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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漢拏山] 산행기>>
백두산, 금강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대산의 하나인 제주도 한라산은 남한의 최고봉이다
북한의 최고봉 백두산정상에는 분화구였던 천지가 있듯 한라산 정상에는 백록담이 있다
남북에서 각각 최고의 명산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우리가 여느 산들처럼 쉽게 오르내릴 수 없는 것 역시 비슷하다
백두산은 휴전선 때문에 오르기 어렵고 한라산은 바다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루가 있었기에 천지로 내려갈 수 있었고 백록담을 내려다볼 수도 있었다
산 행 일 :2014년 1월 12일 (일요일) 맑음
산 행 지 : 한라산(1950m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산 행 인 원 : 통진 나루산악회 곽교신회장외 14명
산 행 코 스 : 성판악휴게소-진달래대피소-백록담- 삼각봉대피소- 관음사휴게소
(GPS산행거리 18km 07:24./휴식및식사시간포함)
<08:12 성판악 휴게소>
나루의 2014년 1월 정기산행은 제주도 한라산이다
남쪽 끝 하고도 또 바다를 건너야 하는 한라산은 하루에 다녀 오기 쉽지 않은 곳이다
더구나 해가 짧은 동절기에는 산행을 통제하는 시간도 앞당겨져 미끄러운 눈길로 빨리 올라야한다
그래서 한라산 산행만 하고 뭍으로 돌아온다 하여도 동절기에는 하루산행이 결코 쉽지 않다
빠듯하게 일정을 잡아 조급증에 시달리며 무리하게 산행을 하느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행을 하고자
고소공포증이 있는 열명은 10일 저녁 여객선을 이용하고
출렁이는 배만 바라보아도 멀미하는 다섯명은 11일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서 합류하여 하루를 보냈다
12일 아침 일찍, 잔뜩 흐려있는 하늘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성판악휴게소에 도착하였다
한라산 일대는 그제 많은 눈이 내렸고
성판악휴게소는 일부 녹았던 눈이 다시 얼어붙어 바닥이 다소 미끄럽지만 다행히 춥지는 않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지만 올 해 한라산 첫 산행으로 잔뜩 부푼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백록담을 향해 성판악휴게소를 출발한다
<09:12>
거의 평지와 같이 밋밋한 등산로도 다져진 눈이 살짝 얼어있다
국립공원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데크계단도 흰눈에 묻혀있다
어제 토요일에 이어 오늘도 많은 이들이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오른다
지정된 등로만으로 산행을 하니 주위에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있는데도
뽀드득 눈밟는 소리 듣지 못하고 삼나무 사이를 지난다
<09:20>
그제 많은 눈이 내렸다 하는데
어제 따뜻했던 이곳 날씨 때문에 흰 눈 속의 키작은 식물이 데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09:36 >
09:25 속밭대피소를 지나도록 오르막다운 오르막을 오른 곳이 없나보다
하지만 숲속의 하얀눈은 점점더 깊어지고 깊어질수록 더 하얗게 보인다
<09:50>
오늘 한라산 산행은 사촌과 함께 참가했다.
<09:51>
이 사진을 촬영하고 카메라 배터리를 점검해보니 어제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한 눈금에서 허덕인다
예비배터리를 찾아보니 여벌옷 짐속에 정성스럽게 넣어서 곱게 버스안에 두고온 것을 깨달았다
한기가 느껴지고 내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차라리 집에 두고왔다면 그래도 쉽게 잊을수 있겠지만
바다 건너 이역같은 이곳까지 소중하게 가져와서 왜 저 아래 자동차안에 두고왔는지
정말 내가 점점더 미워진다...
<10:08>
무조건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
고도를 조금씩 높여가니 기온도 그만큼 떨어진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배터리는 사정없이 소모된다
손에 꼈던 두터운 방한장갑을 벗어 카메라를 덮어 배낭에 넣고
좀 얇은 장갑을 착용한다
그래도 그제 내린 눈이 굵은 나무가지에 그대로 쌓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10:36>
차츰차츰 위로 올라갈수록 설화 만발한 아름다운 모습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비탈진 작은 오르막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눈꽃송이도 카메라에 담지 못한다
가능하면 백록담까지는 사진촬영을 자제 하기로 하였다
도중에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백록담은 어찌 담아 올것인가....
