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궁화 농장에서 형 구자영(오른쪽)씨와 아우 구자삼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전재홍 기자
"나라꽃 무궁화에 평생을 거셨던 선친의 뜻을 잇고자 합니다. 무궁화에 대한 사랑운동이 연중행사로 지속됐으면 합니다."
14일 오후 충남 공주시 정안면 월산리 무궁화농장에서 만난 구자영(63)·자삼(59)씨 형제는 무더위 속에 무궁화 나무를 손질하느라 옷이 땀에 흠뻑 젖었지만 밝은 표정을 지었다.
구씨 형제가 가꾸는 무궁화농장은 원산리 1만2000여㎡와 인근 사곡면 월가리 태화산 계곡을 따라 형성된 임야 등 10만㎡ 규모에 달한다. 이곳에는 수령이 3~4년 된 것부터 40년에 이르는 180여종의 무궁화 100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2005년 작고한 아버지 구석회씨가 1966년부터 40여년간 자식처럼 관리해온 덕분이다.
황해도 해주에서 1950년 초 가족과 월남한 구석회씨는 충남 천안시 북면에서 육묘장을 운영하다 1969년 공주시 월산리로 이사를 왔다. 이후 무궁화 품종 개발과 보급에 전념해온 구씨는 활짝 핀 꽃잎이 작고 강렬한 '월산'을 비롯해 '충무', '치우', '윤옥', '여해' 등 새로운 품종을 개발, 1995년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포장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는 일제가 민족성 말살을 위해 우수한 품종들을 뽑아버렸다며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느라 평생을 애쓰셨죠."
아버지와 함께 무궁화농장을 일궈온 자영씨는 "투자신탁회사 대표를 역임하고 정년퇴직한 동생이 일주일에 3~4일 서울에서 내려와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줘 든든하다"고 말했다.
동생 자삼씨는 아버지가 못다한 무궁화 보급과 무궁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 교류를 위해 최근 '무궁화 사랑과 그리고'란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이들은 독도의 토양과 환경에 적합한 무궁화 품종을 선별, 조만간 100여 그루 정도를 심는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무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과 아담한 무궁화 테마공원을 만드는 게 우리 형제의 꿈입니다."
자삼씨는 "무궁화가 생활 속에서 널리 사랑받는 꽃이 되는 날까지 쉬지 않고 땀 흘리겠다"며 활짝 웃었다.
▲ 선친에 이어 무궁화 농장을 운영하는 형 구자영(오른쪽)씨와 아우 구자삼씨가 무궁화 앞에 섰다. 형제가 가꾸는 무궁화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일대 100만여 그루에 달하며 면적은 10만 제곱미터이다. /전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