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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 二十四 章 살부지한(殺父之恨) 번쩍! 무서운 번갯불이 밤하늘을 찢었다. 콰콰콰쾅! 곧이어 천지를 뒤흔드는 뇌성벽력이 터졌다. 잠깐 동안 일어난 섬광 속으로 저쪽 멀찌감치 보이는 산기슭의 모옥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쏴아아아아! 마침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폭우는 산야뿐 아니라 모옥의 지붕도 사정없이 두드려댔다. 유등이 밝혀진 실내의 탁자에는 남궁진성과 이화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화는 불안한 얼굴로 문 쪽을 쳐다본 뒤 남궁진성을 향해 물었다. "비가 저렇게 많이 오는데 오빠는 왜 안 오시는 거지?" 이화의 걱정스런 말투에 남궁진성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생긴 게 아닐까?" 이화의 계속되는 염려에 남궁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일 없을 거야. 먼저 자." 남궁진성은 벽에 걸린 돈피우의를 몸에 걸쳤다. 이화는 불안한 시선으로 남궁진성을 바라보았다. "어딜 가려고 우의를?" "산 아래까지만 내려가 보고 올게." 남궁진성은 문 쪽으로 다가섰다. 그가 막 문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어낼 때였다. 쾅! 갑자기 문짝이 부서질 듯이 거칠게 열렸다. 남궁진성과 이화는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헉! 헉!" 문밖에는 비에 흠뻑 젖은 제중인이 한 손에 검을 꼬나 쥔 채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남궁진성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사형?" 이화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빠!" 제중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이 휘둥그래져 있는 남궁진성을 재촉했다. "허헉! 시간이 없다. 이화를 데리고 빨리 뒷산으로 피해!" 남궁진성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사형!" 제중인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다급하게 재촉했다. "잔말 말고 빨리 시키는 대로 해!" 이때였다.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이 이들의 귓전을 울렸다. 슈슈슈슈슈! 억수같이 퍼붓고 있는 폭우 속을 빠른 속도로 쏘아오는 십여 개의 빛줄기가 있었다. 제중인은 빛줄기들을 쳐다보며 흠칫했다. 순간 그는 한 손으로 남궁진성의 허리를 낚아채더니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리며 소리쳤다. "엎드려, 이화!" 제중인의 경고에 이화는 재빨리 몸을 굴려 탁자 밑으로 기어들었다. 파파파팍! 목표물을 잃은 한 뼘 길이의 검은 색 비수들이 사정없이 바닥에 내리 꽂혔다. 비수의 손잡이에는 검은 색 수실이 매달려 있었다. 파파팍! 비수들은 탁자 위에도 무섭게 꽂혔다. "캬악!" 탁자 아래 엎드려 있던 이화가 그 소리에 놀라 얼굴을 감싸쥐고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제중인은 남궁진성을 껴안은 채 바닥에 박혀 있는 비수들을 쳐다보며 안색이 굳어졌다. "흑령비(黑靈匕)!" 그는 비수가 날아온 방향을 무거운 눈빛으로 예의 주시했다. "그렇다면 팔십일로흑검단(八十一路黑劍團)이 왔다는 건가?" 남궁진성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불안한 듯 제중인을 불렀다. "사형……?" 제중인은 남궁진성을 안은 채 몸을 날려 탁자 밑에 엎드려 있던 이화의 손목을 잡았다. "빨리도 왔군, 개새끼들!" 푸홧! 그는 양 옆구리에 남궁진성과 이화를 각각 끼고선 지면을 박차며 벽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쾅! 모옥의 벽에 그대로 구멍이 뻥 뚫리고 제중인의 신형이 밖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는 재차 지면을 박찬 뒤 허공으로 신형을 뽑아 올렸다. 슈슈슈슉! 이때 허공에서 검은 무복을 착용한 검수 서너 명이 무서운 기세로 제중인을 덮쳐 내렸다. 별수없이 제중인은 바닥으로 내려설 수밖에 없었다. 제중인은 바닥에 내려서는 순간 번개같이 뇌려타곤의 수법으로 몸을 굴렸다. 무림인이면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하는 보법이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생명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 그로서는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콰콰콰콱! 네 자루의 흑비(黑匕)가 아슬아슬하게 제중인을 빗나가며 지면 깊숙이 쑤셔 박혔다. 바닥에 내려선 네 명의 검수들은 제중인을 쳐다보며 흠칫했다. 어느새 남궁진성과 이화는 보이지 않고 제중인이 단신으로 무섭게 검을 뻗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슈아악! 빠르기는 섬광, 바로 그 자체였다. 네 명의 검수들은 피가 뿜어져 나오는 목을 움켜쥔 채 뒤로 퉁겨져 나갔다. 