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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장 마모전(魔母殿)의 천년마녀(千年魔女) 지존마야는 음산한 눈을 번뜩이며 적련혈고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 다. "우리, 번뇌림은 천 년 간 무림제국(武林帝國)을 세우는 것을 꿈꾸어 왔고, 이제 그 성취가 눈 앞에 와 있다. 후훗, 나 지존마야의 손에 의해." 그는 사악한 웃음을 흘리며 적련혈고를 주시했다. "너는, 중이 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계집이다. 어떠냐, 정식으로 본좌에게 시집오지 않겠느냐, 그러면 너는 초유의 무림제국의 제후(帝后)가 되는 것 이다." 적련혈고의 교구가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닥, 쳐랏. 그래도 나는 네놈이 일대마종쯤은 되는 줄 알았다." 그녀는 치를 떨며 분노의 교갈을 터뜨렸으나 지존마야는 음흉하게 싱긋 웃 었다. "아니란 말이냐." "명, 네놈은 마종(魔宗)은커녕 가장 음흉하고 더러운 효웅(梟雄)에 불과하 다. 네놈의 손에 더럽혀지고도 자진을 못한 게 한이다." 팟…! 적련혈고는 이를 갈며 천령개를 내리쳤다. 그녀는 대단한 염기(艶氣)를 지닌 여인으로 한눈에 그것을 알아본 지존마야 는 그녀를 암격하여 범했었다. 냉청하기 이를 데 없는 지존마야가 감정에 진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후훗, 죽으면 안 되지. 내 평생 유일한 색욕(色慾)을 느낀 너인데." 지존마야는 적련혈고를 향해 가볍게 손짓을 했다. "악." 적련혈고는 짤막한 비명을 내지르며 반항도 못하고 축 늘어졌다. "바득, 네놈은 알려진 것보다 두 배 강하군. 신비마종이 살아난다 해도 네 놈만큼 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녀는 다가서는 지존마야를 노려보며 치를 떨자 지존마야는 그 말에 히죽 웃어보였다. "후훗, 그것은 사실이다. 본좌는 단 한 번도 진짜 실력을 내보인 적이 없 다." 슥…! 그는 손을 뻗어 적련혈고의 얼굴에서 하나의 몽면을 벗겨내자 뇌쇄적인 미 모의 얼굴이 아찔한 모습으로 눈앞에 드러났다. 숨막힐 듯 강렬한 염기가 구석구석 숨어 있는 얼굴, 파르스름하게 깎은 머 리는 도발적인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것이 적련혈고의 본모습이었다. 그녀가 늘 몽면을 쓰고 다니는 것은 비구니답지 않게 세속적이고 요염하게 생긴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지존마야의 얼굴에 탐욕적인 미소가 번들거렸다. "흐흐, 너는, 볼 때마다 본좌를 미치게 만드는구나." 그의 두 눈에 욕정의 빛이 이글거리며 타올리며 성급히 손을 뻗어 적련혈고 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그러자 희고 매끈한 허벅지와 함께 붉고 고의가 나 타났다. 적련혈고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안, 돼. 흑." 그녀는 자지러질 듯 다급한 비명을 내질렀으나 지존마야의 손은 거침없이 적련혈고의 고의를 벗겨내렸다. 그러자 방초 뒤덮인 은밀한 비궁이 아찔한 유혹을 발산하며 드러났다. 지존마야는 급격히 타오르는 강렬한 색욕에 몸을 떨며 성급히 적련혈고의 가사의 저고리를 헤쳤다. 출렁…! 풍만하고 탐스러운 유방이 물결치듯 쏟아졌다. 지존마야는 그녀의 두 유방을 터뜨릴 듯 꽉 움켜쥐었다. "흐윽." 적련혈고는 비명을 내지르면 몸을 경련했다. 지존마야의 눈이 벌겋게 충혈시키며 한 손으로 적련혈고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자 적련혈고는 뜨거운 신음을 발하며 다시 교구를 경련했다. 지존마야의 손 끝은 그녀의 비궁으로 접근할 듯 말 듯 가까워졌다. 적련혈고의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숨가쁜 신음을 발하며 안타까운 몸부림을 보였다. 이미 닫혀진 육체의 문이 열리며 그녀는 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길고 긴 금욕(禁慾)의 생활은 성숙한 여인으로서 얼마나 참기 힘든 고통이 었던가? "제, 제발, 어서." 적련혈고는 간절한 눈빛으로 지존마야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그제서야 지존마야의 손은 그녀의 비궁 사이 방초를 헤집고 습하고 따뜻한 살 틈으로 미끄러져 손가락은 보드랍고 따뜻한 살 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뜨거운 샘물이 비궁에서 솟아나기 시작했다. 적련혈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숨넘어갈 듯 가쁜 신음을 발하며 두 다리 를 활짝 벌려 개방했다. 