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유시민,정훈이의 <표현의 기술>
필담(筆談)의 시대
요즘은 말과 대화보다는 문자, 톡,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개진한다. 직장에서는 보고서를 통한 전자결재를 하고, 친구끼리는 대화창을 열고 게임을 즐긴다. 대학은 수험생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취직의 일차 관문도 이력서다. 글을 잘 쓰면 이 모든 것이 쉬워진다. 아름답고 간결하며 유머스런 문장이 필담에 묻어난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우리는 읽고 쓰는 것에 가위가 눌려있다. 잘 안 된다. 못 한다. 이에 우리나라 대표 글꾼 유시민과 만화가 정훈이 힘을 합쳐 책을 냈다.
왜 글을 쓰는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음악과 미술, 춤,글등 다양하다. 그 중 글은 인간의 삶에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글쓰기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적 글쓰기와 나의 말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며 쓰는 정치적(실용적) 글쓰기가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성찰의 덕목이고, 후자는 소통의 영역이다. 우리들의 글은 그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글쓰기의 인문적 목표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사회와 세상을, 관계와 삶의 의미를 더 깊고 더 넓게 이해하는 것’이다.
좋은 글은
저자는 말한다. “글을 잘 쓰려면 문장 쓰는 기술, 글로 표현할 정보, 지식, 논리, 생각, 감정등의 내용, 그리고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 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문장 기술은 사람으로 치면 외모입니다. 내용은 사람이 가진 것이지요. 체력, 돈, 재능, 지식에 해당합니다. 감정 이입능력은 성격, 마음씨,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글 잘 쓰고 싶은 시민들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는 태도와 능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 생각은 좀 더 나아간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든 안하든 무조건 써 보는 거다. 책을 읽고 발췌를 하고 요약을 해 본다. 안 되는 문장으로 맥락이 맞든 안 맞든 쓰는 거다. 독서 모임에 가입하여 자신을 강제할 필요도 있다. 생각은 글을 쓰며 정리된다. 좋은 글을 염두에 두지 말고 일단 써 보자.
책 읽고 요약하기: 텍스트와 콘텍스트
글쓰기 훈련 중 가장 좋은 것은 책 읽고 요약하기다. 서평이자 독후감이다. 여기서 텍스트와 콘텍스트 개념을 알고 가자. 텍스트는 '해석이 필요한 대상 또는 해석이 가능한 대상‘을 말한다. ‘음악, 그림, 춤, 사진, 사건등 어떤 메시지를 담은 것은 모두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콘텍스트는 '텍스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환경, 배경, 조건, 사실, 관계, 맥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주 목적인 예술적 글쓰기에서는 독자의 해석이 무궁무진한 텍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자기 뜻을 전달하는 실용적 글쓰기에는 콘텍스트를 함께 담아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요약의 단계에서는 '텍스트의 콘텍스트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고, '글쓴이의 개성과 색깔은 문장이 아니라 콘텍스트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반영하는 독자적 해석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시대와 공간 배경을 알아보고, 실용적 글을 다룸에 있어 주장하는 바의 팩트를 파악하고 다른 글도 참조한다.
읽고 쓰고 토론하기
책을 읽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고 쓰는 것은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토론은 다른 사람의 사유를 빌어 넓게 생각하는 것이다. 읽고 쓰고 토론하다 보면 언젠가 생각의 고수, 글쓰기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답게 사는 한 방식이 그 과정에 존재할 것이다.
책익는 마을 원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