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음도의 가을 하늘
가을 하늘에 기러기 날다
우음도의 아침
새로운 왕따나무
슬픈 가을
새벽을 열다
갈대의 순정
우음도의 가을
가끔은
남들이 가지 않는 곳도 가는 우매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보같은 생각이지만, 아무리 좋은 그림도 희소성이 없다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한 출사지에서
수많은 사람과 함께했다면 좋은 그림을 만나고도 그리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봄
세량지에서 기가 막힌 풍경을 만났는데,
무려 수백명이 그자리에서 똑같은 그림을 만들었다 생각하니 그림은 기가막혔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새볔 세시경에 하늘을 보니 구름이 이쁠거 같다.
이정도라면 해는 없어도 시흥 갯골이나 소래 습지 공원이라면 괜찮을거 같다.
근데, 막상 시흥 갯골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도 구름으로 덮혀 괜히 왔다 싶다.
여기는 틀렸고 어디로 갈까?
차를 돌려 나오면서 잠깐 갈등이 된다.
그래, 가을은 제 철이 아니라고 사진가들에게 외면 당하는 우음도로 가자.
풍경사진가들이 때 맞추어 다니는 건 다 이유가 있지만
우음도라고 꼭 삘기가 피는 봄 그림만 있는건 아니지 않은가?
차가 좀 막혀 억지로 시간 맞춰 도착하니 우음도엔 주말인데도 단 한 사람도 없다.
에구 에구!
나 같은 빙신이나 이런 날 사진 찍겠다고 예서 이러고 있지
어느 누가 안개도 없고 구름까지 잔뜩 낀 날 이런 데서 카메라 들고 설쳐대겠는가?
근데, 다행스러운건
구름사이로 해는 볼 수 있을 것 같고
보너스로 생각지도 못한 기러기떼들이 딱 한번이지만 눈앞에서 날아도 준다.
고거 참!
우음도에 와서 기러기를 담기는 또 처음이다.
망원을 바꿔 달 시간이 없어 그냥 담긴 했지만, 그림이되는 말던 귀한 순간을 만난건 고마운 일이다.
그래,
가끔은 요렇게 남이 안하는 쌩뚱맞은 짓거리도 괜찮은겨!
아직 능력이 안되 그렇지, 요러다 보면 운좋게 정말 나만의 그림도 만들 수 있을 지 누가 아남!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장화 없이 도랑을 건너다 물에 빠져 젖은 운동화를 신고
삘기밭과 갈대밭을 헤매다 보니 반짝했던 해가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운좋게 더도 덜도 아닌 딱 한 시간,
내가 예서 노는 동안만 비록 구름 사이였지만 해가 오락가락 했으니...
소위 시즌이 아니라서 버림받은 곳,
거기다 날씨까지 험해서 남들이 외면하던 날,
어느 못난이가 바보처럼 예서 혼자 놀다 요런 그림을 만들었다면,
작품성을 떠나서 요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자신만의 그림이니 귀한거다 하면 착각하는 걸까?(예술로서는 착각이고 취미로서는 맞는 말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