멀찌감치 나가떨어진 검수들은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제중인은 검을 늘어뜨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몇 발자국 뒤쪽에 서 있던 남궁진성과 이화는 아연한 얼굴로 서 있었다. 이화는 불안한 듯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하니 매달렸다. "오빠……!" 제중인은 빙그레 웃으며 두 사람에게 여유를 보였다. "걱정 마라! 이 오빠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 한 어떤 놈도 너희들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할……." 말끝을 흐린 제중인은 흠칫하며 두 눈이 커졌다. 쏴아아아아! 폭우가 쏟아지는 어두컴컴한 숲 속에 유령처럼 늘어서 있는 수많은 검수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검수들의 중앙에는 챙이 넓은 흑립을 쓴 채 냉소를 머금고 있는 상관청의 모습이 보였다. 남궁진성과 이화도 휘둥그래진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의 눈에 나무 위, 바위틈 등 완벽하게 에워싼 채 포진해 있는 흑의검수들이 보였다. 제중인의 얼굴이 구겨진 휴지조각처럼 잔뜩 일그러졌다. '늦었어…….' 그의 눈은 수하들을 거느린 채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상관청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기다 상관청 저 늙은이는 대형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어본 적이 없다는 검계(劍界)의 손꼽히는 명인(名人)……!' 제중인은 자조적으로 일그러진 미소를 떠올렸다. '제기랄, 꼬락서니를 보니 오늘은 아무래도 밥숟가락을 놓으라는 일진인 모양이군!' 이때 상관청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저벅저벅 다가왔다. "어린놈이 칼쓰는 솜씨가 제법이구나." 제중인은 검을 중단에 겨눈 채 차갑게 웃었다. "생각 있으면 와보라고! 허명만 믿고 날뛰는 늙은이와 그럭저럭 몇 수 놀아줄 정도는 되니까!" 상관청은 가소롭다는 듯이 가가대소를 터트렸다. "껄껄껄!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그는 갑자기 걸음을 뚝 멈추면서 흠칫했다. 그리고 뜻밖인 표정으로 제중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만, 네놈은 바로 마도수의……?" 제중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차갑게 외쳤다. "주둥이 닥쳐라, 늙은이!" 상관청은 모종의 감을 잡은 듯 묘한 미소를 흘렸다. "흐흥, 이거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는걸? 그런 대로 번지수도 제대로 짚은 것 같고 말이야." 제중인은 검을 상관청에게 겨눈 채 몰래 왼손을 뒤춤 허리띠 속으로 집어넣었다. '더 이상 시간 끌다간 죽도 밥도 안되기 십상이다!' 그의 손에 호두알 크기의 검은 쇠구슬이 잡혔다. 그는 쇠구슬을 잡은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넷째형이 준 이 화령신뢰(火靈神雷)에 운을 걸어보는 수밖에…….' 제중인은 창백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궁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남궁진성에게 전음을 보냈다. (동쪽이다, 남궁진성! 내 신호가 떨어지면 이화를 데리고 무조건 그쪽으로 튀는 거다, 알겠나?) 남궁진성이 비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사형을 혼자 두고 어떻게 비겁하게……." 제중인의 눈빛이 얼음보다 더 싸늘해졌다. (비겁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말이 아냐, 임마! 까불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무슨 꿍꿍이 수작을 부리는지 몰라도 도망칠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어린놈!" 상관청이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며 조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제중인은 그런 상관청을 힐끗 쳐다본 뒤 화령신주를 번개같이 내던졌다.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나자, 진성!" 쉬이익! 화령신주는 숲 속에 늘어서 있는 검수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뭔가 자신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본 검수들은 흠칫했다. "뭐야?" "저게 뭐지?" 쿠콰콰콰쾅! 그러나 더 이상의 말소리는 화령신주의 폭발로 인해 들리지 않았다. 태산을 날려버릴 듯한 엄청난 폭발에 검수들의 몸뚱이가 걸레처럼 터져 나갔다. 허공에는 찢어진 육편 조각과 떨어져 나온 신체의 일부분으로 가득 메워졌다. 메케한 화약 냄새 속에서 상관청은 안색이 대변했다. "저건……?" 제중인은 그 순간을 빌어 뒤를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뛰어!" 남궁진성은 이빨을 꽉 깨물었고 이화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러나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남궁진성은 이화의 손을 잡고 홱 돌아섰다. "절대로 죽지 마십시오, 사형!" 