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 간월.신불산 억새산행기 2008.10.9 가을의 정취중의 하나로 단풍과 억새가 단연 인기가 있다. 지난주 단풍산행에 이어 이번주는 억새산으로 유명한 영남알프스의 한 산군을 이루는 간월.신불.영축산의 억새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영남알프스--백두(白頭)에서 뻗어 내려온 대한(大韓)의 등줄기는 경상남.북도의 경계에서 마지막 힘을 솟구쳐 1000m급의 산 8개를 중심으로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다. 일정한간격을 두고 솟은 봉우리들이 유럽 알프스, 일본 북알프스에 견줄만한 아름다움이 있기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영남알프스"라 부르는 것 에 이의를 재기하는 이가 없었다.
"영남의 지붕" "영남의 병풍"이라 불리는 이곳은 경상남,북도,울산을 경계로 울주,경주,청도,밀양,양산 5개군에 있어 넓이만도 255천 평방미터에 이른다. 영남알프스라고 하면 고헌산(高獻山1032.8m), 그리고 우두머리격인 가지산(迦智山1240m), 간월산(肝月山1083.1m), 신불산(神佛山1208.9m), 취서산(鷲捿山1092m,영취산 혹은 영축산이라고도 함), 천황산(天皇山1189m), 재약산(載藥山1108m), 운문산(雲門山1188m)으로 주봉을 이루고 있지만, 중간 중간에 문복산(1013.5m),백운산(885m), 억산(944m)등이 있다.영남알프스는 1979년 11월 자연 공원법 제3조의 규정에 가지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석남사 지구, 통도사지구, 내원사지구로 나눠진다.
특히 영남알프스 하면 억새밭을 연상케 하는데 광활한 초원지대에 황금물결을 이룬다. 신불산과 영축산의 중간인 신불평원,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인 간월고개, 천황산,재약산의 사자평은 다른 어디와도 견줄수 없는 억새의 일품 명소이다. 10여년전 천황산.재약산의 사자평 억새산행을 한 기억이 새롭다. 거리가 멀어 아침 출발시간을 30분 당겼다. 오늘 산행코스가 좋아서인지 버스정원을 넘어 51명 이 부킹되어 간부들을 비롯해서 몇명은 불편한 장거리 여행을 하게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7시에 잠실을 떠난 성남청솔산악회 버스는 괴산휴게소에서 산악회에서 준비한 아침을 먹고 양산을 향해 부지런히 달린다. 고속도로변에 보이는 노란물결의 벼익은 모습 황금들판은 우리의 가슴을 훈훈하고 풍요롭게 만든다. 아직 산야는 붉은색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검푸른 녹색이 그 짙푸럼을 슬그머니 내리고 노쇠해가는 누리끼리한 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월이란 어김없이 체바퀴 돌듯 돌아간다. 우리의 인생을 보는듯해서 묘한 마음이 든다. 경주휴게소에서 화장실 용무를 위해 다시 잠깐 쉬고는 바로 달렸지만 가는 도중 영천부근의 도로공사로 많이 지체되어 목적지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12시반이 되고 말았다. 당초 산행시간을 6시간으로 계획했으나 5시간으로 단축한다고 한다. 단단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코스는 무려 15km나 되는데-- 산행깃점 배내고개는 꼬불꼬불한 고개를 많이 올라와 이 지점이 벌써 해발 650m나 되었다. 신불산이 해발 1209m이니 순높이 560m를 올라야 한다. 15km나 되는 긴 산행코스에 목표 5시간. 처음 출발부터 모두들 긴장한 느낌이 역력하다. 카메라를 찍기 쉽게 목에 걸고 일행 틈에 끼어 열심히 걸었다. 나무계단이 셀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이어진다. 어찌보면 일정한 크기의 나무계단이라 쉬울 것 같아도 흙길보다 딱딱하고 단조로와 한없이 이어지는 계단길에 질리기만 한다.20여분을 오르니 능선이 나타나면서 억새가 시선을 끈다. 요즘이 억새가 한창 만발하는 철인가 보다. 파란 가을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바람결에 일렁이는 하얀 깃털의 억새풀. 그 아름다운 모습은 카메라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다.
