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문학 2009년 38호
쉴 수 있는 내 고향
그 바다를 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렇게 파란 강(江)이 있을까.’
‘저건 강(江)아닐 호수 인가봐.’
그러나
그건 강도, 호수도 아니었고 바다였습니다.
나는 그 바다를 마나기 위해
긴 식ㄴ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떤 연(年)은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꼭 온다고 약속도 하지 않습니다.
말인즉 ‘봄을 맞이한 바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바다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계절 바뀜에 찾아오는 나그네라고 생각 했었고,
‘휴-우우’ 자맥질하는 해녀의 손에는
성게도 있고, 전복도 있어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바위는 굴 먹는 주막인줄 알았습니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된 것’ 시인의 말처럼
포구 입구 큰 바위가 여인 소복처럼 희다고 하여 ‘백석(白石)’
그렇게 마을의 이름을 불러준 것입니다.
비로소 그 이름을 붙이자
나는 거기에서 태어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교회에서 바라보는 작은 포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의미와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또 바다의 아름다움에 탄복합니다.
이 마을은 집 지키는 대문, 높은 담장도 보이지 않아
‘사람답게 사는 집’을 볼 수 있습니다.
바느질해내듯 만들어 낸 해안다라 말발에 가
바위에 서 있는 어린 태공을 만나보니
아가미가 하나씩 하나씩 꿰여있었습니다.
말발 끝난 지점에서 한적함 해안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해안 끝난 곳에서
그 다음 해안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차례차례 이어진 해안은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신발 끈을 조여맨 나는
그 해안을 걸으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봄의 바다에서 홀로 있는 찻집까지 달려오는 바다냄새는
아버지에 또 아버지의 향수이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고향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 뿌듯했습니다.
브라질 출신 소설가 파울로 코엘류가 말한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만이 최고의 가치임을 기억하라’ 것처럼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나는
강한 햇살에 봄바람을 안고 눈 감으면
내 고향 백석의 해안은
지금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당신은 천사이었나 봐요.
하늘이 높다.
둥둥
떠
다니는
솜구름 모아
당신 얼굴 그리니
터질 것 같은
연꽃처럼
날 보며 웃네.
아~
당신은 꽃을 파는 천사이었나 봐요.
가을의 서시(序詩)
올가을엔
빨강단풍, 노랑단풍
하나하나에
사랑을 머물게 하소서
텅-빈
마음으로 머물지 않게
무모한 태풍도
오지 않게 하소서
알알이 익은
열매로 태어나서
당신 마음에
웃음 피우게 하소서
그리하여 준다면
남은 시간
다해
당신을 사랑하리라.
가을엔 사랑을 쓰겠어요.
고추잠자리 날개에 햇살을 담았다.
그러고 보니
가을은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하나
둘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당신에게 사랑의 言語 토해내 詩를 쓰겠어요.
나만을 사랑한다는 당신의 고백처럼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말하겠어요.
지금
유성처럼 사라져간다고 해도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만큼은 변함없습니다.
혹시
꿈에라도 날 만나면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