그제서야 지존마야는 천천히 자신의 하의를 벗어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적 련혈고를 안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적련혈고의 허리를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자 뜨거운 실체 가 촉촉히 젖은 보드라운 꽃잎에 닿았다. "…!" 적련혈고는 이율배반적으로 극도의 흥분과 기대감으로 전율했다. 지존마야 는 그녀의 꽃잎을 벌리고 힘차게 자신을 힘껏 밀어넣었다. "악." 사내의 몸이 서서히 밀려듬을 느끼고 적련혈고의 허리가 뒤로 꺾여졌다. 사전에 애무동작도 없이 무조건 돌진하는 사내를 받아들인 그녀에게 고통 더욱 배가되고 있었다. 지존마야는 묵묵히 그런 그녀의 발목을 양손으로 잡아든 후 그대로 좌우로 활짝 벌려 어깨 위에 여인의 발을 올려놓고는 그대로 손을 내뻗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푹…! 지존마야는 무참하게 적련혈고의 몸을 유린하고, 또 유린했다. 열풍…! 광란의 열풍은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 천강자죽 그늘 아래, 뇌마린은 분노에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자죽헌을 노려 보고 있었다. 비구니 같지도 않은 비구니 적련혈고, 가장 교활한 효웅 지존마야가 짐승같 은 교합을 보며 뇌마린을 불같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지존, 마야. 오늘은, 살려준다.) 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지금껏 그는 지존마야와 적련혈고의 대화를 모두 들은지라 지존마야가 바로 번뇌림의 후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번뇌림이 실은 무림제국의 야심을 지닌 효웅의 무리였음도 말이다.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존마야가 뇌마린의 예상보다 두 배 이상 강한 것 이었다. 지존마야는 마교백종마경 중 제일마경(第一魔經) 천강마경(天剛魔經)을 익 혔기에 그 정도로도 뇌마린이 싸워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헌데, 거기에다 지존마야는 천강마경보다 두 배 무서운 번뇌림의 번뇌절기 (煩惱絶技)를 지니고 있었다. 적련혈고가 적수혈인으로 천강마벽을 깨뜨렸으나 번뇌천강을 깨지 못한 것 이 그 좋은 본보기였다. 뇌마린은 두 눈에 강렬한 신광을 폭사했다. (네가, 내가 생각했던 그 인물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지존마야.) 그는 적련혈고를 찍어대고 있는 지존마야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뇌마린이 처음보는 것이었으나, 눈빛과 음성은 뇌마린이 알고 있는 한 명의 인물과 아주 흡사했다. 그 인물은 뇌마린이 자신의 손으로 묻어 주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 이었다. (그냥 물러가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네 손에 떨어진 비파군주를 아 직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네가 내가 생각한 그 인물이라는 확신 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슥…! 이윽고, 뇌마린은 말없이 돌아섰다. (그것만 확인되면, 내 손으로 죽이고 만다. 그때 내 손으로 땅에 묻어 주었 으니, 그 책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는 소리없이 다시 천강자죽해 속으로 사라졌다. "아아." "헉, 후훗. 역시 네몸은 천하일품이다." 밤은 깊을대로 깊은데 자죽헌의 열풍은 점점 더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여기다.) 뇌마린은 한 그루 굵은 자죽(紫竹) 앞에 멈추어섰다. 한 아름 가까이 되는 천강자죽으로 족히 수백 년은 묵어보였다. 뇌마린은 문득 그 자죽의 한 부분을 손으로 눌렀다. 그긍…! 둔중한 굉음과 함께 자죽 앞의 지면이 쩍 갈라지며 하나의 밀로(密路)가 나 타났다. "…!" 슥…! 뇌마린은 거침없이 밀로 안으로 들어서자 하나의 철문이 나타났다. <마모전(魔母殿)…!> 만년한철의 철문 위에는 그와 같은 글이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철문, 그 중에는 치명적인 살인기관이 장치되어 자칫 잘못 건드리면 그 순 간 뇌마린의 몸은 벌집으로 화하고 말 것이다. 허나, 그럴 염려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 모든 기관은 뇌마린이 알고 있는 귀곡서원(鬼谷書院)의 절기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귀곡서원의 절기로 방호시선을 만든 것은 네 치명적인 실수였다, 지존마 야.) 