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충주 게명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홍기성씨(38·약사)가족. 울창한 낙엽송 숲을 머리에 이고 있는 통나무집에 들어서면 복잡한 세상사가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갈 데를 못 찾아 허우적대다 '방콕'으로 주저앉은 한 서린 휴가를 보낸 적이 없단 말인가? 그래서 week&이 준비했다. 이름하여 ' 미리미리 준비하는 바캉스 특집 '. 오늘부터 3주 동안 시리즈로 이어진다. 그 첫째로 한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전국의 알짜배기 숙소 총정리. 여름 휴가 가족 숙소로 최적격이라고 자신하는 전국의 휴양림 예약 정보 를 비롯해 전국의 소문난 펜션, 한옥 민박, 유스호스텔 까지 이용 정보를 죄다 모았다.
*** 휴양림
전국에 자연휴양림은 산림청 직영 30곳, 지방자치단체 관할 48곳, 사설 16곳 등 모두 93곳이 있다. 적잖은 수인데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성수기 예약경쟁률이 최고 233대 1에 이른다. 경치 좋고 교통 편리하고 시설에 비해 가격도 싼 편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호텔이나 콘도 등 전문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와는 다른 준비,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휴양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요령을 소개한다.
◆ 예약하기=국유 휴양림의 경우 휴가철인 7, 8월에는 산림청 휴양림 홈페이지(www.huyang.go.kr)를 통해 신청을 받아 추첨, 배정한다. 7월분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8월분은 28일부터 7월 5일 오후 1시까지 신청받아 곧바로 추첨한다. 나머지 기간은 매달 1일(경기.강원은 매달 3일 9시부터)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지자체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 전화예약제다. 축령산.설매재 등 9곳은 인터넷으로 받는다. 7월 예약은 이미 상당 부분 찼다. 모두 산림청 홈페이지에 자세한 소개와 연락처(홈페이지 주소 등)가 나와 있다. 사용 요금은 국유 휴양림이 4평이하 3만원부터 21평은 9만원 수준. 지자체 관할과 사설은 이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 예약 실패?=실망하기는 이르다. 대부분의 휴양림에는 예약없이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야영데크나 오토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다. 잠자리가 다소 불편하지만 휴양림을 즐기는 데는 지장이 없다. 단 빈 자리가 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만약에 대비해 후보 숙박지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또 폭우 때나 물사정이 나빠지면 폐쇄될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볼 것.
◆ 즐기기=휴양림에선 그냥 쉬는 것만으로 만족이다. 새소리.물소리가 나무만큼 빼곡한 산책로와 삼림욕장을 거닐면 몸에 앞서 마음이 먼저 시원해진다. 숲 해설가를 따라 나무와 풀에 얽힌 얘기를 듣는 것도 유익하다. 욕심이 생기면 등산로를 따라 휴양림을 품고 있는 산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이것으로 끝? 천만의 말씀이다. 휴양림이 소재한 자치단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자. 인근의 유명 관광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름난 향토음식 소개도 있다. 가는 길, 오는 길에 주변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을 짜보자.
◆ 알고 가자=휴양림 안에서 음식을 파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곳이 많다. 때문에 먹거리를 요령있게 준비해 가야 낭패를 면한다. 취사시설, 샤워장 등 시설은 곳에 따라 다르니 홈페이지에서 꼭 확인해야 한다. 기온차가 심하니 긴 소매 옷을 준비하고 모기나 벌레의 공격도 대비하는 것이 좋다.
최현철.손민호 기자<chdck@joongang.co.kr>
*** 숲 속의 단잠… 추천 5곳
자연휴양림은 그 자체로 완결된 휴양지다. 여기에 숲과는 다른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다면 덤까지 얻는 셈. 전국의 자연휴양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덤을 챙길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 남해 편백휴양림=한려해상 국립공원 북단에 위치해 삼림욕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상주.송정.송남해수욕장이 멀지 않다. 노량 앞바다를 끼고 있는 충렬사에서 충무공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특별한 체험이다.
◆ 구수곡 휴양림=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수 온천인 덕구온천이 불과 2㎞ 남쪽에 있다. 200년생 금강송(울진소나무)과 박달나무 군락 등 희귀 수목과 처녀계곡 안 18개 소(沼)의 청량함을 맛본 뒤 41도의 알칼리성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라듐성분이 함유된 유황온천인 백암온천도 사정권(68㎞).
◆ 설매재 휴양림=낙엽송.고로쇠.단풍나무 군락 사이로 서바이벌 게임장과 유격훈련에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한 챌린저 코스가 자랑거리다. 오프로드 코스로 30분을 달리면 패러글라이딩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차량과 장비가 제공되고 교관이 지도해줘 초보자도 거뜬하다.
◆ 제암산 휴양림=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 이래 열여섯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승보(僧寶)사찰 송광사에서 40㎞ 거리. 16국사의 영전을 모신 국사전(국보56호)을 비롯해 국보 3점과 보물 13점 등 27점의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다. 녹색 싱그러운 보성 차밭이 지척(4㎞)에서 휴양객들을 유혹한다.