남궁진성과 이화는 불길에 휩싸인 숲 속을 향해 빠르게 질주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제중인의 두 눈에 강렬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꼭 살아나가라, 진성! 붙잡히면 내가 용서 안 한다!' 남궁진성과 이화가 숲 쪽으로 달아나자 상관청이 다급한 음성으로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잡아라!" 파파파팟! 그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몇 명의 검수들이 두 사람을 향해 쏜살같이 신형을 폭사시켰다. 제중인은 그들을 바라보며 흠칫했다. 그는 뭔가를 품속에서 꺼내 던지는 시늉을 해보였다. "또 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원반만 봐도 놀라는 법이다. 제중인의 커다란 외침에 남궁진성과 이화를 향해 몸을 날렸던 검수들이 기겁을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화령신주의 위력을 견식한 그들로서는 자신들에게 화령신주가 날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뇌화탄이 날아온다." "피, 피해라!" 푸화화화확! 신형을 휘돌리는 검수들의 발 밑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는 몇 개의 물체가 있었다. 파파파팍! 검수들을 스쳐 지나간 물체들은 근처의 나무둥지에 그대로 박혀버렸다. 그러나 검수들의 생각대로 물체는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다. 높다란 나뭇가지에 여기저기 내려섰던 검수들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나무둥지에 박힌 물체를 쳐다보았다. "뭐야, 뇌화탄이 아니잖아?" "속았다! 저건 엽전이야!" 그들의 놀란 외침대로 나무둥지에 박힌 것은 작은 엽전들이었다. 제중인이 멋지게 그들을 속인 것이다. 제중인은 거센 불길에 휩싸인 숲을 막아선 채 검을 중단에 겨누고 씨익 웃었다. "내 시체를 밟기 전엔 한 놈도 지나가지 못한다." 그러잖아도 속았다는 생각이 분통이 터진 검수들이 무서운 기세로 그를 향해 덮쳐왔다. "쥐새끼 같은 놈!" "없애버려!" 제중인이 강렬한 눈빛을 토했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당신의 아들을 지키고자 함이오!' 파앗! 그는 지면을 박차고 맹렬히 솟아올랐다. '마지막 힘을 주시오, 대형!' 슈카카칵! 슈카칵! 눈부신 그의 쾌검에 덮쳐들던 검수들이 모조리 허리가 양단되었다. 내장이 흩어져 나오며 비릿한 피 냄새가 자욱하게 번졌다. 이때 허공에서 또다시 몇 명의 검수가 칼을 휘두르며 제중인을 덮쳐 내렸다. 칼날 하나가 등줄기를 가르자 피가 튀면서 제중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제중인은 어금니를 악다물고 검을 휘둘렀다. 공격하던 검수들이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검수들의 공세는 끝이 없었다. 사방에서 벌떼처럼 공격해오는 검수들과 한데 뒤엉켜 제중인은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그런 제중인의 모습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장내를 지켜보던 상관청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치켜든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그 순간에도 제중인의 검은 두 명의 검수를 작살내 버렸다. 그러나 검수 하나가 맹렬히 찔러오는 검은 미처 막아내지를 못했다. 왼쪽어깨가 검에 꿰뚫리며 제중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빠르게 검을 들어 비스듬히 내리그었다. 그의 어깨에 검을 찔러 넣었던 검수는 미간에서 사타구니까지 갈라지면서 피분수를 뿜어내었다. 문득 시선을 허공으로 향하던 제중인은 놀란 기색으로 흠칫했다. 허공에서 자신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검을 내리쳐오는 상관청을 발견한 것이다. 제중인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지하고 들고 있던 검을 허공을 향해 필사적으로 내뻗었다. 파파팍! 팟 어깻죽지에 싸한 통증과 함께 피가 튀면서 상관청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러나 제중인은 눈의 초점이 사라지면서 충격적인 모습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그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가슴을 움켜쥔 채 불길에 휩싸인 숲 속으로 퉁겨져 나갔다. 하늘 높이 무섭게 치솟은 불길은 제중인의 전신을 사정없이 집어삼켜 버렸다. 피가 흐르는 어깨를 움켜쥔 채 상관청은 수하들을 향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놈의 시체를 찾아라." 그의 명을 받은 검수들의 신형이 비조처럼 허공을 날았다. *** 쩌쩌쩌쩡! 뇌성벽력이 무섭게 작렬했다. 콰콰쾅! 떨어져 내린 벼락을 맞은 거목의 허리께가 부러져 버렸다. 우지지직! 쿠쿵! 부러진 거목이 넘어져서 땅으로 곤두박질했다. 반쯤 남은 거목의 저쪽 뒤에서 이화의 손을 잡은 남궁진성이 폭우 속을 치달려오고 있었다.