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텐진 거리에서 만난 알렉스
지난 여름에 5일 동안 후쿠오카에 세미나가 있어서 다녀왔다.
세미나는 역시나 조금은 따분하고 갑갑하다.
첫 날 저녁 세미나를 마치고 잠시 호텔을 벗어나 일반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 시내 중심인 텐진 거리로 나가 유니크로 가게에서 여름옷과 100엔 샵에서 선물을 조금 사고 잠시 돌아다니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 분명히 호텔 안내 석에서는 돌아올 때는 내린 건너편에서 타면 호텔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같은 번호의 버스는 나타나지 않았다. 택시를 타면 바로 올 수 도 있겠지만 혼자 캄보디아 오지여행을 10일 넘게 한 내가 이정도의 일에 쉬운 방법을 택하기가 좀 그랬다.
혼자 이리저리 지도를 보고 찾아 헤매는데 옆에서 누군가 내가 보고 있는 지도를 기웃거리고 있는 일본청년이 있었다.
“도와드릴까요?(영어로)”
“아...예”
“OO 호텔을 가는데 도저히 버스 타는 곳을 알 수가 없어요”
“아..그 버스는 여기서 타는 것이 아니고 저기 2블록 아래에서 타는 겁니다”
“예...고맙습니다”
그렇게 나에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 청년은 유창한 영어로 나는 별 볼일 없는 영어와 일어로......
자기 집도 호텔과 같은 방향이라고 하며 일부러 데려다 주고 되돌아갔다.
그렇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그 다음날 동료들과 다시 텐진을 나갔는데 돌아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다시 알렉스를 만났다. 보통 인연(?)이 아니었다. 시간도 어제와 다른 때인데..
그래서 내가 먼저 제의를 했다.
내가 묵는 호텔로 오면 술 한잔 산다고 했더니 기꺼이 온다고 했다.
그 다음을 날에야 그 청년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알렉스 다카하시 미국산(?)일본인이고 27살인데 일본에 온지 2년째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일본말을 더 어눌하게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호텔 앞에서 기다리는데 약속시간이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호텔로 되돌아갔는데 룸으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직장에 일이 있어서 이제 도착했다고 그런데 그 시간이 11시50분이었다.
시간이 늦어서 술집으로 가기는 그렇고 그냥 마트에서 캔 맥주를 두개를 사서 호텔 앞의 인공 해변에서 한잔하고 헤어졌는데 그 시간이 새벽 2시였다.
횡단보도에서 배웅을 하고 되돌아오는데 갑자기 엘렉스가 신호등을 무시하고 뛰어왔다.
“내일이 일본에서 마지막 밤이죠? 제가 저녁을 사고 싶어요”
나도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왠지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 사이에 정 이 들었는지...
“형!! 내일은 처음 만난 그 버스 정류소에서 봐요”
“그래..”
그 다음날 텐진 시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알렉스는 갑자기 일본에 오면 가라오케를 가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늦다, 벌써 11시30분인데...내일은 오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시간이 있으면 너 사는 집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아쉽다,”
“우리 집에 가면되죠!!”
“뭐?. 이밤에?.....”
그렇게 해서 갑자기 그 밤에 알렉스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조그만 원룸에 혼자 살고 있었다.
여자친구도 있는데 태국여자로 미국 콜로라도 대학을 같이 다닌 여자친구란다.
앨범 속의 여자친구는 미인이었다 이 녀석도 한 인물 하는데,,,,,
그리고 부모님이 모두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데 왜 혼자 따로 사는냐고 묻는 내게 그 녀석은 오히려 묻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내가 성인인데 왜 부모님과 같이 살야야 하지?”
“......”
여러모로 특이한 녀석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3시였다, 내일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 그만 호텔로 돌아 올려고 집 밖을 나섰다.
집에서 택시 타는 곳까지 나오는데 둘은 아무 말이 없다.
“한국에 한번 와라? ”
“예....”
“언제 올 건데? ”
“겨울에나...”
그리고는 서로 한번 찐한(?)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세미나 하는 동안 머리가 아팠는데 그 놈이 있어서 그래도 즐거운 추억을 하나 만들고 간다. 타국에 낯선 좋은 동생하나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알렉스로부터 따끈한 메일이 와있었다.
“형....일본에 있는 동안 즐거웠습니다..좋은 형님을 얻게 되어서 행복합니다..겨울에는 꼭 한국에 가겠습니다..”
여행은 이런 기분 좋은 우연한 만남 때문에 마음이 쓸레이는 것 같다, 캄보디아 오지에서 만난 초라한 차림의 꼬마지만 그의 맑은 눈을 내 가슴에 품고 있고, 태국에서 만난 꽃 파는 소녀의 붉은 볼도 내 가슴에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