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관광자원이 많듯 학생에게는 '학습자원'(교육의 잠재적 가능성)이 많다. 뒤처진 학생에게도 학습자원은 있다. 시험점수로 표시되는 학력말고, 시험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다양한 능력을 학교는 키우고 있다. 그것도 학력이고 학습자원이다.
특정교과에 대한 지적 관심과 의욕은 물론이고, 예컨대 문학적 상상력, 봉사성, 리더십, 책임감 등도 일종의 학습자원이다. 이러한 인문적 교양도 학교와 교사의 기획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면 그것을 학습자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학생의 학습자원에 대한 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돼 있다. 그래서 학생부가 학생선발의 '기본' 전형자료가 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교와 교사에 의해 길러진 학습자원을 발굴해 대학 전공학과의 교육목적에 견줘 선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경북대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일환으로, 리더십우수자 전형(정원 내)으로 20명, 이웃사랑 전형(정원 외)으로 50명을 선발했다. 리더십우수자 전형은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며 한국사회를 이끌 리더십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웃사랑 전형은 어려운 가정환경 가운데서도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이 대상이다. 지원학과의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리더십우수자 전형의 전형요소는 학생부(30%), 면접구술(50%), 서류평가(20%)였다. 이웃사랑 전형의 경우는 학생부(50%), 면접구술(50%)이었다. 두 전형 모두 1단계에서 학생부를 '기본' 전형자료로 활용했다.
두 명의 입학사정관은 지원자격심사와 서류심사에 참여했고 전형의 목적과 지원학과의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선발을 가능하게 하는 심층면접의 모형을 개발하는데 열중했다. 자기소개서, 학교장추천서, 리더십활동확인서 등의 제출서류를 심사할 때에는 '사실' 확인을 위한 전화인터뷰와 현장방문 활동을 했다.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서류 간의 교차분석도 했다.
◆ 심층면접 : 지식기반사회를 헤쳐가는 진취성과 창의성을 평가
리더십우수자 전형의 심층면접은 학교의 교육활동, 이를테면 리더십활동, 독서활동, 진로활동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이웃사랑 전형의 경우는 지원학과의 전공적합성, 독서활동, 진로활동을 평가항목으로 설정했다.
이 항목들은 '지식기반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요구되는 삶의 기초능력에 해당하는 가치라고 판단했다. 리더십 활동에서는 학생회 임원으로서 전면에 나서서 헌신에 가까운 활동을 했는가, 책임감과 진취적 사고를 갖고 뚜렷한 성과를 이뤄냈는가에 주목했다. 독서활동에서는 교과에 기반하고 진로와 관련된 독서의 객관적 이해수준과, 발견·탐구·설명·해석의 창의적 사고가 활성화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자 했다. 진로활동에는 지원학과와 관련된 진로탐색 활동에서 학생의 활동의욕과 활동수준을 평가하고자 했다. 전공적합성에서는 지원학과와 관련된 지적 관심과 포부, 고난극복의 태도와 능동적 사고에 대해 평가하고자 했다.
◆ 직업세계를 선도할 학생들
리더십우수자 전형에 합격한 P군(인문사회자율전공)은 여러 교내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고, 국제교류 청소년 대표로 러시아를 방문해 활동하는 등 리더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태안반도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청에 직접 건의해 버스를 지원 받는 등 진취성과 문제해결력이 뛰어나고, 논술대회와 영어에세이 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웃사랑 전형에 합격한 L군(인문사회자율전공)은 부모님이 이혼한 불우한 가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L군은 이로 인한 충격으로 심리적 방황기를 거쳤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심리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으며, 법문화진흥센터의 모의재판 참가, 동학운동유적지 답사 등을 체험하며 사회심리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장래 사회심리학자가 되고자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 면접관의 호감을 샀고, 최우수 면접점수로 합격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다방면의 다양한 '학습자원'을 가진 학생들이기에, 경북대가 제공하는 교육기회를 통해 심화된 진로직업 능력을 키울 것이다. 다양한 직능분야의 엘리트로서, 예컨대 기자로서, 행정가로서, 학자로서 혹은 편집자로서 자신의 삶의 무대를 열어 갈 것이고, 직업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 학교는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라
작년에 이어 경북대는 학생부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대비해 특별하게 준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없다. 학교와 교사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학교의 성격과 처지에 비추어 다양한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활동의 과정과 결과를 세밀하게 기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교실수업에서 교과능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독서활동, 진로활동, 사회봉사활동, 체험활동 등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노력이 요청된다.