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기존 아파트 주담대로 아파트 새로 매수하면 바로 회수하는 조건) 때문에 오피스텔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깨자. 카뱅 신용대출을 조회해보니 2.4억이나 가능했다. 이 정도 돈이면 아파트 갭투자 가능하다.
여러 곳을 검색했다. 그리고 나는 신림 대단지 1층이라는 다소 리스키한(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인서울, 대단지, 25평, 그런데 말도 안되는 가격인 5억이라는 점 때문에 덜컥 계약한 것이다.
이제 와서 복기를 해보자면 난 이런 점을 간과했다.
1. 무조건 싼 아파트에 집착
사실 갭 2억이 중요하지 절대가격이 저렴한 아파트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갭이 작으려면 무조건 저렴해야한다는 편협한 시각에 5억 이하의 아파트만 검색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구리, 인덕원, 안양, 무리하면 하남, 다산도 가능했는데 말이다.
2. 매우 떨어지는 거주 만족도
아파트를 가보고 놀랐다. 정말 관리가 안된 아파트였다. 30년 밖에 안됐다는데 우리 아파트보다 낡아 보였다. 용적률이 200%대 라는게 놀라울 정도로 동간 간격이 좁고 아파트 내부에 쉼터라는 곳이 없었다. 산을 깎아 지었더라도 반듯하지 않고 되는대로 아파트를 심은 느낌이었다. 주변이 판자촌인 점도 걸린다. 물론 신림 1,2,3구역이 재개발되면 달라지겠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3. 비학군지, 비초품아
아이를 키울 환경이 전혀 안된다. 애시당초 깎아지은 듯한 언덕 때문에 유모차를 몰 수도 없다. 주차가 편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초등학교가 멀리 있다. 큰 도로를 건너야하고 물리적으로도 꽤 걸어야한다.(저학년은 학교 셔틀을 보내준다고는 한다.) 아이를 키울 환경이 안되니 학원가도 당연히 없다.
유튜브에서 어떤 엄마가, 아기때는 아무데서나 살아도 상관없다고 하던데 막상 자기가 엄마가 되고 보니 아기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친구와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굉장히 컸다고 했다. 신도시를 선호하는 이유다.
4. 옹벽 1층
저층을 비선호한다고 하는데, 내가 계약한 집은 한술 더 떠 옹벽이다. ㅋㅋ 다행히 옹벽이 높지 않아 건너편이 보이며 단지 밖과 물리적인 공간이 벌어져있어 사생활이 보호된다는 점은 장점이나 여전히 옹벽은 별로다.
5. 소형평형 많아 재건축 요원
1634세대 중
14평 435 27%
23평 269 16%
28평 330 20%
36평 270 16%
40평 330 20%
로 소형평형 비중에 64%에 달하고 초소형 14평도 1/4나 되는 점은 재건축에 큰 단점이다.
아무튼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난 이 아파트를 가계약하고 말았다. 서울, 대단지, 5억이라는 점 때문에 말이다. 싸게 샀지만 정말 싸게 산건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수리를 싹하면 2년 뒤 6억에는 매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사이 다른 아파트는 더 높은 가격에서 거래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은 테스트였고, 2년 뒤 잠실우성이 사업시행인가가 나면 진짜로 주택을 매수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그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