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농사의 시작으로 감자를 재배하는 것은 아직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날씨에 적응할만한 작물이 많지 않아서다. 모든 작물이 그렇지만 감자도 생육환경을 알고 재배하면 관리 방법을 이해할 수 있고, 수확의 결과도 괜찮다.
감자의 원산지는 고산지대가 많은 남아메리카 지역으로 건조하고 서늘한 기후에 적응한 작물이다. 강원도의 주작물이 감자가 된 것도 기후와 무관하지 않다. 강수량이 적은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 감자는 줄기에 많은 물을 저장하고 있다. 그리고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줄기를 땅속에 하나 더 만들었다.
초록색 굵은 줄기 아래의 흙 속에 둥근 모양으로 여러 개의 물주머니를 갖고 있는 감자의 식물분류학명은 '덩이줄기'라고 한다. 가뭄에 대비한 생존 전략으로 만들어진 감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낮은 온도에서 일정기간 휴식기를 갖는다.
휴면이 끝나면 산소 호흡을 시작하고 여러 개의 씨눈이 나온다. 씨눈 1~2개를 남기고 3~4개의 조각으로 잘라낸 후, 햇볕이 없는 그늘에서 며칠이 지나면 잘려진 부위에 전분막이 생겨서 상처가 아물게 된다.
주의할 점은, 집에서 먹고 남은 감자도 봄이 되면 씨눈이 나오지만 안정적인 휴면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으므로 씨감자를 심어야 한다. 휴면이 불량한 씨감자를 심으면 줄기가 웃자라면서 탁구공만 한 감자 몇 개만 얻는다.
감자는 초록줄기 아래의 덩이줄기로 흙 속에서 밑으로 자라지 않고 위로 자란다. 크고 많은 감자를 수확하려면 한 뼘 길이(20cm)로 깊이 심고, 조각낸 씨감자는 잘려진 부분의 위아래 상관없이 심는다.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길어지면 물을 충분히 주고, 파종 후 20일이 지나면서 흙 위로 새싹이 올라온다.
씨감자를 얕게 심으면 크기가 작고 햇볕을 받아 광합성작용으로 파랗게 변하면서 생육을 멈춘다. 50여 일이 지나면서 감자의 꽃봉오리가 생기고 생육도 활발해진다. 이때부터는 가뭄을 타지 않도록 비가 안 오면 충분하게 물을 줘야 잘 자란다.
감자는 꽃이 피고 지면서 씨앗을 품은 여러 개의 작은 열매가 달려었다. 생식 본능으로 열매로 이동하는 양분을 막으려고 꽃봉오리를 잘라서 감자를 조금 더 크게 키우기도 했었다.
지금의 감자는 육종기술로 꽃은 피지만 열매는 달리지 않으므로 제거할 필요는 없다. 아주 드물게 본래의 생식본능을 되찾으려고 열매를 맺기도 한다.
감자는 물로 키운다고 할 만큼 충분한 수분 유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물 빠짐이 좋지 않은 습한 흙에서는 산소 부족으로 호흡이 불량하여 잘 크지 않거나 병에 걸릴 수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감자는 생육을 중단하고 잎줄기가 노랗게 변하는 황화현상을 보인다. 수확할 때가 된 것이며 6월 말의 하지 절기쯤으로 하지감자라고 부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