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쓰다보니 길어졌어요.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오래전에 한번 방문하고 ‘한번 더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미루다가 짧은 휴가를 맞아 큰 맘 먹고 다녀왔습니다. 방포님의 요청도 있었고, 워낙 좋은 곳이라 퍼플유 식구들에게 소개하고픈 마음에 올려봅니다. 혹 DC 여행오시면 내셔널 뮤지엄에서도 가까우니 한번 들러보세요. 평일 상설전시는 무료입니다. 착한 가격도 뮤지엄의 매력중 하나죠. ㅎㅎ
외관은 이렇게 생겼어요. 사실 주택가 한 가운데 있어서 (일전엔 개인의 집이었어요) 미술관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 갑니다. 하지만 내부는 보물 천지이지요. 크진 않지만 참 알찬 미술관 입니다.
제가 방문한 지난 금요일에는 상설전시를 대폭 줄이고 특별전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딱히 이 전시가 목표는 아니었는데 워낙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전시라 안 볼 수가 없었네요. 주제는 ‘The Warmth of Other Suns’. 점점 더 늘어만 가는 난민들에 대한 이슈를 다룬 전시였어요. 뉴스를 통해서 간간히 접하기는 했지만 시각적으로 만나는 난민의 실상은 상상 이상이었고, 난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이 사진은 맥시코 국경에 설치된 그 유명한 wall 인데요, 저 벽을 사이에두고 가족간에 하루에 몇 분정도 면회(?)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철조망 사이로 겨우 손가락만 들어가서 너무 안타깝게 만나고 그마저도 점점 시간을 줄인다고 합니다..
위에 비디오와 설치작품은 하나의 작품이예요. 사람들이 저 배를 하나씩들고 바다로 일렬로 서서 들어가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에요. 모로코와 스페인 양쪽에서 동시에 진행된 퍼포먼스고 그렇게 두 나라를 잇고자하는 의도가 내포된것으로 이해했어요. 제목이 ‘Don’t cross the bridge before you get to the river’ 였어요. 그리고 위에 사진의 설치는 맨 끝에 거울을 두어서 관객인 나도 저 movement 의 한 부분으로 들어가게 되는 초청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비디오에서 사람들의 말소리, 바다의 파도소리, 그 파도에 묻혀서 흘러가버리는 신발과 연약하게 만들어진 배가 실제로 타고 있던 배를 잃고 신고있던 신발을 잃어버리고 결국 물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난민들의 현실을 보여주는것 같아 두려운 마음도 들었어요.
이 작품은 20분짜리 영상인데, 주인공은 이라크에서 터키로 다시 터키에서 그리스로의 여정을 나레이션과 함께 그려냅니다. 항상 코 위에 바닥을 향한 크고 작은 거울이 달린 긴 대를 얹고 걸어다녀요. 마치 서커스를 하는 사람처럼요..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어떤 기분인지, 무엇을 기다리는지, 식구중에 누군가 아픈데도 치료를 받지 못해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덤덤하게 말해요. 그리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 거울이 등장합니다. 제목은 “Blind as the mother tongue”. 거울과 제목에서 제가 느낀건 작가는 자신이 떠나 온 그곳을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이국땅에선 아무 쓸모도 없는 모국어처럼 그는 눈먼 장님처럼 답답합니다. 그런 자신의 상태(?)를 땅을 향해 있는 거울을 통해 그가 새로운 세계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세계는 자신의 눈이 아닌 거울을 통해 보기때문에 불안하고 위태롭고 언제 깨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돌아 갈 수 없습니다...
위에 두 설치작들은 무척 슬픈 현실을 말해줍니다. 난민들은 대부분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사실 말이 이동이지 어느 나라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기때문에 많은 경우 그 배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저 많은 옷들과 아래 담요와 랜턴은 그런 현실을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 담요와 랜턴을 보면서는 많이 슬퍼서 눈물이 났네요. 저들이 저런 삶을 원하거나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수 밖에 없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어요.
특별전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필립스컬렉션의 대표작 몇 개 소개하고 글을 마칠게요.
