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론」 사상심과 소음인
1)사상심(四象心)의 철학적 근거와 구조
동무(東武) 이제마(1837~1900)의 사상철학은 인간의 본성과 마음작용을 '마음학'이자,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일관하는 심기(心氣)와 생기(生氣)를 밝힌 기철학이라 하겠다. 이제마는 『격치고(格致藁)』를 통해 자신의 철학사상을 완성하고, 이어서『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저술하여 사상철학과 사상의학을 연결시키고 있다. 『동의수세보원』 제1권은 「성명론」ㆍ「사단론」ㆍ「장부론」으로 구성되어 사상의학의 철학적 이치를 논함으로써 인간의 마음과 몸을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
「성명론」에서는 천인성명(天人性命)의 사상적 구조를 통해 인간 본성의 근거인 천기유사(天機有四)와 본성인 인사유사(人事有四) 그리고 성명을 밝히고, 사상철학의 근본인 마음을 호선지심(好善之心)ㆍ오악지심(惡惡之心)ㆍ사심(邪心)ㆍ태심(怠心)의 사상심으로 논하고 있다. 또 「확충론」에서는 「성명론」에서 논한 사상심을 직접 사상인에 연계하여 사상인이 경계해야할 교긍벌과(驕矜伐戈)의 이기심(邪心)과 탈치나절(奪侈懶竊)의 탐욕심(怠心)을 논하고 있다.
사상철학에서 마음의 문제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사상철학의 학문적 체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동무는『격치고…「반성잠」에서
『주역』에서 말씀하시기를 "역에는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를 낳고, 량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고, 팔괘는 길흉을 정하고, 길흉이 대업을 낳는다"라고 하였으니, 태극은 마음이고, 양의는 마음과 몸이고, 사상은 사심신물이다. 팔괘는 사에는 사의 마침과 시작이 있고, 물에는 물의 근본과 끝이 있고, 심에는 심의 느슨함과 급함이 있고, 신에는 신의 선과 후가 있다. 건괘(☰)는 일의 시작이고 태괘(☱)는 일의 마침이다. 곤괘(☷)는 물의 근본이고, 간괘(☶)는 물의 끈이다. 리괘(☲)는 마음의 급히 도모함이고, 진괘(☳)는 마음의 느슨한 도모함이다. 감괘(☵)는 몸의 먼저 붙음이고, 손괘(☴)는 몸의 뒤에 붙음이다.
라고 하여, 『주역』 계사상편 제11장의 '역유태극(易有太極)'절을 직접 인용하면서, 자신의 학문적 체계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동무의 사상철학이 기본적으로 『주역』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그의 저술에서 『주역』을 온전히 인용하고 있는 문장은 오직 이 구절뿐이다.
즉, 태극(太極)은 심(心)ㆍ양의(兩儀)는 심신(心身)ㆍ사상(四象)은 사심신물(事心身物)ㆍ팔괘(八卦)는 사물심신(事物心身)의 작용으로 규정하여, 사상의학의 철학적 근거가 사심신물 사상에 있음을 논하고 있다.
이제마는 『격치고』를 통해 사상철학을 집성하고, 바로 『동의수세보원』을 저술하여 사상의학의 철학적 원리를 논하고 있다. 이에 『격치고』에서 논한 사상철학을 근거로 『동의수세보원』 제1권 「성명론」의 첫 문장에서 사상철학의 근거가 하늘의 운행과 그것을 품부 받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천기(天機)에 넷이 있는데, 첫째는 지방(地方)이고, 둘째는 인사(人倫)이고, 셋째는 세회(世會)이고, 넷째는 천시(天時)이다. 인사(人事)에 넷이 있는데, 첫째는 거처(居處)이고, 둘째는 당여(黨與)이고, 셋째는 교우(交遇)이고, 넷째는 사무(事務)이다. 귀로 천시(天時)를 들으며, 눈으로 세회(世會)를 보며, 코로 인륜(人倫)을 냄새 맡으며, 입으로 지방(地方)을 맛본다.
