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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강친왕과 오삼계의 부하들 강친와부의 대문 입구에 이르게 되었을 때 대문 밖에 시위들이 두 줄 로 서있었다. 모두들 몸에 금의(錦衣)를 입고 있었고 허리에는 칼이나 검을 차고 있었으며 기개가 있어 보였다. 그야말로 위소보가 처음 왔을 때보다 경계가 삼엄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것은 물론 오배의 패거리들을 병부로 쳐들어 오게 한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수비를 더욱더 강화한 까닭이었다. 위소보가 막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강친왕은 서둘러 마중을 나왔다. 그 리고 몸을 반쯤 굽히고는 위소보의 허리를 얼싸안으며 웃었다. "계형제, 며칠 만나지 못하는 사이에 더 크고 더 준수하게 변했구만!"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왕야께서도 안녕하셨읍니까?"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기는, 그대가 종종 우리 집으로 놀러 오지도 않는데 내가 어찌 편안할 리가 있소? 될 수 있는 대로 그대를 많이 보면 볼수록 편안하고 보지 못하게 된다면 편안하지 못하지."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왕야께서 저보고 종종 드르라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감청이언정 고 소원이지오. 강친왕은 말했다. "그대가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 돼. 나중에 내가 황상께 사정을 해서 그대로 하여금 휴가를 얻도록 해주지. 그러면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를 들으며 여드레고 열흘이고 실컷 떠들며 놀 수 있지 않겠나. 그 런데 걱정스러운 것은 황상께서 하루라도 그대를 못 보시면 심기가 불 편하게 될까봐 걱정이야." 그리고 위소보의 손을 잡고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뭇시위들은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절을 했다. 위소보는 크게 기뻤다. 그는 황궁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받드는 대접을 받고 있기는 하나 역시 한 태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왕야의 손을 마주잡고 앞으로 나아가니 위풍이 어찌 비할 수 있겠는가! 중문에 이르게 되었을 때 두 만주의 대관이 마중을 나왔다. 한 사람은 영내시위대신을 임명된 다륭(多隆)이었다. 평소에는 시위총관이라고 부 르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그와 의형제를 맺 게 된 색액도였다. 색액도는 덥석 달려나오더니 위소보를 안고서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핫! 오늘 왕야께서 그대를 모신다는 말을 듣고 내가 자청해서 이 곳으로 달려왔지. 우리 형제들끼리 잘 놀아 보자구." 시위총관 다륭 역시 앞으로 나와서는 위소보의 비위를 맞추려 들었다. 네 사람이 일제히 대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낭하에서 대기하 고 있던 취타수(吹打手)들이 가락을 뜯고 불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한 번도 남에게 이토록 융숭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저 싱글벙글했으며 하며터면 신명이 나서 춤추며 손짓발짓까지 했을 정도 요ㅕ다. 그리고 두 번재 대청으로 가게 되자 그 대청에는 이십여 명이 나 되는 관원들이 뜨락에 나와서는 그를 맞아싸. 모두 다 상서(尙書), 시랑(侍郞), 장군, 어영친군통령(御營親軍統領) 등등의 큰 벼슬아치들 이었다. 색액도는 일일이 그들을 위소보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이대 한 명의 내감이 총총히 달려 들어더니 절을 하고는 말했다. "왕야, 평서와의 세자께서 왕림하셨읍니다." 강친왕은 웃었다. "좋아. 좋아. 계형제, 잠시 편하게 앉아 계시요. 내 가서 손님을 맞아 들이도록 하지."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나갔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평서와의 세자라구? 그렇다면 오삼계의 아들이 아닌가! 그가 왜 이곳 에 왔을까?) 색액도는 입을 그의 귓가에 갖다 대더니 나직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봐 계형제, 오늘 크게 횡재하게 된 것을 축하하네." 위소보는 웃었다. "그거야 손의 끗발이 어떤지 봐야겠죠."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손의 끗발이야 물론 좋아야지. 하지만 노름을 해서 돈 따는 것 이외에 도 큰 재물이 들어오게 될 운이 틀림없이 있을거란 말일세." 위소보는 말했다. "그게 뭡니까?" 색액도는 그의 굿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오삼계가 아들을 시켜 조공을 바치러 왔다네. 그렇게 된다면 조정의 대관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한 보따리씩을 안게 되지." 위소보는 말했다. "아 오삼계가 아들을 시켜 조공을 바치러 왔군요. 허지만 저는 조정의 대관이 아니잖습니까?" 색액도는 말했다. "자네는 궁안의 대관이나 조정의 대관보다 더 위풍이 당당한 셈이지. 오삼계의 아들 오응웅은 똑똑하고 아는 일이 많단 말일세." 그리고 나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나중에 오응웅이 어떤 선물을 그대에게 크게 한다 하더라도 그대는 결 코 기뻐하는 모양을 드러내서는 안 되네. 그저 담담하게 세자게서 북경 에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았소라고 한 마디만 하게. 그가 만약 그대가 기뻐하는 양을 보게 된다면 다음에 있을 것이 없어지게 되네. 그대의 안색이 냉담하면 냉담할수록 그는 반드시 그댁다 예물이 너무 가벼워서 좋아하지 않는 줄 알고 내일 다시 두툼하게 한 몫을 보충하여 선물할걸 세." 위소보는 소리내어 껄껄 웃다가 나직이 말했다. "알고 보니 그것은 남의 재물을 울궈내는 방법이군요." 색액도는 나직이 말했다. "운남성의 사람을 상대로 막대하게 한 번 울궈내지 않는다면 그거야말 로 바보일세. 그의 애비가 운남성과 귀주성에 앉아서 얼마나 많은 민지 민고(民脂民膏)를 긁었는지 모른다네. 그러니 우리 형제들이 그를 도와 좀 써주지 않는다면 첫째로 그의 애비에게 미안한 노릇이고 둘째로는 운남과 귀주의 백성들에게 미안한 노릇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일세."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와 같은 말을 하는 사이 강친왕은 어느덧 오응웅을 데리고 드어왔다. 평서와의 세자는 스물 너댓 살 쯤 되는 나이로 얼굴이 꽤나 준수했으며 발걸음이 민첩한 것으로 보아 확실히 장수(將帥)문중의 아들이라는 풍 모가 엿보였다. 강친왕은 제일 먼저 위소보에게 소개하면서 말했다. "소왕야(小王爺) 이 분은 계공공이시오. 만세야(萬歲爺) 앞에서 가장 세력이 좋은 공공이라오. 서재에서 손수 오배를 잡은 것도 바로 계공공 의 큰 공이라오." 오삼계가 북경성 안에 깔아둔 염탐꾼들은 무척 많았다. 경성의 어떤 크 고 작은 일이 있기만 하면 매일같이 모두 급히 전령을 곤명(昆明)으로 보내 보고를 했다. 강친왕이 오배를 잡은 것은 이 몇 년 동안에서는 가 장 큰 일이라 할 수 있었으며 오응웅은 물론 그와 같은 상세한 사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오삼계는 그렇지 않아도 아들인 오응웅과 상의한 적 이 있었다. 즉 황제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권신(權臣)을 제거한 것을 보면 나이가 어리다고는 하지만 이미 영기 발랄한 점을 드러낸 셈 이라 이후에 신하들이 세월을 편안하게만 보낼 수 없으리란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오응웅이 이번에 부친의 명으로 북경성으로 달려와 천자를 배알하게 된 것이고 내친 김에 대신들에게 쓸 뇌물로 많은 재물을 가지고 온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닐 로는 바로 강희의 성격과 위인됨을 살펴보자는 것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강희황제가 중용하고 있는 가깝고도 심복할 수 잇는 대신들이 어떤 인 물인지도 알아 두고자 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강친왕부의 잔치에 참 석차 오고 보니 뜻박에도 강희에게 가장 총애를 받는다는 태감을 만나 게 된 것이 아닌가! 그만 크게 기뻐서 그는 재빨리 두 손을 내밀어 위 소보의 두 손을 잡고는 연신 흔들면서 말했다. "계공공, 저는... 불초는...불초는 운남에 있을 때 공공의 대명을 들었 읍니다. 부왕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신바 있지요. 그리고 황상께서 영명하시고 과단성있는 분으로서 확실히 어질고 총명한 천자 라고 칭송을 했답니다. 그리고 어진 천자가 계시니 공공과 같은 젊은 분마저 이와 같은 큰 공을 세울 수 있었으니 정말 흠모하는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말씀을 하셨읍니다. 부황께서는 불초에게 예물을 준비하시어 공공에게 경의를 표하도록 하라고 분부하셨답니다. 다만 대 청나라의 규칙에 의하면 외부의 신하는 궁내의 관원과 내왕을 하지 못하도록 금 하고 있기 때문에 불초는 그런 마음이 있었지만 감히 뵙자고 청을 드릴 수가 없었읍니다. 오늘 강친왕야께서 이와 같이 좋은 기회를 베푸시니 그야말로 기쁨을 금할 수가 없읍니다." 그는 언변이 매우 뛰어난 듯했다. 대뜸 듣기에 매우 그럴싸한 말을 단 숨에 늘어놓았다. 위소보는 오삼계라는 커다란 인물마저 만리 밖에서 자기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그만 뼈도 흐물흐물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 는 그와 같은 추켜 주는 말들을 많이 들어온 경험이 있는지라 어떻게 상대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같은 신하야 그저 황상의 성지를 받들어 일을 행하되 첫째로 고 생을 고생이라 하지 않고, 둘째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뿐이지 무 슨 공로라 할 수 있겠소. 소왕야의 말씀은 너무나 과찬이외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색액도 형님은 귀신같이 알아맞히는구나. 이 작은 매국노는 아니나 다 를까 보자마자 대뜸 예물을 먹이는구나.) 오응웅은 멀리서 온 손님이었고 또한 평서왕의 세자였다. 그리하여 강 친와은 그를 맨 윗자리에 모시게 되었고 위소보를 다음 자리에 앉히게 되었다. 연회석상에는 대관들이 무척 많았다. 상서니, 장군이니, 모두 다 작위가 있지 않으면 벼슬이 무척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위소보는 건방지긴 해도 그 다음 자리에 감히 앉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연신 사 양했다. 강친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계형제, 그대는 황상을 바로 곁에서 모시는 분이 아니오. 모두들 그대 를 깍듯이 모시는 것은 바로 황상에 대한 충성심을 사랑하고 높이 사는 것이니 그대는 더 이상 겸손해 하지 마시구려." 그리고 그를 그 의자에 억지로 앉혔다. 색액도는 이 무렵 이미 국사관 대학사(國史館大學士)라는 벼슬에 올라 있어서 관위(官位)로 말하면 뭇 사람들의 위라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바로 위소보의 곁에 앉았 다. 그리고 나머지 문무대관들은 품급과 관직의 고하에 따라 차례로 앉 게 되었다. 위소보는 갑자기 생각했다. (빌어먹을, 옛날 여춘원에 손님이 들어닥쳐 술상을 들게 되면 어머님은 손님의 등뒤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떡이나 밀전과를 나에게 건네어 주 곤 했지. 그러나 후레자식들은 종종 나를 쫓았단 말이야. 그때는 달아 나서는 내가 언제든지 출세를 하게 된다면 역시 여춘원으로 찾아가서는 한 상의 술상을 차려놓고 주모나 심부름꾼 그리고 계집애들로 하여금 시중을 들도록 하겠다고 생각했었지. 오늘은 친왕, 왕자, 상서, 장군 등이 나를 이와 같이 웃어른 모시듯 하지 않는가 말이다. 다만 애석한 것은 여춘원의 주모나 하인들이 나의 이와 같이 신나는 모습을 보지 못 하는 것이구나." 뭇사람들은 앉아서 술을 마셨다. 그런데 오응웅이 데리고 온 십육명의 시종들은 바로 창문 곁에 서 있었으며 자리에 앉아 술을 권하는 뭇사람 들의 행동 그리고하인들이 돌아다니는 일거일동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 고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위소보는 잠시 생각해 본 이후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렇군. 저 사람들은 평서왕부의 무공고수들이다. 따라와서 오응웅을 보호하는 것은 혹시 자객이나 음식에 독을 탄 사람이 있을까봐 경계하 는 것이다. 목왕부의 사람들은 아마도 벌써 바깥에서 지키고 있을걸. 나중에 쌍방에서 신나게 한바탕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목왕부의 사람들이 이기는건지 아니면 오삼계의 부하들이 무서운지 알 수 있게 될 것이 아닌가!) 