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3,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2022, 363쪽
이 책은 다운시프트 (downshift)족에 대한 소설이다.
다운시프트족은 경쟁과 속도에서 벗어나 여유있는 자기만족적 삶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운시프트(downshift)란 자동차를 저속기어로 변환한다는 뜻으로 다운시프트족은 고속으로 주행하던 자동차를 저속기어로 바꾸듯이 생활의 패턴을 여유롭게 바꾸어 여가를 즐기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만족을 추구하자는 일종의 ‘느림보족’을 뜻한다.(위키백과)
나는 옛날 사람이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일주일 5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이틀 토요일과 일요일 꿀맛 휴식을 취하고 신나는 에슬레져를 즐기면서 뿌듯함, 달콤함을 느끼는 지금의 상태를 무척 즐기고 사랑한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2,30대 젊은이들이 다운시프트를 동경하고 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그들이 좇아가는 그 쉼과 열정의 욕구가 사회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고 변화와 발전을 몰고 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을 통해 제4차 AI혁명 이후 제5차 Soft revolution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아직은 클리쎄(cliche)적이다. 민준이 직장을 갖지 못한 것과 정서가 직장을 뛰쳐나온 부분이 특히 그렇다. 왜냐하면 민준이 직장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힘겨움을 부모님에 대한 책임감으로 대체한 부분이 그렇고 정서가 계약직을 그만둔 것이 정규직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장면이 그러하다. 이제 부모 세대들도 다운시프트를 이해하고 있고 정규직도 비정규직과 반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
그리고 주인공 영주의 삶에 있어서 결국은 승우와 베를린이라는 도시에서 의도적인 만남을 만드는 것으로 설정한다. 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면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고 영주는 영주의 여행을 떠났듯이 승우도 승우의 여행을 가는 것, 거기서 우연히 마주쳐 보는 것 등으로 설정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는 우리의 미래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래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언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시그니처 분위기인 발랄하면서도 서늘한 쓸쓸함이 축을 이루고 있어서 읽기에 편안하고 달콤 쌉싸름하다.
외부적인 조건 때문에 다운시프트족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다운시프트족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한 가지 임을 알려주는 동기가 있으면 좀 더 흥미롭고 참신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