내 스스로를 질책하고 미워하던 마음은
조금씩 조금씩 고도를 높일때마다 한라산기슭 하얀 심설속에서
더 하얗게 피여있는 예쁜 설화를 바라보며 걷는 동안 점점 수그러든다
아쉬운 마음은 금방 떨쳐버릴 수 없지만
지금까지 오르며 카메라에 담지 못했던 아름다운 모습 보다도 더 아름다운 모습들이 한라산 정상에서 나를 기다린다 생각하니
이제는 아쉬움 마저도 백설의 눈꽃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10:42 진달래대피소>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오를때 가장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요즘같은 동절기는 12시에 백록담 가는 길을 통제하고 하절기에는 13시에 통제한다
오늘 통제시간이 한 시간 이상 남아 있어도 아슬아슬하게 통제시간을 피한것 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따뜻한 방한장갑 속에서 몸을 녹인 배터리는 더 이상 줄지 않고 한 눈금을 표시하고 있다
짙었던 구름도 어디론가 흩어지기 시작하며 반쯤 열린 파란 하늘에선 햇살도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진달래 대피소앞 설경>
<10:53 아~ 홍 회장>
진달래 대피소에서는 제법 경사가 가팔라지고 그만큼 고도도 높아진다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한라를 덮은 설경으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배낭을 벗어 카메라를 꺼내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사이 27회 조성률이 올라오고 바로 홍남표 전 회장이 올라왔다
사진 촬영을 위해 위치변경을 하려던 홍회장이 갑자기 근육경련을 일으키며 일어서지 못한다
쥐가 난 것이다
오늘 산행 참가자중 막내인 조성률은 막내답지 않게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많금 산행 경력이 많을뿐만 아니라
산행지식도 풍부하여 바로 응급조치로 통증을 완화시켜놓고 백록담으로 향한다
잠시후 홍회장은 이제는 근육경련이 허벅지로 올라오니 안되겠다며 이곳에서 스스로 하산하겠단다
2012년 8월 나루회원을 이끌고 백두산을 올랐던 홍 회장은
이곳은 또 다음에 오를수 있는 곳이니 미련없이 하산하겠다며 성판악휴게소로 향했다
흰눈가득지고 하반신이 반쯤 파묻힌 한 그루 설송이 유난히도 크게 보인다
<11:31 오르막>
이제 함께 오르는 나루는 아무도 없다 앞서 가거나 뒤에서 오고있다
이따금 숨가쁜 오르막에 설치된 계단마저 눈속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등로에 쌓인눈은 어제부터 이미 다 밟아 놓았고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심설속 한라산의 풍광들이 등로에 줄이어 늘어서서
숨가쁜 이들을 맞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11:42 마지막 언덕>
힘들여 오르는 경사지만 풍광이 아름다우니 언덕이라 부르고 싶다
돌아올 이를 언덕까지 따라가 무사히 돌아오라 배웅하고 돌아올날 손꼽으며 기다린 곳이 작은 언덕이다
<11:43>
언덕에 올라서니
흰눈 덮힌 한라정상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11:43>
언덕 위에선 눈꽃 입은 고사목이 아직도 기다리는이 있는듯
쓰러지지 않고 지나는 이들을 내려보고 있다
<11:51>
언덕을 지나면 등로 좌측으로 설국의 향연이 펼쳐지고있다
이제 백록담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설국의 향연장 모퉁이에서 백록담을 올려다 보았다
<12:10>
백록담을 만나려는 마지막 오름이다
이곳에서 약간의 정체가 있어 등로에서 일단 옆으로 나와 눈덮힌 관음사 방향 산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산아래 속세에서의 어지러운 마음은 구태여 이곳까지 짊어지고 오르지 말라는듯
능선따라 덮인 구름으로 내려다 볼수가 없다
백록담에 거의 다 왔지만 워낙 급경사여서 좌측사면으로 돌아 오른다
<12:24 한라산>
이제 백록담을 만날 수 있다
정상의 매서운 칼바람으로 이곳에선 계단이 드러나 보인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는 아니지만 세찬 강풍에 움직이지 않으며 그냥 서있기가 부담스럽다
모진 강풍과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은 많은 이들이 백록담을 내려다보고 있다
넘어가지 말라는 얼어붙은 목책 너머로 이번에는 관음사 반대방향으로 내려다 보았다
이곳 역시도 산 아래는 구름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12:28 백록담>
백록담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 보는순간
좀 이르기는 하지만 이야기로만 들었던 제주10경중 하나인 록담만설(鹿潭晩雪)의 장엄한 모습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고있다
힌눈덮힌 어마어마한 둥근백록담을 벅찬가슴으로 한동안 바라보면
우리나라 최고의 봉에 올라왔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칼바람 속에서도 마음이 찡해오며 백두산의 천지 모습이 마음속으로 다가온다
북녘의 제일 높은 곳 천지와 남녘의 제일 높은 곳 백록담
한반도의 끝과끝에 마주하며 우뚝 솟은 두 봉우리 그 아래에는 천지와 백록담이 있다
내 발자국 지우지 않으려고 큰물결 막으며 애써 잔물결만 일었던 넓은 천지의 푸른물과
힌 눈덮힌 저 백록담아래 얼어있을 한 그릇 남짓한 물일지라도 서로 그 무엇이 다를것인가....