그의 속은 남이 당하는 재난을 즐거워할 심보로만 가득차 있었다. 그저 쌍방이 신나게 싸워서는 양쪽 다 살상이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때 강친왕 역시 평서왕부의 시종들이 하는 양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주인인 그로서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위총관인 다륭은 무공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성격이 솔직한 면이 있었다. 몇 잔의 술을 마시게 되자 그는 입을 열었다. "소왕야, 소왕야께서 데리고 온 저 십여명의 시종들은 아마도 천명이나 만명에서 한 사람을 뽑은 무공의 고수들이 틀림없겠지요?" 오응웅은 웃으며 말했다. "그들에게 무슨 무공이 있겠소. 그저 부왕의 왕부에 있는 친위병들이지 요. 언제나 형제를 따르고 형제의 성질을 잘 알기 때문에 문을 나오게 될 때는 그들을 부리기에 편리해서 데리고 나왔을 뿐입니다." 다륭은 웃으며 말했다. "소왕야 께서는 너무나 겸손의 말씀을 하시는 군요. 저것 보시오. 저 두분의 태양혈(太陽穴)이 높다랗게 불쑥하니 솟아있는 것을 보니 내공 이 이미( 九成)의 조예를 쌓은 것이 틀림없소. 그리고 저 두분의 얼굴 과 목의 근육이 울퉁불퉁한 것을 보면 일신에 지닌 횡련(橫練)재간이 대단할 것이오. 그리고 저 몇 분의 온 얼굴이 번지르르하고 등 뒤로 크 게 머리를 딴 사람들은 십중팔구 가짜 머리를 딴 것이 분명할 것이오. 소왕야가 만약 그들에게 모자를 벗어 보라고 한다면 틀림 없이 대머리 일 것이오." 오응웅은 미소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다총관의 무공이 고강한 줄만 알았지 관상을 보는 재간이 있는 줄은 정말 생각밖이외다." 다륭은 웃으며 말했다. "색대인께서는 잘 모르시는 점이 있을 것입니다. 평서왕이 과거 요동에 군사를 데리고 주둔을 하게 되었을때 휘하에 금주(錦州)의 금정문(金頂 門)의 무관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금정문의 제자들은 머리의 재간이 매 우 무섭죠. 무릇 무공을 고심한 경지에 이르도록 연마하게 되면 온 얼 굴에 윤기가 돌며 머리위에는 한가닥의 머리카락도 남지 않게 된다오." 강친왕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세자에게 청하여 저 몇분 고수들로 하여금 모자를 벗어서 다 총관의 짐작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소?" 오응웅은 말했다. "다총관의 눈빛이 횃불과 같으신데 어찌 정확하지 않겠습니까? 저 몇명 의 친위병들은 확실히 금정문의 무공을 연마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공은 아직도 연성되지 않았고 머리위의 머리카락도 역시 적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모자를 벗긴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뭇사람들 앞에 서 못난꼴을 보이는 것이니 여러 대인들께서는 양해하여 주십시오" 뭇사람들은 그저 껄껄 한바탕 웃었다. 오응웅이 싫어하는 것을 보고 억 지로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위소보는 눈 한번 돌리지 않고 그 몇 사람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러 자 속이 근질근질해졌다.(저 키 큰 사람의 머리위에는 얼마나 머리카락 이 남아 있는 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저 비쩍 마른 사람은 무공이 뒤떨 어지는 것 같으니 아마도 머리카락이 반드시 많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일이 있어 그는 참을 수 없다는듯 하! 하는 웃음소리를 냈다. 강친왕은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계형제,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 지 어디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보게나."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금정문의 협사들이 모두 다 성질이 매우 차분하다고 생각했습니 다. 그리고 좀처럼 남과 싸우는 적이 없을 것이며 그들 자신끼리는 더 욱더 싸움을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친왕은 말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나?"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화가 나게되면 눈을 부릅따고 각기 모자를 벗어서는 서로 상대 방의 머리카락이 난 것을 헤아려 볼 것이고, 그 누구의 머리카락이 적 으면 그 사람의 무공이 고강할테니 머리카락이 많은 사람이 졌음을 시 인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뭇사람들은 소리내어 껄껄 웃었다. 모두 다 위소보의 생각이 매우 재미 있다고 말했다. 위소보는 다시 말을 이었다. "금정문의 고수들은 아마도 몸에 언제나 주산을 가지고 다닐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카락을 헤아리게 될 때 불편할테니까 말입니다." 뭇사람들은 다시 한바탕 소리내어 웃었다. 한분의 상서는 한모금의 술을 머금고 아직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헌테 그와 같은 말을 듣고는 그만 입안 가득히 머금었던 술을 뿜어내게 되었 는데 혹시나 탁상위에 뿜어 실례를 하게 될까봐 고개를 숙여서는 자기 의 앞자락에다 술을 뿜어야 했고 끊임없이 기침을 해야 했다. 다륭은 말했다. "지난 번 오배의 잔당들이 왕부로 달려 들어와 소란을 일으키게 된 이 후 강왕야께서는 이 몇 달 동안 적잖은 고수들을 망라했다고 들었소이 다. 강친왕은 오른손으로 천천히 수염을 쓰다듬더니 얼굴에 득의의 빛을 띠 우고 천천히 말했다. "진정으로 신분이 있고 재간이 있는 고수들을 초청하기는 지극히 어려 운 일이었소. 관부의 초청에 응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삼류의 인물에 불과하지." 그리고 잠시 여유를 뒀다가 다시 말했다. "어쨋든 이 소왕(小王:겸손해서 하는 자칭)은 그야말로 탁월한 사람을 얻고 싶은 생각에 많은 금은을 주어 초청을 하는 외에도 그들을 도와 몇 가지 일을 하게 된 끝에서야 몇몇 사람의 절정고수들을 청할수 있었 소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그들을 잘 대접해야 하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오 하하하!" 다륭은 말했다. "왕야께서 고인을 초청하게 된 비결을 전수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강친왕은 미소했다. "다총관 자신이 일등계열의 고수인데 또 무학고수를 청해서 무엇하시겠 다는 것이오?" 다륭은 말했다. "왕야께서 칭찬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과거 우리 만주 무장 이 연병장에서 무공을 겨루게 되었을 때 섭정친왕이 친히 왕림하시어 감독을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때 왕야와 소장 모두 섭정왕이 내리는 상 금을 받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번에 오배의 잔당들이 달려 들어와 소란 을 피우게 되었을 때 왕야께서는 화살 한대 허비하지 않고 친히 이십여 명이나 되는 잔당들을 쏴 죽였다 하더군요" 강친왕은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확실히 두명의 천 지회 회원을 죽인바 있었다. 그러나 이십여 명이라 말하는 것은 그야말 로 열배로 불려 말한 것이니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 일은 내가 친히 목격한 것이지요. 그때 저의 귓가에는 그저 '쉭쉭' 하는 소리만 어지럽게 들렸고 앞쪽에서는 끊임없이 '어이쿠 어이쿠'하 는데 뒤에서는 큰소리로 '훌륭하다, 훌륭해, 하는 소리가 들렸죠." 한 문관이 위소보의 말뜻을 잘 이애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계공공, 어찌하여 앞쪽의 사람은 큰 소리로 '아이쿠, 아이쿠' 부르짖 는데 뒷 사람은 큰소리로 훌륭하다고 부르짖게 된 것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강왕야께서는 활을 쏠 때 백발백중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앞에서 화살 에 맞은 사람들을 큰소리로 어이쿠 하고 부르짖었고 뒷쪽은 우리편 사 람이니 물론 큰 소리로 훌륭한 솜씨라고 크게 칭찬을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훌륭하다고 외친 사람은 어이쿠 하고 부르짖은 사람보다 몇 배 나 더 많았다는데 대인은 그 가운데의 까닭을 아시겠습니까?" 그 문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마도 우리 편의 사람들이 잔당들보다 몇 배 많았기 때문이겠죠." 위소보는 말했다. "대인께서는 짐작이 틀리셨습니다. 그 당시에 잔당들은 대거 공격을 해 왔는데 강왕야께서는 적은 사람의 수로 많은 사람의 수를 이긴 것이니 상대방의 수가 더 많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잔당은 강왕야의 화살 에 목을 얻어 맞게 되어 어이쿠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를 못했죠. 반면 강왕야의 화살 솜씨가 귀신 같으니까 잔당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마음 속으로 탄복한 나머지 그만 참지 못하고 훌륭하다라 는 소리를 지르게 된 것이죠. 그야말로 외쳐선 안 될 소리를 참지 못하 고 내뱉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문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고 보니 그랬었구려." 오응웅은 술잔을 들고 말했다. "강왕야의 신전(神箭)에는 이 만생(晩生)이 탄복하여 마지 않는 바입니 다.왕야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뭇사람들도 술잔을 들고서는 경의를 표한다는 뜻에서 들고 있는 술잔을 들고서는 경의를 표한다는 뜻에서 들고 있는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강친왕은 크게 기뻐서 속으로 생각했다. (소계자는 정말 분수를 안단 말이야. 황상께서 그를 좋아하는 것도 무 리는 아니로구나.) 다륭은 말했다. "왕야, 그런데 왕부에 얼마나 많은 무공의 고수들을 초청했습니까?" 강친왕은 그렇지 않아도 자랑하고 싶었던 터이라 곧 시종에게 분부했 다. "이쪽으로 다시 두 자리를 마련하고 신조상인(神祖上人)들에게 나와 자 리에 앉도록 하라고 일러라." 얼마 후당에서 이십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앞장을 선 사람은 몸에 붉은 가사를 걸치고 있었는데 뚱뚱하고 체구가 큰 화상이 었다. 강친왕은 몸을 일으키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 친구들. 모두 와서 한잔 하도록 합시다." 함께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강친왕이 몸을 일으키자 역시 모두 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았다. "감당할 수 없습니다. 여러 대인들께서는 앉아 계십시오." 말하는 소리가 그야말로 커다란 종소리와 같았다. 그 말하는 우렁찬 기 운만 보더라도 내공의 수위가 무척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 아ㅆ.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키가 큰 사람도 적은 사람도 있었으며 또는 준수한 사람도 있었고 못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누어 새 로이 마련한 두 탁자 주위에 빙 둘러 앉게 되었다. 다륭은 무공을 좋아하고 또 성질이 급했다. 뭇사람들이 채 한순배의 술을 돌리기도 전에 입을 열고 말했다. "왕야, 소장이 보기에 왕부의 무림 고수들은 하나같이 당당하고 위풍이 늠름한 것으로 보아 재간이 지극히 고강할 것 같읍니다. 그러니 이 친 구들로 하여금 한 번 솜씨를 펼쳐 보이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평 서왕 세자와 계공공 모두 좀처럼 모시기 어려운 귀빈이고 또한 강친왕 부 고수의 수단들을 한번 보고 싶어할 것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위소보가 먼저 그말에 찬동을 표시했다. 오응웅 역시 손뼉을 치며 좋다 고 했다. 나머지의 뭇손님들도 하나같이 말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강친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여러 친구분들, 많은 귀빈들이 여러분들의 무공을 구경하고자 하기는 데, 어떻게 펼쳐 보시겠소?" 그러자 왼쪽에 앉아 있는 무사들 가운데서 한 중년의 사내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낭랑하게 말했다. "나는 강왕야께서 인재를 사랑하고 중시한다고 생각했기에 몸을 의지하 려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강호에서 잔 재주를 팔며 먹고사는 사람 들로 알고 있으니 천만 뜻밖입니다. 여러 대인들께서는 잔나비가 재주 를 넘고 밧줄을 타는 것을 구경을 하고 싶으면 천교로 나가 구경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그리고 그는 왼손을 들어 의자등을 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등 이 박살이 났다. 