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한 영세 자영업자 대책과 재래시장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대책들이 자칫하면 영세 자영업자 및 시장 임대 상인 등 서민층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현장 상인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프랜차이즈사업의 명암=지난해 예편 직후 서울 목동에 프랜차이즈 보쌈집을 연 직업군인 출신인 정모씨는 "본사가 광고를 열심히 하고, 음식점 경영 노하우도 알려준다"며 "벌이가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좋은 본사를 선택하면 혼자 창업하는 것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는 브랜드를 빌려주고, 시설을 표준화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초보 창업자들에게는 이점이 많다. 그러나 가맹점 주인들은 "어떤 가맹 본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며 "프랜차이즈사업도 운수 소관"이라고 말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전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우수한 업체가 30%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좋은 업체를 선정하는 것 외에는 피해를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우수업체라 하더라도 본사의 횡포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대기업 패스트푸드점을 하는 오모씨는 "장사가 잘 되자 본사에서 바로 옆에 두 배 이상 큰 직영점을 내면서 자리를 옮기라고 했다"며 "가맹점이 돈을 많이 벌도록 본사가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 가맹점을 차리려면 최소한 5억원 이상 들기 때문에 투자비를 건지려면 본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고 있는 이 모씨는 "본사가 주기적으로 인테리어나 간판을 바꾸고, 새 메뉴를 개발해 새 기기를 들여놓으라고 한다"며 "보통 기기나 간판 값도 터무니없이 비쌀 때가 많아 푼돈 벌어 주기적으로 목돈을 본사에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본사에서 대주는 식자재 가격이 시중가보다 10%이상 비싸 재료비가 매출액의 35% 이상을 차지한다"며 "재료 공동구입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지대 관광학부 이준혁 교수는 "외식업계에선 3년 내 투자비를 회수하면 성공했다고 하는데 현재 외식업계에서 2년 안에 폐점하는 비율은 85%"라며 "단타성 프랜차이즈들의 난립으로 조기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화 시기상조론=정부는 자영업자 대책에서 세탁소.제과점 등 창업시 자격증을 요구하는 등 진입장벽을 쌓는 대신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전환하라고 권유했다.
이번 대책 대부분이 내년 이후 시행되는데 비해 프랜차이즈 전환의 경우에는 올해 7월부터 당장 업체당 5000만원을 신용대출해 주기로 했다.
한국직능단체총연합회 문상주 회장은 "자영업자들도 덩치를 키워야 외국계 대형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프랜차이즈화를 서두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수가 1600개(2002년 기준, 가맹점 수는 12만 개)로 일본의 업체 수와 비슷해 이미 과잉상태이며 ▶업체의 건전성을 평가할 기준도 없고 ▶외식업이 전체의 42.5%에 달하는 등 업종 편중이 심하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산업연구원 백인수 박사는 "일본은 5~6년 동안 정부가 프랜차이즈 기업 평가기준을 만들고, 인력을 양성하는 등 프랜차이즈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정부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검증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프랜차이즈 기업의 투명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영세상인 배려 없어=경쟁력을 잃은 재래시장을 아파트 단지나 사무실 지구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래시장을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등으로 전환하면 점포 주인이나 개발 사업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갈 뿐 영세 상인들은 생계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 신당동 광희시장의 한 상인은 "재래시장은 점포주인이 운영하는 상점도 있고, 임대상인도 있고, 임대권자에게서 재임대를 받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다"며 "임대상인이나 재임대상인을 보호할 대책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정책의 현실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선거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재래시장 퇴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탁상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경쟁력 강화 위해 불가피"=중소기업특별위원회 최홍건 위원장은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악화로 계층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이 양극화 구조의 극복 없이는 견실한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자영업자 대책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자영업자 대책은 강제로 자영업자의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영업에 과잉으로 나서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은 자금 지원과 같은 시혜적인 직접 지원보다는 인프라 조성 등 간접 지원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문제와 관련,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10월 말께 완료 목표로 프랜차이즈 실태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