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KASSE 포럼을 2024년 11월 6일 오후 2시에 고등과학원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하였다.
이영백 학술부회장의 사회로 협회 의학분과 회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 석좌교수의 “100세 장수 시대의 발전 방향: 불로장생이 아니라 순로장생 (順老長生)이다”란 주제 발표에 이어, 본 협회 이충희 명예회장이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자인 강신성 부회장 겸 간사장, 심창구 의약분과 위원장 및 신영오 농식품·바이오 분과위원장 3인의 지정 토론이 있었다. 주제발표자인 박상철 교수의 답변과 참석한 회원들과 자유토론 시간도 가졌다. 아래에 주제 발표와 지정토론 요약을 소개한다.
주제 발표
박상철 교수 주제 발표
안티에이징[Anti-aging, 항노화(抗老化)], 역노화 (逆老化, Reverse Aging) 개념은 노화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의미이다. 최근 노화의 생물학적 의의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고 생명체가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을 위한 생명의 과정으로 밝혀지면서 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이 지적되었다. 노화를 거부하는 안티에이징 개념을 벗어나 대안으로 노화를 수용하여 긍정적으로 대응하자는 웰에이징[Well Aging, 순노화(順老化)]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에 맞추어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나 자신의 삶을 설계하여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태도가 순노화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불로장생 (不老長生)을 추구하지 않고 순로장생(順老長生)을 추구하여야 할 때이다.
전래적으로 인류는 늙지 않고 오래 살기를 염원해 왔다. 수천 년 동안 늙음을 억제하고 방지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연단술, 연금술과 같은 비술을 부단하게 개발하여 왔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불로장생의 염원은 무모하고 허황한 사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놀라운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제도의 개혁은 인간 수명을 급증시켜 사회의 고령화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화를 억제하고 거부하자는 안티에이징은 노화를 근원적으로 적대시하는 개념으로 노화 해법의 전통적인 주도적 방안이었다. 근자에는 노화 현상이 생리적 변화가 아닌 질병 상태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노화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모든 노인이 환자로 바뀌게 되고 노화는 피해야 하고 버려야 하는 상태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층 더 나아가서 늙음을 젊음으로 되돌리자는 역노화 개념이 공공연하게 추가되면서 노화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측면이 확대되고 있다. 더욱 당장 의료 기술의 발달을 통하여 수명연장이 눈앞에서 달성될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나면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수명연장 방안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요원하지만, 불안한 미래에 대한 사회적 혼선이 가속되고 있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당사자인 노인들을 폄하하고 좌절하게 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닥쳐오는 초고령사회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주장들은 생명체의 생리적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다가 어떤 시점부터는 더 이상 자라는 대신 늙어져 가며 결국은 죽는 생로병사의 과정이 생명의 생리적인 노정임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늙음을 굳이 거부하거나 반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대응하는 방법이 더 윤리적이고 실효적이다. 최근의 연구성 과를 통하여 노화의 생물학적 의의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아니고 생명체가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을 위한 생명의 과정으로 밝혀지면서 노화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이 지적되었다. 또한, 평균 연령이 30세밖에 되지 못했던 시대에도 백 세에 이르는 초장수인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노화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획일적 효과를 미치는 게 아니라 개인에 따라 상이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연령적 노화와 상관없이 개별적 차이에 따른 건강 장수가 가능함을 분명하게 하였다. 따라서 노화를 거부하는 안티에이징 개념을 벗어나 대안으로 노화를 수용하여 긍정적으로 대응하자는 웰에이징이라는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
항노화는 노화를 죽음에 이르는 과정으로 보고 노화 억제만을 지상목표로 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인이 무기력한 존재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반면 순노화는 나이 듦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하면서 살아온 과정에 축적해 온 지혜와 경험의 미래지향적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순노화는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이끌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삶의 질을 높게 영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백세인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살고 싶으세요?' 물어보면 나오는 답은 거의 똑같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다,' '하나님이 데려가면 좋겠는데, 안 데려가시네,' 이런 식이다. 반면, 구미의 백세인은 자신이 나이 든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우리나라 백세인은 나이가 들면서 자식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되어 퇴직하고 놀게 되니 나이 든 것이 죄짓는 것이며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왔다. 반면 구미의 백세인이 당당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나 젊은 세대에게 신세를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의 독립과 존엄성을 생명의 최후 순간까지 지켜나가는 태도의 차이가 나이 듦을 당당하게 한다. 늙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에 맞추어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나 자신의 삶을 설계하여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태도가 순노화이다.