백두산 천지는 64년만에 내려갈수 있었고 한라산 백록담은 66년만에 여기서 내려다 보고있다
나를 백두산까지 데리고 간것은 나루였고 오늘도 나루가 이곳으로 나를 데리고 왔다
<백록담에서 관음사로 하산하는길>
<백록담 삼거리>
백록담에서 관음사휴게소방향과 성판악휴게소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는 곳이다
이정목도 얼어있고 나루는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관음사로 가는 길은 얼어붙은 시설물이 있는 방향으로 내려간다
<12:30 관음사로 하산>
관음사로 하산하는 길은 좀 한산하다
<12:31>
하산이 시작되자 주위는 설국의 기기묘묘한 설장군의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2:32>
지나는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지만 나루는 한명도 없다
이제는 배터리 걱정을 하지 않고 마음놓고 셔터를 누른다
백록담을 담아왔으니 걱정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12:34>
관음사로 내려서는 능선을 바라보면 설국의환상 그자체가 지금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것 같다
<12:34 백록담 북봉에서>
좌측으로 백록담 북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백록담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내려가며 위를 바라본 모습이다
<12:41백록담 북쪽에서 바라본 백록담>
오늘 제일 백록담 가까이 내려와 보았다
<12:45>
등로로 돌아오며 바라본 좌측능선
<12:47>
다시 등로로 되돌아와 관음사로 향한다
저쪽 성판악휴게소에서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의 설국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한라산 북쪽의 호쾌한 장구목이 능선 모습이다
관음사 가는 길에서 넓은 안부의 헬기장까지는 경사도가 심해 조심해서 내려가야한다
<12:50 마지막으로 바라본 백록담>
좌측으로 백록담의 모습이 조금 멀리보인다
이제 오늘은 더 이상 백록담을 볼 수 없다
떠나자니 아쉽고 머물자니 춥고 배고프다
백록담이 더 멀어지기 전에 바람을 막아주는 급경사 내리막에서 홀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한다(12:56)
<13:58 삼각봉대피소>
간단히 빵 두개로 점심식사를 하고 카메라를 점검하니
배터리는 살려달라 힘없이 껌벅인다
마지막 순간의 한장을 담기 위해 다시 방한장갑으로 정성스럽게 둘러 배낭 깊숙히 넣고
설산산행 내리막의 극치 아이젠없는 스키모션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기 시작한다(13:13)
곡예하듯 위험한 내리막 몇곳을 조심스럽게 지나 헬기장을 통과하고(13:19 )
좌측으로 급하게 방향을 꺾어 다시한번 위험한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다행이 성판악휴게소쪽 등로보다 훨씬 적은 등산객 덕분에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까지 땀에 흠뻑 젖어 빨리 내려올 수 있었다(13:37)
멋진 다리를 건너 우측사면으로 돌아 조심스럽게 삼각봉 우측사면을 통과한다
약한 오르막을 올라 좌측 까마득한 높이의 웅장한 기암들을 촬영하려 했지만
급경사 비탈의 좁은 등산로라 포기하고 삼각봉대피소에 도착한다
대피소에서 바라본 첨예한 삼각봉의 모습이다
<삼각봉대피소 앞의 눈꽃>
대피소 건너 작은 나무에 핀 저 눈꽃을 촬영하자 베터리가 힘없이 사라진다.
아쉽기도 하지만 여기까지라도 힌 눈 덮인 한라산 모습을 담아 갈 수 있게 버텨준 베터리가 고맙다.
<15:36 관음사휴게소 주차장>
삼각봉대피소에서 관음사휴게소 가는 길은 그냥 평범하다
급경사도 별로 없고 현란했던 설국풍경도 볼 수 없다
날씨마저 흐려져 밝은 햇살도 자취를 감추니
이제 남은건 지루한 하산길에서 밀려오는 피곤함에 시달리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는 빨리 달릴 수도 없다
숨가쁘게 달려 내려와 힘도 들지만 정오가 넘은지도 꽤 오래돼 기온도 조금씩 내려가는 것 같고
가끔 살짝살짝 얼어들어가는 몇 군데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서기도하며
14:41 조그마한 탐라대피소를 지나
15:31 작은 미니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관음사휴게소에 도착한다.
첫댓글 옛날생각이 나는것같네요. 잘보았슴니다....
사진만 보면
한라산에 오를 때
백록담까지는 최소한 보고 내려와야 할 것 같네요.
자신이 없는 가운데
그래도 백록담에 깃발 꽂습니다^^
겨울 한라산 덕분에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