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사촌형으로부터 전해 듣고, 할머니의 착하신 모습들이 자꾸 기억났습니다. 그러면서 착한 할머니를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 곁에 머물도록 하시고, 이제는 당신 곁으로 부르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그 누구와도 적이 없었습니다. 어느 상황에서든 겸손하셨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셨고, 인정해 주시는 온유하고 겸손한 할머니이셨습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할수록 어린이 같은 순진함과 착함이 가득하셨던 분으로 기억됩니다. 어린이와 같이 순진하고 착하고 온유하며 겸손했던 할머니의 일생을 생각해보면, 할머니의 인생 여정은 꼭 그렇게만 편하고, 행복하며 넉넉한 삶을 사신 것은 아닌 것으로 기억되고 상상이 됩니다.
할머니의 지난 구십 평생의 삶은 참으로 어렵고 삶의 질곡을 헤치며 살아온 생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는 당시 일제의 압박과 설움 속에서, 성장기는 왠지 모르는 민족적인 억압과 탄압의 분위기에서 자라났고, 배고픔을 몸소 체험했던 분이십니다. 이런 태어남과 성장기를 갖고, 지금은 고인이 된 요한 할아버지를 만나 최씨 집안사람이 되셨습니다. 한때 잘 나가다가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던 최씨 집안의 며느리이자 부인이 된 할머니는 6,25 민족상잔의 육적이고 윤리적이며 영적인 비극을 맞이하며, 정말 배고픔의 보릿고개를 넘는 고통을 겪으셨습니다. 정말 어려움이 무엇이고 가난이 무엇이며 원수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마음으로 배우셨던 분이십니다.
할머니는 자식을 낳는 기쁨을 하느님으로부터 허락받고 자녀를 기르면서 삶의 위로와 보람을 얻었지만, 쉽지 않은 여정을 걸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나으신 자녀를 잃어버리는 고통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가난한 가운데도 인생을 낙천적으로 살아가셨던 할아버지의 삶 때문에 가난은 할머니의 친구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은 자녀들의 대소사, 무언가 막혀있는 듯한 자녀들의 우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통받는 아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갈등 등은 정말 ‘한 많은 인생’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고생 하며 무거운 인생의 짐을 지고 살아오셨던 그 할머니는 당신의 인생을 남들이 말하는 ‘한 많은 인생’으로만 사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기도하면서 인생의 역경을 넘어설 줄 아는 지혜가 있었습니다. 답답하고 외롭고 쓸쓸할 때, 늘 사랑으로 충만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났고, 그분의 위로를 듣는 슬기가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파 힘들어하는 시간을 맞이할 때도 풍요로우시고 넉넉하신 하느님을 믿었기에 그분 말씀으로 사랑으로 배부르고, 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며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서로 불목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할머니는 십자가 위에서 피를 흘리며 죽으면서까지 평화를 간직하셨던 예수님을 바라보며, 가족과 다른 이들에게 평화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어 모든 짐을 내려놓고 무너져 버리고 싶은 상황에서도 굳굳하게 다른 이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굳게 쥐고 다시금 일어나곤 하셨던 분이십니다.
할머니는 참으로 장하신 분이십니다. 할머니 덕택으로 할머니 가문과 저희 집안들과 이루어진 혼사들... 모두 감사의 마음뿐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시며 착하신 할머니가 쓰러져 아무 말도 못 했던 지난 3년!
그 생활과 상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지옥같다고 말할 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들과 며느리의 지극 정성의 돌봄을 받으며 천사처럼 지내셨습니다. 제가 몇 번 찾아뵙고 성사를 주었을 때, 정말 그렇게 곱고 깨끗한 90세 넘은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천사였습니다. 90이 넘어 아무런 의사표시와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할머니는 모든 것을 하느님과 자녀에게 맡기고 평화와 인자함을 보여주는 하늘의 지혜를 간직하셨습니다.
이제 온유하고 겸손하시며 착하디착한 천사같은 할머니가 이제는 편하고 가벼운 짐을 지고 주님 앞에 나갑니다. 영원한 안식을 누리러 주님 대전에 나갑니다. 세상에서 어렵고 힘들 때 함께 하시며 손수 아버지가 되어 주시고, 길동무가 되어주시던 주님 품으로 다가갑니다. 당신의 안식과 기쁨, 생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앞에 살아 있는 영으로서 하느님께 찬미를, 자녀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천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기쁘게 하느님께 올라갑니다.
할머니의 영혼, 할머니의 영원한 생명과 안식은 문제가 없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우리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가 죽어야 할 우리입니다. 어떻게 살아서 마지막에 할머니처럼 인생을 마치고 이처럼 다른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하느님께 갈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짧은 인생, 아직도 몸으로 마음으로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을 하느님께 털어놓으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할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드렸던 작은 아저씨 감사합니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하느님도 고마워할 것입니다. 이제 아줌마와 자녀들과 잘 지내며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큰 아저씨 작은 아저씨, 아줌마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요... 힘들고 지쳤던 것들 오늘 모두 묻어두고 훨훨 불태워 이제는 새롭고 기쁘며 화목하게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끝으로, 정말 온유하고 겸손하시며 착하디착한 천사 같은 할머니, 당신이 보여주신 사랑에 감사합니다. 할머니, 천상 하느님 아버지 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저희 모두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아멘.
+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첫댓글 2008년 8월 작은 할머니의 장례미사에서 했던 강론입니다.
할머니와 가족 및 모두를 위해 기도합니다.
할머니의 한 많은 삶에서
지혜를 배우며~
순수하고 해맑은 영혼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그 누구와도 적이 없이 어느 상황에서든 겸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인정해 주는
온유함과 겸손함...
어린이 같은 순진함과 착함이 가득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맑고 아름다운 영으로 하늘의 지혜를
간직하고 싶어요~♡♡♡
천사 같은 할머니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인생은
바람처럼 왔다가지만,
한 사람에 대한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영롱한 별이 되어 기도안에 늘 자리합니다.
천사들이 되었을
아름다운 님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