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예찬
오늘 교회 김장 날~
한해 교회밥상을 위하여 힘쓰고 애쓰는 여러 지체들
참으로 가난함 마음과 정결한 마음 앞에 감사를 드린다.
여선교회 회원들이 다들 음식솜씨가 좋아서
김장김치가 맛있게 잘 버무러저 환상적인 맛이다.
별 수고 없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김치 하나만 가져도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김장은 겨우내 먹는 음식이므로 김장을 하고나면
이미 겨울을 다 준비한 것처럼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김장은 크게 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커다란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고,
숨죽은 배추를 뒤집어 씻고,
배추의 속을 넣은 후 숙성시키는 일이다.
먼저 소금에 절여야 김장은 시작된다.
배추는 속이 꽉 차고 보기에 좋아도 소금에 절여
순을 죽이지 않고는 제 맛을 낼 수 없다.
먼저 배추의 반을 뚝 잘라 칼질한 후에
소금물에 먼저 담그고 그 배추 사이사이에
굵은 소금을 뿌려 놓고 몇 시간 뒤에
또 한 번 뒤집어 주어야 속까지 제대로 간이 들어
양념을 넣어도 잘 배여 들게 된다.
사람도 젊어서는 부피만 많이 차지하는 배추처럼
자신의 야망에 부풀려 폼 잡고 날 뛰다가,
인생 오후가 되면 문득문득 소금 간이 들어간 배추처럼
겸손(謙遜)한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절여진 배추를 뒤집지 않으면,
한쪽 간만 들어 역시나 양념을 넣어도 맛을 낼 수가 없듯이,
나이가 들어도 뒤집지 못하고 한 쪽은 여전히
자기지상주의에 빠져 이웃을 배척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인생의 겨울을
기쁨으로 맞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하나님은 교만한 우리의 모습을 아시고
나에게 꼭 맞는 가시와 같은 소금을 주신다.
그 소금은 나를 부인하게 하고,
오히려 상대를 인정하고 섬기게 한다.
그 소금은 나를 겸손한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곳마다 그의 영광이 드러나게 한다.
두 번째는 속을 넣어야 한다.
소금에 잘 절여진 배추를 갖고
이제는 온갖 정성으로 어우러진 양념을
배추 속에 골고루 바르는 일이다.
김장 속에는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보기도 좋고 맛을 좌우하는 고춧가루를 비롯해,
파와 마늘, 생강의 톡 쏘는 맛도 필요하지만,
젓갈과 굴을 통해 시원한 맛까지 어우러져
맛있는 김치가 된다.
인생도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야 맛이 난다.
내가 단 것을 좋아한다고 김장에
설탕만 넣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생을 달콤하게 하는 설탕 같은 일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꼭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때론 설탕보다 소금이 더 필요할 때가 더 많다.
아직도 들어가야 할 재료들이 있다.
매운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과 함께 명태나 생굴 등을 넣는다.
때론 인생이 고춧가루처럼 맵기도 하고 파와 마늘
그리고 생강처럼 톡 쏠 때도 있겠지만,
새우 젖이나 굴이 들어가 조화를 이루어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김치가 되어
겨울이 와도 두렵지 않는 인생이 된다.
젊을 땐 단 맛에 빠지고,
기성세대가 되면서부터는 매운 맛에 빠지다가,
중년을 넘기면 짜고 맵고 신 맛을 넘어,
시원한 맛을 내는 사람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인생의 다양한 양념으로
잘 버무려져 맛깔스러운 인생이 되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단것도 감사하지만, 맵고 짠 것도,
신 것까지도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제 김장의 마지막 숙성 단계가 남아있다.
소금에 절인 채소에 소금물을 붓거나 소금을 뿌리면
국물이 숙성되면서 채소 속의 수분이 빠지면서 숙성이 된다.
딤체 이전에는 거의 다 마당에 김칫독을 묻어두고
겨울이 지나갈 무렵에 꺼내 먹었다.
독 속에 있었던 김치는 천연 땅에서 절로 숙성이 되어
발효 식품이 되어 맛도 물론이지만
영양도 절로 우러나왔던 것이다.
세상만사 기다려야 일이 된다.
인생도 사랑도 죽음도 김장을 담가 놓고 기다리듯,
어떤 일이든 잊고 기다려야만 맛이 든다.
때론 내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너무 많다.
밀폐된 어두운 김치 독에 갇혀놓듯
나를 침묵하게 하시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 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분명했던 것은
그 때에도 내 사상과 내 생의 미각이 예비 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시간에 사랑이 발효되고 있었다.
사랑 안에 희락과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그리고 충성, 온유, 절제의 맛이 나도록
그렇게 기다려 주었다.
주님!
김장처럼 저도 인생 겨울을 위해
가시 같은 소금으로 절이게 하소서.
제 자랑과 경험까지 완전히 절여져,
어두워진 눈이 열리고 당신의 속성이 나타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에게도 기쁨으로 기다리게 하시어,
김장 겉 조리를 쭉쭉 찢어 더운밥에
얹어먹는 그 맛처럼 모두에게 맛있는 인생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