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第 23 章 당돌한 女人
아늑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가 흐르는 내실이었다.
이곳은 악양(岳陽)의 한 객점이다.
"……!"
"……!"
기검하와 화옥령은 간결한 술상을 마주한 채 앉아 있었다.
화옥령은 기검하의 품에 안기다시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검하! 소녀의 잔을 받으세요!"
화옥령은 애교가 찰찰 넘치는 음성으로 기검하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화옥령은 예쁘게 눈을 흘겼다.
"아이! 뭐하시는 거예요? 어서 술잔을 받지 않고……."
그녀는 묘한 열기가 일렁이는 눈으로 기검하를 바라보았다.
"어서요! 팔이 떨어질 것 같아요."
"하하하…… 좋소!"
기검하는 그녀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 거침없이 마신 후 그녀에게 다시 내밀었다.
"자! 소저도 한잔 들구려!"
"아이…… 소저가 뭐예요? 이제 곧 부인이 될 사람에게……."
"하하하…… 좋소! 령매! 이 잔을 받으시오."
"예……!"
화옥령은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받아들었다.
"호호…… 검하는 정말 이상한 분이예요."
"후후…… 나도 모르겠소! 누가 이상한 사람인지……."
"호호……!"
그녀는 섬연한 동작으로 술잔을 넘긴 후 기검하의 품 속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술기운으로 인해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다.그 붉어진 얼굴이 실로 폭
발적인 유혹을 불러 일으켰다.
(귀엽군…… 흡사 이교홍, 그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기검하의 뇌리에 언뜻 태양천녀 이교홍의 모습을 떠올릴 때 화옥령이 고개를 들며 새하얗게
눈을 흘겼다.
"흥! 누군가 다른 계집애를 생각하고 있었군요!"
"허허허……!"
기검하는 내심 찔금해서 짐짓 대소를 터뜨렸다.
"누구예요? 그 계집애가…… 혹시 이교홍 고 여우같은 계집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예
요?"
화옥령이 마치 꼬집을 듯한 기세로 덤벼들자 기검하가 정색했다.
"령매! 이제 말해줄 때가 되지 않았소?"
"……?"
"자, 내게 말해주겠다는 중대한 비밀이란게 무엇이오?"
"그, 그것은……."
돌연 그녀의 몸이 화석(化石)처럼 굳어졌고, 기검하는 그녀를 똑바로 주시했다.
"령매……! 그대가 나를 진정한 낭군이라고 생각한다면 어서 말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소?"
"예……!"
화옥령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기검하의 품에서 살며시 빠져나왔다.
"기랑……! 당신은 이황자(二皇子)인 맥궁왕자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맥궁왕자……?"
기검하는 무섭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옥령은 무엇이 두려운 듯 사위를 살피며 나직하게 말
했다.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맥궁왕자, 그가 백련대황교의 다음대 교주(敎主)로 내정 됐다고 해
요."
"그게…… 사실이오?"
기검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실로 엄청난 말이 아닌가?
보이지 않는 검은 제국의 지배자 백련대황교!
한 나라의 당당한 황자(皇子)의 신분을 지닌 맥궁왕자가 그 검은 제국의 후계자로 내정 되
었던 것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그는 기랑의 목에 천하의 삼분의 일을 걸었어요……."
"천하의 삼분의 일……? 내 목이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던가?"
기검하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웃으실 일이 아녜요! 당신 때문에 백련태세팔천군을 포함한 모든 백련대황교도들이 중원에
쫙 풀렸단 말이예요!"
"……!"
기검하는 단지 피식 웃었을 뿐이었다. 화옥령은 감탄에 찬 눈빛으로 기검하를 바라보았다.
(역시…… 내가 이분을 정확하게 본 것 같애…… 이분을 살해할 인물은 백련대황교 내에도
존재치 않을거야.)
기검하가 나직하게 그녀를 불렀다.
"령매……!"
"녜……?"
"오늘 우리가 이런 이야기로 밤을 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소?"
"……!"
기검하는 그녀의 얼굴을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화옥령은 기검하의 강렬한 시선에 얼굴을
붉혔다.
"왜…… 그렇게 보죠?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기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한동안 태울 듯이 응시하더니 이윽고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옥령의 꿈결처럼 부드러운 머리칼이 한 차례 가볍게 출렁였다.
"오늘 밤 그대를 갖겠소!"
기검하의 나직한, 그러나 항거할 수 없는 힘이 실린 음성이 화옥령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화옥령의 얼굴에는 돌연 한 줄기 격렬하고도 숨막히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기…… 기랑…… 음……."
