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성경의 약자보호법"
구약성경의 율법은 주변 나라들의 법률들에 비해 인도적 정신과 윤리적, 종교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구약성경의 율법이 고대 중동의 어느 나라의 법률보다도 높은 차원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계약 공동체의 백성은 권력자든 힘없는 자이든, 부자이든 가난한 자이든, 자유인이든 종의 신분이든 모두 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동등한 인격체’라는 정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약 율법의 이와 같은 특성은 구약성경의 오경 가운데 들어 있는 약자 보호 규례들 속에 특히 잘 나타나고 있다.
구약성경의 약자보호법에 나타나는 특성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약자보호법은 힘없고, 가난하며, 소외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인도주의적 정신이 그 기초를 이루고 있다.
둘째, 약자보호법의 수신자는 주로 법의 보호대상자인 약자들(the weak)이 아니라 비약자들(the non-weak)이다. 다시 말해서 약자 보호 규례들은 대부분 약자들을 향하여 선포된 것이 아니라, 비약자들에게 “약자를 억압하거나,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말고, 잘 돌보아 주라”는 목적 하에 선포된 것이다.
셋째, 약자보호법은 형식적인 법 제정에 끝나지 않고, 그 법의 목적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약자 보호 규례들 가운데 약자들을 위한 ‘특별법’이다(레 4:32-35; 5:7-13; 12:8; 14:21-32; 22:13; 27:8 등). 기본법이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특별법(special laws)은 기본법(basic laws)을 감당할 힘이 없는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특별히 제정된 법이다.
구약성경 약자보호법의 밑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
첫째, 하나님은 약한 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두신다. 하나님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우선적이고 선택적으로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비약자(the non-weak), 나아가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반약자(the anti-weak)도 궁극적으로 구원받기를 바라시지만, 반약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할 때 하나님은 약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억압자들로부터 해방하고 구원하신다.
둘째, 약자는 비약자와 동등한 하나님의 백성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역시 힘 있는 자,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격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신성한 생명과 인격이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셋째, 약자와 비약자는 서로 돕고 사랑해야 하는 상의상관(相依相關)의 관계이다. 인간의 사회적 삶을 바라보면, 약자의 고난은 비약자의 고난이 되고, 약자의 죽음은 곧 비약자의 죽음이 된다. 약자가 살아야 비약자도 살 수 있다. 약자와 비약자는 유기적 관계이며, 약자와 비약자의 상부상조는 참된 평화의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구약성경의 약자보호법이 추구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약자와 비약자가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약자를 억압, 학대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존중해야 한다. 약자의 자유와 권익을 침탈하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 약자를 착취하지 말고, 약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약자에게 불의, 불법을 행하지 말고, 약자와 비약자가 함께 힘을 모아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암 5:24)를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진 사회는 자유, 정의, 평등, 평화, 사랑의 사회이며, 구약성경의 약자보호법에서, 나아가 신구약성경 전반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사회이기를 소망한다.
출처 : 아산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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