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테이블을 떠올리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갈등
‘라운드테이블’은 참석자가 우열 없이 자유 토론하여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의 타협점을 찾는 회의라는 뜻이다.
부산시는 지금까지 큼지막한 지역 현안에 대해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김해신공항 주변 에어시티 조성이나 부산구치소 이전, 낙동강하굿둑 개방 등이 라운드테이블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해운대의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놓고 개발과 보존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을 때도 라운드테이블로 매듭을 지었다.
지난 2013년 12월 2일 동해남부선 일부 구간이 폐선되자 해당 구간 중 미포-송정 구간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 논란이 시작되었다.
아직 의견대립이 크게 발생하기 전이었을 때 <해운대라이프>는 한국철도관리공단(현 국가철도공단)과 손잡은 민간개발사업자를 만나 세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째, 전 구간에 걸쳐 사람들이 자유로이 보행할 수 있을 것, 둘째, 바닷가 조망을 가릴 건축물을 짓지 말 것, 셋째는 이익금이 발생할 경우 지역사회에 일부 환원할 것이었다. 몇 차례 사업자와의 미팅을 통해 개발 모형도와 설계도면을 검토하며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했다.
•부산시 정치적 현안으로 번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각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그 목소리는 점차 커져 갔다. 지역 일간지 한 곳에서도 반대 의견에 힘을 보태며 대립의 판이 정치권까지 확대되었다. 지난 2014년 4월 13일 여야 부산시장 후보 6명은 동해남부선 옛 철길에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시민환원 공동공약 협약식’에 참석해 서명식을 가졌다. 시장선거를 앞두고 사업개발 반대와 예비사업자 선정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끝을 모르고 치닫던 개발과 보존 간의 대립의 불길이 부산시가 제시한 주민협의체로 옮겨붙었다. 부산시청에서 1차, 2차, 3차 라운드테이블이 열렸지만 그 어떤 합의점도 나오지 않았고 자신들의 주장만 이어가 회의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러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도저히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위원들 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기 시작했다. 라운드테이블이 4차에서 5차로 이어지면서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합의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6차 라운드테이블을 마치면서 미포-송정 구간 개발의 큰 그림이 그려졌고, 결국 2018년 하반기에 폐선부지 개발공사에 들어가 현재의 블루라인 파크가 생겨났다.
•부산시와 시의원들의 역할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한 위원들은 인접 동 주민대표, 시민단체 대표, 교수, 전문가, 시의원 등이었다. 민간사업자와 부산시 관계 국장이 참석했고 <해운대라이프>도 지역 신문으로서 참석했다.
비록 개발과 보존을 놓고 극심한 대립이 벌어졌지만, 부산시가 2015년 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주관한 라운드테이블이 합의점 도출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지역 시의원들은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취하며 상충되는 의견 속에 중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시와 지역 시의원들의 이런 적극적인 중재 노력과 성숙한 민의수렴의 자세가 복잡하게 얽힌 지역현안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믿는다.
지난 5월, 청사포해상풍력을 두고 김광모 시의원과 구자상 대안에너지센터 공동대표 간에 토론회가 열렸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된 중에 주민수용성 문제가 부각되었다. 누가 주민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지 설전 속에 다시금 동해남부선폐선부지 라운드테이블의 기억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