그녀의 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섬세한 교구는 이미 기검하의 널찍한 품에 안겨졌던 것
이다.
기검하는 그윽한 체향(體香)을 음미하며 연체동물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화옥령의 몸을 사뿐
히 안아들었다.
"령매!"
화옥령은 일순 당황해 했으나 그녀는 곧 기검하의 가슴에 머리를 살며시 묻었다.
"기다렸어요…… 안아 주실 줄…… 알았어요."
당황함. 그것은 순간의 너무도 큰 기쁨에 삽시간에 묻혀버렸다.
기쁨은 너무 한꺼번에 솟아올라 그녀의 작은 가슴을 터뜨리고 말 듯했다.
"여자를…… 알고 계시나요……? 여자란 찬양을 받거나 버림을 받을 때 가장 여자다와져
요."
기검하는 그녀의 먹물처럼 짙고 윤기나는 흑발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이럴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여자가 가장 좋소."
화옥령의 조그만 주먹이 기검하의 가슴을 마구 두들겼다.
그녀는 백옥같은 두 팔로 기검하의 목을 감고 살포시 눈을 감았다.
기검하는 그녀를 안은 채 서서히 침상으로 다가갔다. 미풍에 살랑살랑 흔들리던 불빛이 두
남녀의 몸 뒤로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여인의 체취. 기검하는 화옥령의 몸에서 풍겨나는 체향에 숨이 막혀왔다.
동시에, 체내 깊숙한 곳에서부터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쳐 오름을 느꼈다.
둘의 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침상에 나란히 쓰러졌다.
화옥령이 걸치고 있던 옷이 하나씩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녹색유의와 치마, 그리고 속곳…… 화옥령은 부끄러움에 홍시처럼 붉어진 얼굴을 옆으로 돌
렸다.
그녀의 몸에서 벗겨져 나가는 것은 단순히 옷 뿐이 아니었다.
옷과 함께 몸을 감싸고 있던 애증의 허물도 소리없이 떨어져 나갔다.
하나…… 두울…… 뱀이 허물을 벗듯,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떨어져 나갔다.
이윽고, 기검하의 손이 그녀의 마지막 남은 분홍빛 속곳을 떼자 화옥령은 본능적인 수치심
에 몸을 움츠렸다.
나신의 아름다움이여, 빙기옥골의 수줍고도 신선한 자태여.
……
구름결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흑발은 침상 머리에서 흐느적거리고 활처럼 흰 다리는 바짝
밀착되어 자꾸만 한곳을 감추려 했다.
"……!"
도화빛으로 물든 양볼 아래 살짝 벌어진 입에서 달콤한 숨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어깨를 타고 내려온 선은 겨드랑이를 타고 양쪽 허리로 소리없이 숨어 들었다.
티 하나 없이 맑은 목덜미, 복숭아를 두쪽 엎어놓은 듯한 가슴의 육봉(肉峯).
젖가슴의 살결은 희고 투명한 것이 마치 거울로 만든 듯했다.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꼭지는 수줍음과 어떤 설레임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의 아랫배는 따뜻하고 꿈결처럼 부드러웠다.
꼭 알맞게 살찐 아랫배의 한 중간에 자리잡은 앙증맞고 귀여운 배꼽. 다시 시선을 내려보면
이번엔 두 다리가 시작되는 부분의 비경(秘境)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줍음으로. 부끄러움이 일렁이는 곳, 온통 하얀빛 일색인 그녀의 몸에서 완만하게 부푼 검
은 동산은 폭발적인 유혹의 냄새를 풍겨냈다.
대리석을 정성들여 세공한 듯한 허벅지는 또 어떠한가?
동그랗고 펑퍼짐한 둔부에서 내려온 선은 허벅지와 무릎을 타고 내려오며 다시 한 번 극치
의 아름다움을 연출해냈다.
이윽고, 어둠을 차고 솟아오른 은어(銀魚)처럼 쭉 뻗은 종아리를 지나 조그맣고 예쁜 발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화옥령은 지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 구석구석 더듬고 있는 기검하의 시선을 생각하니 시선이 닿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부분은 솜털까지 곤두섰다.
이때 돌연, 무거운 압박감과 함께 끈끈한 사내의 체취가 그녀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화옥령은 교수(嬌手)를 기검하의 목덜미에 둘렀다.
이어, 자신의 입술에 부딪혀 온 기검하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으읍……!"
아……!
첫 입맞춤의 황홀함이여.
아득한 깊이의 공간에 내던져진 듯한 출렁이는 노도에 몸을 실은 것도 같은 현기증.
화옥령은 매끄러운 몸을 기검하에게 바짝 밀착시켰다.
