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묵었던 숙소에서 나와
오늘 종점 지점인 통영 원산리 바다휴게소로 출발했다.
차량을 바다휴게소 한편에 주차하고 출발지로 이동했다.
- 걸었던 날 : 2025년 10월 5일(일요일)
- 걸었던 길 : 남파랑길 통영구간, 30코스.15km(용봉사~채석봉~발암산~관덕저수지~바다휴게소)
- 걸었던 거리 : 14.8km (25,000보, 5시간30분)
- 누계거리 : 471km
- 글을 쓴 날 : 2025년 10월 7일.( 화요일)
오늘 출발지점은 용봉사 주차장이다.
30코스 시작점은 무전동 해변공원인데 어제 이곳까지 상당한 거리를 미리 걸었었다.
이번 코스는 등산코스로 악평이 나있는 코스였다.
두리누비 왭에 있는 선행자들의 후기나 댓글을 보면 불만이 많고 코스 칭찬이 인색하다.
어떤이는 이런 코스를 남파랑길로 선정한 이유를 모르겠다거나
힘들어서 두번으로 나누어 걸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분의 후기가 인상적이어서 옮겨 적는다.
산에서 인생을 걷다.
무전해변의 여유로운 풍경속에서 출발한 길은
점차 도시의 소음과 이별하며 산행으로 이어진다.
용봉사에서 시작된 산길은 청춘의 열정과
중년의 체력한계를 마주하게 한다.
힘든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육체의 고통속에서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
도시와 바다풍경, 그리고 무성한 숲,여러 형태의 바위등은
다양한 삶의 국면들을 상징한다.
산에서의 걸음은 속임수 없이 정직해야 하며, 결국 평등하다.
관덕 저수지와 임도, 그리고 들판을 지나며
삶의 장년기와 노년의 고요함을 느끼고,
외로은 섬은 인생의 쓸쓸함을 상징한다.
산행은 곧 인생이며,
오늘도 그 길을 걷고 있다.
여러가지로 공감이 가는 멋진 글이어서
아내에게도 읽어 주었었다.
어쭈!
고양이 한마리가 길을 막고 앉아 있었다.
놀라지 않게 적당한 거리에서 아주 천천히 야옹~ 소리를 내며 접근했다.
그런데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천천히 나의 바지 가랑이 사이로 들어 온다.
마치 뭐라도 주고 가라는 신호 같았다.
나는 간식으로 준비했던 삶은 계란을 까서 내려 놓았더니 냄새만 맡고 관심밖이다.
육포나 소세지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마땅히 가지고 있는게 없어서 어쩔수 없었다.
요놈은 이미 통행세로 먹고 사는 고양이 같다.
추석 무렵이면 붉은 꽃 상사화가 핀다.
내가 사는곳과 가까운 불갑산 불갑사지구에서는
지금 상사화 축제가 한창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 등산로에도 의도적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상사화을 심었고,
몇년후면 이곳에도 상사화가 크게 번질것 같다.
등산로에는 멧돼지가 밤새 쟁기질하듯 흙을 뒤지고 다닌 모습이다.
아마도 멧돼지 사단이 주둔한것 아닌가?
산행을 하면서 수 많은 멧돼지 흔적을 본적 있지만 이곳이 최고로 심했다.
아프리카 돼지콜레라로 인한 영향인듯 하다.
멧돼지는 영리한 동물이다.
실제로 IQ가 개보다 높다.
지금 한반도에는 돼지열병이 멧돼지를 통하여 남하하고 있으니
그들도 살려고 남녁으로 몰려들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제석봉을 넘어 발암산으로 가는 길에서
바라 본 작은섬들과 바다.
멧돼지의 흔적과 상사화가 일정한 거리로 도열한 등산로
이정표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나뭇잎 형태인데
방향감도 좋고 신선하며 깜찍하다.
발암산은 277m의 낮은 산이다.
그러나 낮은 산도 아홉번 오르내리다 보면 지칠만 하다.
200m의 산을 5번 반복하면 1,000m급 산이 되고,
277m를 9번 반복하면 2,493m급이 된다.
이번 등산로 봉우리는 무려 9봉이다.
평범한 평야지를 지나다가
딸기하우스 농민의 작업장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12시 점심 시간이었지만 점심을 해결할 수 없는 들판지역이어서
간식으로 가져간 단팥빵과 삶은 계란으로 대신하고 ~
관덕 저수지 윗길을 넘는다.
길은 생명체가 이동하면서 만들어진 유형의 형태이다.
한번 만들어진 길은 무엇인가가 꾸준하게 그 길을 이용하면서
변형이 되기도 할것이다.
인간이 만든 그 길도 그렇다.
시대와 문화의 변천에 따라 변화할것이지만 이동을 한다는 것은 변홤이 없다.
오늘 내가 걷는 길도 수백년 아니 수천전부터 있었던 길일지 모른다.
이 길은 통제사의 옛길이란다.
조선후기 한양을 중심으로 조선 3도 변방을 잇는 10대로(大路)가 있었는데
이 길이 "통영별로"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영과 고성을 잇는 구간이어서 한양을 오간 통제사가
걸었던 길이라 하여 통제사의 길이었는데
그 길로 고개을 넘는다..(현판글 참조)
오후 1시 30분경 원산리 바다휴게소에 도착하여
남파랑길 30코스를 끝마쳤다.
남파랑길은 90개 코스여서 이제 3분의 1를 마친 셈이다.
나는 부지런히 다닌듯한데 아직도 60개 코스와 1,000km가 남았으니 갈 길은 멀다.
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이다.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 행사와 일정이 많아 바쁘다.
의도적으로 사양했던 골프운동의 약속도 많아지고 농장에서도 신경쓰이는 일들이 많다.
아이고야 !
갈 길은 먼데 어찌 할꺼나~
그래도 가야 한다.
나에겐 가장 큰 프로제트이니까!
섬 사량도가 이번 해안코스 앞에 있었다.
사량도에는 지리산이 있다.
사량도의 지리산은 해발 397m의 낮은 산이지만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하고,
이곳에서 산청의 지리산이 보인다 하여 "지리망산"이었는데 지금은 지리산이라 부른다.
산악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산이지만 나는 아직 등산을 하지 못했기에
다음번에 올 때 먼저 사량도의 지리산에 올라볼 생각이다.
그래서 사량도를 드나드는 가오치 선착장을 다녀오며
일정을 마치고 광주로 돌아 갔다.
2025년 10월 5일 걷고,
2025년 10월 7일에 일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