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남궁진성과 이화는 필사적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매우 지쳐 있었다. 특히 이화는 극도로 지친 기색으로 숨을 할딱거렸다. "하아하아! 조, 조금만 쉬었다 가!" 남궁진성은 강렬한 눈빛을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돼! 좀더 기운을 내! 여기서 쓰러지면 우린 끝장이야!" 그도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온 이상 보다 안전한 곳으로 가기 전에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가 막 이화를 재촉하려고 할 때였다. "저쪽이다." "잡아라." 저 멀리 뒤쪽에서 그들을 향해 날아오며 외치는 십여 명의 인영이 보였다. 그들을 돌아본 남궁진성과 이화는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남궁진성은 이화의 손을 놓칠세라 꽉 잡은 뒤 이를 악물고 다시 뛰었다. 이화도 끌려가다시피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같이 뛰었다. 얼마 동안의 거리를 뛰어간 남궁진성과 이화는 그만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그들의 전면에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난 것이다. 쏴아아아아! 절벽 밑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역풍에 그들의 옷자락이 펄럭였다. 남궁진성의 얼굴은 참담하게 일그러지고 이화도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기껏 사선을 넘어 힘들게 도망쳐 온 곳이 낭떠러지라니……. '길을 잘못 들었어.' 남궁진성은 내심 절망감에 빠졌다. 슈슈슈슈! 이때 몇 명의 검수가 허공을 날아와 두 사람의 뒤쪽에 내려섰다. 남궁진성과 이화는 절벽 끝에서 뒤돌아서 굳은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검수들 중 우두머리인 자가 음산하게 웃었다. "후후후, 계속 도망치지 않고 왜 서 있는 거냐, 꼬마야!" 남궁진성은 그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이화를 쳐다보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허리를 꽉 잡아!" 이화는 남궁진성이 시키는 대로 그의 허리춤을 단단히 움켜잡으며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어떡하려고……?" 그러나 남궁진성의 시선은 검수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계속 도망치면 따라올 용의가 있느냐?" 이런 상황에서 나이 어린 소년의 태도로 보기엔 너무나 의연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우두머리 검수는 음산하게 말했다. "헛소리 말고 이리 오너라, 놈! 얌전히 굴면 목숨만은 붙여두마!" 남궁진성은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천외천무쌍가의 후예 남궁진성이다! 네까짓 오합지졸들이 감히 내 몸에 손끝 하나 댈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두머리 검수는 남궁진성의 행동에서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설마 네놈은……?" 남궁진성은 허리를 껴안고 있는 이화와 함께 절벽 끄트머리에 우뚝 버티고 섰다. "자, 오너라!" 그의 투명하고 맑은 눈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어느 놈이 내 저승길의 동반자가 될 테냐?" 남궁진성의 호통에 검수들은 황당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궁진성은 앙천광소를 터트렸다. "핫하하하하!" 파앗! 광소를 멈춘 남궁진성은 절벽 아래로 그대로 몸을 던졌다. "잘 있어라, 못난 놈들!" 돌발적인 남궁진성의 행동에 검수들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미처 손을 쓰고 어쩌고 할 사이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저, 저런 미친!" "잡아라!"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하하하하하!"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남궁진성과 이화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해갔다. 그들이 서 있던 절벽 끝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의 검수들이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남궁진성과 이화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쏴아아아아! 그들이 사라진 절벽 위로 장대비만 계속 퍼부어대고 있었다. *** 멀찌감치 폭포수가 보이는 산기슭의 모옥. 바로 연해월과 사마군이 만났던 그 모옥이다. 모옥의 난간엔 사마군이 뒷짐을 지고 있었고 그의 뒤에는 죽립을 쓴 수하 하나가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사마군이 폭포의 낙수를 바라보며 무거운 음성으로 물었다. "마도수가 변을 당하고 혈랑팔겁이 무적검맹에 붙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사마군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허공을 응시했다. "믿기 어려운 얘기로군. 