그는 성큼 성큼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뭇 사람들은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때 그 사내와 동석했던 한 비쩍 마른 노인이 몸을 흔들 하더니 그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낭(郎)형, 그대가 어찌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이오. 왕야께 서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런데 그대는 왕부의 대청에서 의자를 치고 물건을 박살내니 왕야께서 아무리 꾸짖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형제들은 얼굴을 어디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오." 그 낭가는 냉소했다. "사람에게는 제각기 뜻이 따로 있는 법이외다. 도(陶)형이 왕부에서 잔 재주나 피우기를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펼쳐 보시도록 하시오. 이 형제 는 그만 실례하겠소." 그리고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러자 그 도가라는 늙은 이는 말 했다. "그대는 가더라도 왕야에게 작별인사를 하여 왕야가 고개를 끄덕인 후 에야 갈 수 있을 것이오." 그 낭가는 냉소했다. "나는 왕부에 몸을 판 종놈이 아니오. 두 다리는 내몸에 붙어 있으니 내가 가고자 할때 내가 가는데 어찌 당신이 간섭할 수 있단 말이오?" 그리고 나서 그는 앞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도가라는 노인은 피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낭가라는 자가 자기의 몸을 부딪치는 순간 손을 뻗쳐서는 낭가의 왼팔을 잡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간섭을 하지 않을 수 없군." 이때 낭가는 왼팔을 쑥 내려뜨리더니 별안간 뒤로 홱 뒤집으며 도가라 는 늙은이의 허리께를 후려쳐 갔다. 그리자 도가라는 늙은이는 오른발 을 들어서 거의 가슴팍을 내지르려고 했다. 그 낭가는 오른손을 질풍과 같이 뻗쳐서 그 도가 늙은이의 높이 쳐든 오른쪽 다리의 무릎 안쪽을 받쳐 들더니 그대로 바깥 쪽으로 밀어버렸다. 이렇게 되자 그 도가라는 늙은이는 그만 뒤로 벌렁 나가 쓰러지게 됐는데 하지만 그의 솜씨가 민 첩해서 오른손으로 지면을 한번 찍고는 벌떡 일으킬 수 있었다. 뒤로 나가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이미 추한 꼴을 보인 셈이라 늙은 얼굴이 그 만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낭가라는 사내는 흥! 하고 냉소하더니 나는 듯이 대청 입구 쪽으로 나갔다. 별안간 아무도 없던 대청 입구에 한 사람의 수척하게 생긴 사내의 몸에 부딪쳐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비쩍 마른 사내는 다시 그의 앞을 가로 막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낭가는 조금 전 그와 한번 부딪쳐 봄으로써 무서움을 알게 되었던 관계로 감히 그에게 다시 부딪치지 못하고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이렇게 되자 가슴팍과 가슴팍은 불과 두치 정도 간격 밖에 남지 않았고 코끝과 코끝은 어느덧 약간 부딪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비쩍 마른 사내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았다. 낭가는 벼락같이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몸을 세우는 순간 그 비쩍 마른 사내는 이미 그의 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낭가는 대노해서 한 주먹을 들어 그 비쩍 마른 사내의 안면을 공격했 다. 두 사람의 간격이 가깝고 그 한 대의 주먹의 힘이 대단해서 그 비 쩍 마른 사내는 보기에 몸을 옆으로 돌리거나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 런데 그는 왼손을 자기의 얼굴 앞에다 세웠다. 찰나 퍽 하는 소리가 나 면서 그 한 대의 주먹은 비쩍 마른 사내의 손바닥을 후려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비쩍 마른 사내의 손바닥이 약간 휘청하니 구부러졌을 뿐인 데 낭가는 이미 몇 걸음을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대청의 뭇사람들은 일제히 갈채를 보냈다. "훌륭한 재간이군." 낭가의 표정은 매우 겸연쩍어졌다.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고 앞으로 나가 손을 쓰자니 상대방과의 무공이 너무나 차이가 나 일시 어찌 할 바를 몰라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러자 그 비쩍 마른 사내가 두 손을 마 주 잡으며 말했다. "낭형, 자리에 가서 앉으시오. 왕야께서는 우리보고 몇 수 솜씨를 보이 라고 했는데 우리 두 사람은 방금 솜씨를 보인 셈이 되잖소!" 그리고 나서 그는 오른쪽 탁자 가의 원래 자리로 가앉았다. 뭇 사람들 은 다시 갈채를 보냈다. 낭가는 온 얼굴 가득히 부끄러운 빛을 디우며 고개를 푹 숙인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고 말았다. 낭가가 이와 같이 소란을 피우게 되자 강친왕은 크게 체면을 잃게 되었 는데 다행이 그 비쩍 마른 사내가 그의 체면을 세워 준 셈이 되었고 또 한 그 낭가라는 무사를 제자리로 돌려 보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강친 왕은 시종에게 분부했다. "오십 냥의 은자가 나가는 원보를 가져 오도록 해라."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저분 협사의 무공은 대단하군요. 그와 같은 일초 악.... 악.... 악호 란로(惡虎欄路)를 펼치게 되자 그 녀석은 그만 떠날 수가 없게 되는군 요. 그런데 길을 막은 고수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는가요?" 강친왕은 구렛나룻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해 보았으나 그 비쩍 마른 사내의 이름이 뭔지 그리고 언제 왕부에 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아 웃 으면서 말했다. "소왕의 기억력이 좋지 않아 일시 생각이 나지 않는구려." 잠시후 시종이 한 커다란 나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그 쟁반위에는 붉은 비단을 깔아 놓았고 붉은 비단 위에는 스무개나 되는 오십 냥의 대원보(大元寶)가 놓여 있었다. 은빛이 찬란한 것이 눈부셨는데 그 시 종은 그 쟁반을 든채 강친왕의 곁에 가 섰다.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여러 무사들께서 무공을 펼치게 되면 마땅히 상금이 있어야 하지. 저 분 친구는 이리 와서 하나의 원보를 가져가도록 하시구려." 그 비쩍 마른 사내가 앞으로 나와서 인사를 하고는 강친왕의 손에서 하 나의 원보를 받아들었다. "친구, 존성이 어떻게 되시며 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그 비쩍 마른 사내는 말했다. "소인 제원개(薺元凱)라고 합니다. 대인께서 물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무공이 매우 고강하군요." 제원개가 말했다. "대인께서는 웃지나 마십시오." 다륭은 말했다. "강왕야 왕부의 무사들이 정말 일신에 절기를 지니고 있군요. 우리는 평서왕의 무사들의 재간이 어떤지도 구경을 하고 싶습니다. 소왕야 그 대가 한 사람을 선출하여 이 분 제무사와 한 수 겨루어 보도록 하는 것 이 어떻겠소?" 그는 오응웅이 생각에 잠겨 있을 뿐 허락하지 않자 다시 말했다. "그야 물론 손이 닿는 것으로 그치게 하여 서로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 록 하는 것이외다. 그리고 누가 이기고 지든 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소 이다." 강친왕 역시 매우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했다. "다총관의 그와 같은 생각이 무척 고명하구려. 쌍방의 무술가들이 연습 삼아 시합을 가지되 이긴 쪽에게는 두 개의 대원보를 내리고 이기지 못 한 쪽에도 하나의 원보를 내리겠소. 그리고 원보를 탁자 위에 놓도록 해라." 이렇게 되자 시종은 열 아홉 개의 대원보가 놓여 있는 쟁반을 연회석 자리 앞에 놓았다. 촛불에 비친 원보는 붉은 비단과 조화를 이루어 더 욱더 찬란한 빛을 발했다. 강친왕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쪽에서는 여전히 이 제원개 무사가 나가서 손을 쓰도록 하겠소. 평서왕의 왕부에서는 어느 고수가 나서시겠소?" 뭇사람들은 모두 신이 나서 떠들어 대며 오응웅이 데리고 온 십 육 명 의 시종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무사들의 일대일의 무공 시합이 실제에 있어서는 강친왕과 평서왕, 두 왕부의 시합이 됨을 알고 있었다. 그리 고 비쩍 마른 제원개가 조금전 보여 준 솜시에 의하면 확실히 무공이 뛰어난 것이라 아마 운남의 무사들 가운데는 그를 이길 만한 사람이 없 으리라고 모두는 생각했다. 오응웅은 생각에 잠겨 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데리고 온 십 육 명 가운데 한 사람이 뭇사람들을 헤치고 나서더니 강친왕에게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왕야에게 말씀드립니다. 소인들의 무공은 낮아 결코 왕야께서 데리고 있는 무사들의 적수가 될 수 없읍니다. 저희들은 그저 세자를 따라 서 울에 와서 세자의 기거와 음식을 시중들 뿐입니다. 그리고 평서왕께서 는 경성에 와서 왕야나 대신들의 시종의 비위를 결코 거슬려서는 안 된 다고 분부하셨읍니다. 이것은 평서왕의 장령(將令)이니 소인들은 결코 어길 수가 없읍니다."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평서왕은 정말 조심성이 많군. 오늘은 그저 무공을 펼쳐 보이는 것이 지 시비를 일으켜서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대들의 왕야께 서 물으시면 내가 손을 쓰도록 하라고 해서 나섰다면 될 것일세." 그러자 그 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왕야께서는 용서해 주십시오. 소인은 감히 명을 받들 수가 없읍니다." 강친왕은 속으로 약간 울화가 치밀었다. (너희들 마음속에는 평서왕만 있지 이 강친왕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 구나. 아마도 황상께서 성지를 내린다 하더라도 너는 듣지 않겠지?)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말했다. "설마하니 다른 사람들이 손을 뻗쳐 그대들의 몸을 때린다 하더라도 그 대들은 방비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 사람은 말했다. "소인은 운남에서 종종 여러 사람의 말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천자의 발 아래 살고 계시는 문무백관과 군인, 그리고 백성들은 모두 다 이치 를 따진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멀리 변경에서 온 시골 사람입니다. 따라서 경성에 온 이상 매사에 있어서 양보를 해야 합니다. 어떠한 일 이 있더라도 감히 남에게 죄를 지을 수는 없읍니다. 생각컨데 다른 사 람도 이유 없이 우리들을 대리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체구가 우람했고 얼굴은 매우 다부져 보였으며 말솜씨 또한 대단히 날카로운 편이었다. 이 몇마디의 말은 강친왕이 반드시 친왕부 의 무사들로 하여금 손을 쓰게 한다는 것은 도리를 따지지 않는 결과가 된다는 뜻을 비추고 있었다. 강친왕은 더욱더 울화가 치밀어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신조상인, 그리고 제협사, 그들 운남에서 온 친구들이 막무가내로 우 리의 체면을 세워 주지 않으려 하니 우리들로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군 그래." 신조상인은 껄껄 웃으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 "왕야, 이 운남 친구는 그저 지게 되어서 체면이 깍일까봐 두려워할 뿐 입니다. 설마하니 다른 사람이 정말 그들의 요해(要害)를 치더라도 그 들이 반격을 하거나 맞받아내지 않을 리가 있겠읍니까." 그는 말이 끝나자마자 몸을 흔들 하더니 어느덧 그 사람의 곁에 서서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승의 장력은 평범하기 이를데 없소이다. 그러나 떠나려고 했다가 떠 나지 못한 낭가라는 친구보다는 어쩌면 조금 강한 편입지요. 왕야, 소 승이 대청에 있는 한조각 벽돌을 부숴도 왕야께선 탓하시지 않겠죠?" 강친왕은 뭇무사들 가운데 신조의 무공이 최고이며 내외공에 있어서 상 승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조상인의 그와 같은 말을 듣자 바로 신조상인이 자기의 무공을 펼쳐 보이려고 하는 것임을 알고 는 기뻐서 말했다. "상인 마음대로 하시오. 설사 백 개의 벽돌을 부순다고 하더라도 그까 짓게 대수로울 일이겠소?" 