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한 번 꼭 해보고 싶은 등산 코스였다.
매우 힘든 구간이기는 하지만 경치가 빼어나다는 곳이라해서다.
하지만 하루 걸어야 할 길이 나에게는 너무 벅차서 문제였다.
이리저리 연구한 끝에 가장 해가 긴 6월 20일 경으로 잡았으나 올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했다.
장마가 끝나고 나서는 폭염이 연속, 심장이 부살한 나로서는 선뜻 나설 수 없는 기후였다.
그러다 보니 9월이 넘어 버렸다. 참 많이도 조바심내며 기다린 등산이다.
이번 등산은 긴코스이기도 하지만 좀 힘든 구역이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여 새벽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육십령 휴게소 근방에서 전날 민박을 했다.
9월 10일 새벽 5시 출발, 어두운 곳에서 들머리 표시 사진을 찍었더니 글씨가 다 나오지 않았다.
민박집에서 핸드폰을 충전했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충전 되지 않고 오히려 바테리가 거의 다 소진되어 버렸다.
겨우 20%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사진를 제대로 찍지 못하고 중요한 부분만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아침 7시 20분에 할미봉 도착
깊은 산속에서는 산 짐승이 나타날까 두렵다.
짐승들이 쇳소리를 싫어하여 쇳소리를 들으면 미리 피한다고 하기에 풍경을 달고 걸었다.
발걸음 땔 때마다 울리는 풍경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했다. 잔잔히 들리는 풍경소리 또한 우릴 자연속에 묻히게 했다.
할미봉 쪽에서 바라다 본 서봉
오후 2시 서봉에 도착,
집에 와 사진을 들여다 보니 서봉이라는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우린 이정표에서만 찍었다.
큰 실수~~, 사실 웬일인지 표지석을 보지 못했다, 식사 시간이 너무 늦어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느긋하게 시간 보내느라고 미처 생각지 못한 실수였다.
산 정상에서 맛보는 청명한 날씨에 살랑거리는 바람 , 산뜻한 햇볕이 얼마나 좋던지 일어서기가 싫었다.
서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원래의 코스대로 가려면 서봉에서 남덕유산을 거쳐서 가야 한다.
그런데 가야할 길이 멀기도 하고 작년 등산때 삿갖재에서 남덕유산을 거처 영각사로 내려가면서 지났던 길이였기에
남덕유산 거치는 걸 생략하고 중간에서 바로 월성재로 빠지는 길로 들어섰다.
오후 5시, 월성재에 도착. 이제 황점마을로 하산 길이다.
월성재에서 황점마을까지의 산로가 잘 닦아져 있어 걷기가 편했다. 어두워도 걷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오후 7시 30분, 황점마을 날머리에 도착했다.
총 15시간 정도, 아침, 점심 두번의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 등 2시간 정도를 빼면 13시간을 걸었다.
13여 키로이니 1시간에 1키로를 걸은 샘이다. 평소 내 페이스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속도.
단지 어깨가 다른 때보다 좀 더 아프긴 했다. 아마도 수술후의 후유증인 듯싶다.
좋은 날씨에 감사하고
험한길, 내보조에 맞추어 걸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렇게 걸을수 있다는 내 건강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