그렇게 쉽게 무너질 친구가 아니었는데……." "알아본 바로는 만취한 상태로 비봉당을 찾아갔다가 술수에 휘말렸다고 합니다." 사마군이 흠칫했다. 그는 수하를 돌아보았다. "비봉당이면 연해월이 묵고 있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사마군은 묘한 눈빛을 빛내며 시선을 다시 낙수로 향했다. "죽은 건 확실한가?" 수하는 그 질문에 자신이 없는 듯 머뭇머뭇거렸다. "그것이 좀… 항간에는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만검산장의 지하뇌옥에 갇혀 있다는 소문도 심심찮게 나도는 터라……." 사마군은 뜻밖이라는 듯 반문했다. "만검산장이라면 영취산(瓔翠山)에 있는 일천검후 상관청의 텃밭이 아니더냐?" "마도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 자가 상관청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지도……." "하나뿐인 아들 상관기를 죽였을 뿐 아니라 상관청에게 생애 최초의 패배를 안겨준 장본인 역시 마도수라 들었다." 사마군은 혼자말처럼 낮게 읊조렸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마도수의 입장에선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다를 바 없겠군그래." "그렇습니다." "좋아, 물러가도록!" 수하는 공손히 허리를 접었다. "그럼……." 파앗! 수하의 신형이 어디론가 쏘아져 나갔다. 사마군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은 채 위지강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토록 악귀같이 날뛰더니만……!' 그는 돌아서서 방문을 열었다. 순간 사마군의 눈이 있는 대로 커졌다. 침상은 흐트러져 있었고 실내는 텅 비어버려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는 황급히 방안으로 들어섰다. "해월!" 방안을 휘둘러보던 그의 눈에 탁자 위에 놓여진 서찰이 보였다. 그는 멈칫하며 서찰을 집어들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끈끈하게 그의 뒷머리를 끌어당겼다. 서찰을 펼쳐들고 읽어 내려가는 그의 얼굴이 점차로 굳어져갔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가슴아픈 피 멍울이 있습니다. 그간 돌보아주신 은혜는 구천에서도 잊지 않으리다.> 사마군은 서찰을 콱 움켜쥐었다. 그의 시선이 흐트러진 침대를 향했다. '자는 줄 알았더니 전부 엿들었구나!' *** 끼익… 끼익……! 갈대밭이 우거진 강기슭 저쪽에서 긴장대로 노를 저어오는 한 척의 나룻배가 있었다. 나룻배를 저어오는 사공은 왜소한 체구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방갓을 머리에 쓴 채 허름한 복장을 한 연해월이었다. 연해월은 노를 저으며 사마군의 수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만취한 상태로 비봉당을 찾아갔다가 술수에 휘말린 모양입니다. 연해월은 노를 저으며 뜨거운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바보!' 끼익… 끼익……! 어느덧 석양이 지고 있었다.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강의 노을 속으로 연해월과 나룻배는 처량하게 멀어져갔다. 슈우우우욱! 밤하늘 높이 수십 줄기의 불꽃들이 치솟아 올랐다. 칠흑 같은 어둠의 장막을 가르며 꼬리를 문 불꽃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허공 높이 솟아오른 불꽃들, 그리고 곧바로 폭죽들의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펑! 펑펑펑펑!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수림 속, 산기슭에 자리한 대궐 같은 장원 안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요란하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와아아아! 와아아!" ― 영취산(瓔翠山) 만검산장(萬劍山莊). 둥둥둥둥둥! "와아아아아! 와아아!" 지금 만검산장의 연무장에선 사자탈춤 패거리들의 춤사위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수많은 군웅들이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신나게 북을 치고 장구를 치는 취타대가 있었고, 취타대가 내는 소리에 맞추어 사자놀이 패는 신명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뚱따당, 뚱땅땅……. 삘릴리… 삘릴리리……! 온갖 악기를 연주하며 아름다운 음률을 뽑아내고 있는 악사들의 반주에 맞춰 잠자리 날개 같은 얇은 망사의를 입은 무희들이 날아갈 듯 춤을 추었다. "핫하하하! 껄껄껄!" 연무장 안쪽으로 마련된 수백 개의 탁자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었고 각양각색의 무림인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질펀하게 즐기고 있었다. 