신조상인은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왼손으로 가볍게 지면을 한번 쳤다. 그리고 손을 쳐들게 되자 그의 손바닥에는 한 조각 커다란 푸른 벽돌이 붙어 있었다. 이 푸른 벽돌은 한 자 다섯 치둘레인데 그렇게 무거워 보 이지 않았으나 땅바닥에 견고하게 박혀있었던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 다. 그런데 신조상인은 그 푸른벽돌을 땅바닥에서 손바닥의 흡인력으로 들어올렸는데도 그 벽돌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장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말했다. "훌륭하군." 뭇사람들도 일제히 손뼉을 쳤다. 신조상인은 빙그레 웃더리 왼손을 쳐들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위ㅏ에 놓고 있던 흡인력을 흔트렸다. 그러자 푸른 뚝 떨어졌다. 그런데 그 벽 돌이 가슴팍까지 떨어지게 되자 그는 두 팔을 양쪽으로 펼치다가 한쪽 으로 다시 움츠렸다. 즉 두 손바닥으로 푸른 벽돌의 가장자리를 손뼉 치듯 친 것이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푸른 벽돌은 가루가 되어 지면에 떨어졌다. 뭇사람들은 다시 한번 갈채를 보냈다. 모두들 푸른 벽돌의 가장자리가 너 댓 치 둘레밖에 되지 않고 또한 그 곳에 장력이 격타하였을 뿐이었는데도 장력이 벽돌 전체에 충격을 줌으 로써 한 덩어리의 푸른 벽돌을 박살내게 된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 내력의 강맹함은 실로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신조상인은 오응웅의 그 시종 곁으로 다가가더니 합장하면서 말했다. "귀하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 사람은 대답했다. "대사의 장력은 놀랍군요. 정말 소인르로 하여금 크게 시야을 넓혀 주 셨읍니다. 송니은 변경의 야인(野人)으로서 무명소졸에 불과합니다." 신조상인은 웃으며 말했다. "변경의 야인이라고 해서 성명이 없다는 말씀이오?" 그러자 그 사람의 두 눈썹이 꿈틀거렸고 얼굴에는 한 가닥 노기가 떠올 랐다. 그러나 곧 아무 일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산야의 필부에게 설사 이름이 있다 하더라도 아묘(阿描), 아구(阿狗) 에 지나지 않으니 대사께서 아신다 하더라도 별 쓸모가 없을 것이외 다." 신조상인은 웃으며 말했다. "귀하의 수양이 퍽 깊구려. 오늘 강친왕야께서 베푸신 연회는 손님을 모시고 있고 친구분들이 가득 자리에 앉아 있는, 북경성에서도 보기드 문 큰 모험이라고 할수 있소. 왕야께서는 우리들에게 못난 꼴이나마 솜 씨를 보여 왕야와 세자, 그리고 여러 귀빈들의 웃음을 사도록 하라고 명령하셨소. 그런데도 귀하는 가르침을 베풀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시 니 왕야와 여러 대인들의 흥을 크게 잃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 신의 신가(身價)마저 너무 높이는 꼴이 되지 않겠소?" 그 사람은 말했다. "불초는 그저 몇 년 시골뜨기들의 하잘 것 없는 몇 수를 배웠을 뿐인데 어떻게 창주(창주) 철불사(철불사)의 신조상인의 적수가 되겠읍니까. 대사께서 반드시 겨루시겠다고 하신다면 불초가 진 것으로 하고 대사께 서는 두 개의 대원보를 가져가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가려고 했다. 신조상인은 호통을 내질렀다. "잠깐, 소승은 반드시 귀하의 무공을 시험해 봐야겠소. 두 주먹으로 종 고재명(鐘鼓齋鳴)이라는 일초를 펼쳐서는 귀하의 양쪽 태양혈을 칠터이 니 방비하도록 하시오" 그 사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조상인은 일성을 대갈하더니 안쪽의 승포 소맷자락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어느 새 그느 내경을 가득 돋 운 것이다. 그리고 두 대접만큼 큰 주먹으로 그 사람의 양쪽 태양혈을 때리려고 했다. 뭇사람들은 그가 손으로 푸른 벽돌을 박살내는 공력을 보았는지라 모두 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어!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모두들 그 사람이 피 하기는 이미 늦었으니 손을 써서 맞받아내지 않는다면 그의 머리통이 그 푸른 벽돌과 같이 되어 박살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전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손도 ㄷ르지 않았고 발도 들지 않았으며 머리를 흔들지 않았고 눈 한번 깜박이지도 않았다. 마치 흙으로빗고 나무로 조각한 사람 같았다. 신조상인은 손을 쓰면서도 처 음부터 그로 하여금 반격을 하도록 핍박하려는 것이었지 결코 그의 목 숨을 해치고자 하는 뜻은 없었다. 그리하여 두 주먹이 그의 태양혈에 가까이 이르는데도 그가 멍청히 서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놀라 생각했 다. (나의 이 두 개의 주먹을 격출하게 된다면 거의 천 근의 힘이 쏟아지게 된다. 평서와의 세자는 강친화의 귀빈인데 만약 경솔하게 평서와ㅇ 세 자의 시종을 죽이게 된다면 결코 올바를 행동이라고 할 숭 없을 것이 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의 두 주먹이 상대방의 살갗에 달까말까 했을 때 급 히 위로 쳐 올렸다. 휙 하는 소리가 나면서 상대방의 양쪽 태양혈 곁을 스칠 듯 지나치게 되었고 승포자락은 그의 얼굴을 가볍게 스쳤다. 그런 데도 그 사람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했다. "대사께서는 정말 훌륭한 권법을 지녔소이다." 대청의 뭇사람들은 그만 멍청해지고 말았다. 속으로 이 사람의 참을성, 즉 정력(定力)의 고강함은 실로 평범한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했 다. 만약 신조상인의 그 두대의 주먹이 중도에서 방향을 바꾸지 않고 그의 태양혈을 내려쳤다면 지금까지 어디 목숨이 붙어 있겠는가. 그야 말로 그 사람은 자기 목숨을 어린애 장난하듯 다루고 있으니 어쩌면 실 성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신조상인은 주먹에 실린 힘을 급히 돌리느라고 그 주먹에 두 팔이 다 시큰거릴 지경이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그만 상대방을 한참 동안 노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눈 앞의 이 사람이 미친 사람인지 아니면 백치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만약 이대로 자기 자리 로 돌아가게 된다면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 입을 열었다. "귀하가 반드시 체면을 세워 주지 않겠다면 소승으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실례하지 않을 수 없구려. 다음 한 대의 주먹은 흑호투심(黑虎 偸心)으로써 귀하의 가슴을 치겠소." 종고재명과 흑호투심과 같은 초식은 원래 가장 조잡하고 천박한 권초라 고 할 수 있었다. 몇 개월 무공을 배운 사람이면 모두 다 펼칠 줄 알았 다. 그런데 신조상인은 주먹을 내지르기 전에 먼저 말을 해주니 그 본 래의 뜻은 ㅈ기가 공력으로 상대방을 이기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 고 가장 조잡하고 천박한 무공을 펼친다는 것은 거기에 상대방을 업신 여긴다는 뜻도 들어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빙그레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신조상인은 울화가 치밀어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이 한 대의 주먹으로 너에게 내상을 입힐 뿐 이자리에서 격사시 키지 않고 사나흘 후에야 죽도록 만든다면 결코 평서왕의 체면을 깍이 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세를 가다듬고는 호통을 크게 내질렀다. 그리고 오른 쪽 주먹을 휙 하니 뻗쳐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그 사람을 내질렀 다. 그 사람은 몸을 흔들하더니 한걸음 물러서고는 웃으며 말했다. "대사께서 이겼소이다. 내가 이미 한 걸음 물러섰소이다." 신조상인은 이 한 대의 주먹은 전력을 기울이지는 않았으나 실린 공력 은 무척 날카롭다 할 수 있었다. 헌데 그 사람은 전혀 그것을 알아차리 지 못하는 것 같았고 두 마디의 말도 아주 수월하게 내뱉는 것으로 보 아 전혀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문관들은 그 가운데이 이치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 무공을 배운 사람들 은 하나같이 그가 일부러 양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소보 는 문무에 다 통하지 않는지라 그저 알둥 말둥한 상태였다. 신조상인 자기가 무림에서 퍽이나 명성을 지니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이니 그런 식으로 자기가 이겼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그는 얼굴에 갑자기 한 겹의 은은한 검은 기운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나의 한 대의 주먹을 받아 보시오." 그는 퍽! 하니 한 대의 주먹을 여전히 그의 가슴팍 쪽으로 내질렀다. 이번에 그는 필생의 공력을 돋구웠다. 설사 그를 때려 입으로 피를 토 하게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대방이 고통을 자초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조상인의 그 한 대 주먹이 그 사람의 앞섶자락에 닿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은 갑자기 가슴을 움츠렸다. 그리고 몸을 뒤쪽으로 홱 피하더니 반 장니나 날리는 것이 아닌가! 이는 마치 주먹의 힘에 충격을 받고 밀려 나간 것처럼 보이나 기실은 그 기세를 빌어 그의 강력한 권경(券勁)을 피해 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신조상인은 또 한대ㅢ 주먹으로 허공 읠 치게 된 것이라 더욱더 울화가 치밀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두 걸 음을 내 딛으며 일성을 대갈했다. 동시에 오른발을 번개같이 들어서는 상대방의 아래배를 걷어차려고 했다. 그사람은 부르짖었다. "아이쿠!" 다른 사람은 그 한 번의 발길질에 그가 반드시 걷어차이고 말것이라고 생각했다. 뭇사람들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 몸을 일으켰다. 헌데 바로 이 순간 그 사람의 몸뚱아리가 뒤로 젖혀졌다. 두 발은 마치 못처럼 땅바닥에 박힌 듯 붙어 있었고 몸뚱아리가 무릎이 있는 곳으로부터 굽혀지면서 허벅지 와 머리가 뒤로 수평으로 젖혀지더니 땅바닥과 평행선을 긋고 있지 않 은가! 그야말로 한 개의 커다란 나무토막을 허공에다 가로지른듯 땅과 의 간격은 한 자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신조상인의 발길질은 자연 허공을, 그것도 바로 상대방의 두 다리 위 며 치 정도 위의 허공 을 차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신조상인은 이렇게 되자 내친 김이라 그냥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한 듯 있따라 두발차기를 하면서 왼발로 오룡소지(烏龍掃地)라는 일초를 펼쳐 서 땅바닥을 쓸듯 상대방의 발목뼈를 노리고 걷어차갔다. 그러나 그 사 라므이 자세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 철판교(鐵板橋)의 자세로서 두 발로 땅을 찼다. 그리고 전신을 붕 하니 위로 한 자 정도 끌어올렸 다. 순간 신조상인의 왼발은 그의 발 밑을 스칠 듯하며 지나가게 되었 다. 그제서야 그 사람은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아래로 내려섰으며 몸은 여 전히 굽혀진 상태였다. 대청의 뭇사람들은 우뢰와 같은 갈채를 보냈다. 신조상인은 이렇게 되 자 자기의 무공은 그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에 상대방이 반격을 하게 된다면 자기는 기필코 엉망진창으로 지게 되 리란 것을 짐작한 그는 부득이 합장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훌륭한 무공이오. 탄복했소이다. 탄복했소." 그 사람은 몸을 똑바로 세우더니 허리를 굽히고 절을 하며 말했다. "대사의 주먹과 발에 실린 공력이 지극히 매서워서 불초는 감히 맞받을 엄두가 나지 않아 피했을 뿐입니다." 강친왕은 말했다. "두 사람의 무공은 모두 지극히 고강하군. 세자 전하의 시종은 정말 너 무나 겸손해서 전혀 반격하려고 하지 않으니 무공을 겨루기는 틀린 것 같구려. 아, 두 사람 다 이리 와서 두 개의 대원보를 가져 가도록 하시 오." 그 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공이 없는데 어찌 녹을 받을 수 있겠읍니까?" 신조상인은 그가 원보를 가지러 가지 않자 그 자신도 앞으로 나가 받기 가 멋적었다. 강친왕은 고개를 돌리고 시종에게 말했다. "두 분에게 갖다 드렸다." 그제서야 그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대원보를 받았으며 신조상 인도 겸연쩍게 받아서 품속에 갈무리했다. 