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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태백FM100.5 《박선영의 라디오 시간여행》, 박선영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중에 '귀신'이라든가 '혼백'이라는 말이 있죠. 무심코 쓰는 이 단어들 속에, 사실 우리 선조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아주 깊은 음양(陰陽)의 이치가 담겨 있다는 걸 알고 계시나요?
오늘은 종묘와 왕릉, 그리고 그 길 위에 스며있는 재미있는 음양
이야기를 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번 떠나보려고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내뿜는 기운, 그리고 죽음 이후 나누어지는 혼과 백의 비밀까지! 오늘 시간여행을 시작하며 첫 곡으로 세월과 삶의
이치를 깊게 노래하는 가요입니다. 이선희의 《인연》부터 들려드립니다.
이선희 – 인연 [4:25]
이선희의 《인연》, 언제 들어도 가슴 한구석을 아련하게 울리는 참
깊은 노래죠.
옛날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의 몸속에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온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만약 이 기운에 부조화가 생기면 그걸 '질병'이라 불렀고, 치료 역시 이 음양의 균형을 찾아주는 과정이었죠.
그런데 사람이 죽게 되면 이 음과 양의 기운이 완전히 분리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의 기운은 하늘로 올라가고, 음의 기운은 땅속으로 돌아간다고 본 것이죠.
이때 하늘로 올라가는 양의 기운을 혼(魂), 땅으로 돌아가는 음의
기운을 백(魄)이라 부르고 합쳐서 '혼백'이라고 했습니다.
정신을 지배하는 양의 기운, '혼'은 하늘로 올라가 '신(神)'이 되는데요, 이 조상신을 모신 공간이 바로 사당, 한자로는 사당 묘(庙) 자를 씁니다. 서울 종로구의 '동묘' 역시 관우의 무덤이 아니라 관우의 신주를 모신 사당, 즉 '동관왕묘'인 것처럼 말이죠.
이번에 들으실 노래는 세월의 흐름과 아련한 그리움을 담은
명곡입니다.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듣고 오시죠.
김광석 – 바람이 불어오는 곳 [3:22]
김광석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우리 마음에 고요한 바람을 일으켜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종묘(宗廟)' 역시 무덤이 아니라 바로 이 사당입니다. 종묘의 '종' 자는 으뜸을 뜻하는 마루 종(宗) 자를 쓰는데요. 그러니까 종묘는 온 나라의 사당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높은 으뜸 사당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종묘에 모셔진 신주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혼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신주에 구멍을 뚫어놓았다는 점입니다. 이걸 바로 '혼구멍'이라고 불렀는데요!
우리가 어릴 때 나쁜 짓 하거나 혼날 때 *"너 아주 혼구녕이 날 줄 알아!"*라는 말 자주 쓰잖아요? 그 말의 원래 뜻이 바로 "너 너무 까불다간 몸에서 혼백이 분리돼서 저 신주의 혼구멍으로 들어가 버린다!", 즉 "너 죽을 줄 알아!"라는 뜻에서 유래된 강력한 경고의 말이었던 거죠. 우리가 무심코 쓰던 표현 속에 이런 종묘와 혼백의 비밀이 숨어있었다니 참 흥미롭지 않나요?
그러니 종묘에 가서 "왜 무덤이 없냐"고 물으시면 안 되겠죠?
사당은 무덤이 아니라 혼이 드나드는 신주를 모신 곳이니까요.
다음으로 들려드릴 곡은 땅과 하늘, 그리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영혼의 울림을 전해주는 노래입니다. 안예은의 《상사화》 들려드립니다.
안예은 – 상사화 [4:10]
안예은의 《상사화》, 특유의 애절하고 깊은 음색이 혼과 백의 아련한 이야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네요.
종묘가 '혼'을 모신 사당이라면, 땅으로 돌아가는 음의 기운, '백(魄)'은 어디로 갈까요? 바로 지상에 머물며 '귀(鬼)'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특히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귀(鬼)는 강한 에너지를 지닌 악귀가 된다고 생각했죠.
이 백과 귀를 모신 땅 위의 공간이 바로 우리가 아는 무덤, 한자로는 무덤 묘(墓) 자를 쓰는 왕릉과 무덤입니다. 결국 '혼(陽)과 백(陰)', '귀(陰)와 신(陽)'이라는 단어 자체에 이미 음과 양의 완벽한 조화가 들어있었던 셈입니다.
"이번에는 세월과 역사, 그리고 세월 속 그리운 존재를 연상시키는 명곡이죠. 양희은 씨의 대표곡, 《백구》 듣고 오겠습니다."
양희은 – 백구 [5:15]
양희은 씨의 가슴을 적시는 울림, 잘 감상하셨나요?
죽음마저도 단순히 끝이 아니라 음과 양의 기운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바라보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참 놀랍지 않나요? 종묘와 왕릉이라는 공간 속에 숨겨진 혼과 백, 그리고 우리가 무심코 쓰던 '혼구녕'에 담긴 이야기까지! 오늘 시간여행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게 느껴지셨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의 아쉬움을 달래며 준비한 마지막 곡입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련함과 고요한 평온을 선사하는 곡이죠.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끝곡으로 전해드립니다.
조용필 – 바람의 노래 [4:20]
《박선영의 라디오 시간여행》, 오늘 준비한 종묘와 왕릉, 그리고 혼백의 음양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또 이어지니까 많은 기대 바랍니다.
지금까지 박선영의 라디오시간여행 박선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