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브루 커피
금년 여름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무더위 탓일까, 여러 손님이 더치커피를 찾았다. 부랴부랴 장비를 구해 커피를 내렸다. 더치 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블렌딩한 원두로 내려야 깊은 맛이 나고 밸런스가 좋다. 10여년 전 더치 커피를 내려 병에 담아 팔면서 만들어 놓은 블렌딩 배합이 있지만 역대급 더위에 나도 귀차니즘에 빠진 탓일까, 이미 만들어져 탁자 위에 놓인 에스프레소 블렌딩으로 테스트를 했다. 통상의 커피 맛을 내는 원두인 '채운'은 평범했고 좀 싱거웠다. 그러나 '난지'는 훌륭했다. '난지'는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등 3종의 원두를 약하게 볶아 배합한 것인데 전혀 더치 커피답지 않았다. 무겁지 않았지만 또한 가볍지 않았고, 깨끗함, 그리고 복숭아, 살구의 느낌이 나는 상큼함이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더위를 식히라고 작은 잔에 얼음 한 조각을 띄워 내 놓으니 모두 좋아한다.
더치커피는 아시아에서 커피를 배에 실어 나르던 더치(네델란드) 상인들이 배에서 차가운 물에 내려 마신 것이 그 추출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들이 그렇게 추출했다면 아마도 그들은 원두를 갈아서 주전자에 넣고 찬 물을 부어 두어 충분히 우러난 후 마셨을 것이다. 그 방법은 침지식 추출이라고 하는데 가정에서도 그렇게 더치 커피를 만들 수 있다. 주전자로 우린 후 필터로 거르거나, 또는 거름망이 있는 다기나 프렌치 프레스를 이용하면 된다. 3만원 정도면 인터넷에서 가정용 전용기구를 구할 수 있는데 이 편이 한번에 우릴 수 있는 양도 많고 품질도 좋다. 물과 원두를 10대 1정도로 하여 냉장고에 넣고 하루 정도 둔다. 중간에 한두 번 저어 주는 것이 좋다. 추출이 끝난 후에 원액 그대로 마셔도 좋고 물과 얼음으로 취향에 따라 희석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마셔도 좋다.
나의 공방이나 카페에서는 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려 장시간 추출하는 투과식 장비를 이용한다. 이 방법은 장비가 멋지고, 추출하는 과정도 볼거리가 되어 눈을 즐겁게 하고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또 추출효율이 높고 맛이 좋다. 침지식은 커피를 그저 물에 담가 놓는 방식이지만 투과식은 물이 커피가루를 통과하기 때문에 골고루 추출이 되고, 또 추출과정에서 용액이 공기와 접촉함으로써 추출과 동시에 숙성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 추출하든 하루 이틀 지날수록 맛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