연무장이 내려다보이는 계단 위, 넓은 대전의 정중앙 상석엔 미주가효가 푸짐하게 차려진 술상이 놓여 있었고, 상관청이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좌우의 거물명숙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그의 바로 옆에는 염서시가 바싹 붙어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높이 받쳐든 거물명숙들이 한마디씩 축하의 말을 건넸다. "상관대협의 회갑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상관청은 흐뭇한 얼굴로 파안대소했다. "고맙소, 여러분!" 그는 두 손을 마주잡고 군웅들에게 화답한 뒤 요염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옆자리의 염서시에게 포권지례를 했다. "특히 남극벌의 여왕이신 염서시께서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왕림해주셨으니 실로 무한광영이외다." 상관청의 아부성 발언에 염서시는 요염하게 눈을 흘기며 고혹적인 입술을 벌렸다. "마도수가 사라진 마당에 상관대협의 존재는 남극벌의 대들보나 다름없는데 이런 자리를 빠진 데서야 말이 되나요?" 상관청은 호탕한 웃음을 날렸다. "감당하기 어려운 과찬이외다!" 거물들 중 하나가 술잔을 들어올리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자, 우리 모두 상관대협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건배합시다." 그의 제의에 실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술잔을 높이 쳐들었다. "건배!" "만검산장과 남극벌의 영원한 영광을 위하여!" 상관청과 많은 거물들이 호쾌하게 술잔을 죽 들이키는 것과는 달리 염서시는 술잔을 입에 대는 둥 마는 둥하며 그들을 야릇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염서시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상관청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깐 자리 좀 비워도 되겠죠?" 자리에서 일어나는 염서시를 쳐다보며 상관청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딜 가시려고?" 염서시는 상관청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갖다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영감쟁이 눈치 보느라 마음놓고 몸 풀어본 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단 말이에요. 잘 아시면서 왜 그래요?" "껄껄껄! 노부의 눈치가 늦었소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마땅히 자리를 비워야 하고 말구요!" 마침내 염서시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왁자지껄한 실내를 빠져 나왔다. 잔월이 걸려 있는 울창한 수림 속의 거대한 암산. 육중한 철문으로 되어 있는 암산의 뇌옥 입구를 두 명의 무사가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얼굴 가득 불만을 떠올린 채 불평을 늘어놓았다. "떠그랄,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보초라니!" "말도 말라고! 난 생각만 해도 울화통이 터져 돌아버릴 지경이니까!" 오른쪽의 키가 좀 큰 무사가 씨근벌떡했다. "어떤 놈들은 뿌리빠지게 용두질이나 해대는 신나는 달밤에 어떤 놈은 한숨만 내쉬는 처량한 달밤이라니." 말을 마친 무사의 두 눈이 갑자기 휘둥그래졌다. "달밤은 달밤인데!" 울창한 수림의 작은 길 저쪽에서 염서시가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염서시는 요염한 미소를 머금은 채 탱탱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육감적으로 흔들며 천천히 다가왔다. 건드리면 툭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젖가슴과 개미허리와 세류요, 몸에 꽉 끼는 치마 탓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하반신의 화려한 굴곡 등은 어느 곳 하나 사내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부분이 없었다. 두 사람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넋 나간 표정으로 염서시를 바라보았다. '저 기가 막힌 몸매라니…….' '죽인다, 죽여!' 염서시는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향긋한 체향이 코끝을 자극하자 두 사람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어쩔 줄 몰라했다. 염서시는 요염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나는 본성에서 온 염서시이다, 알고 있느냐?" 무사들이 기겁을 했다. "염서시!" 그들은 황급히 부복지례를 갖췄다. "비직들이 삼가 대소저를 뵈옵니다." 염서시는 거대한 자물통이 걸려 있는 뇌옥의 철문을 쳐다보면서 궁금한 듯이 물었다. "만검산장에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지하뇌옥이 있다고 들었는데 바로 이곳인 모양이구나." 키가 큰 무사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헤헤, 그렇습니다, 대소저!" 염서시는 갑자기 생각난 듯 뜨끔하게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도수인지 뭔지 하는 작자는 어찌 되었느냐?" 