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워킹푸어 문제 심각… 신조어 유행
워킹푸어(근로빈곤층)의 확산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워킹푸어를 정의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약간 다르지만, 이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은 전 세계에 공통적이다.미국 내 21개 시민단체가 연합해서 만든 '워킹푸어 패밀리 프로젝트'가 2002~2006년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미국의 저소득 근로자 가구는 957만 가구로, 2002년보다 37만 가구 늘어났다. 이 기준으로 볼 때 미시시피주, 뉴멕시코주는 전체 근로자 가구의 40%가 워킹푸어였다. 상당수가 이민자 가정이지만, 43%는 백인 가정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한 해 소득이 200만엔(2700만원)에 못 미치는 근로자를 워킹푸어로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워킹푸어 인구가 지난 2006년에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이들도 계속 늘어나, 2009년 3월 현재 일본의 생활보호대상자 수는 165만4600여명에 도달했다. 1992년 88만 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본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이 자랑하던 '1억 중산층 국가'는 옛말이 돼 버렸다"고 지적한다.
워킹푸어를 가리키는 각국의 다양한 신조어를 보면, 이 현상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심각한지 분명해진다. 2006년 유럽에서는 '1000유로 세대'라는 말이 대유행했다. 월 1000유로, 우리 돈으로 178만원을 받는 비정규·임시직 청년들을 뜻하는 말이다. 그로부터 불과 3년이 안 된 지난해 말, 유럽에는 '700유로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1000유로는커녕 700유로(124만원)를 벌기도 벅차다는 자조(自嘲)다. 일본에서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이른바 네트카페(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용직 근로자와 저소득층 실업자를 '네트난민(難民)'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양산된 저소득 노동자를 '충망쭈(窮忙族·바쁘게 일하는데도 가난한 사람들)'라고 부른다.
작년 말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는 음울한 신조어를 더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7년 1억9000만 명이었던 전 세계 실업자 수가 올해 말까지 2억1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빈곤과 불투명한 미래는 사람들의 정치적 태도마저 변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독일·중국 등에서 칼 마르크스의 책인 '자본론' 판매가 최근 4~5배 늘었다고 지난 4월 보도했다. 경기 침체로 타격을 받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