뇌마린은 음울하게 눈을 번쩍이며 중얼거리며 가볍게 우수를 밀어냈다. 파지직…! 그의 손 끝에서 열화창이 천년절기 열화천폭탄의 파천지력이 일어나 철문을 강타하자 기관장치가 한꺼번에 박살나 날아갔다. 뇌마린은 비산하는 쇠조각 사이를 뚫고 마모전 안으로 들어선 그곳은 하나 의 석실이었다. 석실 안에는 모두 네 개의 수정관이 놓여져 있고, 안에는 네 명의 소녀가 전라의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십 세에서 십육 세에 이르는 어린 소녀들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 녀들의 전라는 기이한 핏빛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수정관 속의 네 소녀를 본 뇌마린은 두 눈은 번뜩 빛을 발했다. (신강사대군벌의 후예들이군.) 그렇다. 네 소녀들은 바로 신강사대군벌의 후예들이었다. 금시선자(金翅天母) 철운혜(鐵雲慧)…! 고독상아(孤獨詳娥)…! 화사정(花蛇精) 음아랑(陰娥郞)…! 유사공녀(流沙公女) 사옥분(沙玉粉)…! 바로 그녀들이었다. 아직은 여인이라 할 수 없는 어린 소녀들로 붉은 안개로 뒤덮인 채 실오라 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 있는 소녀들의 모습은 요약한 분위기를 물씬 풍 기고 있었다. 뇌마린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들은 지존마야에게 심령이 제압된 채 마녀로 화해가고 있다.) 그는 금시선자 철운혜를 내려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금시선자 천운혜는 네 소녀 중 가장 연장자로 여전히 황금빛 날개를 달고 있었다. 가슴은 제법 봉긋하게 솟아 있었으며 하체의 둔덕에도 보송보송하게 잔디가 돋아 있는 것이 제법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한 모습이었다. 뇌마린은 검미를 모으며 내심 생각에 잠겼다. (다행히 잠마불사혈강하를 한 아이가 다 흡수하지 넷이 나누어 가진 덕분에 극악한 마성에 빠지는 것은 면했다. 하나 이대로라도 십갑자 이상의 마공을 지닌 무서운 마물로 자랄 것이다.) 네 소녀의 능력은 개개인이 그 옛날 공포혈후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뇌마린은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모란후께서 말씀하신 마물이 이 아이들인가?) 그때, 그는 저 편에 또 다른 하나의 철문이 있음을 발견했다. (혹시 저곳에 비파군주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기대의 눈빛으로 철문을 향해 다가갔다. (제발 이곳에 그 분 비파군주가 계시기를 빌 뿐이다. 여기서 더 지체하다가 는 발각되고 말 테니.) 이어, 그는 우수를 쳐들어 벼락같이 철문을 후려치자 열화천폭탄의 일격으 로 철문은 폭음과 함께 박살났다. 철문 안, 그곳은 하나의 원형석실로 중앙에는 백옥으로 만든 하나의 침상이 놓여져 있었다. 침상 앞에 하나의 청동향로가 보였고, 청동향로에서는 붉은 안개가 뭉클뭉 클 솟아오르고 있었다. 헌데 보라. 안개에 뒤덮인 채 한 여인이 침상 위에 그림같이 누워 있느데 그 모습은 너 무도 아름다워 황홀할 정도였다. 옥으로 빚은 듯 섬려하고 단아한 용모, 은은한 기품과 한 겹의 안개 속에 가려진 듯한 신비한 분위기에 일신에 속이 훤히 비쳐보이는 나삼을 걸치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두 손을 풍만한 가슴 위에 포갠 채 그림 같은 자태로 잠들어 있었다. 뇌마린은 이끌리듯 침상 위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그는 절로 감탄성을 발했다. <비파군주(琵琶君主)…!> 잠자는 미인은 바로 황실제일미인인 비파군주였다. 뇌마린이 동경했던 최초의 여인이 지금 그의 눈앞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지금 비파군주의 이마에는 푸르스름한 빛이 떠올라 있었는데 거의 천년마녀 경(千年魔女境)에 들었음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지존마야는 비파군주의 태음지백맥太陰之脈)을 이용하여 빙하마강(氷河魔 剛)을 그녀의 내부에 심어 완성되어 발출하면 십 리 내의 모든 것을 순간적 으로 얼려버릴 수 있다. 뇌마린은 비파군주의 이마에 떠오른 푸르스름한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구제하지 못할 뻔했다.) 그는 식은땀이 흘러내림을 느꼈다. 비파군주는 빙하마강을 십이성 완성하기 직전의 단계에 놓여져 있었기에 어 떤 수단으로도 비파군주를 구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 뇌마린은 입술을 잘근 깨물고는 품 속에서 달마사리를 꺼내들며 그것에 뇌 음개벽천강을 주입시켰다. 