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거리가 한 보따리
할머니 댁에서 채희가 내려왔습니다.
준비물은 회의 후 간단한 놀 거리였습니다.
채희의 팔목에는 보기에도 무거운 가방이 있었습니다.
어떤 물건들인지 물어보기도 전에 채희가 신나서 소개했습니다.
그림 그릴 색연필, 사인펜, A4용지 6장, 디폼블록 한 박스였습니다.
채희는 오늘 철저히 놀 예정입니다.
우찬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채희와 달리 가벼운 두 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냐는 채희의 물음에 우찬이는 반대로 물었습니다.
"채희야 너 짐이 왜 이렇게 많아?"
채희와 우찬이는 서로에게 의문인 듯 보였습니다.
"오늘은 일지 작성하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늘도 손 씻고, 방문 대장을 쓰고, 손 소독을 잘 했습니다.
방문 대장을 작성할 때 채희는 모든 칸을 채웠습니다.
우찬이가 작성할 때 구경하던 채희는 옆에서 알려주었습니다.
수요일에는 일자와 온도만 쓰던 우찬이도 오늘은 모든 칸을 작성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은 누가 일지를 작성할까요?"
항상 일지를 작성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라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채희가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작성할 차례에요. 근데 오늘은 안 쓰고 싶어요."
채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얼른 놀고 싶어서 잘 쓰지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우찬이에게 활동 일지 작성을 부탁했습니다.
흔쾌히 허락하고 잘 작성해 준 우찬이와 의견을 말해준 채희에게 고마웠습니다.
"선생님, 오늘만 회의 안 하고 놀고 싶어요."
수요일에 어린이대공원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은 어린이대공원을 알아보고 가는 방법과 필요한 경비를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채희의 시선은 놀 거리가 가득한 가방에 있었습니다.
우찬이는 활동 일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회의를 얼마나 할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우찬이는 20분, 채희는 10분만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15분만 회의하고 남은 시간은 채희가 가져온 것을 하는 건 어떤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채희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회의 안 하고 놀고 싶어요."
결국 가는 방법만 알아보고 놀기로 했습니다.
우찬이와 채희는 멀미를 고려해서 가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버스를 타면 멀미하는 아이들은 버스를 전혀 타지 않을 방법을 찾았습니다.
먼저, 신림역에서 건대 입구까지 갑니다.
건대입구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1개만 가면 어린이대공원입니다.
우리는 연세우유 앞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신림역에 가기로 했습니다.
가는 방법을 확인한 아이들의 집중력이 끝났습니다.
채희랑 우찬이랑 손가락 걸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주 정말 잘했어. 놀아도 돼.
그래도 다음 주는 오윤이도 오니까 집중해서 회의하자!"
"네~!!"
"저랑 우찬이,오윤이 그리고 선생님만 열 수 있어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채희는 함께 놀 수 있도록 A4용지를 반으로 잘라왔습니다.
우찬이는 어몽어스 캐릭터를 그렸습니다.
채희는 하트를 그리더니 글씨를 씁니다.
제게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과일을 그렸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집중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모두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우찬이는 그림을 설명하며 신났습니다.
채희는 제게 열어보라며, 우리만 열 수 있다고 합니다.
한결같은 우찬이와 채희입니다.
"우찬아, 오늘은 내 블록으로 놀아도 돼."
그림을 다 그리고 디폼블럭을 만들었습니다.
지난번에 채희가 선물 준 캐릭터도 디폼블럭으로 만든 것입니다.
채희는 100원에 5개 정도 구매할 수 있는 블록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우찬이도 하고 싶은데 블록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옆에서 "나도 하고 싶은데,," 하는 우찬이의 말을 듣고 채희가 말했습니다.
"우찬아, 오늘은 내 블록으로 놀아도 돼. 다음에는 네가 가져와서 같이 하자"
우찬이가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시간이 훌쩍, 50분 동안 블록을 만들었어요.
우찬이는 어몽어스 캐릭터의 미니카를 11개 만들었습니다.
채희는 색깔별로 모아서 높게 쌓았습니다.
저는 포도와 체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채희는 "선생님,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보여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원래 아이스크림을 만든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꼭지 부분에 갈색 블록을 더해 빠르게 콘 과자처럼 바꿨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순간
그림 그리고 블록 만든 것에 아이들이 조금 신나 보였습니다.
활동을 마치고 집까지는 5분 정도가 걸립니다.
거점공간의 문이 열리자 우찬이가 뛰어나갔습니다.
그 모습에 채희도 함께 뛰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나가는데 바로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갔습니다.
순간 정말 아찔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는 사거리부터 오토바이가 자주 다니는 골목 등이 있습니다.
안전이 걱정되어 우찬이와 채희를 멈춰 세우고 말했습니다.
" 가는 동안 오토바이가 어디서 나올지 몰라요. 차도 많으니까 뛰면 안 돼요."
채희는 알겠다며 제 손을 잡았으나, 우찬이가 싫다며 더 뛰어갔습니다.
채희는 아예 짐을 제게 맡기고 우찬이를 잡겠다고 뛰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을 꼭 잡고 집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저는 다시 거점공간으로 오는 길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다음 주면 오윤이, 우찬이, 채희가 함께 활동합니다.
제게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오고 갈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아이를 혼자 감당하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하는 만큼 고민이 컸고, 김별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동료가 있어서 든든해요
김별 선생님과 안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과 최대한 이야기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규칙을 정하거나, 부모님께 말씀드리기로 했습니다.
또한, 다음 주부터 보조 선생님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활동 나눔을 하며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이 서로의 보조를 자처했습니다.
저는 바로 앞 시간에 활동하는 민재 선생님이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동료가 있어서 정말 든든했고,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채희는 하고 싶은 것이나 좋아한다는 긍정적인 표현은 잘 합니다.
하지만, 하기 싫거나 싫은 점은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활동 일지를 부탁한 제게 정중하게 거절해 준 채희가
기특하고 숨기지 않고 말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우찬이는 활동 일지 작성을 흔쾌히 해주었습니다.
친구의 준비물을 소중히 여겨서 허락을 구하고 사용했습니다.
사용 후 감사 인사를 해주어서 고마웠습니다.
김별 선생님께서 활동을 마친 후 늘 전화를 주십니다.
활동 직후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혼자 고민하지 않도록 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사민재 선생님께서 바쁜 일정이지만, 흔쾌히 도와주신다고 했습니다.
나들이도 함께 가고, 활동도 함께 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 활동 시간은 다른 선생님들을 마주치지 못하는 시간입니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활동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오늘 연진 선생님이 시간 맞춰 와서 점심을 함께해 주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바로 연진 선생님은 활동하러 가고 저는 집에 왔습니다.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글이 생동감하고 전달력이 너무 좋아서 제가 이 수업에 참관하고 있는 것 같아요 ㅎㅎ
놀고 싶은게 당연합니다^^
그럴때는 빨리 중요하게 할 이야기만 하고 노는 것도 방법입니다!
지우 선생님은 알아서 척척 잘하죠~
역시 권지우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