 삼형제 중 막내가 방학 중에는 아버지에게 배우고 학기 중엔 큰 마을 학교에서 배운다. 유목을 할지 대학을 갈지 고민하고 있다, 아들의 진로는 평생 유목을 한 아버지의 관심사이다. 영하 38도, 부자는 가축의 머리 수를 세며 하루를 시작한다. 울부짖는 눈바람, 한 여름엔 섭씨 40도가 넘고 한 겨울엔 영하 40도 아래까지 떨어진다. 초원의 삶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올해 이 지역은 풀이 많이 자라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풀을 사 와 먹이를 주고 있다. 먹이를 줄 풀도 없다면 가축을 팔아야 한다. 원래 말이 열두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열흘 전에 늑대가 잡아 먹었다. 80만 투구리, 한화로 한 40만원 손해 봤다. 직장인 한 달 월급이 하루 밤에 날아갔다.
⑨ 예전엔 차가 없어서 멀리 떠나는 사람들이 말을 탔었다. 양이나 염소를 탈 순 없다. 아버지가 없을 때는 말에게 하루 두 번 먹이를 주어라. 날씨가 더 추워지면 저쪽으로 가서 먹이를 주고 따뜻해지면 이쪽 평원에 있어라. 돌궐은 드물게 글자가 있는 민족이었지만 유목민은 이렇게 글 보다는 말로 지식을 전한다. 아버지의 초원은 아들에게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목민 한 사람이 사라지면 초원도 줄어든다. 오늘날 초원민족 대부분이 국가의 형태로 남아 있지 않다. 초원을 가다 보면 그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기념비, 신전, 궁전 심지어 기록도 남기지 않는 유목민, 그들이 무덤과 함께 지상에 유일하게 남긴 것, 사슴 야생 양은 초원이 아니라면 살아갈 수 없다. 초원민족이 서둘러 도시를 건설하지 않은 이유다. 옛날에 이곳에 돌궐 사람들이 살았다, 그때의 자연을 돌 위에 그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때 있었던 일들을 다 그린 것 같다, 4천 년 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선조들이 이걸 남겼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아들에게 전해지는 이야기, 이야기가 있으면 유랑을 하며 살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늑대의 후손, 초원일대를 말 달리며 살았고 사슴과 양을 인간처럼 똑같이 중요한 존재로 여겼다는 이야기, 이들은 지금도 그 이야기대로 살아가고 이다. 눈이 많이 온 뒤엔 멀리서도 늑대의 발자국이 보인다. 이 장소는 늑대를 잡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왜냐하면 이곳은 평원이라서 모든 것을 살펴 보기에 아주 좋다. 늑대가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만약에 저 산에 들어가게 되면 늑대는 놓친 거나 마찬가지다. 원래 늑대가 다니는 길이다. 하루 종일 있어도 사람 하나 만나기도 힘든 길, 이런 길에서 늑대라도 만나면 반가울 판이다. 산이나 마을 쪽으로 늑대가 가지 않도록 모우는 몰이꾼들, 늑대는 약한 가축을 잡고 사냥꾼은 늑대의 수를 조절한다. 둘은 그렇게 이 초원의 균형을 유지해 왔다. 늑대가 보였을 때 말로 몰아서 매복한 쪽으로 도망가게 하면 된다. 늑대는 먹이를 잡으면 그걸 놓치지 않고 끝까지 입으로 물고 있다. 늑대는 먹을 때까지 끝까지 다 먹는다. 먹이를 잡으면 그걸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먹이도 도망갈 수 없다. 늑대가 있으면 낭패가 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늑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아주 오래 전 하늘에 태양이 하나 있고 온 세상이 따뜻했다. 숲에는 건강한 관목 나무 열매들이 자랐다. 동물들도 많았다. 사냥꾼이 눈을 감고 어떤 방향으로 쏘든 사냥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언제나 이 모든 것의 주인이자 혼에 절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숲, 산, 물, 불 모든 것에는 주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
⑩ 나나이족 안드레이씨의 이야기다. 그의 아내는 좌리 라는 마을에서 왔다. 결혼해서 함께 산 지 오래되진 않았다. 첫 번째 결혼 때는 아들, 딸 두 명의 자식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이 두 번째 결혼인데 또 아들, 딸이 있다. 하는 일이 다양하다. 한 곳에서 일하지 않는다. 하는 일이 모두 창조적이다. 시민들과 함께 주로 일을 한다. 지금은 운전기사다. 안드레이는 말갈의 후예다. 어떤 말갈은 중원 문화에 동화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나나이족은 옛 풍습 그대로 말갈이다. 그들은 굳세고 흉폭하여 동쪽 오랑캐 중에서 제일 강하며 언어도 그들만이 다르다, 두막루 등의 나라를 항상 깔보며 여러나라도 이들을 두렵게 여겼다. 그는 운전하는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먹고 살아야 한다. 오늘 이미 40킬로미터를 달렸다. 6~7세기경 만주 북동부에 살았던 민족, 그 전에는 숙닌, 혹은 음록, 물길이라고 불렸다. 그들은 깊은 산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이다. 말갈로 이름을 바꾼 뒤에 숲에서 평원으로 나왔다.