1시 정각에 해발 966m의 배내봉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사진을 남긴다. 봉우리마다 높이를 적은 표지석이 꽂혀 있어 증명사진을 남기고 싶어진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카메라 인심은 대단하다. 모델료 없는 촬영이니 누구든 원하는 데로 찍어준다. 산위에서 보이는 풍경도 가지가지이다. 억새로 유명한 산이니 억새구경은 말할 것도 없고 겹겹이 쌓인 산들과 발 아랫쪽으로 보이는 마을의 모습도 장관이다. 빨간 헹글라이더가 날라가는 모습도 보인다. 붉어지는 단풍모습도 구경거리이다. 양지와 음지의 차이는 크지만 어떤 곳은 산 전체가 붉어지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간월산(1083m)이다. 근 한시간을 오르락 내리락을 하면서 능선길을 가야 한다. 능선 위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더운 날인데도 갈증이 심하지 않았다. 산행길에 반갑게 맞아주는 쑥부쟁이 모습이 너무 예쁘다. 공기 때문인지 색갈이 더 선명한 것 같다. 억새밭에도 꼬부라진 소나무가 산꾼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햇볕을 가려주는 큰 나무들이 귀하기 때문이다. 간월산에 도착하니 2시반. 오는 도중에 점심먹는 시간 30분을 빼더라도 한시간이상 걸린 셈이다. 간월산 정상에서도 증명사진은 필수코스이다. 중간목표지점이 많을수록 성취감은 더해진다.간월산 전망대에서 보이는 험준한 바위들-바로 간월공룡능이란다. 간월산에서 신불산으로 가는 도중에 능선 좌우로 보이는 간월공룡릉과 신불공룡릉은 평평한 평지산에서 특이하게 절경이라고 느낄만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건너편 높이 솟은 봉우리가 신불산이다. 간월산에서 신불산으로 가자면 간월재까지 내려가야 한다. 저아래 간월재가 보인다. 예쁘게 쌓아올린 돌탑도 보이고 많은 산행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반대편 멀리 가지.운문산도 보인다. 능선은 뾰죽한 바위산으로 이어져 있었다.처음 걷게되는 바위산이라 이제야 산행다운 산행을 하는 느낌이다. 바위위에서 보이는 경치가 볼만하다. 여성 회원들이 바위능선에서 그 기쁨을만끽하고 있다. 스틱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바위산이 끝나고 간월재로 가는 나무계단이 계속된다. 간월재에 가서 잠시 쉬면서 단체사진도 찍자고 했다. 간월재에는 우리일행 외에도 다른 산악회에서 온 등산객도 제법 많았다. 간월재는 신불산을 오르기 위해 힘을 재충전하는 곳이다. 쉬면서 간식도 먹고 물도 충분히 마시고-- 올려다 보이는 신불산 정상은 지나온 간월산과는 달리 돌탑도 보이고 금방 알아보기 쉽게 표시가 났다. 신불산 높이가 1209m라 그런지 오르는데 제법 힘이 들었다. 마침내 오늘의 마지막 목표지점인 신불산 정상을 오른 감회가 깊었다. 모두 그 감회를 오래 가지려는지 발길을 멈추고 있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벌써 시간은 3시반을 넘기고 있다. 누가 갖고 왔는지 막걸리도 한잔 마셨다. 정상주인 셈이다.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남기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신불평원에 내려가서 찍기로 하고 나무계단을 느긋한 마음으로 걷는다. 계단 좌우로 한없이 넓게 퍼져있는 억새밭은 과연 몇평이나 될까? 영남알프스 신불산에서 취서(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4km, 1시간 거리의 수백만평의 신불평 원은 국내 억새평원중 가장 볼 만한 억새평원이다.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억새사이의 잡풀이 거의 없는 억새평원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오늘 억새산행의 하일라이트인 곳이다. 그 감회를 잊지 않으려고 신불평원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남겼다. 시간이 된다면 영축산까지 오르고 싶었지만 귀경하는 시간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고 신불재 앞에서 신불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급경사가 많고 길었다. 5시반까지 하산하면 되므로 시간은 충분했다.곳곳에서 미끄러 지며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도 보인다. 양손에 스틱을 잡고 가니 다행히 미끄럼이 덜했다. 계곡에는 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루한 하산길이지만 간혹 붉게 물든 나무잎이 있어 시선을 붙든다.한참을 내려가니 큰길이 나왔다. 임도이다. 신불산 정상에서 4.7km를 하산했다. 휴양림까지 임도로 2km를 내려가면 된다. 5시가 넘고 있었다. 해가 서산에 걸치기 시작한다. 넓다란 계곡이 나타나고 모처럼 물이 흐른다. 먼저온 일행들이 긴 하산길에 피로해진 발을 물에 담그고 앉아 쉬고 있었다. 잠시 신발을 풀고 계곡물에 발을 담궜다. 수건으로 얼굴의 땀과 먼지를 닦고 물한모금 마시는 여유를 가졌다.
신불산휴양림은 숙박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마치 서양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킨다.평일인데도 승용차들이 많이 보인다. 백련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개울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스틱도 접고 가다보니 도로에 모두 앉아 있었다. 차를 오라고 하고 기다리잔다. 착오가 있는지 위치를 잘못알아 찾기가 어렵단다. 결국 약속장소인 배내산장까지 걸었다. 이미 하산하면 먹이려고 하산식으로 닭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날은 어두워지고 맛있게 끓인 닭개장으로 배를 불리고 시원한 맥주와 소주 몇잔을 곁들이니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는가 싶다.오늘도 윤회장이 큰 생맥주 10병을 준비하여 모두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아침에 도로에서 작은 접촉사고가 있었지만 오늘의 액댐인듯 일행들 모두는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장장 15km의 긴 코스를 5시간에 완주하였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접촉사고로 운전을 맡은 강부장은 기분이 안좋았겠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신속히 귀경을 시켜주었다. 고마울뿐이다. 많은 인원을 통제하며 안전산행을 이끈 이영두산행대장과 중간대장 남포,그리고 오늘 일일후미 박대장도 수고가 많았다. 다른 산악회와 다른 점은 산행대장의 헌신적이고 책임감있는 산행을 주도하는 점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은 인원을 초과시켜 산행대장을 비롯, 총무등 몇몇 간부들이 차안에서 왕복 10시간을 고생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앞으로 크게 시정할 점이다. 모두들 수고했다. 한없이 넓은 억새평원을 활보하고 왔으니 이 가을은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억새평원의 감동이 오래토록 머리와 가슴에 남기를 바라며 많은 사진과 함께 이 산행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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