강친왕은 방금 이 일장의 승 부는 정식으로 겨룬 것이 아니지만 기실은 자기쪽에서 졌다는 것을 분 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두 개의 대원보를 신조상인에게 내린 것은 그의 수치심을 가려 주자는 것이고 자기쪽에서 졌다는 것을 은폐하여 승부가 나지 않은 걸로 하자는 속셈이었다. 따라서 그는 마음속으로 승 복할 수 없었고 또 신나는 대결이 아니라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 키가 큰 자의 무공은 뛰어나나 오응웅이 데리고 온 나머지의 시종 들은 반드시 저 키 큰 자를 따를 수 없을 것이다. 내 수하의 무사들에 게는 각기 놀라운 절기가 있다. 단지 제원개만 하더라도 무공에 있어서 신조상인에 비해 높았으면 높았지 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본래 신조를 상인이라고 불렀는데 방금 드러낸 무공을 보게 되니 자연 마음 속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게 되었고 상인이 대뜸 화사 으로 격하된 것이었다. 곧이어 강친왕은 낭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 무공의 겨룸은 이루어지지 않아 뭐라고 할까... 약간 아름다 운 가운데도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고 하겠소. 제무사, 그대가 열 다섯 분의 무사를 데리고 모두 무기를 든 채 평서왕의 시종 열 여섯 명 을 상대로 손을 써 보도록 하시오. 소왕야, 그대는 시종들에게 무기를 뽑도록 분부하시오." 오응웅은 말했다. "왕야의 왕부에 손님이 되어 온 마당에 어찌 무기를 지닐 수 있겠소이 까?"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세자는 너무 겸소하시구려. 영존과 소왕은 모두 무장이외다. 한평생 칼과 창, 그리고 검극(劍戟)아래서 생활을 해 왔으니만큼 그와 같이 우 물쭈물하는 규칙 같은 것은 꺼리지 않소. 자 모두들 십팔반 무기를 선 택하도록 하게 하여라." 강친왕은 본래 장수였다. 관외에서 중원으로 싸우면서 들어온 사람이기 도 했다. 따라서 왕부에는 모든 무기가 갖추어져 있었다. 한 마디 호평 을 내리자 뭇시종들은 대뜸 달려가 한 무더기의 무기를 안아 들고와 길 고 짧은 것들을 모조리 평서왕의 십 육 명 시종들 앞에 내려 놓았다. 제원개는 십 사 명의 무사들을 뽑아서는 신조상인에게 거느리도록 했 다. 신조상인은 체면을 되찾기 위해서 몇 마디 겸손의 말을 하고 더 사 양하지 않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간에 몇 명의 남쪽 오랑캐들에게 상처를 입혀 화풀이를 해야겠 다.) 이제 그는 평서왕 세자가 손님이고 그의 체면을 세워 줘야 된다는 등의 생각은 깡그리 잊어 버리고 말았다. 이때 신조상인과 제원개 등의 무기 도 수하인들에 의해서 대청으로 옮겨져 오게 되었다. 신조상인의 두 손 으에는 두 자루의 청강계도(靑鋼戒刀)가 들려 있었다. 신조상인은 칼을 휘두르고서는 강친왕의 자리를 향해 합장의 절을 했 다. 강친왕 등은 미미하게 허리를 굽힘으로써 반례했다. 위소보는 속으로 의기양양해져 생각했다. (제기랄,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예가 고강하다. 그리고 강호에서 크 게 내력이 있는 인물인데도 나에게 절을 하는구나. 나는 그야말로 거드 름을 피우면서 앉아서 고개만 까닥 하고 말았으니 그들보다 십 배나 더 위풍당당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때 신조상인은 몸을 돌리고 큰소리로 말했다 "운남에서 온 친구들도 무기를 선택하시오." 먼저 그이 오 초를 받아낸 키 큰 사내가 말했다. "우리는 평서왕의 장령을 받들고 있는 몸이외다. 따라서 북경성 안에서 는 결코 남고 손을 쓸 수가 없소이다." 신조상인은 말했다. "다른 사람의 강청 칼이 머리 위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반격하지 않겠다 는 것이오? 다른 사람이 그대의 머리통을 잘라 내겠다고 하는데도 그대 들은 목을 길게 빼고 있겠다는 것이오? 아니면 머리통을 목 안으로움츠 려들이겠다는 것이오?" 이 말이 떨어지자 평서왕 왕부의 뭇시종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 그들보고 머리를 모가지 안으로 움츠린다고 말한것은 바로 그 들을 후레자식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앞장을 선 키 큰 사내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평서왕의 군령은 태산과 같이 무겁습니다. 우리가 장령을 어기게 되어 운남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똑같이 참수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신조상인은 말했다. "좋소. 그렇다면 우리들은 시험을 해 보겠소이다." 그리고 그는 손짓을 해서는 열 다섯 명의 무사들을 대청 한모퉁이로 모 아서는 나직이 상의를 했다. 신조상인은 말했다. "우리가 무기를 그들 몸에 있는 요해를 노리고 휘둘러 그들이 반격을 하는지 안하는지 두고 보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소?" 제원개는 말했다. "정말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적절하지 못한 일이라 할 수 있읍니 다. 그러니 우리들은 그들로 하여금 반격을 하도록 핍박해야 할 것입니 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모두들 손에 신경을 쓰도록 합시다." 신조상인은 호통을 내질렀다. "좋소. 손을 쓰도록 합시다." 그리고 길게 휘파람을 내불며 계도를 휘둘렀다. 하얀 광채가 번쩍이는 가운데 그는 먼저 서둘러 서왕부 십 육 명 시종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나머지 열 다섯 명 가운데 혹자는 장검을 쓰고 흑자는 창을 곤 두세우고 혹자는 강철 채찍을 휘두르고, 혹자는 동추(銅錐)를 휘둘렀 다. 열 여섯 가지의 무기가 다투어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십 육 명의 시종들은 그대로 버티고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 다. 두 팔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손바닥을 수평으로 허벅지 바깥 자리에 갖다 댄 채 시선은 앞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강왕부의 열 여 섯 명의 무사들이 공격해 오는 것으 전혀 못 본척했다. 열 여섯 명의 무사들은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 보고 모두 다 강 친왕과 여러 귀빈들 앞에서 수단을 자랑할겸 각기 무기로 펼치는 가장 익숙하고 교묘한 초식을 펼치면서 비스듬히 내리찍거나 내려치는 등 무 기를 휘둘렀다. 따라서 그들이 휘두른 무기는 촛불 빛을 받고서 휙휙 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하나의 광막(光幕)을 이루어 열 여섯 명의 시종 을 에워싸 버리고 말았다. 뭇문관들은 끊임없이 말했다. "조심하시오. 조심해." 무공을 배운 사람들은 그 무기들이 펼치는 메 일초가 모조리 상대방의 급소를 향해 날아들고 종종 몇 촌의 차이로 빗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 다. 따라서 반 푼의 함이라도 더 주게 된다면 즉시 상대방의 목숨을 빼 앗게 될 판이라 간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열 여섯 명의 시종들은 앞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생사를 도외 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상대방에서 정말 손으 써서 공격한다면 목숨으 버릴 각오가 돼 있는 것 같았다. 신조상인 등의 무기는 점점 더 빠르게 휘둘러졌다.간혹가다가 무기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챙그랑 하 는 소리가 잇따라 일었다. 그렇게 되자 더욱더 위험해 보였다. 신조상 인 등은 물론 평서왕의 부하들을 살상하겠다는 뜻은 없었다. 그러나 칼 과 검, 채찍과 망치들이 서로 부딪치게 되고 그 무기들에 실린 힘이 엄 청난데다가 상대방과의 간격이 그토록 가까움에 따라 되퉁겨져 나가는 무기들이 오히려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상하게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 다. 아니나 다를까! 챙!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자루의 철간(鐵간)이 다른 한 사람의 동추와 부딪쳐서는 튕겨나 한 명의 평서왕 시종의 어깨죽지를 격중하게 되었다.곧이어 누군가가 휘두른 칼이 비스듬히 떨어지면서 다 른 시종의 오른쪽 얼굴 옆으로 몇 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떨어지게 되 었는데 마침 옆에서 장검이 내리쳐옴에 따라 칼과 검이 맞부딪치게 되 었다. 그렇게 되자 강철 칼이 그만 방향이 틀어져서는 그 시종의 얼굴 을 내려찍게 됐고 즉시 선형이 흘러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두 며으이 시종은 상처를 상당히 깊게 입었는데도 여전히 신음 소리 한 마디 내뱉 는 일 없이 꼿꼿이 선 채 움직이지를 않는다. 강친왕은 더 놔 뒀다가는 상처 입는 사람이 더 많아지게 되고 또 무공 의 시합이 이루어지지 않자 어느 정도 흥이 가셔지는 것을 느끼고 크게 부르짖었다. "훌륭한 무공이군.훌륭한 무공이야. 모두들 손을 거두도록 하시오." 신조상인은 한 소리 크게 부르짖더니 두 자루의 계도를 옆으로 휘둘러 어떤 시종의 모자를 쳐서 떨어뜨렸다.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그 시늉 을 내어 칼과 창, 검과 극을 다투어 휘둘러서는 뭇 시종들의 모자를 쳐 서 ㄸ러어뜨렸다. 그리고 열 여섯 명은 껄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무기를 거두고는 뒤로 몸을 날려 물러섰다. 위소보는 그 시종들 가운데 아니나 다를까 일곱 명이 대머리이고 머리 가 빤질빤질 빛이 나는 것을 보고 그만 손뼉을 치며 큰소리로 웃었다. "다총관, 그대의 보는 눈이 정말 정확하군요. 아니나 다를까. 한떼의 대..." 그러나 그 한 마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소보는 평서왕부의 열여섯 명 시종들이 여전히 꼼짝앉고 서있었으나 얼굴에 떠오른 분노는 그야말로 눈에서 금방이라도 불똥을 튕겨낼 것 같은 광경을 엿보게 되었다. 위소보는 어릴 적부터 시정에서 굴러 먹었기 때문에 자연히 건달드의 세계를 어느 정도 깊이 통달하고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그는 신조상인 등 한떼의 사람들이 한 짓이 너무나 곱지 못할 뿐 아니라 또 상대방의 체면을 전혀 반 푼 어치도 세워 주지 않은 것임을 느꼈다. 시정의 건달들이나 무뢰한들은 도둑질이나 강도질 또는 사람을 유괴하 거나 속임수를 쓰는 등 염치없는 일은 모조리 해치우지만 남과 다툼에 있어서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삼 푼 정도는 여유를 줬으며 대강남북(大 江南北)을 통털어 곳곳에서 그만한 도의 쯤은 지키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리고 기녀원에서 어느 기녀에게 반한 손님이 가지고 온 수 만 냥이나 되는 은자를 그 기녀에게 써 버리게 되었을 때는 주모는 그래도 그 손 님에게 수십 냥이나마 되는 은자를 노자로 주어서 타향에서 떠돌이로 변하는 것을 막았다. 사실 그와 같이 수만 냥이나 되는 은자를 잃고 타향에서 떠돌이가 되어 무일푼이 된다면 어떤 사람은 자기의 몸을 돌 보지 않고 목 매달거나 몸을 강물에 던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고, 어떤 경우는 그 집에 행패를 부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점을 피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점은 건달이나 무뢰한들의 양심이 정말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이 너무 확대되면 후환이 두렵기 때문에 미리 손을 쓰는 것이 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오늘날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위소보는 또 남과 노름을 하게 되어 속임수를 써서 상대방의 은전을 따 게 될 경우에는 만약 백 냥 정도를 따게 되었다면 마지막에는 상대방으 로 하여금 일 이전 정도는 따가도록 만들었고 만약 한 백 문 정도 이겼 다면 끝내 그에게 밑천 일 이십 문은 되찾도록 해 주었다. 그렇게 함으 로써 첫째는 다음에 또 함께 노름을 할 수 있고 둘째는 상대방으로 하 여금 의심을 않도록 하고 또한 그의 수치가 분노로 변하여 주먹질을 하 여 싸우자고 덤비는 것을 막자는 생각이엇다. 따라서 이때 그는 평서왕 의 뭇시종들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매우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리하여 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뭇사람들 앞으로 다가가서는 몸을 굽히며 그 키가 커다란 사내의 모자를 집어들고 말했다. "노형은 정말 대단하시오." 그리고 떨어져 있는 모자를 두 손으로 들어서 그의 머리 위에 얹어 주 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위소보는 곧이어 열 다섯 개의 모자를 일일이 주어 듣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이와 같이 한다는 것은 친구에게 죄를 짓는 것이 아니겠소." 