◆ 금강 휴양림=421종 10만그루의 나무가 포진한 숲도 숲이지만 알차게 꾸며진 식물원이 특별한 볼거리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야생화원에 구절초와 금낭화 등 415종, 온실에 221종, 분재원에 236종의 식물이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 펜션
요즘 국내 여행을 대표하는 숙소다. 펜션이 몰려있는 제주도와 강원도에선 펜션 바람이 부동산 투기로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펜션의 정확한 정의는 아직 없다. 호텔보다 싸지만 민박보다는 비싼 곳. 내부에서 식사가 가능한 가족 체류형 숙소. 대충 이와 유사한 의미로 통한다. 사진은 충남 아산의 한적한 바닷가에 있는 펜션'You&I'.
*** 유스호스텔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가족 숙소. 배낭여행객만의 숙소가 아니다. 전국 유명 관광지 곳곳에 유스호스텔이 있다는 것도 장점. 여기서 소개한 유스호스텔은 일반 콘도급 시설들이다.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려면 미리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1년 회원 가입비는 24세 이하 1만8000원, 25세 이상 2만5000원, 가족(본인.배우자.직계 가족 포함) 4만원. 평생회원은 30만원이다. 회원 가입은 유스호스텔 연맹(www.kyha.or.kr)에서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능하다. 02-725-3031. 사진은 전북 부안의 유스호스텔 전경.
*** 한옥 민박
자녀와 함께 뜻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숙소다. 전통 한옥에서 묵는 것 자체도 의미있지만 여기의 한옥 민박집들은 각자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명소로 그 자체가 문화재인 곳이 대부분이다. 지금은 전주와 안동 등 일부 지역에 몰려 있지만 요즘 가장 주목받는 테마형 숙소다. 왁자지껄한 행락지 분위기를 싫어한다면 강력히 추천한다.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전통 한식 차림의 아침 식사는 꼭 권한다. 사진은 전북 전주 한옥 생활체험관 내부.
*** 계명산 휴양림서 자보니
와글대는 새소리가 새벽잠을 몰아낸다. 해는 아직 동쪽 산 능선을 넘지 못해 조각달이 여전히 하늘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지만 사방은 이미 윤곽이 또렷하다. 통나무집 문을 열고 나서니 눈 앞에 펼쳐진 호수의 잔물결에 붉은 기운이 번지고 있다. 문득 몰려드는 진한 나무향에 정신이 번쩍 돌아온다. '아 여기가 휴양림이었지'.
계명산(775m)의 옛 이름은 계족산(鷄足山). 산세가 닭의 발가락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코앞에 댐이 지어지면서 산의 발은 물속에 잠겼다. 발을 잃은 산은 대신 물을 얻어 이름도 바뀌었다. 휴양림은 산과 호수가 팽팽히 맞서는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물은 나무를 품어 짙푸르고 나무는 물기를 머금어 싱그럽다.
중부 내륙고속도로가 충주까지 뚫리면서 계명산은 수도권에 성큼 다가섰다. 충주IC에서 내려 36번 국도를 타고 충주시를 가로지른 뒤 마지막재를 넘으면 금방이다. 시가지에서 벗어나 호반 도로의 정취를 잠시 느끼다 보면 길가에서 반갑게 손님을 맞는 10여채 통나무집이 보인다. '애걔, 심산유곡이 아니네.'
크게 실망할 것은 없다. 산막을 품은 75만평 숲은 결코 녹록지 않다. 중턱까지는 시원스레 쭉 뻗은 낙엽송(일본 잎갈나무), 그 위로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촘촘하다. 깔끔히 정리된 통나무집에서 짐을 풀고 창문을 열어 젖히면 바람이 먼저 인사를 한다.
휴양림 산막을 에두른 산책로는 좋은 자연학습장이다. 검은등뻐꾸기의 독특한 4음절 울음을 구령삼아 걷다 보면 띄엄띄엄 서 있는 숲 해설판을 만난다.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버드나무에서 유래했고 낙엽이 지는 침엽수도 있으며 오디(뽕나무 열매)를 먹으면 방귀소리가 '뽕뽕' 난다는 얘기가 흥미롭다.
휴양림에서의 이틀째는 일출 구경으로 시작하자. 멀리 갈 것 없다. 커튼을 걷어제치거나 문 열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 호수 건너편 산 위로 혀처럼 쏘옥 삐져나오는 해의 모습이 정겹다. 가벼운 마음으로 길 건너 일향산에 오르는 것도 좋다.
이른 아침을 먹고 나면 마음을 정해야 한다. 가볼 만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다리 건너 충주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거나 자동차를 단양 쪽으로 몰아 조령 관문까지 훑을 수 있고, 충주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탄금대.중원고구려비.박물관 등을 두루 보는 역사기행이다. 산을 좋아한다면 월악산에 오르면 된다. 둘러보는 길에 민물고기 요리를 맛보자. 매운탕(4인분 기준 3만5000원)은 기본, 붕어찜이나 송어비빔회는 깔깔해진 입맛을 되살리는 데 그만이다. 돌아가는 여정에는 온천을 넣자. 남쪽으로 수안보온천이 25㎞, 북으로 탄산온천인 앙성온천이 30㎞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