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스무번째 해파랑길을 걷기 위해 떠났다.
아직 무더위가 한창이라 트레킹을 하기에 무리일 수 있으나
3~4일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기에 고민없이 떠났다.
사실 백두대간 같은 높은 산행길이라면 더위에 어려움과 위험이 있을 수 있지만
해파랑길은 해변 마을을 지나거나 해변을 걷는 것이여서
괜찬을듯 했다.
- 걸었던 날 : 2024년 8월 15일(목)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32코스. (맹방해변-상맹방해변-죽서루-삼척항-삼척해변-추암해변)
- 걸은 거리 : 22.9km(약32,500보, 5시간)
- 누계 거리 : 473.3km.
- 글을 쓴 날 : 2024년 8월 20일.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상행하여 대전,이천, 원주를 지나 강릉을 경유하여 삼척 맹방 해수욕장으로 내려 갔다.가는길에 강릉에 들렸는데 동생 은경 내외가 휴가차 1주일 강릉살이 계획으로 다른 형제들과 작은고모님 그리고 여러 조카들까지 2층 독채 펜션을 얻어 지내고 있는 중이였다.덕분에 동생들과 조카들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고 점심후에 염려와 응원을 받고 삼척 맹방 해수욕장으로 떠났다.
동해안은 경치가 좋은 해수욕장이 많다. 다만 해수욕을 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고 비슷비슷한 해수욕장이서 이용객이 분산 되기에 강릉 경포나 부산 해운대 해변과 달리 이곳 맹방해수욕장같은 경우는 한산했다. 그러나 동해안의 해수욕장은 바다 경관은 물론이고 물도 맑고, 모래사장의 폭이 넓고, 백사장도 길었으며 사람이 붐비지 않아 훨신 여유로운 해변이었다.
우리부부는 해수욕을 하러 휴가 온것이 아니여서 주차을 하고 다소늦은 오후 3시 부터 걷기 시작했다. 한여름 한낮 오후 햇살은 뜨거웠다.아내는 모자를 쓰고 안면 마스크를 하고 양산까지 쓰고 걸었다.해수욕장의 소나무길을 벗어나니 곧장 지방도로 아스팔트길이다.해파랑길이 해변길로만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발전소가 있거나 국가시설이나 군부대가 있는 경우에는 해안 내륙으로 우회하고 때로는 야산을 넘거나 아스팔트 도로를 걷기도 하는데 이번 삼척에서도 화력 발전소가 있어 우회 해야 했다.
그리고 삼척항이 멀리 보이고 삼척시 오십천변을 오르다가 죽서루를 만난다.죽서루는 고려시대 관아이며 관동팔경의 하나이다.관동팔경 누각이 모두 바다를 바라 보고 지어졌는데 죽서루는 오십천 강변에 지어진것이 특이하다.죽서루는 오랜 역사적 시간을 거치면서 중건하고 보완한 모습으로 남아 국보로 지정된 누각이다.죽서루는 절제된 품위와 품격이 느껴지는 멋진누각이었다.정조의 명을 받고 김홍도는 관동지역을 돌면서 60폭의 "금강사군첩"을 그렸는데 오십천변 절벽위 죽서루와 절벽 아래에서 작은 유선을 타고 노니는 선비를 그린 화첩이다. 옛 선비들의 풍류와 낭만이 멋있어 보이고 그림은 지금의 죽서루 모습과 아주 닮은 모습이다.(금강사군자 그림은 인터넷 자료 참조)
죽서루 현관앞에서 혼자
둘이서
죽서루에는 많은 한시 현판이 걸려있는데 고려 숙종,정조,율곡이이 선생등의 글귀라는 설명이고 옛 문인들의 풍류가 느껴지기도 했다(안내현판 참조)
관동 제일루 죽서루 (글씨는 1711년 부사 이성조가 썼다)
삼척 오십천은 강원도 태백시 전각동 삼수령 피재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흐르는 강줄기이다.백두대간 매봉산 아래 피재는 한강의 물줄기와 낙동강의 물줄기 그리고 오십천의 물줄기가 한곳에서 시작하는 삼수령으로 유명한 곳이다.나는 강샘친구와 2017년 6월 25일 새벽 태백산 화방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만항재에 오르고 함백산에서 고사목 사이로 새벽 일출 보고 두문동재를 넘어 매봉산 고냉지 배추밭을 경유하여 삼수령(피재)로 내려 온 기억이 생생하다.생각해 보면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엄청난 열정이였으며 삼수령까지 나를 데리러 온 은자여사가 지금도 고맙고 감사하다.오십천변 공원으로 내려 오다가 7년전 삼수령으로 내려왔던 백두대간 산행이 생각났다. 트레킹로는 동해 시내 일부를 지나고 동해항을 향해 걷다가 산비탈 마을을 올려다 보니 이사부 문화 마을이다.신라시대 해상을 장악한 이사부의 이야기가 서린 마을이다.