그러나 그는 어느 모자가 어느 누구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하 여 손에 들고서 각자가 찾아 가서 쓰도록 했다. 이때 시종들은 위소보가 바로 자기네들 세자의 곁에 앉아 있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에 강친왕이 초청한 사람들에서도 큰 귀빈 가운데 한 사람 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위소보의 나이가 어리지마는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위소보에 대해서 모두 공경하는 빛을 보였고 또 먼 저번에 오배를 잡아죽인 계공공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관계로 그러한 위소보가 자기네들의 모자를 씌워 주자 황망히 절을 하며 잇따 라 말했다. "감당할 수 없소이다. 그저 황공할 따름입니다." 위소보는 평서왕부의 사람에 대해서 본래 호감이 없었다. 그리고 원래 오삼계의 부하들이 크게 운수사나운 꼴을 보았으면 하는 기대가 없잖아 있었다. 그러나 신조상인 등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상대방을 핍박하는데도 그 사람들이 시종 참고 있는 것을 보고 그의 강한 사람을 무찌르고 약한 사람을 도와 주겠다는 의리가 격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마워하는 표정이 매우 진지한 것을 보고 속으로 더욱 더 기뻐했다. 따라서 그는 고개를 돌리고 강친왕에게 말했다. "왕야, 몇 냥의 은자를 좀 빌려 주십시오." 강친왕은 웃으면서 말했다. "계형제, 쓸 데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져가시오. 오 만 냥이면 되겠소이 까?"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많이 어디에 필요가 있겠읍니까." 그리고 그는 왕부의 한 시종에게 말했다. "빨리 가서 열 여섯 개의 좋은 모자를 사오도록 하시오. 빠르면 빠를수 록 좋소." 그 시종은 읍만 하고 달려갔다. 오응웅은 공수의 예를 하고 말했다. "게공공께서 그토록 저희 시종들을 보살펴 주시니 불초로서는 정말 고 맙기 이를데 없읍니다." 위소보는 공수를 하고서 반례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보살펴 주기는 보살펴 줘? 그대의 얼굴을 봐서 그런 줄 알아? 다 른 사람의 얼굴이라면 몰라도 너의 이 조그만 매국노를 위해서 그런 짓 은 하지 않는다.) 강친왕은 신조상인 등이 평서왕부의 뭇시종들의 모자를 쳐서 떨어뜨린 것을 보고 속으로 역시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응웅의 기 분을 상하게 할까봐 걱정이 되었으나 그렇다고 사과의 말을 한다는 것 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소보가 그와 같이 나오자 강 친왕은 정말 잘 됐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오세자의 수하인들에게 각기 오십 냥의 은자를 내리도록 해라."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했다. (상대방에게만 은자를 내린다면 나의 수하들인 뭇무사들의 체면이 깍이 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는 그는 다시 말했다. "우리 집안의 열 여섯 분의 무사들에게도 똑 같이 오십 냥의 은자를 내 리도록 해라." 그렇게 되자 대청에서는 환호성이 크게 일었다. 색액도는 몸을 일으키더니 자리에 있는 뭇사람들에게 술을 따라 주고는 말했다. "소왕야, 영존께서는 병법에 귀신같다고들 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명불 허전이오. 영존의 군령이 그토록 삼엄한데도 부하들은 한사코 그 명령 을 지키려고 하니 싸움에 임하는 족족 이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구려. 자 자 모두들 멀리 곗긴 평서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한 잔 쭉 드 십시다." 오응웅은 급히 몸을 일으키고는 술잔을 들었다. "만생은 가친을 삼가 대신해서 술을 마시겠읍니다. 여러분의 두터우신 정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뭇사람들도 모두 술잔을 들고 술을 비웠다. 오응웅은 다시 말했 다. "저희 가친께서는 남쪽 지방을 지키며 변방을 다스리게 된 것은 그야말 로 성상(聖上)의 홍복이시고 조정의 황궁대신들께서 적절한 조처를 하 시고 지도가 뛰어나신 덕택이지요. 가친께서는 그저 충성을 다새허 황 상을 모시고 조정에 계신 여러 왕공대신의 가르침을 받고 감히 게으름 을 피우지 않는다 뿐이지, 감히 무슨 공로를 세웠다고는 할 수 없읍니 다." 그리고 술이 수(數) 순배 돌게 되었다. 왕부의 시종들은 이미 열 여섯 개의 모자를 사서는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위소보 앞으로 갖다 주었다. 위소보는 강친왕에게 웃으며 말했다. "왕야, 왕부의 고수들이 실수하여 상대방의 모자를 쳐서 떨어뜨리게 되 었으니 왕야께서 새 모자로 배상해 주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합 니다."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오. 물론이오. 역시 계형제의 생각이 치밀하시군." 그리고 시종들에게 분부하여 오응웅의 시종들에게 갖다 주도록 했다. 뭇시종들은 새 모자를 받고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왕야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계공공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모자를 접어서는 품 속에 갈무리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여전 히 헌 모자를 쓰고 있었다. 강친왕과 색액도는 서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새 모자를 바꾸어 쓰지 않는 것은 바로 오응웅의 뜻을 존중하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다시 한 동안 술을 마시게 되었다. 왕부에서 청해 온 굿놀이가 시작되 었다. 강친왕은 오응웅에게 듣고 보고 싶은 창극을 지정하라고 일렀다. 오응웅은 즉시 만상홀(滿床笏)이라는 극을 지정했다. 이것은 곽자의(郭 子儀)가 환갑 잔치를 열게 되었을 때 일곱 명의 아들과 여덟 며으이 사 위들이 축하한다는 재미있는 극이기도 했다. 강친왕은 그가 지적하자 장극단들이 준비해온 극의 이름을 적은 패들을 위소보에게 내밀며 말했다. "계형제도 하나 지적하구려." 위소보는 그 패에 적힌 글자를 알아 볼 수가 없어서 웃으며 말했다. "저는 잘 모르겠군요. 왕야께서 대신 지적해 주십시오. 막 서로 치고받 는 극이 좋겠읍니다.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는 무술을 섞어 펼치는 극을 좋아하는군. 그렇다면 우리는 소년 영웅이 어른을 쳐서 이기는 극을 보도록 합시다. 이것이야말로 소형제 가 오배를 잡는 것과 비슷한 극이 될 것이오. 그렇군. 우리는 백수탄 (白水灘)을 지적하도록 합시다. 소영웅인 십일랑(十一郞)이 청면호(靑 面虎)를 낙화유수처럼 무찌르는 극이외다." 곧이어 만상홀과 백수탄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리고 세번째의 극은 유 원경몽(遊園驚夢)이었다. 두 명의 연극인이 나서서 아아아하고 끊임없 이 노래를 하는데 위소보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약간 귀찮아져서 자리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보니 대청 한쪽으로 몇 장의 탁자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이미 노름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패구(牌九)로 노 름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주사위를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주사 위를 던지는 탁자의 전주(錢主)는 한 명의 군관이었다. 바로 강친왕의 부하인데 그의 앞에는 이미 한 무더기의 은자가 놓여 있었다. 그러다가 그 군관은 위소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말을 하였다. "계공공께서도 몇 본 놀아 보시겠읍니까?" 위소보는 웃으며 대답했다. "좋소." 그리고 보니 오응웅의 시종인 키 큰 사내가 옆ㅇ 서있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 사람에 대해 퍽이나 호감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에게 손짓을 했다. 그 사람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계공공, 무슨 분부가 계시옵니까?"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노름판에서는 부자(父子)를 가리지 않는 법이니 그대는 겸손해 할 것 없소. 노형의 존성과 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조금 전 신조상인이 그에게 물었을 때 그는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위소보는 뭇손님들 앞에서 자기들의 체면을 세워주웠고 또 매우 예의를 차려서 묻는지라 대답했다. "소인은 양(楊)씨이고 이름은 익지(익之)라고 한답니다." 위소보는 익지라는 두 글자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사탕발 림의 말을 했다. "좋은 이름이구려. 좋은 이름이야. 양씨 집안에는 영웅들이 가장 많지 요. 양노령공(楊老令公), 양육랑(楊六郞), 양종보(楊宗保), 양문광(楊 文廣), 양가장(楊家將) 모두가 영웅호걸들 아니오. 양형, 우리 형제가 한편이 되어서 한판 붙어 봅시다." 양익지는 그가 자기네들 양씨 집안 선조들을 칭찬하자 속으로 무척 기 뻐 미소를 띠었다. "소인은 별로 노름을 할 줄 모른답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뭐가 두렵소. 내가 그대에게 가르쳐 드리지. 그대의 대원보를 꺼내 놓 도록 하시오." 양익지는 강친왕이 내린 그 두개의 원보를 꺼냈다. 위소보는 품 속에서 한장의 원표를 꺼내서는 탁자위에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나와 이 양형이 합작을 하는 것이오. 일 백 냥을 걸겠소. 전주는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그들이 판을 벌이고 있는 주사위 노름은 두 알의 주사위만 사용하고 있 었다. 그러니까 한번에 던져서 이기고 지는 것을 대뜸 판가름 내자는 것이었다. 전주가 주사위를 던져서 화패(和牌)를 만들었다. 그러나 위 소보가 던진 결과 일곱 점밖에 나오지 않아 일백냥을 잃고 말았다. 위 소보는 말했다. "다시 일백 냥을 걸지" 그런데 이번에는 이기게 되었다. 이렇게 열 예닐곱 번을 던졌으나 돈이 왔다 갔다 할 뿐 이기고 지는 것 이 없었다. 위소보는 초조해졌다. (내가 수백냥의 은자를 잃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이 양가까지 두개의 원보를 잃게 한다면 그야말로 미안한 노릇이다.) 그리고 그는 주사위를 잡고서 한 번 던졌는데 나온 숫자는 여섯점이었 다. 이미 십중팔구 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주가 던지자 다섯점 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이 후 잇따라 그는 몇번이나 이기게 되었다. 일백 냥이 이백냥이 되었고 이백 냥이 사백냥이 되었다.그리고 세번 주사위를 던진 결과 어느 덧 사백냥의 은 자를 이기게 되었다. 전주가 된 그 군관은 웃으며 말하였다. "계공공의 끗발이 대단하군요."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나의 끗발이 좋다는 것이오? 그렇다면 우리 다시 한 두번 던 집시다. 그리고 그는 사백냥의 은자를 앞쪽으로 밀고서 주사위를 던졌는데 나타 난 것은 사육(四六)이었다. 그런데 전주가 다시 던진 것은 장삼(長三) 이 아닌가. 다시 전주가 진 것이다. 위소보는 고개을 돌리고 물었다. "양형, 우리 다시 거는 것이 어떻겠소?" 양익지는 말했다. "계공공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위소보의 앞에는 원래의 사백냥 은자에 다시 상대방이 진 사백냥을 더 하게 되었으니 모두 팔백냥의 은자가 쌓이게 되었다 위소보는 다시 그 팔백 냥의 은자를 앞으로 밀며 웃어ㅆ. "아예 시원하게 노름을 한번 해보지." 그리고 호통을 내질렀다. "모조리 걸었소.' 그리고 주사위를 던졌다. 주사위는 데구르르 구르더니 잠시 후에 한 알 의 주사위는 여전히 뒤룩뒤룩 뒹굴고 있었다. 위소보는 손에 몰래 힘을 주었다. 그 한 알의 주사위마저 여섯 점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야말로 한 장의 천패(天牌)를 이루게 되는 판이었다. 그러나 주사위는 자기가 가지고 온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주사위를 던지는 재간은 역시 노화순청의 경지에 도달한 것도 아니었다. 마침내 그 한 알의 주사위마 처 멈추게 되었을 때 드러난 점수는 이 점이었다. 합쳐 여덟 점이니 질 가능성이 많았으면 많았지 이길 가능성은 적었다. 위소보는 욕을 했다. "빌어먹을 주사위 같으니, 이렇게 도움을 주지 않아서야 원!" 전주는 소리내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계공공, 이번에야 말로 계공공의 돈을 다 따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주사위를 내던졌다. 하나의 주사위는 다섯점을 드러냈다 그런 데 다른 한알의 주사위는 여전히 빙글빙글 돌며 멈추지를 않아ㅆ. 