전신의 맥이 풀려와 금방이라도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
다.
기검하의 입술은 그녀의 청백지신(淸白之身)을 유유히 항해하기 시작했다.
화옥령은 조금도 반항하지 않았다. 하긴 그녀가 반항할 까닭이라곤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이 순간을 애타게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살이 타올랐다.
기검하의 뜨거운 숨결이 닿는 부분에선 살을 태울 듯 폭발적인 열기가 전신으로 치솟아올랐
다.
화옥령은 뜻모를 가쁜 신음과 함께 자신의 몸을 그리고 마음을 활짝 열었다.
"아아……!"
기쁜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쾌락이 그녀의 몸 속으로 소용돌이쳤다.
"기랑……!"
이때 돌연,
"아악!"
나직하나 다급한 신음이 화옥령의 박 속처럼 흰 치아에 새로 흘러나왔다.
이어, 화옥령은 몸의 한곳 음밀한 비소로부터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솟아오르는 것
을 느꼈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기검하의 건장한 등을 부여잡으며 이를 악물고 고통의 신음을 억눌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순백산 여심(女心)이리라.
그렇다. 화옥령은 이 순간 기검하에게 웃어보이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게 생각될 지경이
었다.
그녀의 간절한 바램 탓이었을까.
비소에서 피어오른 고통은 몸의 전신으로 퍼지면서 은밀한 쾌락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하아……."
"으음……."
화옥령의 눈부신 나신이 물 속을 부유하는 인어인 듯 유연하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그맣고 예쁜 배가 되었다.
기검하는 대해(大海)를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 바람은 배를 산산조각으로 부수기라도 할
듯 끊임없이 뱃전에 부딪혀 왔다.
한순간, 화옥령은 형언할 수 없는 절정의 쾌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쾌감은 몸의 비소에서 산산이 흩어져 나와 오랫동안 그녀의 몸 전체를 파도처럼 출렁였다.
화옥령은 있는 힘을 다해 기검하를 부둥켜 안았다.
그녀의 심혼(心魂)은 노도에 휘말려 아득한 허공으로 끝없이 떨어져 내려갔다.
그녀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꼭 감은 그녀의 두 눈에서 주르륵 진주같은 눈물이 흘러내렸
다.
눈물. 그것은 완전한 여인(女人)으로 다시 태어나는 증표였다.
* * *
밀실(密室)은 어둡다(暗). 그리고 귀기스럽다.
음모의 냄새가 일령여 굵은 황촉불이 밝혀져 있었으나 온통 어둡게만 느껴지고 있는 어느
밀실이었다.
"……!"
"……!"
삼인(三人)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계주(界主), 막주(幕主), 본좌의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오!
낮게 가라앉은 저음성(低音聲),
약관의 나이인 금포청년(金袍靑年)이 침묵을 깼다.
심유무심한 눈빛, 일대종사(一代宗師)를 연상케하는 웅후한 기도(氣道) 하나, 그는 애석하게
도 외팔이였다.
바로 맥궁왕자(脈窮王子)가 아닌가!
"흐흐흐…… 네가 나의 손자를 미끼로 초청하니 본좌가 어찌 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은은히 노기가 들끓고 있는 음성, 반월의(半月衣)를 걸친 칠십대의 노인이 뼈있는 대꾸를 흘
리며 맥궁왕자를 주시했다.
노인의 용모는 특이했다.
중원인이 아닌 듯, 파아란 벽안(碧眼)에 밀랍같이 새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가끔 벽안에서 뿜어지는 안광(眼光)은…… 폭발적인 살기를 뭉클뭉클 폭사하고 있었다.
천살대노야(天殺大老爺) 풍환!
바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사순(四旬)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
중년사내는 물처럼 고요히 가라앉은 눈으로 천장을 응시할 뿐,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있었
다.
맥궁왕자는 뜻있는 웃음을 흘렸다.
"후후…… 막주의 말은…… 마치 본좌가 그대의 손자(孫子)를 납치하기라도 한 듯 들리는구
려!"
"흐흐흐……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솟구치는 살기를 삭히려는 듯 천살대노야 풍환은 어깨를 들썩이며 괴소(怪笑)를 흘렸다.
"흐으…… 어쨌든 본좌는 그대에게 두 가지를 걸고 한가지 일을 부탁하려는 것이오."
"……!"
"신강성(新彊省)을 비롯한 사개성(四個省)이 그 대가인 것이오! 막주에게는 그 외에도 막주
의 손자를 찾아 드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오."
"크흐흐흐! 좋다. 본인은 중원땅에 욕심은 없다. 바라는 것은 오직 본인의 손자를 찾는 일이
다."
