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무가(巫歌)는 무당이 굿을 하면서 신을 굿판에 청하고, 굿판에 모신 신을 축원하고 놀리고, 굿판에서 신을 보내기 위해 부르는 노래를 말한다. 무가는 신과 관련된 노래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신화로서 무교의 경전이 되는 것이다. 무가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째, 무가는 신성한 것이다. 무가는 굿판에서 무당이 신에게 인간의 기원을 전달할 때 주로 노래하는 것이므로 굿판의 특성상 신성성을 갖는 것이다.
둘째, 무가는 무당이라는 특수한 전문예능인에 의해 전승된다. 무가는 강신 체험을 하거나 특별한 교육을 받는 무당들만이 연행하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인간과는 다른 특수한 집단이고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은 예능인이다.
셋째, 무가는 종교의례에서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성이 강하다. 다른 구비 전승의 갈래에서는 가창자에 따라 변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무가는 변이가 자유롭게 발생하지 않는다. 무가는 지역에 따른 변이 양상은 보여주지만, 개인 무당에 따른 변이 양상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세부적인 차이만을 보여줄 뿐이다.
넷째, 무가는 현재도 살아 있는 신화로 전승된다. 무가에는 천지창조, 무조신(巫祖神), 사후세계 등과 관련된 신화가 무수히 많으며, 이들은 현재도 무당이 굿판에서 부르면서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무가는 우주의 근원으로부터 인간의 근원 탐구와 이상세계 건설을 설계하는 내용이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이런 점은 인간의 존재 문제를 구명하려는 심각한 내용이다. (홍태한 2002: 3-4)
이와 같은 무가에는 우리 민족의 기층문화의 원형이 담겨있는 것이다.
무가는 노래가 굿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따른 기능적 분류, 무가의 노랫말이 어떤 유형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따른 유형적 분류, 지역에 따라 어떤 음악적 특징을 갖느냐에 따른 음악권(音樂圈) 분류를 할 수 있다.
기능적 분류
무가는 대개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 신을 모시는 청배(請陪)무가, 신을 축원하는 축원(祝願)무가, 신을 놀리는 오신(娛神)무가, 신을 보내는 송신(送神)무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무가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노래가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하는 경우도 많다.
1. 청배무가
청배무가는 신을 굿판에 모시는 무가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배무가는 매우 신성한 노래로 여겨지며 엄숙한 분위기에서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각 지역에 따라 부르는 청배무가의 종류를 살펴보자.
황해도굿에서는 <만세바지>류(類)의 무가를 각 거리에서 모시는 신의 성격에 따라 부르게 된다. <만세바지>는 <만수바지>라고도 하는데, 이는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만세(萬歲)’와 무당의 노래를 악사가 후렴구를 ‘받는다’는 의미의 ‘바라지’의 합성어이다. 즉, <만세바지>는 무가의 주제와 음악적 형식을 함축한 제목이다. <만세바지>를 느린 템포로 부르는 <긴만세바지>와 빠른 템포로 부르는 <자진만세바지>도 청배무가로 부른다.
서울굿에서는 <청배>무가와 <만수바지>를 부르는데, <청배>무가에는 가망거리에서 부르는 <가망청배>나 부정거리에서 부르는 <부정청배> 등의 무가가 있다. <만수바지>는 황해도 굿의 <만세바지>와 같은 것인데, 이는 주로 <청배>로 신을 청하는 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리에서 부른다.
경기도굿에서도 <청배>무가를 부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신의 내력을 길게 노래하는 서사무가의 형태로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석굿에서 제석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제석청배>는 서사무가로 부르는 청배무가이다.
동해안굿에는 대개 청보장단에 부르는 청보무가가 있다. <청보>무가는 느리게 시작해서 점점 빨라지는 5장 형식의 청보장단에 부른다. 청보장단은 경상북도의 달어청보와 경상남도의 엇청보로 구분이 되기도 한다.
전라도굿에서는 각 거리마다 신을 모시는 무가를 다양하게 부르는데, 대개 진양장단에 얹어 부른다. 예를 들어 제석굿에서는 <제석>무가를 진양장단에 얹어 제석신을 청한다.
제주도굿에서는 대개 신의 내력을 노래하는 서사무가인 <본풀이>무가를 부르는데, 제주도굿의 <본풀이>무가는 종류나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2. 축원무가와 오신무가
축원무가와 오신무가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축원무가와 오신무가는 실제로 신을 축원하고 놀리는 기능도 하지만, 이 외에도 굿판에 모인 단골을 축원하고 즐겁게 하기 위한 노래로서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신을 축원하고 놀리는 경우에 부르는 무가는 대개 흥겹고 오락적 성격을 갖는 것이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요화한 것도 있고 민요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황해도굿에서는 <천수타령> <명복타령> 등의 타령류의 무가를 부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쑹거타령> <배치기소리> 등의 노래를 부른다.
서울굿에서는 대개 <노랫가락>이나 <타령>을 부른다. <타령>은 같은 선율을 노래하는 것이지만 거리에 따라 노래하는 신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제석거리의 <중타령>이나 창부거리의 <창부타령>등으로 부른다. 서울굿의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은 민간에도 퍼지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민요로 불리기도 한다.
경기도굿에서는 다양한 장단에 여러 종류의 무가를 부르는데, 도살풀이, 덩덕궁이,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의 장단에 얹어 부른다.
