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캡) 올해 추석연휴도 끝나가는군. 내일부터 또 일상으로 돌아가야하지. 추석연휴라고 해도 쉬지 못한 사람들도 많고 지난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늦더위속에 힘든 땀을 흘린 국민들도 많았을테지. 또한 찾을 곳도 찾는 사람도 없는 홀로족들의 애환도 깊을 것으로 예상되네. 먼저 이번 추석에 바뀐 풍경들부터 언급해 볼까.
까마귀1) 이번 추석때 귀향은 아마도 3년만의 일일 것입니다. 2019년 추석이후 만 3년만에 나름 제대로 이뤄진 귀성내지 고향찾기였지요. 아마 3년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느꼈을 것입니다. 고향이 더욱 늙어졌다고 말이죠. 동네에 이제 젊은이들의 모습은 정말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번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젊은층에 속했을 것입니다. 노인들에게 3년은 그야말로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입니다. 차례상도 치솟는 물가때문에 간소하게 차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들이 와서 도와준다고 하지만 늙은 부모들이 이제 기력이 딸려서 많은 음식 장만하지도 못합니다.
까마귀2) 명절증후군이니 명절이 지난뒤 이혼이 급증한다는 그런 말은 제발 이번 추석때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부부간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겠지요. 그동안 쌓여던 불만과 갈등이 이런 명절을 기해 폭발하는 것을 그동안 참 많이 봐왔습니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그런 명절이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촉매역할을 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힘든 고향길 그리고 더 힘든 귀경길이지만 내 가족을 조그만 더 배려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까마귀3) 이번 추석 고향가는 길 역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고속도로나 국도가 막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지요. 하지만 이젠 대중교통을 이용해 고향찾는 길이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코로나 이전보다 시외버스 고속버스가 40% 넘게 줄었습니다. 운영이 중단됐거나 앞으로 중단될 우려가 있는 터미널도 전국적으로 28%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인구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평소 이용객들이 줄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버스 업계 관계자들의 푸념입니다. 인구감소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사라지는 시골 마을들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까마귀4) 요즘 젊은층에서 명절 보내는 문화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비혼족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가운데 하나라고 보입니다. 아르바이트 구인업체에서 조사한 것을 보면 20대 응답자의 절반인 51%가 이번 추석에 고향가는 것 대신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고향에 가면 왜 취직을 안하느냐 결혼은 언제나 하려고 하느냐는 이런저런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곤혹스런 질문공세에 시달리느니 그 시간에 돈이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젊은층이 는다는 것이죠.
까마귀캡) 명절 사회상은 그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이지. 인구감소와 명절 부부 갈등, 비혼인구 증가와 홀로족들의 급증이란 참으로 우려스런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있네. 이런 현상이 해소될 가능성도, 그런 노력도 이제는 점점 더 없어지는 것같고.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 더욱 현실화되고 일반화되는 것같아 가슴이 아프기도 하군. 어젯밤에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까마귀5) 어제(2022.9.11) 밤 10시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보수성향의 단체가 야간 기습 집회를 열었습니다. 어제는 추석연휴로 평온한 가운데 밤이 깊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보수성향의 단체는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반일행동'측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보수성향 단체는 반일단체의 해산 등을 요구했다고 합니다.두 단체 회원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각종 보수와 진보 유튜버들까지 몰려들었고 이어지는 소음때문에 인근 숙박시설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민족의 최대 명절에 도심 그것도 평화의 소녀상앞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누리꾼들은 입을 모아 참담하고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까마귀6) 이런 저런 내홍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 힘이 이르면 내일 새 비상대책위원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당내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 판단이 마무리된 뒤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빠른 비대위 구성을 공언했습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이 윤 대통령이라는 여론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추석 연휴동안 태풍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를 방문해 수해 복구 활동을 했습니다.
까마귀7)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합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교회에 열심히 나가 구약성경을 다 외운다라고 발언한 윤 대통령 후보를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김용민 이사장은 김 여사의 주술적인 무속 의혹으로 개신교계의 의구심이 커가는 시점에 당시 윤 대통령 후보가 기독교 신앙심이 깊은 아내로 만들었다면서 당선 목적으로 허위사실를 유포한 것으로 강력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까마귀8) 감사원이 국민권익위원회의 감사를 두 차례나 연장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두 기관을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진실공방 양상까지 나타나다 보니 중립성과 독립성을 우선적 가치로 삼는다는 두 기관이 정치적 혼란 속으로 더욱 깊게 빠져드는 그런 형국입니다. 감사원이 감사를 두 차례나 연장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문 정권때 임명된 전현희 위원장을 겨냥한 표적 감사라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정말 공정한 잣대를 견지해야할 감사원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연 이번 감사가 무엇을 찾아내고 무엇을 밝힐지 그리고 제대로 된 잣대가 적용됐는지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암행어사 출두요때 사용하던 그 마패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는 사항 아니겠습니까.
까마귀9)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예상에 주택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거래 절벽이 생기면서 투기가 아닌 실수요자까지 집이 팔리지 않아 이사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합니다. 주택 거래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을 이사철인데 예년과 달리 제대로 이사현상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지요. 전세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주인이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금을 되돌려 받기가 힘든 상황인 것이지요. 아직도 주택시장에서는 집주인은 오른 가격으로 판단하고 구매자는 앞으로 떨어질 가격을 위주로 생각하니 그 간격을 좁히기가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업자들의 판단입니다.
까마귀캡) 인간사는 역시 복잡 다단하구먼. 갑자기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이 떠오르네. "천국도 없고 사후 세계도 없다. 그것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동화일뿐이다"라고 했다고 하네. 스티브 호킹박사는 "뇌가 깜빡거림을 멈추면 그 이후엔 아무 것도 없다"라며 "뇌는 부속품이 고장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 고장난 컴퓨터를 위한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없다"라고 말했다고해. 그냥 살아있을 때 열심히 살고 편안하게 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 인간세상은 내일부터 다시 일상이 시작되겠지. 우리도 이만 돌아가 내일을 준비하자고. 굿바이.
2022년 9월 12일 화야산방 까마귀 대화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