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시「아름다운 여인(Die Schöne)」은 우리나라의 포크가수 서유석이 이 시에다 곡을 붙여「아름다운 사람」이란 노래를 만들어 불러서리 지금의 50대 이전의 사람들에게 꽤나 익숙한 노래라고 하더만. 제목만으로 보면 '여인'이 '사람'으로 바뀌어 아름다움의 대상이 보다 광범위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사에서 보면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성격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 대상은 여인이 분명할 터...여인이라고 다 변덕이 심한 건 아니라는 건 미리 말해 둬야겠지?
유럽인으로서는 드물게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데다, 그의 소설들이 전반적으로 사유적인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린 얼핏 헤세를 대단히 고답적(高踏的)이고, 어쩌면 금욕주의자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사실 그는 결혼을 세 번이나 했던 그야말로 전형적인 범속(凡俗)한 유형의 인물이란 다소 성급한 결론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그럼 헤세의 시「아름다운 여인」에서 말하는 변덕이 죽 끓듯한 주인공은 그들 세 여인 중 누구일까? 저명한 수학자들을 배출한 가문 출신에 사진작가인 첫 번째 부인 마리아 베르누이는 헤세와 20여 년을 함께하고 아들을 세 명이나 두었으니 설마 변덕 심한 여인일 리가 없다고 지레 짐작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녀는 결혼 후반기에 정신분열증으로 꽤나 고생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세 번째 부인인 니논 돌빈은 미술사가(美術史家)로 예술과 역사에 상당한 지식을 갖춘 지적인 여인이었으니 변덕스런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헤세가 노래한 아름다운 여인의 대상은 성악가 출신으로 두 번째 부인인 루트 벵거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고 믿어지는데...첫째 부인과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에 들어간 거나, 나이가 헤세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걸로 봐서 확신은 더욱 깊어진다. 더욱이 그녀와 헤세의 결혼생활은 겨우 2년 여에 그쳤을 뿐 아니라, 이혼소송에서도 헤세에 대하여 심한 험담을 한 걸 보면 결론은 분명할 터...
이하 본 블로그에서 즐겨 인용하는 '차일피일님(https://blog.naver.com/yoonphy)'의 번역을 빌어 헤세의 시「아름다운 여인(Die Schöne)」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린 아내의 무심함에 마음 아파하는 시인의 처지를 헤아리려니...긍까 조강지처(糟糠之妻) 버리고 거의 딸 뻘인 어린 얼라 데꼬 살면 행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올 줄 알았긋제잉?
Die Schöne
So wie ein Kind, dem man ein Spielzeug schenkt,
Das Ding beschaut und herzt und dann zerbricht,
Und morgen schon des Gebers nimmer denkt,
So hältst du spielend in der kleinen Hand
Mein Herz, das ich dir gab, als hübschen Tand,
Und wie es zuckt und leidet, siehst du nicht.
The beautiful woman
Like a child to whom one has given a toy,
who looks at the thing, embraces it, and then breaks it,
And already on the morrow no longer remembers the giver,
Thus in your small hand do you playfully hold,
Like a pretty gewgaw, my heart that I gave you,
And you do not see how it twitches and suffers.
아름다운 여인
장난감을 받은 아이처럼,
그것을 바라보고, 품에 안고, 그러곤 부숴버리며,
다음날 아침에는 벌써 준 사람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렇게 넌 네 작은 손에 장난하며 쥐고 있네,
네게 준 내 가슴을, 마치 하찮은 예쁜 장난감처럼,
그것이 얼마나 경련하며 고통스러워하는지 넌 보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