…… 폐(肺)는 사무에 정통하며, 비(脾)는 교우에 합하며, 간(肝)은 당여를 세우며, 신(腎)은 거처를 정한다.
천기는 하늘의 기틀로 항상 하는 천도(天道)의 운행을 말하는 것이며, 인사는 사람의 일로 천기를 품부 받은 인간 본성의 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즉, 천기는 하늘의 뜻 자체의 운행을 밝힌 것이고, 인사는 하늘의 뜻이 땅에 전개되는 것으로 대표적 존재인 인간의 일로 밝힌 것이다.
천기유사(天機有四)에서 지방은 하늘의 뜻이 드러나는 땅이 가진 인격적 뜻을 의미하고, 인륜은 하늘의 내려준 사람과 사람의 아름다운 관계 맺음이고, 세회(世會)는 세상의 인격적 모임으로 사람과 사람․사람과 만물의 의로운 관계 맺음이고, 천시(天時)는 하늘의 뜻이 시(時)로 드러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인사유사(人事有四)에서 거처는 머무르는 곳으로 인격성의 근본이자 생명의 근원을 의미하고, 당여는 함께하는 무리로 사람과 사람의 정서적 지점에서 함께하는 원리이고, 교우는 만나서 사귀는 것으로 사람과 사람의 공공적(理性的) 지점에서 만나는 원리를 의미하고, 사무는 일이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하늘의 뜻과 사람이 만나는 원리를 의미한다.
천기(天機)와 인사(人事)에 근거를 둔 인간의 사상(四象)작용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턱에는 주책(籌策)이 있고, 가슴에는 경륜(經綸)이 있고, 배꼽에는 행검(行檢)이 있고, 배에는 도량(度量)이 있다. …… 머리에는 식견(識見)이 있고, 어깨에는 위의(威儀)가 있고, 허리에는 재간(材幹)이 있고, 엉덩이에는 방략(方略)이 있다."
인간의 함억제복(頷臆臍腹)에 주책ㆍ경륜ㆍ행검ㆍ도량이 있고, 두견요둔(頭肩腰臀)에는 식견ㆍ위의ㆍ재간ㆍ방략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성명론」에서는 '천시ㆍ세회ㆍ인륜 ㆍ지방은 대동(大同)하고, 사무ㆍ교우ㆍ당여ㆍ거처는 각립(各立)하고, 주책ㆍ 경륜ㆍ행검ㆍ도량은 널리 통하고, 식견ㆍ위의ㆍ재간ㆍ방략은 홀로 행한다'
라 하고, "대동한 것은 천(天)이고 각립한 것은 인(人)이며 널리 통하는 것은 성(性)이고 홀로 행하는 것은 명(命)이다."라고 하여, 천기유사를 청시후미(聽視嗅味)하는 이목비구(耳目鼻口)를 천(天)ㆍ인사 유사를 달합입정(達合立定)하는 폐비간신(肺脾肝腎)을 인(人)ㆍ함억제복을 성(性)ㆍ두견요둔을 명(命)이라 하였다.
즉, 「성명론」에서는 『격치고』의 사심신물 사상(四象)을 천(天)ㆍ인(人)ㆍ성(性)ㆍ명(命)으로 논하고 있다. 여기서 천과 인은 대동하고 각립하며, 성과 명은 박통하고 독행한다고 하여 각각 체용의 관계임을 알 수 있으며, 또 천의 대동과 성의 박통, 인의 각립과 명의 독행이 서로 체용의 관계가 됨을 추론할 수 있다. 즉, 「성명론」에서 밝히 천ㆍ인ㆍ성ㆍ명의 사상의 관계에서 천ㆍ인과성ㆍ명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천은 성으로, 인은 명으로 드러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상의 「성명론」에서 논한 천ㆍ인ㆍ성ㆍ명의 사상과 사상심(四象心)을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또한 「성명론」에서는 마음을 사상적 구조로 논하고 있는데,
사람의 이목비구가 선을 좋아함이 비할 바 없고, 사람의 폐비간신(肺脾肝腎)은 악을 미워함이 비할 바 없고, 사람의 함억제복(頷臆臍腹)은 삿된 마음이 비할 바 없고, 사람의 두견요둔(頭肩腰臀)은 태만한 마음이 비할 바 없다.