위소 보는 부르짖었다. "이, 이, 이점이다.' 이 하나의 주사위가 만약 일 점이라면 그것은 요오(요五)가 되고 석점 이 나오게 된다면 여덟 점이 되는 것이니 여덟이 여덟을 먹게 되어 전 주가 이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넉 점이 나오게 된다면 구점이 되고 오 점이 나오게 된다면 매화(梅花)를 이루게 되고 육점이 나오게 된다 면 우두(牛頭)가 되는 것으로서 모두가 위소보의 팔 점보다 큰 것이었 다. 다만 이점의 나와야지만이 전주 쪽에서 지게 되는 것이었다. 위소 보가 끊임없이 고함을 내지르자 정말 공교롭게도 주사위는 몇번 구르더 니 대접 안에서 정지하게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웃어ㅆ. "장군, 그대의 오늘 끗발이 별로 좋지 않은가 보구려." 그 군관은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재수에 옴이 붙었소이다. 계공공께서는 한창 운이 좋으실 때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군요. 계공공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 아니겠읍니까" 그리고 그는 석장의 이백냥 되는 은표와 다시 두개의 일백 냥 나가는 원보를 건네 주었다. 위소보는 손에 땀을 쥐며 웃었다. "정말 실례했소, 실례했소." 그리고 양익지에게 말했다. "양형. 우리 끗발이 별로 대단치 않으니 이 정도로 하고 그만 둡시다." 그리고 팔백 냥의 은자를 모두다 그의 손안에다가 쥐어 주었다. 양익지 는 그야말로 무단히 횡재를 한 셈이라서 속으로 여간 기쁘지 않아 말했 다. "계공공, 저 장군의 관명이 어떻게 되십니까?" 위소보는 어리둥절 했으나 곧 나직하게 대답했다. "물어보지 못했구려." 위소보는 곧 고개를 돌리고 그 군관에게 물었다. "대장군, 대장군의 존성대명은 어떻게 되시오?" 그 군관은 웃는 얼굴을 활짝 펴며 몸을 일으키더니 공손하게 말하였다. "소장은 강백승(江百勝)이라고 하며 총명 대리 입니다. 줄곧 강친왕야 휘하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강장군, 그대는 싸움에 임하게 되면 백전백승할 수 있으나 노름판에서 는 별로 빛을 못 볼 것 같군. 강백승은 웃으며 말했다. "소장은 다른 사람과 도바긍ㄹ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백전백승할 수 있 습니다. 하지만 강한 자위에 더욱 강한자가 있다고 오늘 공공과 부딪치 게 되니 강백승(江百勝)이 강백패(江百敗)로 변하게 되고 마는군요."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으며 그 자리를 떴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 양가는 어째서 나에게 그 전주 이름을 묻는 것일까?) 그는 잠시 생각해보며 곁눈질로 저쪽의 강백승이 주사위를 던지는 수법 을 바라보았다. 그 강백승은 주사위를 들고 팔목을 움지이며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주사위를 내던지는 수법이 지극히 익숙해 있었다. 그야말로 강호에서 도박을 하는데 있어서는 일등일(一等一)의 고수가 아닌가. 조 금 전에는 노름에 신이 나서 미처 유의해 보지 못했으나 이 때 그는 확 연히 깨닫는 바가 있었다. (원래 저녀석은 일부러 나에게 져준 것이구나. 그러니까 내가 잇따라 다섯판이나 이겼지 어찌 그렇게 운수가 좋을 리가 있나 빌어먹을..... 내가 돈이 많아지고 이기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렇구나. 그렇 지 않았을 때는 대뜸 한번 손을 써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운남 성의 양가만 하더라도 요령을 알고 있다. 그역시 양고가 아니라 그야말 로 양고를 잡아먹는 고수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을 했다. (어째서 안면도 없는 총명대리가 일부러 나에게 돈을 져주는 것일까? 그야 물론 내가 황상 앞에서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에 모두들 내가 그 들을 위해 좋은 말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사 좋은 말 을 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들에게 훼방은 놓지 않을 것이 아니겠는가! 빌어먹을...... 그는 겨우 일천 사백 냥의 은자를 써서 나 의 환심을 사려고 하다니 그야말로 값이 싸구나 싸.) 그는 상대방이 일부러 돈을 져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기는 것도 영광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노름을 할 생각을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자기 자리로 돌아와 음식을 먹으면서 창극을 들었다. 이때 흐르 는 한 토막의 극은 사범(思凡)이었다 한 여성이 행동을 해보이면서 노 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연신 좋다고 부르짖었으나 위소보는 도대체 그 녀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갑갑하기만 해서 다 시 몸을 일으켰다. 강친왕은 웃으며 말했다. "소형제, 무엇을 듣고 보고 싶은가? 겸손해 할 것 없이 분부만 내리도 록 하게." 위소보는 말했다. "저 스스로 즐거운 놀이를 찾을 터이니 너무 예의를 차리실 필요 없습 니다." 그러고 보니 낭하쪽의 뭇사람들은 고함을 치는 등 야단법석을 떨고 있 었다. 신나서 노름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 매우 재미있어 보이는 지라 다시 속이 근질근질해졌으나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보지 않는 것이 깨끗해. 오늘의 노름은 그만둬야지.) 그는 지난번에 한 번 강친왕부에 와 본적이 있는지라 어렴풋이 집안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발걸음 내키는 대로 뒷쪽을 향해 걸어갔 다. 저택 안 곳곳에 등불이 훤하게 켜져 있었다. 왕부의 뭇사람들은 그를 보면 공손히 두손을 내려뜨리고 서서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위소보 는 내키는 대로 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웠다. 그는 변소가 어느 곳에 있는지 묻기도 귀찮았는데 마침 왼쪽이 조그만 화원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복도의 기다란 창문을 열어젖히고 어 두운 모퉁이로 내려섰다. 그런데 갑자기 옆의 꽃더미 속에서 나직이 말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사람이 말해ㅆ. "은자를 먼저 주어야만이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가겠소" 그러자 다른 한사람이 말했다. "자네가 나를 데리고 가서 그 물건을 찾게 된다면 은자를 물론 주지 않 겠나" 그러자 먼저번의 사람이 말했다. " 먼저 돈을 치룬 이후 물건을 내놓는 것이오. 당신이 물건을 가지고 돈을 주지않는다면 나는 또 어디로 가서 당신을 찾는 단 말이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좋아, 이곳에 일천냥의 은자가 있네. 먼저 일성(一成)을 치루도록 하 지.' 위소보는 속으로 움직이는 바가 있었다. (일천냥 일성이라니 도대체 무슨 요긴한 물건일까?) 그는 즉시 소변이 마려운 것을 참고는 귀를 귀울였다. 그러자 그사람이 말했다. "먼저 반을 치루도록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합 시다. 이것이야말로 머리가 왔다갔다 하는 큰일인데 당신은 내가 재미 있어서 하는 줄 아시오?" 다른 한사람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좋아, 오천냥의 은표가 여기 있네. 먼저 받아 주게나." 그 사람은 말했다. "고맙소," 그리고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은표를 헤아리고 있는 모양이더니 곧이어 말했다. "날 따라 오시오" 위소보는 호기심이 크게 일어 생각했다. (도대체 무엇인데 머리가 왔다갔다 하는 큰일이라고 하는 것일까? 따라 가 봐야지 하는 수 없구나) 그러자 두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서쪽으로 옮겨지는 것을 들을 수 있었 다. 그는 꽃더미에서 기어나와 멀찌기 서서 그들 뒤를 따랐다. 두 사람 의 뒷모습이 꽃밭 나무사이로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을 볼수가 있었다. 몇 장 더 나아가더니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좌우를 살펴보기도 했다. 아마도 남에게 발견되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 각했다. (도둑질하듯 슬금거리는 것으로 보아 좋은 일을 행하는 것은 아니로구 나. 강왕야는 나에게 지극히 잘 대해 주고 있다. 오늘밤 내가 그를 대 신해서 두 도적을 잡게 된다면 그야말로 이 계공공의 솜씨를 보여주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는 더듬었다. 먼저 신발목에 꽂아둔, 그 쇠를 무우 자르듯 라 는 비수를 꺼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겉옷 안쪽에 입고 있는, 칼과 창 이 뚫지 못하는 보물인 잠방이를 만졌다. 그러자 약간 용기가 났다. 이 때 두사람은 화원을 가로지르더니 한칸의 정교한 조그만 집으로 들어갔 다. 위소보는 발걸음을 죽이고 다가갔다. 그리고 보니 꽃울 새겨둔 창 문 격자 사이로 등불빛이 새어나왔다. 그는 창문 뒷쪽으로 다가가 손가 락 끝에다가 침을 바르고는 창호지에 구멍을 뚫고서 한 쪽눈을 갖다 대 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은 불당인데 여래 불상을 모셔놓고 있었고 그 신좌(神座)앞에는 기름 등잔불이 켜져 있었다. 한 하인차림을 한 사람이 나직이 말했다. "나는 일년 남짓한 시일이 걸려서야 그 물건이 있는 소재를 알아내게 되었소. 당신의 일만 냥 은자는 결코 쉽게 버린 것은 아니라오.' 다른 한 사람은 위소보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가 물었다. "어디인가" 그 하인은 말했다. "가져오시오' 그사람은 몸을 돌리며 물었다. "무엇을 가져오라는 것인가?" 그는 비쩍 마른 것이 바로 조금 전 대청에서 그 낭가라는 무사가 나가 려는 것을 저지했던 제원개였다. 그 하인은 웃으며 말했다. "제협사께서는 알고 있으시면서도 묻는군요. 그야 물론 오천냥이 아니 옵니까." 제원개는 말했다. "자네는 무척 무서운 인물이군.' 그러면서 그는 품속에서 한 무더기의 은표를 꺼냈다. 그 하인은 등불 아래 한장 한장을 살펴 보았다. 위소보는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제원개의 무공이 무척 고강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가 그들이 하는 짓으로 미루어 보아 그들이 하는 일은 매우 중대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만약 그들에게 발 각되었을때 즉시 그 자신은 살해당하여 입을 봉하게 될 것이 아닌가. 마음속으로 다급해지자 그만 참았던 오줌이 줄줄이 새어 나왔다.그는 아예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었다. 오줌은 허벅지를 따라 아래로 흘러 내 리기 때문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하인은 은표를 다 세고 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소" 그리고 하인은 음성을 낮추어서는 제원개의 귓가에 대고 몇 마디 무어 라고 했다. 그러자 제원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제원개는 갑자기 몸을 날려 공탁 위로 오르더니 한번 뒤돌아보고는 손을 뻗쳐 불 상의 오른 쪽 귀를 더듬기 시작했다. 잠시 더듬더니 그는 하나의 조그 만 물건을 꺼내서는 땅바닥에 내려섰다. 그거승ㄹ 들고 촛불에 비춰 보 는데 바로 하나의 뎔쇠였다. 금빛이 번쩍번쩍 하는 것이 황금으로 만들 어진 것 같았다. 그 열쇠는 새끼 손가락 크기 정도 여서 황금 한냥도 나갈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도 제원개는 얼굴 가득히 웃음꽃을 피우고 고개를 숙인채 땅바닥의 벽돌을 보기 시작했다. 가로로 십여 조각의 벽 돌을 세고 또 세로로 십여 조각의 벽돌을 세더니 몸을 굽히고는 신발 목에서 한 자루의 단도를 꺼내 한 조각 네모난 벽돌을 들어올렸다. 그 리고 나직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하인은 말했다. "진짜잖소? 속이지 않은 것을 알겠죠." 제원개는 대답도 하지 않고 황금으로 만들어진 열쇠를 가볍게 아래로 찔렀다. 아마도 네모난 벽돌 아래에 열쇠 구멍이 있는 모양이었다. 철 컥하는 소리가 나면서 자물쇠가 열려지는 소리가 났다. 제원개는 어리 둥절해져서는 말했다. "어째서 들어 올릴수 없단 말이오? 왕야가 친히 여는 것을 나는 창 밖 에서 똑똑히 보았는데" 그리고 그는 몸을 구부리더니 무슨 물건을 잡고서는 들어올리는 것 같 았다. 별안간 휙 하는 소리가 나면서 한 대의 화살이 아래서 위로 쏘 아졌다. 그 화살은 바로 그 하인의 가슴팍에 꽂혔다. 그 하인은 아!하 는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벌렁 쓰러졌고 손데 들고 있던 그 무쇠로 만 들어진 뚜껑 역시 땅바닥에 떨어졌다. 제원개는 재빨리 몸을 기울이며 손을 뻗치더니 쇠뚜껑을 잡았다. 