인간의 장수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끝까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이고 움직인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고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면 오래 산다는 것이 불편하거나 미안해야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남에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과학기술에 의존하여 생명체의 유전자를 조작하거나 약물을 사용하여 무리하게 노화를 거부하려고 발버둥 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 앞서서 노화라는 생리적 변화를 수용하여 오히려 활용하면 노화가 결코 두려운 현상이 될 수 없으며 그 효과가 분명할 것은 자명하다. 노화를 부정하고 적대시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서 오로지 자신의 노력으로 삶을 개선해 나가는 웰에이징을 이루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불로장생을 추구하지 않고 순로 장생을 추구하여야 할 때이다.
지정토론
주제 발표에 이어 협회 이충희 명예회장이 계속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이 진행하였다.
첫 지정 토론자는 강신성 부회장 겸 간사장이다.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 대열에 들어선 이 시점에, 노인들이 노화를 부정하고 적대시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서 오로지 자신의 노력을 통하여 삶을 개선해 나가는 웰에이징을 이루어야 하는 순로 장생을 추구하여야 할 때라고 제언하는 주제발표자의 발표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모든 국민이 귀 기울여야 할 주제로 생각한다.
그러나 노인 스스로가 이런 순로 장생으로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노인 자신의 신체적 건강, 경제적 안정, 사회적 환경 (주변인의 인식 전환) 등의 여건이 갖추어져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여건들이 선결되지 않는 한 노인 스스로가 순로 장생의 길을 걷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노인에 대해 동등한 시민의 구성원이라는 인식 전환의 환경 조성이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적으로는 노인 빈곤율이 대폭 저하되어야 하겠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38.1%임). 다행히 노인의 경제적 자립성과 경제 활동 참여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열약한 형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국민의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 노인을 위한 복지 정책의 개선 등 범국가적 정책, 환경,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어서 심창구 분과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피력하였다.
주제발표자는 장수학의 권위자로 귀한 강연을 직접 듣게 되어 영광이다. 발표자는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불로장생에서 벗어나, 노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순로 장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불로장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과학기술 발전으로 수명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서는 안티에이징처럼 노화를 억제하려는 시도가 주도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노화를 적대시하기보다는 생리적 변화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웰에이징이 필요하다. 순로 장생은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축적된 지혜와 경험을 활용해 독립적이고 존엄성 있는 삶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신의 삶을 끝까지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장수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제 발표 내용에 공감하면서, 문득 종교나 수련 등의 정신적 활동을 통해 순로 장생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지혜가 더욱 궁금해진다.
협회 신영오 분과위원장이 마지막 토론자였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주제발표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장수학의 권위자로서 장수에 관한 근래의 핵심 내용을 소개하였다. 본 지정 토론자는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 협회의 농식품·바이오 분과위원장으로서 장수와 관련된 본인의 견해를 말씀드린다. 주제발표자의 장수에 대한 개념으로 안티에이징(불로불사), 역노화 등과 함께 순노화 대응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장수는 오랜 기간 인류가 꿈꾸어 온 가장 높은 매력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선망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진시황제 같은 절대 권력자들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불로초를 얻고자 애썼으며 많은 종교의 신자들은 영생이 그들 믿음의 주요 동기가 되었다. 그러나 한 개인(개체)이 불로불사 하는 것은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적응해 온 인류로서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현재의 과학기술로써 새로운 개념에 의한 발견과 적응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장수는 많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데도 장수 사회는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를 수반한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령 인의 높은 자살률 문제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령인 자살률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노령 인에게 활동할 기회를 높여야겠다. 특히 오랜 경험과 지식 및 노하우를 갖고 있는 노령 전문인에게는 젊은 인력을 보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협회의 회원들은 첨단기술 분석, 과학 정책, 건의 및 과학교육 등을 통하여 국가가 요구하는 과학기술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가는 이와 같은 조직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유토론 및 마무리
많은 의미 있는 질문을 포함했던 지정토론에 이어 주제발표자인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의 대응하는 성실한 답변이 있었다. 모든 질문에 답하려 하였으나 시간 관계상 적절히 조절되었다. 토론 좌장인 이충희 명예회장의 사회로 조석팔 감사(전기·전자·정보통신 분과)와 신희덕 이사(환경·건설·지구해양 분과)를 비롯하여 다수의 회원이 참여한 근래에 보기 드물었던 활발한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토론 전체에 대해 좌장이 정리하였다. 주제 발표와 지정토론 그리고 자유토론이 보완적으로 서로에게 근접했고, ‘100세 장수 시대의 발전 방향: 불로장생이 아니라 순로 장생이다’에 대한 의미와 대책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논의한 장이 되었다. 이와 같이 협회 2024년 가을 학술대회와 같이 진행된 제24회 KASSE포럼을 종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