해안길옆 바닷가에 사자 머리를 닮은 사자 바위가 있는데 이사부 사자 바위이다.이사부는 신라 내물왕 4세손으로 진흥왕을 도와 큰공을 세웠다.그는 우산국(울릉도)를 정벌하러 갈 때 나무로 사나운 사자의 모습을 만들어 가서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인 사자로 하여금 사람을 죽이겠다고 하여 우산국의 항복을 받았다고 한다.(바위 현판글 참고)
삼척항을 지나면 굴곡진 도로을 만나는데 새천년도로이다. 해안의 굽이굽이 바윗길은 낭만적인 모습이며 조각공원과 호텔이 있었다.그러나 호텔의 모습은 을씨년스럽다.최근 그리고 미래에 세상이 바뀌어가는 모습이다.한때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을 저 호텔은 폐허가 되었고 누구도 재건하지 않을것 같아서 트렌드나 유행이 바뀌어가는 변화가 무섭기까지 했다.한때 저 호텔에서 일출을 보고 오징어 잡이 어선의 불빛을 보며 행복해 했을 사람들이 이제 사라진 것이다.아마도 저 호텔을 이용했을 사람들은 더 생소한 곳으로 또는 더 멋진곳으로 떠났을 것이다.그러나 나처럼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있어 그나마 조금은 다행이다.이 시간에도 바다는 해풍이 불고 파도는 일렁이며 바닷물이 움직이고 자연은 그대로 윤회하고 변화하며 흐르고 있는 것이다.이제 나도 변화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할 일인 것이다.
잠시 여유로운 한컷!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며 두번째 컷!
오후 6시무렵 추암해변에 도착하는데 날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시간이었다. 해수욕장은 붐비지 않았고 한적했으며 촛대 바위에 저녁 야경 불빛이 밝혀지고 있었다.촛대바위를 내려다 보려 능파대 누각에 올랐고 한참을 촛대바위를 마주하고 기억에 담았다.촛대바위 모습을 빛으로 더욱 아름답게 연출하는 야경은 오늘 트레킹의 절정이엇다.촛대바위 일출은 애국가 영상 첫 소절의 배경화면이기도 하여 최고의 일출 장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나는 강릉이나 속초 또는 설악이나 여러곳을 다니면서도 이곳 추암 촛대바위를 보는것은 처음이다.백두대간 진행중에 댓재에서 두타산과 청옥산 그리고 고적대를 넘고 백봉령까지 가려다가 이기령에서 동해시 한양길로 내려온 적이 있다. 당시 산행거리 계획은 너무 무모한 계획이였으며 더구나 비를 맞고 저체온 증세가 있어 일단 산에서 탈출하는게 급선무였다. 그때 산을 내려온 후 추암 촛대바위를 볼 기회가 있었으나 비가 많이 내려 그냥 지나쳤었다.그날 보지 못한 춧대바위 모습을 오늘에야 만났으며 내일은 아침 동해의 멋진 촛대바위 일출을 꼭 봐야겠다.
2024년 8월 20일 오후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