이어, 그는 비파군주의 미심에 달마사리를 찍어넣기 시작했다. 쩌정…! 달마사리가 비파군주의 이마에 닿기 직전 쇠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으며, 강력한 한기를 지닌 반탄지력이 뇌마린을 튕겨내려 했다. "우웃." 뇌마린은 장중한 일갈과 함께 전력으로 달마사리를 눌렀다. 열화천강을 익힌 그가 오싹해질 정도로 비파군주가 발출한 빙하지력은 막강 한 것이었다. 치지직…! 숯과 얼음이 닿는 듯한 기음이 발생했다. 그와 함께 달마사리는 완전히 비파군주의 미심에 닿는 순간 그녀의 전신이 뭍에 오른 물고기같이 한 번 크게 퍼덕였다. 츠으으…! 신비하게도 달마사리는 녹듯이 비파군주의 이마 속으로 녹아 들어가자 뇌마 린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한숨을 돌아쉬었다. (이제 되었다. 더 이상 어떤 마력도, 비파군주님을 해치지 못하리라.) 그는 안도의 표정과 함께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의 뇌리 속으로 수미법종 의 종사 마가법왕의 얼굴이 떠올랐다. (법왕(法王), 노사의 부탁은 완수되었소. 이제 마가법의를 노사의 후예에게 물려 주기만 하면 소생의 임무는 완수하는 것이외다.) 그는 고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지존마야와 몸을 섞던 마가법왕의 후예 적련혈고가 생각난 것이었다. (정말, 아릅답다.) 뇌마린은 한 동안 비파군주의 잠든 옥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성이 제거된 탓인지 잠든 그녀의 모습은 수정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왔다. 뇌마린의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뿌듯해지는 느낌이었다. (자, 이제 대충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 분과 모란후를 모시고 빠져나가자.) 그는 비파군주를 안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대, 담한 놈이로군. 감히 마교의 중지(重地)까지 난입하다니." 쩌러렁…! 뇌마린의 배후에서 한 소리 사나운 일갈이 들려오고,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무서운 파천마력이 배심으로 작렬했다. "철, 마. 융사." 쾅…! 뇌마린은 선풍처럼 신형을 돌리며 일장을 후려쳤다. 콰르릉…! 거창한 굉음이 들썩 석실을 뒤흔들리며 뇌마린은 손바닥이 갈라지는 듯한 고통에 검미를 찌푸렸다. 그런 그의 눈에 석실 입구에서 한 명의 거인이 비칠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철마(鐵魔) 융사…! 그 자는 바로 십대천마 중 서열 이 위로 가장 무서운 패천마종의 일 인인 철마 융사였다. "네놈은 누구냐." 쩌러렁…! 철마 융사는 검붉은 단철강력(丹鐵剛力)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성큼 앞으 로 다가섰다. (빌어먹을, 늦었다.) 뇌마린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파군주를 힐끗 뒤돌아보았다. (달마사리로 마성(魔性)을 제거했으니 당분간 별 일 없겠지. 우선, 이곳을 피하자.) 그는 내심 그렇게 결정했고 신형은 벼락치듯 빠르게 움직였다. 따가각…! 그는 득달 같은 기세로 철마를 덮쳐가자 왼손 소매 속에서 하나의 반투명한 칼날이 벼락치듯 작렬했다. "무, 혼인." 철마의 안색이 홱 변했다. 파팟…! 그의 거구가 믿어지지 않은 기쾌한 속도로 측면으로 피했다. 십대천마의 일 인으로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반응이었다. 날카롭고 예리한 파공음이 주위를 갈랐다. 천면제왕이 환후제일의 빠르기를 자랑하는 쾌도(快刀), 무혼인은 겨우 철마 의 어깨 부분의 옷깃만 한 자락 베어냈을 뿐이었다. 그 일초의 공격 덕분에 철마가 가리고 섰던 석실의 문이 드러났다. 순간, 철마는 당황했다. (아차, 탈출로를 만들려는 허초였다.) 슈팡…! 그가 아차하는 사이 뇌마린의 신형은 이미 석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핫, 잘 있으시오, 철마." 뇌마린은 호탕하게 웃으며 밀실을 날아나갔다. 한데, 그가 자칫 방심한 것이 잘못이었다. "놈." 돌연 한 명의 인물이 입구로 날아들며 사나운 일갈과 함께 벼락같이 일장을 후려쳐 왔다. 쩌저적…! 그 인물의 손 끝에서 새파란 벼락이 눈부시게 작렬했다. (지존, 마야.) 뇌마린은 아연실색했다. 들어서며 일장을 후려친 인물은 바로 지존마야였던 것이다. 그는 뒤늦게 변고를 알고 적련혈고와 정사 도중 달려나온 듯 옷매무새가 흐 트러진 상태였다. 뇌마린은 날아나가고 지존마야는 날아 들어오던 상태인지라 피할래야 도저 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콰콰쾅…! 