라고 하여, 인간의 마음을 천인성명의 사상적 구조에 대응하여, 천은 호선지심(好善之心), 인은 오악지심(惡惡之心), 성은 무세지심(邪心․ 私心), 명은 망민지심(怠心ㆍ慾心)에 결부시켜 사상심을 밝히고 있다.
동무는 이목비구가 선을 좋아하고 폐비간신이 악을 미워하는 마음은 요순과 같은 것으로 누구나 요순이 될 수 있지만, 함억제복의 무세지심(邪心)은 마음을 보존하고 본상을 길러야 없앨 수 있고 두견요둔의 망민지심(怠心)은 자신을 수양하고 자기의 사명을 바로 깨달아 없앤 연후에야 요순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호선지심ㆍ오악지심과 사심ㆍ태심을 구분하고 있다. 호선지심ㆍ오악지심과 사심ㆍ태심을 구분한 것은 천인성명의 사상적 구조에서 이목구비ㆍ폐비간신과 함억제복ㆍ두견요둔의 관계 때문이다. 즉, 이목구비와 폐비간신은 천기(天機)와 인사(人事)를 담지한 형이상의 심관(心官)의 의미로 호선지심과 오악지심은 도심(道心, 人性)과 연계되고, 함억제복ㆍ두견요둔은 지(知)와 행(行)을 실천하는 형이하의 몸에 대응되기 때문에 사심과 태심은 인심(人心, 人慾)과 연계되는 것이다.
또한 「성명론」에서는 이목비구의 천(天)과 함억제복의 성(性), 폐비간신의 인(人)과 두견요둔의 명(命)을 각각 체용적 관계로 논하고 있기 때문에 사상심에 있어서도 호선지심과 사심ㆍ오악지심과 태심이 각각 체용적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성명론」에서는 사상심에 대하여
이는 좋은 소리를 좋아하고 목은 좋은 빛을 좋아하고 비는 좋은 냄새를 좋아하고 구는 좋은 맛을 좋아한다. …… 폐는 악한 소리를 싫어하고 비는 악한 빛을 싫어하고 간은 악한 냄새를 싫어하고 신은 악한 맛을 싫어한다.
…… 턱에는 교심이 있고 가슴에는 긍심이 있고 배꼽에는 벌심이 있고 배에는 과심이 있다. …… 머리에는 천심이 있고 어깨에는 치심이 있고 허리에는 나심이 있고 엉덩이에는 절심이 있다.
라고 하여, 호선지심(好善之心)은 선성(善聲)ㆍ선색(善色)ㆍ선취(善臭)ㆍ선미(善味)로, 오악지심(惡惡之心)은 악성(惡聲)ㆍ악색(惡色)ㆍ악취(惡臭)ㆍ악미(惡味)로, 사심은 교심(驕心)ㆍ긍심ㆍ벌심ㆍ과심으로, 태심은 탈심ㆍ치심ㆍ나심ㆍ절심으로 나누어 사상적 구조로 논하고 있다.
이는 『격치고』에서 사상으로 논한 사심신물을 "모언시청은 사사단이고, 변사문학은심사단이고, 굴방수신은 신사단이고, 지담려의는 물사단이다"라고 하여, 다시 사사단ㆍ심사단ㆍ신사단ㆍ물사단으로 나눈 사상적 구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상의 사상철학의 기본 구조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특히 「성명론」에서 논하고 있는 사심과 태심의 내용인 교긍벌과지심과 탈치라절지심은 사상의학의 마음 작용과 병리의 상관성을 밝히는 핵심적 개념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매우 난해하고, 연구자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소음인의 심신치유와 한방꽃차 연구/ 주 숙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 다도학과 문학석사 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