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란 이름의 나무
강인춘 북디자이너 [J플러스] 2015년 3월 22일
어느 날
남편이라는 나무가 내 옆에 생겼습니다.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만들어 주니 언제나 함께하고 싶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리고, 항상 내가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내가 사랑하는 나무이기는 했지만,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불편하게 함으로 날 힘들게 하는 나무가 밉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괜한 짜증과 심술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나무는 시들기 시작했고,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심한 태풍과 함께 찾아온 거센 비바람에 나무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 다음날 뜨거운 태양아래서 나무가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여겼던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사랑을 주지 않으니 쓰러져 버린 나무가 나에겐 얼마나 소중한지를,
내가 남편나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에
나무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늘이 되었다는 것을...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는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다시금 사랑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나무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남편이란 나무는 사랑이란 거름을 먹고 산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KBS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소개되었던 글로써 많은 사람들 에게 감동을 주었던 내용입니다.)
▲강인춘 북디자이너
강춘의 남자 여자
‘우리 부부야, 웬수야?’의 저자 강춘은 남자와 여자를 그리는 사람이다. 여자보다 더 여자를 잘 아는 남자이기도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부부의 수만큼이나 수많은 사연들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캐내는 이야기꾼이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그림으로 닦아주는 화가이다. - 홍미은 기자의 評
http://blog.joins.com/kic2806
강춘(강인춘)은 1960년대 초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오일 페인팅으로 범벅이 된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지금이야 멋을 내려고 일부러 찢기도 한다지만, 그땐 청바지 한 벌로 몇 년을 버티느라 다 낡고 닳아빠진, 누더기 같은 옷이었다. 그러면서 캔버스에 열심히 꿈을 그려나갔다. 한때는 애니메이션에 심취하여 TBC에서 방영한 '황금박쥐'의 키 애니메이터로 활약하기도 했으며 KBS에서는 '여로', '실화극장', '파도' 같은 드라마의 타이틀 미술을 개척했다. 또 장충동에 있는 국립극장에서 무대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그 후 동아일보사 미술부에서 23년간 근무하며서 일러스트레이션과 북디자인에 온 젊음을 후회없이 불태웠다. 1994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한국어린이 도서상'을 받기도 했다. <여보야> <사랑하니까 그리는거야> <내 동생 철이 때문에 속상해요> <우리 부부야 웬수야?> 등의 저서가 있다. 지금 서울 마포에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신문 등에 그림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 백작부인과 호위무사 http://blog.daum.net/johagnes/1894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