천지붕멸의 가공할 굉음이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났다. 콰드득…! 석실 입구 부분의 천정과 석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웃." 그 사이로 지존마야가 답답한 신음과 함께 비틀거리며 내려섰으나 어디에도 뇌마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쾅…! 지존마야는 분한 듯 거칠게 발을 굴렀다. "놓치다니, 어디까지 달아날 수 있는지 보자, 쥐새끼 같은 놈." 휙…! 그는 이를 갈며 석실 밖으로 사라졌다. 철마 융사도 말없이 지존마야의 뒤를 따라나갔다. "어떤 자란 말인가, 지존마야조차 막지 못하다니." 그는 내심 당혹함은 금치 못했다. 물론, 그는 지존마야가 본신의 힘이 절반도 쓰지 않은 것을 알 리 없었다. 삐익…! 마교 내에 날카로운 호각소리가 울려퍼졌다. "침입자다." "비상, 비상이다. 백마분지 내의 모든 통로를 차단하랏." 사납고 다급한 폭갈이 분분히 터져나와 밤하늘을 뒤흔들었고 일대소란이 때 아닌 심야에 벌컥 마교를 뒤집어 놓았다. "…!" 백마분지 동북의 산봉 위에 뇌마린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입가로는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끔찍하게도 그의 오른손은 처 참하게 파열괴어 온통 피투성이였다. 지존마야의 천강마벽과 엉겁결에 충돌하여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한 걸음에 이곳까지 날아온 후 운공요상 중이었다. 번쩍…! 뇌마린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대충 내상을 치료한 것이었다. 하나, 그의 오른손은 두 개의 중요한 대맥이 끊겨 당분간 오른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뇌마린은 검미를 모으며 백마분지를 내려가 보았다. (좋지 않군, 백마분지 내의 모든 통로가 차단되었다. 이렇게 되면 빠져나갈 곳이 없다.) 불빛 한 점 없이 캄캄하던 백마분지는 지금 대낮같이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외부와 통하는 열여덟 곳의 통로마다에 수많은 인영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뇌마린의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자칫하면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할지 모른다. 결정적인 순간에 지존마야가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는 낮게 신음하며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나야 그렇다 할지라도 존귀하신 모란왕후께서 다치시지나 않을지.) 그는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낙화음양전 쪽을 주시했다. 그곳은 여전히 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문득, 뇌마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동남방(東南方)을 주시했다. (저곳에도, 통로가 있을 텐데, 어째서 방어선이 쳐지지 않았을까?) 그곳은 하나의 협곡으로 기이하게도 그곳만은 여전히 어둠에 싸인 채 적막 에 빠져 있었다. 뇌마린은 의혹의 눈빛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함정(陷穽), 일까? 나를 저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하나, 함정이든 어떻든, 저곳으로밖에 빠져나갈 수 없으니 함정이라도 가 볼 도리밖에 없다.) 스윽…! 그는 신형을 움직여 소리없이 동남방의 통로로 무섭게 날아갔다. 천강자죽해…! "제 칠통로는 이상 없습니다." "십오호 통로에는 침입자의 탈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스슥…! 여러 명의 마종들이 속속 날아들며 차례로 상황을 보고했다. "…!" 지존마야와 철마 융사는 나란히 우뚝선 채 연이어 들어오는 보고를 듣고 있 었다. 그것은 한결같이 적이 탈출한 흔적이 보지이 않는다는 보고였다. 계속되는 보고에 철마는 짙은 눈썹을 꿈틀하며 침중한 음성으로 중얼거렸 다. "그 자가, 하늘로 날아가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 넓지 않은 백마분지 내에 서 종적이 발견되지 않다니." 지존마야는 철마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천강자죽해를 돌아보았다. (놈은, 이 천강자죽해에 펼쳐진 십방대라천망진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 알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의 눈이 번뜩 무서운 광휘를 폭사했다. (그렇다, 놈은, 바로 열화창의 어린 놈이다. 