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종의 행복이야기>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보다 행복하다
신라의 원효는 661년 당나라 유학길에 당항성에 이르러 어느 무덤 앞에서 잠을 잤다. 자다가 갈증을 심하게 느껴서 깜깜한 동굴 속에서 주변을 더듬다가 물을 발견했고 그 물을 아주 달콤하게 마시고 갈증을 풀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지난밤에 자기가 먹은 물은 해골바가지에 고여 있던 물이었다. “우웩” 구역질을 하면서 원효는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먹기 나름임을 깨달았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하겠다”고 마음먹기 나름이고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 이처럼 행복은 우선 긍정마인드로 시작한다. 그러나 긍정심리학을 넘어 철학의 단계, 삶과 죽음의 의미를 아는 단계로 나아가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영화 <프렌치 수프(Taste of Things. La Passion De Dodin Bouffant)>(2023)는 ‘소확행’으로 시작하는 듯하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도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로 트란 안 훙(Tran Anh Hung)은 2023년 76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보다 행복하다.” (영화 대사 중)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Juliette Binoche 분)와 도댕(Benoit Magimel 분). <프렌치 수프>는 186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요리사와 레스토랑 오너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두 사람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사랑, 그리고 행복이 있다.
“풍미와 관능이 보글보글” (평론가 박평식)
1964년생인 줄리엣 비노쉬는 여전히 아름답다. 뒤태를 모두 보여주는 '온몸 연기'로 열연한다. 그렇다고 <프렌치 수프>는 ‘야한 영화’는 아니다. ‘12세 이상 관람가’
“여러분이 드시는 음식으로 대화하세요”(영화 대사 중)
<프렌치 수프>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수고롭고 정성스러운 과정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다. 포크, 나이프, 접시, 팬과 화덕이 부딪치는 소리가 정겨운 영화다.
화집을 보는 듯 영상미가 아름다운 영화, <프렌치 수프>는 잔잔하면서도 우리에게 힐링과 행복을 주는 영화다.
수입사인 ‘그린나래미디어’가 재치 있는 관람안내문을 만들었다.
“<프렌치 수프>에는 꼬르륵 소리를 유발할 수 있는 요리와 음식 장면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공복인 상태의 관객분들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관람에 유의 부탁드립니다.”
이 홍 종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