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충청예술문화 월간지 1월호
목련화
얼마 전 반가운 초청장을 받았다.
양산시에 엄정행 박물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이 담긴 내용이다.
엄정행 교수님과 몇 번 뵐 때마다 말씀을 하셨기에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엄정행 전국 콩쿨, 노랫길, 기념비에 이은 마지막 대작이시리라.
성악인으로 한 평생 살아오시면서 소장하셨던 DVD와 레코드, 음향장비, 포스터와 액자등 음악 관련 물건 2100여점을 기증하여 개관한 전시관이다.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 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정기음악회 개최 등으로 방문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들을 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신 이후로 고향인 양산으로 귀향하셔서 연우합창단 결성, 엄정행 전국 성악 콩쿨 개최, 예술 고등학교 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연로하신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계셨다.
쌍벽루 아트홀의 2층에 자리한 뮤지엄 앞에는 양산천이 흘러 시민들의 산책길이 나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양산의 시민들은 이 아름다운 곳에서 음악을 감상하시겠구나,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문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시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전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오는 길에 산마다 쌓여 있는 눈을 바라보며 이 추운 겨울이 지나 곧 목련이 피는 계절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엄정행 교수님이 2017년에 부르신 목련화를 감상해 보았다.
2017년이면 80이 가까운 연세이신데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낭랑하신 음성은 우리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목련화
조영식 작시 /. 김동진 작곡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보면서 하늘보고 웃음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누리 적시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경희대 개교 25주년을 기념하던 1974년, 당시 경희대 총장이셨던 조영식 박사가 청년들에게 꿈을 심어 주기 위해 '4반세기 칸타타' 라는 시를 쓰고 음대 학장으로 계셨던 김동진 교수가 곡을 붙여 ‘칸타타 대학송가’로 탄생 시킨다. 이중 한 곡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곡 ‘목련화’다. 그리고 음대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테너 엄정행 교수가 이 칸타타의 초연에서 노래를 부르신 것이다.
봄이 되면 아름다운 경희대 교정 여기저기에 피어나는 목련화는 경희대의 교목(校牧)으로 목련이 피어있는 교정을 걷다보면 이 노래가 절로 나온다.
‘목련화’는 왜 그렇게 온 국민이 사랑하는 가곡이 되었을까?
몇 가지 요소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는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가사다.
사랑, 순결, 가인, 새시대, 선구자, 길잡이, 배달의 얼, 영원, 귀감등 아름다운 언어가 많이 쓰여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테너 엄정행 교수의 감성미 넘치는 목소리에 있다.
이 곡의 본질적인 아름다운 감성을 잘 표현하고 전국적으로 활동하시며, 유행가처럼 널리 알려진 이곡으로 인해 가곡의 중흥기가 왔다고 할 정도로 가곡 대중화의 길을 여신 것이다.
‘우아하게 향기롭게 값있게 살아가리‘라는 가사처럼 대중들의 기억 속에 성악가로 길이 남으실 엄정행 교수님과의 만남이었다.
추운 겨울을 지내 온 목련이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성 문 원 (성악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