뚜껑 이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자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하인의 등 뒤에서 몸을 웅크리더니 오른 손으로 그가 신음소리 나 부르짖는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틀어막았다. 남들이 알아차리게 될 까봐 두려운 것이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하인의 왼쪽 손목을 잡고서는 다시 그 땅 구멍 속으로 손을 뻗게 만들었다. 위소보는 그와 같은 광경을 보자 그만 입이 딱 벌어져서는 생각해 보았 다.(원래 저 땅굴에는 달리 기관이 있는 모양이구나. 저 제가는 정말 무섭기 짝이 없는 사람인걸) 이번에는 다시 화살이 날아오지 않았다. 제원개는 스스로 손ㅇ르 뻗쳐 넣더니 하나의 보따리를 더듬어 꺼냈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그 하인을 땅바닥으로 밀어붙이더니 몸을 일으켰다. 르기로 오른발로는 그 하인의 입을 밟아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곧이어 몸을 기울여 서는 모따리를 신좌앞의 공탁위에 놓고는 풀어젖혔다. 위소보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보따리 안에는 한부의 경서가 들어 있 었다. 세상에서 책은 수천 수만 권에 달할 것이다. 그가 책 이름을 알 아볼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십이장경이라는 한 권뿐이었다. 그런데 그 한권이 바로 사십이장경이었다. 경서의 모양은 오배의 저택에서 적발한 것과 똑같았다. 다만 책장이 붉은 비단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다르 다면 다른 점이었다. 제원개는 신속하게 경서를 여전히 보따리에 싸더니, 왼발을 들어서는 항니의 가슴팍에 꽂혀 있는 화살끝에 힘을 주어 발길질로 내질렀다. 가 볍게 으드득 하는 소리가 나면서 화살은 하인의 가슴팍에 깊이 박혀 버 렸다. 그렇지 않아도 하인은 중상을 입고 있었는데 이렇게 되자 그만 숨을 거두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입은 제원개의 오른발에 밟 혀 있어서 나직한 신음소리만 냈을 뿐 몸을 몇번 비틀거리더니 더는 꼼짝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너무나 놀라 가슴이 크게 쿵쿵 뛰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또 오줌을 찔끔거리게 되었다. 이때 제원개는 허리를 굽혀 하인의 품속에 있언 은표를 꺼내며 말했다. "자네는 그야말로 큰 횡재를 했구먼!" 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황금의 열쇠를 그 하인의 오른손바닥을 펼치고 손가락 사이에 넣어서 손을 움츠리게 하더니 그제서야 걸어 나갔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대로 도망치려고 하고 있다. 내가 고함을 질러야 하지 않을 까?) 그때 별안간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제원개는 이미 지붕위로 올라 가 버리지 않는가 위소보는 몸을 웅크리고 조금도 움지이지 못했다. 그 런데 지붕위에서 기왓장을 움지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제원개는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는 성큼 성큼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군.그는 경서를 기왓장 아래에 숨기고 나중에 가져 가려고 하겠 지. 그렇게 수월하지는 않을걸.) 그는 제원개가 멀리 가도록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그는 ㄷ번에 지붕위 로 뛰어오를 능력이 없어 낭하의 기둥을 타고 기어올랐다. 그리고는 처 마를 잡고서 겨우 지붕 위로 올라 갈 수 있었다. 그는 조금 전 기왓장 이 소리를 냈던 것을 떠올리며 몇 장의 기왓장을 뒤짚게 되자 몽롱한 어둠 속에서 보따리가 보였다. 그는 보따리를 꺼낸 후 기왓장을 덮어 두고 생각했다. (이 사십이장경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값이 나가는 것일까? 폐 병쟁이. 황태후, 그리고 이 제가는 물론 오배와 강친왕까지도 하나같이 사십이장경을 더없는 보물인양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 이 위소보가 만 약 슬쩍 가로채어 이 횡재를 마다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위가라는 성씨 를 공짜라는 백(白)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보따리를 펼치고서는 경서를 자기의 허리에 넣어 허리띠를 불끈 동여맸다. 본래 그가 걸치고 있는 장포는 넓다란 편이어서 책을 한 권 감추어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보자기를 꽃밭 속에다 내던지고는 다시 대청으로 돌아갔다. 대청에는 여전히 그가 떠나올 때와 똑같은 모양이었다. 도박을하는 사 람은 도박을 하고 있었고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은 노래를 듣고 잇었 다. 그런데 여성으로 분장한 배우는 여전히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끊임 없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색액도에게 물었다. "저 여자가 저런 모양을 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수작이지요?" 색액도는 웃으며 말했다. "저 젊은 여성은 남자가 그립게 되었거든. 그래서 산을 내려가 시집을 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저것 보게 그녀의 얼굴에는 봄빛이 무르 익고 눈에는 잔뜩 추파를 담고서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은 가?"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위소보가 태감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태감인 위소보에게 남녀의 일을 많이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로 하여금 번뇌 속 에 빠져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돌려 버렸다. "이 창극은 재미가 별로 없구먼. 계공공. 내가 그대를 대신헤서 한 토 막의 극을 지적해 주지. 음. 우리들은 아관루(牙觀樓)라는 그긍ㄹ 듣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존효(李存孝)는 호랑이를 때려잠는 소년 영웅으로 서 그야말로 대단한 인물인데 이 소년 영웅에 대한 이야기 라네. 그리 고 다시 종규가배를 듣기로 하지. 종규의 부하인 다섯별의 소귀(小鬼) 는 정말 신나게 무공을 펄쳐 보인다네." 위소보는 손뼉을 치며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곧 궁으로 되돌아가야 하니 구경할여가가 없을 것 같습니 다." 저쪽에서 제원개가 한며으이 무사와 할권(할券:일종의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었다. 오경괴수(五經괴首)니 팔선과해(八仙過海)니 매우 신나게 부르짖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할권을 하더니 큰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신조상인, 그 낭가라는 무사는 어디 갔읍니까?" 그러자 연회석에 앉아 있던 뭇무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오래 전부터 보이지 않는데? 아무래도 뺑소니친 것 같소." 신조상인은 냉소했다. "그 사람은 분수를 몰라. 아마도 왕부에서 더 머물 염치가 서지 않은 모양이지." 제원개는 말했다. "십중팔구 뺑소니를 친 것 같군. 그 사라믄 슬금슬금거리는 것이 어떤 물건을 훔치고 도망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소?" 그거야 알 수 없는 노릇이죠."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제가는 정말 일을 치밀하게 하는구나. 먼저 낭가로 하여금 크게 체 면을 깡이도록 하여 부득히 낭가가 살그머니 도망치도록 만들었구나. 그리하여 나중에 왕부에서 사람이 죽은 것을 발견하고 물건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되면 자연히 모두들 그 낭가를 의심하게 되겠지. 좋아. 이와 같은 계책은 반드시 좀 배워 둬야겠다. 일을 행하기 전에 죄를 덮어 씌 울 사람을 먼저 찾아 놔야지.) 이때 이미 날이 저물었다. 시위총관 다륭이 몸을 일으켜 작별을 고했 다. 궁안으로 들어가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오늘밤도 또 당직이라는 것이 아닌가. 이데 위소보도 따라서 작별을 고했다. 강친왕은 감히 더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웃으면서 두 사람을 전송했다.오응웅과 색액도 등이 그들 두 사람을 모두 다 대문 앞까지 전송했다. 위소보가 막 교자 안으로 들어가 앉게 되자 약익지가 따라 오더니 두 손으로 하나의 보따리를 내밀며 말하였다. "우리 세자께서 공공에게 드리는 조그만 선물입니다. 아무쪼록 공공께 서는 너무 약소하다고 생각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고맙소." 그리고 두 손으로 받고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양형, 우리는 그야말로 일견여고(一見如姑)하여 나는 ㄱ대를 생각하고 싶소. 따라서 그대에게 어떤 돈을 내린다거나 한다는 것은 그대를 업수 이 여기는 일이라 생각되고 언젠가 여가가 있으면 내가 술을 한잔 사리 다." 양익지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서 말했다. "공공께서는 이미 팔백냥이라는 은자를 내리렸는데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입니까?" 위소보는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 그것이야 남이 대신 돈주머니를 털어낸 것이라 계산에 넣을 수 없는 것이 아니겠소." 교자는 곧 골목길을 벗어나게 되었다. 위소보는 성질이 급해서는 교자 를 멘 가마꾼에게 교자를 멈추라 하고는 등불을 교자 밖에서 비추도록 했다.그리고 자신은 교자 안에서 보따리의 예물을 펼쳐 보았다. 보따리 안에는 세 개의 비단 상자가 들어 있었다. 하나의 비단 상자에 들어있 는 것은 한 쌍의 비취로 조각된 닭이었다. 한 마리는 수탉이고 한 마리 는 암탉인데 지극히 정성을 들여 만든 세공품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상자에는 두 꾸러미의 명주 구슬이 있는데 한 꾸러미마다 모두 백 알 씩이었다. 그가 가루를 내어서 소군주의 얼굴에 발라 준 명주구슬 보다 크지는 못했지만 이백알이나 되는 명주 구슬들이 크기가 모두 똑같고 또 둥글둥글하니 티가 없는 것이 높이 살 만했다. 그는 속으로 매우 기 뻐했다. (나는 소군주에게 명주구슬을 사겠다고 속였는데 오응웅이 발맞추어 나 에게 명주 구슬을 선물하는 구나.) 그리고 세번째의 비단 상자 안에 담겨진 것은 금표(金票)였다. 한장이 각기 십 냥의 황금인데 모두 사십장이나 되었으니 황금으로 따지면 모 두 사백냥이었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 오응웅이라는 작은 매국노를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저 냉담하 게 지나가는 말로 고맙다는 말을 하여 그의 예물들이 너무나 형편없다 는 표시를 해야지. 그렇게 된다면 그는 다시 한 번 더 큰 선물을 보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색형님이 가르쳐 준 묘법이 아니겠는가. 이 작은 매국노가 만약에 모르는 척 가장한다면 나는 바로 다음과 같이 헐뜯어 보는 것이다. '여보 소왕야. 그대가 나에게 선물한 한 한 쌍의 조그만 녹색을 닭은 무척 재미있게 보이지만 아무래도 닭 같지는 않던걸.' 그 러면 작은 매국노는 반드시 물을 것이다. '계공공, 어떤 점이 닭같지 않다고 말씀하십니까?' 그러면 나는 말해야지. '세상의 수탉이나암탉 가운데 그렇게 적은 것이 어디 있소? 참새도 그보다는 훨씬 클 것이오. 더군다나 녹색의 앵무새난 공작은 많이 봐 왔지만 녹색의 닭은 본 적이 없소. 당신네들 운남 땅에는 녹색 닭이란 것이 있는 모양이지?' 그러면 작은 매국노는 쓰디 쓰게 웃게 되겠지. 그러면 나는 다시 한 마디를 보 태는 것이야. '설마 그렇다 하더라도 수탉의 벼슬은 붉어야 할 것이 아 니겠소?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서 암닭이 알을 낳지 못하고 있다니 어떻 게 보배라고 할 수 있겠소?' 하하하하!) 위소보는 황궁으로 들어가자 총총히 자기의 거실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문에 빗자을 지르고는 초에 불을 켜서는 휘장을 들치고 웃으며 입을 열 었다. "기다리기에 답답하지 않소?" 소군주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두 눈은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위 소보가 준 네 조각의 병과가 그대로 있었다. 한 조각도먹지 않은 것이 다. 그는 두 꾸러미의 명주 구슬을 거내면서 웃었다. "이것 보시오. 내가 두 꾸러미의 명주구슬을 샀소. 가루를 내서 그대의 얼굴에 발라드리지. 그대가 만약 천하 제일가는 소미녀가 아니라면 나 는 나의 성을 바꿀 것이오... 참! 나의 성은 계씨가 아니오. 그리고 배 가 아프오? 왜 병과를 먹지 않소? 내가 부축해 드릴 터이니 일어나 먹 도록 하시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