무사들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염서시는 더욱 더 요염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다 알고 왔으니 시치미뗄 것 없다. 더구나 우린 한식구가 아니더냐?" 그제야 키 큰 무사가 안도한 듯 비굴한 웃음을 흘렸다. "글쎄요……. 저희들은 그저 돌아가면서 경비만 설 뿐 그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열어보아라, 그자에게 몇 마디 물어볼 말이 있다." 두 사람은 일순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였다. 염서시가 상관청 외에는 할 수 없는 절대불가의 요구를 하는 것이다. 무사들이 망설임을 보이자 염서시는 소매 속에서 작은 보석함을 꺼내 키가 큰 무사에게 건넸다. 얼떨결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보석함을 받아든 키 큰 무사와 동료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넣어두어라. 잠깐 눈감아주는 대가로 그 정도면 과히 섭섭지는 않을 것이다." 키 큰 무사는 황송한 표정으로 보석함의 뚜껑을 열었다. "뭘 이런 것까지……." 뚜껑이 열리는 순간 보석함 속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푸스스슷! 흑무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휩싸버렸다. 두 사람은 이내 동공이 풀어지며 맥없이 그 자리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쿵! 쿠쿵! 염서시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중얼거렸다.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무사의 허리춤에서 찾아낸 열쇠를 쥐고 철문 쪽으로 다가갔다. 철컥! 끼이이이이! 철문 소리는 꽤 음산하게 들렸다. 지하뇌옥에 들어선 염서시는 밑으로 향하는 어두컴컴한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밑 철문 앞에 다시 두 명의 무사가 지키고 있었다. 무사들은 염서시를 발견하곤 놀란 모습으로 후다닥 일어섰다. 쓕! 그 순간 염서시의 중지에서 무서운 지력이 발출되었다. 퍼퍽! 퍽! 미간에 충격을 받은 무사들이 무사들은 그대로 탁자에 엎어졌다. "근무 중에 술을 마셨으니 나중에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염서시는 철문을 열어 젖혔다. 철컹! 꽉 닫혀 있던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문가에 있던 횃불을 들어 안을 살펴보던 염서시의 눈에 처참한 몰골의 죄인이 사지가 벌어진 채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 축 처진 어깨에 봉두난발한 머리, 사지는 사방으로 벌어진 채 벽면에 바싹 밀착된 상태로 묶여 있었다. '설마, 이 사람이!' 염서시는 괴인에게 다가가 횃불을 바짝 치켜들고 얼굴을 살폈다. 염서시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은 성한 곳이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였고, 찢어진 상처에서는 끈끈한 핏물이 아직도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채 사지는 쇠사슬에 단단히 결박되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참혹한 모습의 괴인, 바로 위지강이었다. 뚱따당 뚱땅! 악사들의 노련한 손끝이 가야금의 현을 퉁기자 아름다운 음률이 연주되었다. 그런 악사들 앞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무희들이 날아갈 듯이 우아하게 춤을 추었다. 악사들의 음률에 맞추어 무희들은 허공에다 꽃가루를 뿌려대며 계속 춤을 추었다. 흩날리는 온갖 꽃가루 속에서 하늘하늘 버들가지를 흔들며 춤을 추는 무희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해내었다. 사람들은 술 마시는 것도 잊은 채 넋을 놓고 무희들의 춤사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상관청과 거물들도 분위기에 한껏 도취된 채 흐뭇한 시선으로 무희들의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뚱따당, 뚱땅! 무희들은 좌중을 압도해 나가며 군무를 추었다. 상관청의 옆에 있던 금사장(金死藏) 진충(盡忠)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장주께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상관청이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뭘 말이오?" "저기 저 가운데 있는 계집 말이외다. 보면 볼수록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상관청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무희들을 자세히 살폈다. "가운데 계집이라……. 술기운 탓인지 전부 똑같아 보여서……." 뚱따당, 뚱다당! 진충의 손가락은 운무에 맞춰 춤을 추는 무희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향하고 있었다. 헌데! 그 여인은 연해월, 그녀였다. 그녀가 이곳에서 무희가 되어 있다니, 더구나 이곳은 위지강이 감금되어 있는 만검산장 바로 그곳이 아니던가!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