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선언했지만, 막상 최대 피해산업으로 분류되는 농업분야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농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농업을 담당하는 중앙부서나 연구기관 조차 CPTPP와 국내 농업 파급 영향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1일 정부가 농식품부·농민단체 모임인 농정협의회를 통해, CPTPP가 우리나라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농산물 자유화율 96.1%, 전면개방 수준’이란 표현으로, 고강도 진단을 내렸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결정하면서 농업분야에 내놓은 첫 분석 멘트이다.
이날 농식품부가 주관한 농정협의회에 참석한 농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60여페이지 분량의 회의자료를 배포하면서, 별도의 A4용지 한 장짜리 CPTPP 관련 안건 자료를 나눠줬고, 회의가 끝난 뒤 다시 회수조치했다.
이 자료에는 CPTPP 가입 선언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논의 절차가 예정돼 있다고 게재돼 있다. 또 CPTPP 협정 내용과 그간 추진 상황 등에 대해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명회가 예정돼 있다고 기록돼 있다. 기존 FTA체결시 국내 비준절차가 그랬듯,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와 계획수립 및 국회보고 등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자료에‘가입조건’부분이 눈에 띤다.‘가입 희망국은 CPTPP 규범 수용 및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접근’이라고 게재하고 있다. 말대로라면 후발주자로 참여의사를 밝힌 우리나라는, CPTPP 회원국들과 개별 협상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CPTPP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우선 CPTPP 회원국이 되면 상품시장 자유화율은 99.1%이고, 농산물의 경우 평균 96.1% 전면개방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협정문의 SPS(동·식물 위생·검역) 부문에서 기존 WTO, FTA보다 수입허용 관련 이행 절차와 투명성이 요구되고, 수출국에 유리한 지역화·구획화 등이 요구된다고 언급됐다. 수입국의 의무사항이 증가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농산물 수입국이 수출국의 농산물 생산 지역을 평가할 때, 수출국이 요청하면 지역화 결정 절차에 대해 즉시 설명하고, 수출국이 제공한 증거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해당지역을 불인정했을 때는 수입국은 그 결정에 대한 근거를 수출국에 제공해야 한다. 그만큼 비관세무역장벽이 사라지는 것으로, 농산물 수입국 입장에선 자국내 시장보호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는“농식품부 담당자는 민감품목의 경우 기존 양자 FTA협상 같이 최대한 방어자세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CPTPP와 관련해서는 농업분야 품목별, 식량분야, 과수, 채소, 시장전문가, 학계 전문가, 현장농민단체 등의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며“또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역순회 설명회를 통해 농업분야에 대한 소통도 포함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CPTPP와 관련된 농업분야 피해규모, 준비대책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큰 방향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만 알리는 단계로, 보완대책이나 협상 방향 등의 면밀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직답을 피했다.
이렇게 농업분야는 CPTPP 대응방안이 베일에 가려진 반면,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 산하기관이나 관련 조직 등은 CPTPP 가입에 맞춰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CPTPP 가입 공식선언이 있기 전, 산업부는 이미 자동차, 바이오, 디지털 등 신산업 업계 간담회, 전자정보통신,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산업, 화장품산업, 섬유산업 등 제조업 간담회 등을 가졌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통상환경에 대한 업계 공유, CPTPP 가입후 득과 실, 업계의 이해관계 등에 대한 논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농업계와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출처 : 농업인신문(http://www.nongup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