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계로 보내는 재미있는 여생
동네 인심이 좋아서 대문을 열어 놓고 다녀도 아무 일 없었다.
이00(80세)
마당에는 햇살이 따사로웠다. 커다란 감나무가 반짝이는 푸른 잎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화단에는 꽃들이 놓여 있고, 고춧대도 몇 개 있었다. 잘 정돈된 마당은 깨끗한 분위기였다. 전화를 하고 찾았는데 집안에는 이미 친구들이 있었다. 어디 가려는지 뭔가를 챙기고 있었다. 그래도 용감하게 시간을 좀 내어 달라고 하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친구들이 모여서 병원에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정한 시간이 있어서였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00(80세) 씨는 아들 둘이 있고, 남편은 69살에 하늘로 먼저 갔다고 했다. 아마도 남편인 고 김00 씨는 팔방미인이었던 같다. 동해시 민속놀이 <망상질먹기놀이>에서 꽹과리를 치며 리드하는 상쇠를 맡았다. 이 놀이는 1984년도 강원도대회 우수상을 받았다. 우리 가락과 민속놀이의 본질을 모르면 쉽지 않은 놀이이다. 아들과 며느리는 교육계에 있다. 효자라고 자랑이 대단했다.
이00 씨 내외는 강릉에서 태어나 결혼을 했다. 묵호에는 남편이 쌍용회사에 취직을 해서 오게 되었다. 출하과에서 근무를 했는데 벌이도 좋았다. 책방마을에 살면서는 무척 행복한 날들이었다. 자식들 공부도 잘하고, 남편도 일 잘하고, 동네 사람과도 친하게 잘 지냈다. 동네 인심이 좋아서 집 대문을 열어 놓고 다녀도 아무 일 없었다.
동네 부인들 하고는 친목계를 했다. 친목계는 여행을 가기 위한 계였다. 계를 타서는 놀러 다녔다. 벚꽃 피면 진해도 가고, 부산도 가고 했다. 그리고 동네 부인들과 집집이 돌아가면서 음식을 해서 먹기도 했다. 음식이야 감자떡, 칼국수, 감자옹심이, 감자부침개 등이다. 또 부부계도 있어서 계를 타면 외국에도 갔다. 외국여행 준비는 남편이 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