위에 방은 그 유명한 Mark Rothko room 입니다. 총 4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아쉽게도 사진촬영 금지라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Rothko는 20세기 중반의 색면회화의 중심에 있던 작가인데요, 저렇게 색면으로만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작품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사이즈가 큰데, 이유는 그래야 더 색 자체만을 느낄 수 있다는게 작가의 의도였습니다. 우리의 방탄 리더 남준이도 애정하는 작가이고, 저 또한 너무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최소 10분은 머물러 계속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림에 질문하기를 추천해요. 그럼 의외의 순간에 득도(?)할 수도 있습니다. ㅎㅎㅎ
필립스에 가면 꼭 봐야하는 그림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인상파 르느와르의 ‘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제가 줄줄이 설명하기 보다는 아래 링크를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빈궁한 화가의 ‘사치스런 찰나의 행복’ - 세종포스트수년 전 워싱턴 DC의 필립스 컬렉션(The Phillips Collection)이라는 미술관에서 박사 후(後) 펠로우로 있었던 시절의 일이다. 매서운 바람이 불던 겨울 어느 날이었다. 간단한 점심을 마친 후 인근 주택가를 산...www.sjpost.co.kr
그리고 마침내 ‘The Wax Room’ 입니다. 개인적으로 Rothko room과 더불어 이 미술관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독일 출신의 Wolfgang Laib 이고, 방이 작아서 한번에 두 사람 이상은 들어가지 못합니다. 저는 이런 관객참여적인 작품을 아주 좋아해요. 관객이 참여해야만 비로서 완성되어지고 의미가 있는.. 작가는 이 공간이 다른 세계의 공간, 명상이 가능한 공간이며, 어디를 향해 가고있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공간이 되기를 의도한걸로 압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울 탄이들의 매직샵이 연상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기승전방탄 병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 안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껴요. 지독한 왁스 냄새랑 아무것도 없는 좁은 텅 빈 공간이 무덤처럼 느껴졌죠.. 그런데 기분이 나쁘진 않고 간접적으로 무덤을 느껴본 것 같은 그런 경험 이었습니다. 무언가 나쁜 기억은 저 공간에 두고 나오고 싶어지는 그런곳이었어요. 아래 사진은 거기서 찍은 제 사진이에요. 제게는 아래 사진이 나의 wax room 입니다. 제가 들어가 앉음으로 비로서 완성된 작품입니다.
미술관을 나와서 마침 점심때길래 근처 이탈리안 식당에 들어가서 친구가 시킨 샹그리아 한 잔에 알제이 놓고 한컷 찍었습니다. 제가 운전한 덕분에 딱 한모금 얻어 마셨는데 무척 상큼하니 좋았어요.
이제 내일이면 9월이네요. 뜨겁던 여름도 아쉽게도 가버리네요. 아쉬운 마음 달래기 원하시면 근처 미술관에 한번 가보세요. 모르고 이해 안가는걸 이해하려고 아는척 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그냥 내 눈을 끌어당기는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물러보세요. 그럼 그림과 좀 많이 친해질 수 있어요. 제게 미술감상의 스승 역할을 해 주셨던 분이 그러셨어요. 때론 아는것 밖에 못본다구요. 우린 뭘 알아야 그림을 감상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아는것이 우리를 가둔다는 거였죠. 그리고 유홍준 교수가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인용한 조선 정조때 문장가 유한준 선생의 말을 인용하셨어요.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결론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보라는 말씀이셨어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뭘 알아야 그림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미술관 가면 뭘해야할지 모르겠고 부담이 많이 있었는데, 저 날 이후로는 미술관이 두렵지 않고 자유롭고 너무 좋아요. 우리 퍼플유 회원님들도 이런 자유함 누리셨음 좋겠어요. 보라해요.