십방대라천망진(十方大羅天網 陣)을 아는 외부인은 그 놈 외에는 없다.) 쾅…! 그는 확신이 서자 분노를 금치 못하며 거세게 발을 구르자 십여 장의 지면 이 땅 속으로 움푹 꺼져들었다. 그는 낭패함으로 안면을 무참하게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독천존과 음마황, 그 두 놈은 지옥광풍탄에서도 열화창의 그 놈 을 죽이는 데 실패했단 말인가?) 지존마야의 기색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철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오, 제 일좌." 지존마야는 두 눈을 음산하게 번쩍이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 놈, 팔왕지존은 살아 있었소. 침입자는 바로 그 놈이었소." 그 말에 철마는 짙은 검미를 모으며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지옥광풍탄에서 죽지 않았다는 것은 그렇다 해도 이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겠소." 지존마야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짤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음마황에게 가보시오, 이좌." 철마는 그 말에 흠칫했다. "음마황을 의심하시는 것이오." "그 외에 달리 생각할 수 없지 않소." 지존마야는 무감정하게 대꾸했다. "불로마동(不老魔童)…!" 문득 그는 어둠 속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옛, 총수." 스슥…! 어둠 속에서 어린 아이의 음성과 함께 한 명의 소년이 날아나왔다. 십 삼사 세의 어린 소년으로 눈빛이 아주 강렬한 이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 는 모습이었다. 하나, 그는 보통 소년이 아니었다. 그 소년이야말로 환우에서 가장 잔인한 손속을 지닌 자라면 믿겠는가? <불로마동(不老魔童)…!> 이것이 그 소년의 이름이었다. 십대천마 서열 제 칠 위의 인물로 소년으로 보이나 실상 백 세가 가까운 노 마로 불로마공(不老魔功)이란 마공을 익혀 십삼 세 모습의 소년으로 성장을 중단했을 뿐이었다. 그의 취미는 여색을 탐하는 것과 살인이었다. 지존마야는 고개를 숙인 불로마동에게 무감정한 음성으로 명했다. "철마 이좌를 모시고, 음마황의 동태를 살펴보게." "옛." 불로마동은 짤막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문득, 철마가 지존마야를 바라보며 물었다. "만일 음마황이 자기의 처소에 있다면 어쩌겠소이까?" "그럼, 본좌의 생각이 틀렸겠지. 천라지망을 펼친 것은 순간적이니 팔왕지 존이란 놈이 아무리 빨라도 그 사이 낙화음양전에 돌아가지 않았을 테니." 지존마야는 음사한 눈을 번뜩이며 대꾸했다. "동남방, 봉황마가(鳳凰魔家)로 통하는 봉황림(鳳凰林)쪽으로 달아났다고 생각되지 않소이까?" 철마의 말에 지존마야는 음산하게 미소지었다. "그곳으로 달아났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 내일 아침 시신으로 발견될 테 니." "…!" 철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불로마동과 함께 이내 낙화음양전 쪽으로 사라졌다. 밤은 깊을 대로 깊어 있었다. 낙화음양전(落花陰陽殿)…! 음마황의 침실에서는 지금 여인의 뜨거운 신음소리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오 고 있었다. "으음, 아니란 말인가?" "헤, 총수께서 잘못 짚으신 듯한데." 두 명의 인물이 창 밖을 서성이며 곤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철마 융사와 십대천마의 제칠좌 불로마동이었다. 그들은 지존마야의 명으로 음마황으로 환신한 뇌마린이 낙화음양전에 있는 지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한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음마황의 침실에서는 정사에 몰입 중인 모란후 주약빙의 뜨거운 신음이 흘 러나오고 있지 않은가? 불로마동은 창가에 달라붙은 채 침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헤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니까 잠깐 실례해야겠습니다." 스슥…! 그의 눈에는 짓궂은 장난기와 음탕한 탐욕의 빛이 뒤섞여 떠올랐다. 