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 부부
2024.8.19.월 발제 박은희
멜컴과 매디 부부는 지역 보건의가 ‘성격장애’와 가정폭력 의심으로 의뢰한 환자다. 부부가 함께 오기로 한 날 매디만 왔다. 프랭크는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매디는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의식의 흐름에 따라 구체적이지 않는 내용을 횡설수설했다. 다음 주에 매디는 남편과 함께 왔다. 멜컴에게 지역 보건의가 왜 의뢰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멜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웠다. “매디와 둘이서 행복하십니까?” 라는 질문에도 미로처럼 복잡하게 대답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멜컴, 부인을 때린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더니 거칠게 고함을 지르더니,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 뒤로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프랭크는 지역 보건의에게 그들 부부가 치료에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멜컴이 매디를 때렸을까? 부부에게서 직접적인 대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유별난(그러면서도 말은 잘 듣는) 부부가 정신과 상담 주선을 선선히 받아들인 것일 수도 있었다.
그들에게 성격장애가 있을까? 두 사람은 DSM의 어떤 성격장애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둘 다 이상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현실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현실과 세상을 남들과 다르게 대할 뿐이다.
멜컴과 매디가 하는 말을 보면 분명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치료자라면 그들이 하는 말 속에서 단서를 찾아 질문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풀릴 때와 안 풀릴 때는 언제였나요? 어떤 질문들이 떠올랐나요? 남편은 원래 그렇다고 했는데 원래 그렇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생긴 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언제 한계라고 생각하나요? 협잡을 용납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나요? 매디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멜컴씨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일반 대중과 멜컴씨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다투거나 불꽃이 튈 때는 어떤 상황인가요?’ 등
상담의 전 과정이 나오지 않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치료자는 환자가 습관처럼 생각하는 것들을 돌아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길을 찾아주고, 쌓였던 나쁜 감정을 돌아보고 돌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상(또는 부부만의 세상)을 뚫고 나올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좁고 얕은 생각에 매디는 문제해결에서 자신 없어 보인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잘 해결되지 않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뭘 어쩔 수 있을까요?...그런데 달리 어떻게 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제가 받아들여야죠. 다 너무 우울하네요.”
멜컴은 자신감 넘쳐 보이고 스스로가 일반대중과 다른 사람이라고 구별 지어 생각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도 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어쩌라는 겁니까? 좀 물어봅시다. 상실감이 들고 의기소침하고 버림받은 기분이 들면, 지붕 위에서 밤새 울부짖는 개 같은 신세가 되면 어째야 하는 겁니까?”
12장 사랑을 해부하다
프랭크는 “뇌 절개: 해부학” 시간에 뇌 조각을 보면서 그곳에 어떤 기억의 흔적이 묻어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그는 한 사람의 삶의 장면을 상상했고 그 장면은 모두 사랑과 친밀한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사랑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사랑은 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누구나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을 테지만 사랑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거의 혹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랑이 문학의 관심을 끌 때는 대개 장르의 형식이다. 시인 바이런 유명한 말이 있다. “남자에게 사랑은 인생의 일부이지만 여자에게 사랑은 존재의 전부다.” 사랑은 깃털 장식이 달리고 향수 냄새를 풍기고 여흥을 주는 분홍색, 일종의 지적 자수다. 사치품이다.
현실적으로 사랑은 다윈주의의 명령에 의해 결정된다. 사랑에 빠지면 정신 질환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가 되고, 사랑에 실패하면 그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다. 욕정은 뒤틀리고 추악해질 수 있다.
사랑의 불안정한 속성으로 인해 우리의 나약한 내면이 노출되고, 욕망에 이끌려 집착하고 광기에 휘말릴 수 있다. 그리고 성관계를 통해 사랑이 완성되면 겸허해진다. 모순된 본성(문명화된 인간과 짐승의 본능)에 의해 일어나는 불편한 긴장 때문에 불안해 진다.
반면 사랑은 광대하고 초월적이고 황홀할 수 있다. 사랑은 우리에게 완전해진 느낌을 줄 수 있다. 사랑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유전자가 전해지는 과정, 곧 인류 전체를 십자 뜨기로 재결합하는 영원한 과정을 촉진한다. 사랑은 인류의 모든 공통점 중에 가장 위대한 한 가지다.
사랑과 진화
사랑은 번식 성공률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진화적 압력에 의해 선택되었다. 뇌가 큰 인간의 아기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고 뇌는 자궁 밖으로 나온 이후에 마저 성장한다. 인간의 아기는 매우 취약한 상태이므로 인류의 미래를 위해 부모가 적어도 3~4년간 강력하고 압도적인 유대를 지키면서 사랑의 노예가 된다.
우리가 놓치는 삶의 본질
삶은 불확실하고 사랑은 삶의 본질이다.
상처로부터 다시 시작하기
베리티는 중년의 주식 중개인의 아내이고 부유한 상류층 출신이었다. 장성한 자식들을 떠나보내기는 했지만 삶의 목적을 잃고 상실감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늘 괜찮은 인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며 이혼을 원하고 시골집으로 갔다. 베리티는 첩보요원처럼 남편의 시골집을 감시했다. 다른 여자가 있는 남편의 새 인생을 속속들이 알아내면서 베리티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임상적 우울증에 걸렸다.
“그이가 미워요. 그이가 미워요. 이렇게 내 마음이 아픈 건 아직 그이를 사랑해서죠.”
자아인식, 진실, 내가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재료가 나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첫댓글 사랑의 마지막 단계는 뭘까? 그런 의문이 드는 장이었습니다. 마지막 수업시간 생각하지 못한 그 어떤것들이 기다려집니다. 발제문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