맥궁왕자는 확신에 찬 얼굴로 끄덕였다.
"그 일은 본좌가 장담하겠소! 그자를 죽이는대로 막주의 손자를 찾아줄 것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중년인이 맥궁왕자를 직시했다.
유리알처럼 감정이 깃들지 않은 눈동자, 동공 깊숙이 가공할 살기를 간직한 악마(惡魔)의 눈
이었다.
"그자가 진정 구유조상혈주인 만시천작(萬屍天爵)의 후인인 것이 확실하오?"
손톱으로 유리를 박박 긁는 듯한 거북한 음성. 기이한 여운이 있어 듣는 이에게 소름이 돋
게 하는 것이었다.
"하하…… 계주! 무림이라면 그 일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소."
맥궁왕자가 대소를 터뜨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자는 지금…… 천하가 좁다고 활보하며 백련대황교를 제치고 독패군림(獨覇君臨)하고 있
소."
중년사내의 몸이 기이한 떨림을 보였다.
"크크크! 드디어 본가(本家)의 삼천 년 숙원이 나의 대(代)에 이르러 풀리는구나!"
"……!"
"만시천작……! 그자를 꺾는 것이 본가의 숙원이었다. 이제 그 후예가 나타났으니……!"
중년사내의 눈가에 이글이글! 녹염(綠焰)이 타올랐다.
"으음…… 만약 계주가 그자를 꺾어 주기만 한다면…… 본좌는 중원대륙의 삼분의 일을 계
주에게……."
"크크크크! 필요없다! 그대가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도 나는 그자를 꺾을 것이다."
중년사내의 반개(半開)한 눈에서 공포스런 녹염이 뻗쳤다.
"모든 무학을 창출한 만시천작의 신화…… 무너질 것이다…… 이 손에 의해……."
퍼억!
그 앞에 놓인 석탁(石卓)에 중년사내의 우수(右手)가 팔목까지 들어갔다.
만년한음석(萬年寒陰石)!
천하의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다는 만년한음석이 흡사 썩은 무처럼 파인 것이었다.
가공할 내공(內功)이었다.
"으음…… 과연 놀라운 내공이구려……."
맥궁왕자는 묵직한 감탄성을 발했다.
"아무튼…… 그자가 누구의 순에 피살되든 본좌는 그대들에게 내건 조건을 들어줄 것이오."
맥궁왕자의 눈가에 묘한 기광이 스쳐갔다. 야망(野望)의 불길이었다.
"크크크! 그럼 그자를 죽인 후 다시 만나겠다."
중년사내의 신형이 흔들렸다 싶은 순간 이미 밀실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
"흐흐흐…… 본인도 가보겠다! 손자를 부탁한다!"
스스스!
천살대노야가 신형을 일으켰다. 그의 몸이 발끝부터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종내에 그의 신형은 허공으로 완전히 산화해 버리고 말았다.
"흐흐흐……."
천살대노야의 웃음은 이미 백 장 밖에서 울려오고 있었다.
홀로 남게된 맥궁왕자 주천업의 눈에서 무서운 야망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기검하……! 나의 야망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는 힘차게 몸을 일으킨 후 허공 한곳을 무서운 눈으로 직시했다.
"하나……! 네 무덤만은 소중히 손질해 주겠다.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놈이었으니
까."
그의 입가에 점차로 사이(邪異)한 미소가 번졌다.
"기검하!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천살대노야가 이끄는 막살천부의 힘(力)과 그 누구도
모르는 힘!…… 천루망응계(天淚芒凝界)의 힘을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다. 크하하하……."
천루망응계(天淚芒凝界)!
도대체 어떠한 세력인가?
얼마나 가공하고 공포(恐怖)스런 집단이란 말인가?
모를 일이다.
밀실의 공기가 격탕했다.
"한데…… 천루망응계가 구유조상혈의 조사와 깊은 한(恨)을 지니고 있을 줄은 몰랐다. 흐흐
흐…… 오히려 더욱 잘된 일이 아닌가!"
뚜욱!
그의 발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을 반자나 파고 들어갔다.
"하나…… 천루망응계, 천살막부!…… 결국 너희들은 어차피 본좌의 재물이 될 것이다. 크하
하하……."
사악(邪惡)한 흉계가 아닌가?
"흐흐…… 이제 나 맥궁왕자는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하나……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 백
년대황교와 황궁은 본좌의 수중에 있으리라!"
스스슷!
그의 신형은 어디론가 증발하고 그의 광오한 외침만이 밀실에 떠돈다.
한 사나이의 야망이 은밀히 꽃피는 밤이었다.
첫댓글 굿...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