어두운 침실 안에서는 지금 모란왕후의 열락에 들뜬 신음성이 숨가쁘게 들 려오며 하나의 뽀얀 동체가 침상 위에서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전라의 모습으로 침상 위에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몸 밑에는 누군가 누워 있는 듯했다. 이때, 절정에 임박한 듯 모란왕후의 움직임은 점점 급박해지며 입에서 숨넘 어갈 격렬한 신음이 터짐과 함께 풍만한 유방이 물결치듯 출렁거렸다. 머릿결은 뒤로 한껏 제껴진 채 해초처럼 흔들리는 것이 실로 현란하고도 아 찔한 모습이었다. 창 밖의 불로마동은 그 광경에 침을 꿀꺽 삼켰다. (헤, 고것. 저 계집은 사내의 위에 올라타서 하는 짓을 좋아하는 모양이 군.) 그는 내심 회가 동하는 듯 중얼거리며 히히덕거렸다. "그만 가세, 지존마야가, 이번에는 잘못 짚었어." 팟…! 철마가 불노마동의 뒷덜미를 잡아 채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쩝, 한창 재미있는 판인데 너무 야박합니다, 이좌." 불로마동은 철마에게 끌려가면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스읏…! 철마는 천강자죽해 쪽으로 날아가며 문득 흐릿하게 미소지었다. (늘 자신만만하던 총수가 이런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매사에 자신과잉인 지존마야가 헛손질을 한 것에 철마는 알 수 없는 득의감 을 느꼈다. 이윽고, 철마와 불로마동의 모습은 이내 낙화음양전에서 사라졌다. 침실 안. "갔구나." 밖의 동정을 살피던 모란왕후는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느기고는 숨을 할딱 이며 침상 위에 아무렇게나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전신은 온통 끈끈한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한데, 그녀의 몸 밑에 있는 것은 바로 사람의 모양으로 만든 이불더미가 아 닌가? 믿어지지 않게도 모란왕후는 혼자 정사(情事)의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 다. 천강자죽해에서 소란이 이는 순간 모란왕후는 누군가 뇌마린이 낙화음양전 에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러 올 것을 예측하고는 뇌마린과 교합하고 있는 듯한 상황을 연출해 낸 것이었다. 그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문득, 모란왕후는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나의 유일한 희망, 이것이 천한 계집이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이랍니다." 그녀의 옥용에 한 줄기 서글픈 미소가 떠올랐다. 하나 그것도 잠시 뿐 그녀의 긴장이 풀렸다. 그러자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 꼈다. 실제 같은 연기를 해내느라 그녀의 몸은 거의 탈진상태였다. 이내 그녀는 죽음같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짙은 어둠 속. "…!" 슥…! 뇌마린은 소리없이 협곡의 앞으로 내려섰다. 협곡의 입구에는 이끼 덮인 하나의 비석이 우뚝 서 있었다. 봉황림(鳳凰林)…! 비석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뇌마린은 비석을 보며 검미를 모았다. (봉황림, 봉황마가와 관계 있는 곳일까?) 그는 힐끗 뒤를 돌아보자 일단의 인영들이 주위를 수색하며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우선, 이곳에 은신할 수밖에 없다.) 슥…! 그는 다급함에 망설일 여유도 없이 봉황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없다." "팔왕지존, 그 놈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하늘도 꺼졌는가, 아니면 땅속으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 직후 십여 줄기의 인영이 분분히 봉황림의 외곽을 지나갔다. 그들은 무엇인가 두려워 하는 듯 봉황림을 멀찌감치 떨어져 지날 뿐 감히 그곳으로 접근하지 못하자 은신하고 있던 뇌마린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 렸다. (이곳이 적룡은황곡 같은 마교 내의 금지인 모양이군, 이 숲 속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이어, 그는 걸음을 옮겨 봉황림의 깊숙이 걸어 들어가다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어 섰다. 오싹한 전율이 그의 전신을 엄습해 맹수 앞에 알몸으로 선 듯 섬뜩한 소름 끼치는 느낌이었다. (무엇인가, 노리고 있다.) 뇌마린은 그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