⑪ 사람들은 원래부터 모여 살았다. 하지만 사람한테도 늦든 이르든 욕망이라는 게 일어난다. 부와 금 등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렇게 되면 어떤 국가든 멸망하게 되어 있다. 많은 젊은 이가 하바롭스크, 콤스몰스크, 러시아 서부, 모스크바 등으로 떠난다. 왜냐하면 여기서 사는 게 쉽지 않다. 물가도 아주 비싸서 물건을 사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한다. 돈이 없다. 일자리도 없다. 모든 것이 부족하다. 초원은 도시에 밀려나고 도시는 대도시에 삼켜진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현재 나나이족은 1만여 명, 원래는 아무르 강가에서 고기를 잡던 민족이다. 러시아 근현대사의 부침을 그들도 겪었다. 소련 때 왜 소련 얘길 하냐면 그때는 사람들이 집단농장을 운영하며 모두 함께 일했다. 누군가는 물고기를 잡고, 누군가는 사냥하고 동물을 키우고 모두의 의무가 있었다. 말굽을 만드는 대장장이도 있었고 말의 여물만 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대장장이 일을 도왔다. 철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좋았다. 항상 불을 가지고 놀았다. 아내도 나나이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도시에서 만나 결혼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 조상들은 단지 사냥과 고기 잡이만 한 게 아니라 항상 말을 타고 다녔다. 극동지역 전체를 말과 함께 돌아다니며 살았다. 또 그들은 철 등을 가공할 줄 알았다. 오랫동안 있었던 일이다. 다들 말도 아주 잘 탔다. 고음을 토템으로 가졌으며 말과 글이 있었다. 지금은 말갈처럼 나나이족도 흐릿해지고 있다. 나나이족은 그동안 자기 민족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고 알고 있었다. 그건 모두 거짓말이었다. 우리가 아는 초원은 거의 남이 쓴 기록이다. 초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환상 혹은 멸시, 예전에 이 길로 청동검이 지나갔다. 우리에게 온 청동검엔 초원의 문화가 스며 있었다. 우리가 불의 검을 쫓아 초원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⑫ 간 밤에 내린 눈을 털어내니 수천 년 전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드러난다. 초원의 진짜 얼굴이다. 바위 문양을 가리키면서 이건 얼굴, 눈썹, 코, 눈이다. 이쪽은 입이고 총 약300여 개의 암각화에는 샤먼과 사람의 얼굴 모양이 있고 말, 사슴, 뱀의 모양도 있다. 도시를 건설하면서 파괴한 세상이 여기에 있다. 곰이 인간과 결혼하고 늑대의 아이를 낳았던 세상, 지금은 신화와 전설이 되어버린 초원의 진실, 숲에 남매가 살았다. 어느 날 오빠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 앞에 호랑이가 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 호랑이는 떠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울지도 물지도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까 호랑이가 없어졌다.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어느 날 여동생은 임신을 하게 되었고 두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호랑이와 함께 숲을 떠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