첫댓글 제가 마치 미술관에 다녀온것과 같은 좋은 후기 잘 봤어요
미술관인데 메세지도 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 이였겠네요
궁금하던 Rothko 작품도 보셨다니 부러워요 저도 남준이처럼 로스코 작품을 보며 작가의 슬픔도 함께 느끼고 싶네요
저도 얼마전에 엘에이에 있는 The Broad 미술관에 다녀왔어요 저는 그림도 전혀 못 그리고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그림 보는걸 참 좋아해요 마지막 말씀처럼 뭘 꼭 알아야 그림을 볼 수 있는건 아닌가봐요
소중한 후기 나눔 감사해요
참! 예전에 말씀하신 뭔들님이 직접 그리신 그림 보여주시길 저 아직도 잊지않고 기다리고 있어요 ㅎㅎ
꾹럽님처럼 미술 잘 모르셔도 그림보는거 좋아하시는 분들 많더라구요. 전 음악은 악보도 못 읽는 사람인데 오페라 넘 좋아해요. 그런 이치겠죠?? ㅎㅎ
제가 그림을 다시 손에 잡은게 이제 겨우 일년 남짓이고 집에서 소일거리처럼 그리는거라 작업도 작고 아직까지 제 스타일이라는게 나오지 않아서 보여드리기가 부끄럽네요. 그냥 몇개만 올려볼게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9.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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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9.02 07:24
@진이 is 뭔들 세상에..금손이셨네여 ㅎ
후기 읽고 뭉클해지네요. 자세하고 내용있는 후기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의 양식 충전 많이 하네요. 💜
항상 따뜻한 댓글 감사해요~ ^^
가까운 곳에 이런데가 있었군요.
D.C.에 은근히 갈곳이 많은데 워낙 게으르고 문화생활과 담쌓고 산지 오래였는데 진뭔님 후기 보고 마음에 바람이 들러왔어요 ㅎㅎ
저도 꼭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네. DC는 정말 보물창고 같은데인것 같아요. 저도 잘 몰라요. 이래저래 소개받고 한번 가보는거죠..근처에 사는동안 이 혜택을 많이 누리고싶어요.
뭔들님이 올려주신 글 읽으며 대리만족이 되었어요~ 시간내서 미술관 다녀오기 쉽지않은 아미분들 께도 넘나 소중한 포스팅 일거에요.
감사합니다 💜
님이 그렇게 말해주면 정말 그런것 같다는.. 항상 encourage 해주는 댓글들 고마워요~
미술관 학창때 가보곤 안가봣는데 포스팅 잘 구경햇어요. wax room 은 좀 무서울거 같아요💜
ㅎㅎ 맞아요, wax room은 저도 갠적으로 좀 무서워요. 근데 또 들어가보고 싶은 반대의 매력도 있어요.
포스팅 감사합니다. 전 DC 는 아직 한번도 안가봤는데 언젠가 가게되면 이 뮤지엄에 가볼게요.
특별전은 참 마음이 먹먹합니다. ㅠㅠ
보라님 DC 오시면 좋아하실 것 같아요. 볼게 참 무궁무진하게 많아요~ 몰라서 여유가 없어서 못 가는게 참 안타깝죠.
특별전은... 저도 멋모르고 봤다가 마음이 어려워져서 돌아왔어요. 난민의 숫자가 세월이 가면서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그냥 방관만 할 시기는 지난것 같이 느껴졌어요..내가 뭘해야할지 조금 진지하게 마음에 물어보고 있어요.
너무 감사해요.
진작 알았더라면 예전에 DC 갔을 때 꼭 들렀을텐데..
언제라도 꼭 기회가 있길 바라요.
유홍준 교수가 인용한 저 말은 저도 참 좋아해요.
(전 유홍준 교수가 하신 말로 생각했는데 인용된 글이었군요.)
고등학교 때 그 분의 책을 읽고 내내 마음에 새기던 글귀인데..
방탄을 대해는 제 마음도 역시 그렇고요.
💜🙏
방포님 덕분에 저도 마음먹고 가봤고 시간들여서 포스팅 올렸네요. 고마와요, 요청해 줘서...
전 문화유산답사기 끝까지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저 인용구는 알지도 못했어요. (은근 책 대충 읽는 타입이라.. ) 근데 지인분 통해서 듣고 마음에 새겼죠. ㅎㅎ 방탄을 대하는 제 마음도 방포님 마음과 같아요.. ㅎㅎ 이래서 우리는 기승전방탄을 벗어날 수 없어요.
너무 고맙습니다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보는건 좋아하는데
뉴욕에서의 기회가 없어서 생각도 못했어요 우리 아미님들 대단하십니다.
뒤늦게 둘러보다가 봤네요 ㅎㅎ 너무 유용한 정보 주셨어요..담번에 꼭 들러보렵니다..웬지 남준이가 이번 투어중에 들릴거 같은건 제 느낌적 느낌이겠죠 ㅎㅎ
그래주면 좋죠.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네요~ㅎ
가까운데 이 뮤지엄은 몰랐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