동해안굿에서는 각종 염불무가를 부르는데, 꽃노래굿에서 부르는 <꽃노래염불>, 뱃노래굿에서 부르는 <뱃노래염불>, 등노래굿에서 부르는 <초롱등노래염불>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전라도굿에서는 <성주풀이>가 많이 불린다. “에라 만세, 에라 대신이야”로 시작하는 <성주풀이>는 본래 성주신의 내력을 풀이하는 무가이지만 전라도굿에서는 축원무가나 오신무가로도 많이 부른다.
제주도굿에서는 <서우제소리>를 많이 부르는데, 이 노래도 민간에 퍼져 제주도를 대표하는 노래로 부른다.
3. 송신무가
송신무가는 청배무가에 비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략되는 경우도 많다. 황해도굿에서는 <날만세바지>를 부르는데, 이는 “나간다”는 의미의 “날”을 붙인 것으로서 실제 음악은 <자진만세바지>와 같다. 세습무당의 굿에서는 송신무가를 거의 부르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 잡신을 대접하는 무가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동해안굿에서는 각 거리의 끝부분에 무당이 수부잔을 들고 잡신인 ‘수부’를 대접하는 <수부>무가를 부르는데, 이는 송신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유형적 분류
무가에는 여러 가지 갈래가 혼합되어 있다. 서정무가ㆍ서사무가ㆍ교술무가ㆍ희곡무가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가의 현실이다. 이 중에서 서정무가와 교술무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소지가 있고 굿판에서 연행되는 무가에서 쉽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하나로 묶은 개념인 일반무가로 나누기도 한다. 서사무가는 장편의 이야기 구조를 갖는 무가이고, 희곡무가는 연극적인 내용을 갖는 무가이다. (홍태한 2002: 5)
1. 일반무가
대부분의 무가는 일정한 운율로 된 노랫말을 갖기 때문에 ‘서정무가’라는 용어는 그리 쓰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무가는 민요와 마찬가지로 4ㆍ4조의 운율을 갖는 것이 많다. 그러나 노랫말의 내용에 따라서 여러 유형의 운율이 나타나기도 한다. 청배무가, 축원무가, 오신무가, 송신무가 등이 포함된다.
2. 서사무가
서사무가는 신의 내력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 장편의 무가이다. 서사무가는 신의 ‘근본을 푼다’는 의미로 보통 ‘본(本)풀이’라고 부른다. 또한 신이 기거하는 본향(本鄕)에서부터 굿하는 장소까지 오는 노정을 노래하는 무가는 ‘노정기(路程記)’라고도 한다. 대개 서사무가를 부르는 경우에는 장구 반주만으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 따라서는 무당이 직접 장구를 치면서 부르기도 한다.
서사무가는 다음과 같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2.1. 신의 행적을 다룬 무가
주인공이 신으로서 신이 이 세상에서 여러 가지 업적을 베풀면서 자신의 위력을 나타내는 무가이다. 천지의 개벽과 인간의 탄생을 다룬 제주도의 초감제와 북부 지방의 창세가가 여기에 속하며, 자신의 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나타내는 말명과 손님도 여기에 속한다.
2.2. 신의 내력을 다룬 무가
신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신으로 좌정하게 되었는가를 다룬 무가로 무조신(巫祖神) 계통인 바리공주, 거북이 등과 당신(堂神) 계통의 제주도의 토산당이나 서귀본향당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 외에도 제주도에는 당신의 내력을 다룬 본풀이 무가가 무수히 전승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신(家神) 계통으로 성주, 황우양씨, 삼신, 당금애기 등과 농경신인 자청비나 군웅신인 군웅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에서도 바리공주와 당금애기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전승되고 있는 서사무가이다.
2.3. 인간의 생활을 다룬 무가
인간의 생활을 다룬 무가는 주인공이 결말 부분에서 신으로 좌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의 내력을 다룬 무가와 다른 것이다. 인간의 효행을 다룬 감은장애기와 심청, 나라를 다스리는 내용을 다룬 유충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심청 이야기는 판소리나 고소설의 심청전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서 이 세 장르의 상호영향을 찾을 수 있는 단서이다.
2.4. 인간의 사후를 다룬 무가
굿은 죽은 이를 극락으로 천도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사후를 다룬 서사무가도 많다. 저승의 모습을 다룬 망자, 수명을 연장하는 내용인 사마장자와 황천혼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진가장,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한락궁이, 죽은 사람들이 하늘로 승천하는 내용인 지원대와 궁상이 등이 여기에 속한다.
3. 희곡무가
희곡무가는 굿놀이 혹은 무극(巫劇)이라고도 하는 연극적인 연행에서 부르는 무가이다. 전국적인 전승을 보여주는 희곡무가는 대개 무당과 악사가 연극적인 연행을 하면서 부르는 무가인데, 어느 지역에서나 대개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뒷전, 마당놀이, 중천맥이 (전라도), 거리굿 (동해안) 등으로 연행된다. 이 외에도 경기도 양주나 황해도 평산의 소놀이굿, 황해도의 영산할맘ㆍ할아범놀이, 도산말명방아놀이, 중놀이, 사또놀이, 경기도의 구능굿, 동해안의 도리강관원놀이, 중도둑잡이놀이, 호탈굿, 경상도의 방석놀음, 제주도의 전상놀이, 영감놀이, 산신놀이 등의 굿놀이에서 희곡무가가 연행된다. (이균옥 1998)
희곡무가는 등장인물이 실명을 가진 개성적 인물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물이라는 점, 공식적 표현단위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 민요나 잡가, 판소리 등에서 삽입가요가 차용되었다는 점 등의 특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